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중문화 속의 의료기기 이야기 - 19회

■ 대중문화 속의 의료기기 이야기 - 19회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 방사선의 어머니 Part 1. )

   ▲ 임 수 섭
LSM 인증 교육원 대표
의료기기 법정 품질책임자
RA 자격증 교육 강사

'100년에 한 번 나올 위대한 선수'라는 수식어를 받은 여성이 있다. 국내외 어느 리그를 가든, 소속팀이 어디든 간에 우승을 가져왔고, 올림픽에서 소속 국가가 4위에 그쳤음에도 불구하고 MVP로 뽑혔다. 남자 리그 포함 최고 연봉인 15억원의 몸값을 가진 그녀! 이에 필적하는, 어쩌면 그 이상의 성취를 한 또 다른 여성 선수가 있다. 데뷔부터 은퇴까지 늘 최강자였고, 세계 신기록만 11회 경신했으며, 여자 선수 최초로 200점을 돌파하는 압도적 성적으로 올림픽을 우승함으로써 해외 매체로부터 "Long live the Queen"이라는 극찬까지 들은 또 다른 그녀! 한국 스포츠 역사에서뿐만 아니라, 세계 스포츠 역사를 통틀어서 최고 그리고 여왕이라는말을 들을 수 있는 이 두 사람은 다름아닌 김연'경'과 김연'아'이다.

순위 놀이(?)를 조금 더 확장 시켜보자. 인류 역사를 통틀어서 가장 위대한 여성은 누구일까? 대영제국의 기틀을 마련한 엘리자베스 1세 여왕, 성인급 반열에 오른 테레사 수녀, 구국의 영웅 잔 다르크, 원조 백의 천사 나이팅게일, 노예제 폐지론을 촉발한 톰 아저씨의 오두막의 저자 해리엇비처 스토, 여성 인권 혹은 페미니즘의 선구자인 에멀린 팽크허스트, 수전 B. 앤서니와 시몬 드 보부아르, 나치 홀로코스트 비극의 상징 안네 프랑크, 장애와 편견 그리고 차별 극복의 상징 헬렌 켈러, 맨발의 혁명적 무용가 이사도라 덩컨, 코르셋으로부터 자유를 가져온 패션 혁명가 코코 샤넬, 할리우드 여배우의 지성과 감성을 각각 대표하는 캐서린 햅번과 마릴리 먼로, 팝과 대중문화의 여제 마돈나, 여성 최초로 대서양 횡단을 한 비행가 아멜리아 에어하트, 멕시코의 국보 화가 프리다 칼로 그리고 영국의 자존심을 세운 철의 여인 마가렛 대처 총리까지 업적, 명성, 영향력 혹은 역사적 상징성이 당대와 해당 지역을 넘어 후대와 전 세계에서 최고 가치와 모범을 지녀야 위대한 여성으로 이름 남길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현재진행형이지만 이변이 없는 이상 그 반열에 오를 것이 확실한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있지만, 아웅 산 수치와 같이 과거의 공적을 현재 행적이 퇴색시키고 있어 향후 위인에서 빠질 수 있는 가능성이 농후한 여성도 있다. 또한 클레오파트라, 측천무후, 서태후, 예카테리나 2세와 같이 과오가 커서 여걸일 수는 있을망정, 결코 위인은 될 수 없는 여성도 있다.

