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받은 식탁-우에하라 요시히 지음/어크로스

차별받은 식탁 ‘세계 뒷골목의 소울푸드 견문록’

▲ 우에하라 요시히 지음/어크로스

우리나라의 내장탕이나 순대국 혹은 보신탕은 다른 문화권에서 매우 이질적으로 보는 음식 군들이다. 약간 시선을 달리하면 사실 우리가 많은 거부감으로 갖고 있는 다른 나라의 음식도 상당하다. 민족이 갖는 여러 환경은 문화에 영향을 미치고 이에 따른 음식에도 지역, 문화 혹은 세대 간에 차이가 있다. 문화는 비교 할 수는 있지만 우위를 논하기 어려운 점이 역사와 지리적 환경의 교차점이기 때문이다.

소울푸드라는 것은 소울음악이라는 것과 같은 의미가 있다. 미국이 남북으로 갈라져 있던 노예제 시대에 백인 농장주가 먹지 않던 식재료를 가지고 흑인 노예들은 장단점을 살펴가며 많은 요리법을 만들어 냈다. 척박한 삶에서 부족한 영양분을 공급하기 위한 자구책이었으니 삶이 녹녹하지 않음을 가늠할 수 있다. 처음에는 미국 남부 향토요리를 뜻하기도 하지만 이제는 범용으로 그 문화권의 독특한 음식을 지칭하는 단어가 되었다.

미국의 소울푸드와 프라이드 치킨

미국의 소울푸드로는 메기튀김, 돼지 다리고기, Gumbo라는 오크라스프, Candy Yam등이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음식이 있으니 바로 ‘프라이드 치킨’이다. 전통적으로 미국은 오븐에 닭을 굽는 방식을 선호했다. 특히 닭의 날개나 발, 목 등은 먹지 않았다고 한다. 이를 흑인노예들이 부족한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하여 남겨진 부산물을 주워서 뼈째 먹을 수 있도록 튀기는 방식을 개발한 것이다. 당시 미국의 전통 요리법은 가슴부위를 중심으로 오븐에 넣고 굽는 방식을 사용했다. 하지만 튀긴 닭 요리법은 그 맛과 향신료의 발달이 지속되고 점차 대중화되어 결국 남부지방의 백인들도 즐기는 음식이 되었고, 이어 미국의 대표적 패스트푸드점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로마인들이 먹는 고슴도치 요리

불가리아에서 로마인들을 찾으면 고슴도치 요리가 있다. 영국 사람들이 고슴도치를 부르는 이름에는 ‘Hociwici’라고 하는데 이는 ‘구울 필요가 있는 것’이란 뜻이다. 유럽에서 오직 로마만이 고슴도치를 취식하며 이런 사유로 ‘로마의 돼지’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귀여운 고슴도치를 먹는다는 것에 불편을 감추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 이유를 살펴보면 나름 이유가 있다. 로마는 정결과 불결에 대하여 나름의 신앙이 있다고 한다.

특히 외부 사람이 만든 것들도 불결하다고 느끼며 설령 거지라고 할지라도 남이 먹다 남은 음식은 먹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고양이도 불결하다고 하는데 이는 고양이가 자기 털을 핥는 습성이 외부의 것을 내부로 가져 온다는 의미로 그들에게는 불결을 내부와 혼용하는 모양새기 되는 것이다.

역시 먹이를 껍질 채 먹는 뱀도 마찬가지로 불결하게 생각 하는 것이다. 이에 반하여 고슴도치의 경우 외부와 내부가 확실히 구별되어 있는 동물인 것이다. 비록 그들은 온갖 박해를 받으며 살아 왔지만 자신들의 믿음을 지켜 정체성을 유지한 것이다. 저자는 체라코보라는 도시에서 마침내 고슴도치의 시식을 시도하게 된다. 요리법은 간단하다. 껍질을 벗겨 내고 가시를 제거한 뒤 냄비에 넣고 고기가 잠길 정도로 기름을 붓고 소금을 큰수저 하나 가득 넣은 뒤 물을 붓고 뚜껑을 닫는다. 이제 중간 불로 30분 정도 끓이면 완성이다.

곤충을 먹는 동물의 대부분은 맛이 없기로 알려져 있으며 보완하기 위한 기름을 넣었다고 해도 역시 그 한계를 넘지 못했다고 한다. 특이한 것은 이들에게 처음 만났을 때 고슴도치를 먹느냐고 물으면 모든 대답이 한결 같이 들어 본적도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이내 그 대답은 거짓으로 밝혀지는데 오랜 동안 박해를 받아온 환경이 외부인에 대한 경계로 나타난다고 하며 이유 있는 거짓말이 된 것이다.

브라질의 ‘콩과 돼지 부산물’ 요리

브라질도 역시 흑인 문화가 존재 했다. 이런 이유로 ‘페이조아다’라는 음식이 만들어 진다. 콩과 함께 돼지의 부산물 등을 모아서 함께 끓인 것이다. 젤라틴과 함께 콩이 어우러져 있으니 흔치 않은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즐겨 먹던 고열량의 영양식이었고 즐겨 먹던 음식이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젊은 세대는 먹지 않는 음식으로 변하였다고 한다.

음식 문화는 인류의 자산

이와 같이 소울푸드는 사회의 하층민들이 자신의 삶을 영위하는 방법이었다. 주로 여러 부위를 함께 넣고 냄새나 식감을 없애기 위한 강한 향신료를 사용 했으며 어려운 삶에 좋은 영양공급원이 되었다. 프라이드 치킨처럼 세계적인 음식이 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는 음식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런 음식을 통한 문화의 정체성이나 독자성 등은 세계의 소중한 자산이며 배울 점이라는 면에서 저자의 독창적인 시각은 인정받을 만하다.

저자 우에하라 요시히로는 전근대 일보의 최하층 신분이 살던 ‘부락’을 여행하고 쓴 책 <일본의 뒷골목으로 떠나다>라는 저서로 2010년 오오야 소이치 논픽션상을 수상한 저널리스트이며 차별 받고 궁핍한 곳을 찾아다니며 글을 써 왔다.

본인도 태생이 오사카 한 부락이어서도 있지만 누구도 보기 꺼려하는 곳을 기록으로 남겼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는 일을 한 것이다. 옮긴이는 황선종님이고 도서출판 어크로스에서 발간하였다.

[기고자 소개]
이태윤
자유와 방임을 동경하고 꾸준한 독서가 아니면 지능이 떨어진다고 믿는 소시민이며 소설과 시에 난독증을 보이는 결벽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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