식약처, 심사적체 등 해소 위해 심사기관 확대·인원 증원 필요

■ 의료기기산업 발전을 위한 제언Ⅱ

코로나 19로 본 체외진단의료기기
식약처, 심사적체 등 해소 위해 심사기관 확대·인원 증원 필요

▲ 이 진 휴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감사

전례없는 감염병과의 싸움에서, 우리나라에 보낸 세계 각국의 찬사는 온 국민의 희생과 노력, 의료진의 헌신적 희생과 더불어 체외진단의료기기가 큰 힘이 됐다.

전세계 모범이 된 성공적인 방역으로 각 나라에서 우리나라의 진단키트 뿐만 아니라 의료기기에 대한 공급 요청이 빗발치고 있지만 공급이 부족해 인공호흡기와 같은 제품은 다른 회사 공장까지 사용해 생산을 늘리는 상황이다. 진단키트도 대부분의 회사는 수출 상담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수요가 넘쳐나고 있다.

이번 ‘코로나 19’ 사태가 생기며 가장 빛을 발한 것은 역시 진단키트였다. 검사를 받은 의심환자들이면 누구나 접했을 면봉과 검체통, 그리고 키트는 모두 의료기기에 속한다. 의료기기 중 신체로부터 분리돼 나오는 혈액, 타액, 대사물 등을  검사하는 기계를 통칭해 ‘체외진단의료기기’라고 하는데  몇 년 전까지만해도 관리 주체가 명확하지 않아 공산품과 약 그리고 의료기기로 혼재돼 허가나 사후관리에 어려움을 겪어 애물덩어리로 취급받던 전력이 있다.

식약처에서는 예전부터 이런 진단의료기기에 대한 중요성을 파악, 관리주체가 다른 여러 구성품의 관리를 일원화하고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내에 체외진단의 허가를 전담하는 부서를 만들어 최소 허가만이라도 전문성을 갖고 심사를 하게 됐다.

하지만 국내법상 체외진단의료기기에 대한 안전성 및 허가 기준이 의료기기에 준하는 탓에 ‘과다한 규제장벽으로 제품개발을 가로막는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예를 들면 신체에 삽입하거나 이식해 치료목적으로 작동하는 기계·기구와 유래 물질을 가지고 진단검사에 이용되는 기기는 그 위험도에 대한 현저한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잣대가 적용돼  경쟁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기업입장에선 인허가의 부담 또한 컸다.

코로나19 극복에 일조한 체외진단의료기기법

규제를 전문화하고 과다한 규제의 틀을 깨기 위한 필요는 체외진단의료기기법에 대한 요구로 이어졌다. 하지만 산업규모자체가 작고 제약과 바이오에 비해 인지도가 낮아 번번이 무산됐다.

관심의 대상에서 멀어지던 체외진단의료기기가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은 2018년 7월,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첫 현장 방문이었던 분당서울대 헬스케어혁신파크의 규제혁신안 발표에서 체외진단의료기기에 대한 지원과 독립법에 대한 추진의지를 밝히면서부터였다. 

이후 독립법은 급물살을 탔고, 시장진입에 큰 장애가 되던 신의료기술평가는 위해도가 낮은 체외진단제품부터 시범적으로 일정기간 유예해 점진적 혁신에 대한 일정을 표명했다.

이후 체외진단의료기기법은 청와대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국회에서 통과됐고 이후 체외진단의료기기회사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는 투자와 관심으로 이어졌다. 이는  지금의 난국을 극복할 수 있던 든든한 토대 중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체외진단의료기기 전담부서 설립해야

위기는 우리에게 기회가 되고 있다. 세계는 진단키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가진 모든 방역체계에 대해 깊은 신뢰를 보내고 있으며 한국 제품을 원하고 있다. 국가 신뢰도는 물론, 수출을 통한 산업적 성과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수요가 늘어날수록 품질관리의 수준 또한 높아져야 한다. 얼마 전 중국의 사례처럼 진단키트의 정확도가 떨어지면 기회는 한순간에 물거품이 된다. 이는 기업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정부가 나서야 한다. 체외진단을 위한 사후관리 및 심사전문가가 투입돼 국가가 품질을 보증해야 한다.

둘째, 생산시설 가용 전환을 통해 신속한 공급에 나서야 한다. 가장 보수적인 의료계는 기존 손에 익은 장비나 기구 등을 좀처럼 바꾸지 않는다. 지금처럼 위급한 상황이 기회다. 회사마다 여러 사정이 있겠지만 미래를 생각해  모든 것을 공개하고라도 공급을 늘려 사용하게 해야 한다. 

셋째, 세계는 점차 좁아지고 왕래와 교역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감염병에 대한 위험은 점차 높아질 것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중국이 2005년 국제 감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제정한 IHR(International Health Regulation)에도 불구하고, 염기서열만 공개하고 바이러스 샘플을 공개하지 않은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 이런 의료위기를 겪지 않기 위해 감염질환 전문연구병원을 구축하고 일부 필수의료기기는 위급 시 대체 공급안 등을 만들어 소중한 생명을 지켜야 한다.

넷째, 체외진단의료기기의 관리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전담부서가 필요하다. 심사부 내의 1개 부서, 4명의 직원에게 맡기기에는 그 책임이 과중하다. 부서 확충과 전문가 양성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

다섯째, 체외진단을 체계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정책부서가 필요하다. 의료기기의시장확대는 규격의 국제조화와 안전성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를 위해 체외진단안전국이 신설돼야하며 더불어 꾸준한 지원과 사후관리 등이 필요하다.  

지난날 문 대통령의 체외진단의료기기에 대한 규제혁신 발표 이후, 많은 국민들이 안전성에 대한 우려와 더불어 의료기기의 산업화에 대한 의견표명이 이어졌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그때의 판단이 옳았다. 진단키트를 신속히 개발할 수 있던 연구인력과 설비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또한 긴급사용을 위해 심사에 밤을 지새웠던 의료기기심사부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신뢰를 받을 수 있었다.

이제 앞으로를 대비할 때가 됐다. 지금의 고통이 무위로 가고 위기가 손실로 평가되지 않도록 우리를 돌아보고 정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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