그런데 인류 역사를 빛낸 최고의 과학자이자, 위인전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위대한 여성이 한 명 더 있다. 모국 폴란드를 지배하고 있던 러시아 장학사가 그녀의 학교를 불시에 방문해서 러시아어로 러시아의 위인과 통치자, 주기도문에 대해서 질문하자, 그녀가 대표로 러시아어로 유창하게 대답해서 학교의 위신을 지켰지만 러시아의 지배를 받고 있는 모국의 서글픈 현실에 장학사가 자리를뜨자마자 울었다는 '동화 같은 소녀 시절'로 시작해서, 우수한 학업 성적에도 모국의 대학이 여자를 허용하지 않아 유학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부잣집 가정교사로 일하다가 그 집 아들과 사랑에 빠졌지만 가난하다는 이유로 헤어지기 직전에 원하던 대학교에서 합격통지서가 와서 극적으로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게 되고, 하숙비를 아끼기 위해 추위에 떨며 하루에 빵 한 조각과 당근 하나로 버티며 물리를 공부하다 힘들면 대수학을 공부해서 머리를 식히는 식으로 학업에만 몰두하다가 영양실조로 죽을 뻔한 '열공 처녀 시절'을 거쳐, 피에르 퀴리라는 과학자를 만나 결혼한 뒤, 그와 함께 방사능 물질인 라듐과 폴로늄을 발견하여 여성이라는 이유로 기인한 수상 반대를 이겨내고 1903년 노벨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하게 되는 '신데렐라 스토리'를 완성한 그녀. 하지만 비 오는 날 남편이 마차 바퀴에 깔려 죽는 비극적 사건을 겪게 되고, 그럼에도 소르본 대학교 700년 역사상 첫 여자 교수에 올랐고, 금속라듐을 분리한 공로로 1911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함으로써 사상 첫 여성 노벨상 수상자에 이어 첫 노벨상 2회 수상자까지 된 그녀. 이후에도 그녀의 딸과 첫째 사위가 1935년 노벨화학상을, 둘째 사위가 1965년 유니세프의 대표자로서 노벨평화상을 탐으로써 명실공히 유일무이한 노벨상 수상 명가의 초석이 된 그녀. 세계적인 국제 물리학, 화학 학회인 솔베이 학회. 그중에서도 아인슈타인, 하이젠베르크, 슈뢰딩거, 보어, 플랑크, 로런츠, 콤프턴, 보른, 랭뮤어, 앙리오트, 에렌페스트, 드 동데르, 파울리, 파울러, 브릴루앵 디바이, 크누센, 브래그, 크라머르스, 디랙, 드 브로이, 랑주뱅, 리처드슨 등 오늘날 과학 전공자들이 공부해야 할 내용의 대부분을 만든 17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포함한 전 지구급 과학자 29명이 참가함으로써 '인류 역사상 다시 없는 정모', '인류 과학계의 어벤져스'로 회자되는 1927년 제5차 솔베이 학회의 유일한 여성 과학자였던 그녀는 다름아닌 '마리 퀴리'이다.

고작 10mg밖에 안 되는 소량의 라듐을 얻기 위해 4년에 걸쳐 8톤의 폐우라늄 광석을 지하 실험실에서 혼자 수작업으로 처리하는 놀라운 집념과 인내를 보임으로써 그저 머리만 똑똑한 과학자가 아니었던 그녀는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당시로는 의료계에서조차 생소했던 X선 촬영술을 몸소 익혀서 방사선사로서 X선 촬영기를 장착한 구급차를 직접 몰고 전선으로 나간 가슴까지 따뜻한 '의료인'이기도 했다. 그녀의 활약 덕분에 의사의 감각에 의존해 찾아야했던 몸에 박힌 총알이나 파편을 X선 사진으로 쉽게 확인함으로써 많은 병사들의 목숨을 건질 수 있었는데, 당시 그녀의 X선 진단 혜택을 받은 부상병은 무려 10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그녀가 개발한 이 X선 촬영기는 현대의 X선영상촬영장치, 특히 이동형 X선영상촬영장치의 원조 격으로 우리나라 식약처 규정상, 대분류 A, 중분류 11로 분류되는 ‘A11000, 진단용 엑스선 장치’의 대부분이 이에 해당된다. 근골격계나 내장을 촬영하는 제품은 2등급 의료기기지만, 심장, 혈관계, 림프계 진단과 같이 높은 정확도가 요구되는 만큼 부작용도 이에 비례하는 제품은 3등급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심장, 혈관계, 림프계를 촬영하지 않고 높은 기술 수준도 요구되지 않는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3등급으로 분류되는 제품이 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이미지인텐시화이어'나 형광판이 적용되는 제품과 골밀도 측정을 목적하는 제품이다. 그리고 이러한 제품이 위해도가 높은 3등급으로 분류되는 이유는 마리 퀴리의 비극적이지만, 헌신적이기도 한 죽음과도 연관되어 있는데, 이는 다음 편에서 보다 자세히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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