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적인 체외진단용 의료기기 허가시스템을 위해”

■ 대유행병의 효율적 대응을 위한 발전방안


“발전적인 체외진단용 의료기기 허가시스템을 위해”

 

▲ 오현주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체외진단기기과장

최근 온 국민을 공포에 떨게 했던 메르스 사태에 대한 반성과 이 같은 감염병의 대유행을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각계의 대안을 토론하는 자리가 국회 김춘진 보건복지위원장 및 고려대 생명과학대학 주체로 지난달 27일 열렸다. 이날 패널로 참석해 언급했던 지난 메르스 사태시 식약처가 수행했던 역할과 향후 대유행병의 효율적 대응을 위해 요구되는 사항들을 간략하게 기술하고자 한다

체외진단제품 허가체계 일원화 완료

‘체외진단용 의료기기’란 인체에서 유래한 시료를 검체로 하여 검체 중의 물질을 검사해 질병 진단, 예후 관찰, 혈액 또는 조직 적합성 판단 등의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체외 진단에 사용되는 의료기기를 말한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방 의학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민 건강과 질병관리를 목적으로 체외진단용 의료기기를 허가 관리해 왔다.

이에 우리나라도 자율관리됐던 자동화분석기용 체외진단 시약을 2012년부터 등급에 따라 단계적으로 허가 관리해 2014년에 모든 등급에 대해 허가 관리를 완료했다. 더불어 같은해 11월에는 약사법으로 관리되던 체외진단용 의약품을 체외진단용 의료기기로 일원화해 국제 조화에 일치되는 허가관리체계를 마련했다.

체외진단용 의료기기의 허가는 ‘의료기기법’ ‘의료기기법 시행규칙’ ‘의료기기 허가·신고·심사 등에 관한 규정’에 근거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하고 있으며 과학적, 의학적 근거에 따라 시험하거나 입증한 자료, 즉 인체에서 유래한 검체에 포함돼 있는 물질을 분석할 수 있는 성능, 그리고 임상시험을 통한 질병 진단의 신뢰성 등을 검토해 타당할 경우 허가하고 있다.

이번 메르스(MERS)와 같이 예상치 못했던 전염병이 발생한 경우에 질병의 신속한 확진을 위해 ‘진단키트’의 확보는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발생 가능성이 낮은 이와 같은 메르스 같은 경우에는 대부분 경제성이 없어 제조업체나 수입업체에서 의료기기로 허가를 받은 키트가 없는 실정이었다. 이런 상황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도 마찬가지이다. 이 경우에는 대유행병 발생의 초기대응 중 중요한 요소인 신속한 확진검사를 위한 검사키트를 과연 어떻게 확보하냐가 관건이 된다.

미국의 예를 보자면 지난 2014년 FDA 허가된 제품이 없는 상태에서 에볼라 감염환자가 발생하자 보건복지부(HHS : Department ofHealth and Human Services) 장관이 에볼라바이러스 관련 체외진단용 제품 사용에 대한 긴급상황 선언을 하고 국방부(DoD : Department of Defense) 장관이 에볼라바이러스 유전자 검사 시약 긴급사용을 FDA에 요청해 FDA는 허가되지 않은 제품에 대해 긴급사용승인(2014.08.05)을 한바 있다.

이 긴급사용승인된 진단시약은 에볼라바이러스 감염이 있는 지역에 거주한 사람 또는 에볼라 자이레 바이러스에 노출되거나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 대해 국방부 지정 연구소에만 제공돼 진단에 사용됐다.

메르스의 경우도 2014년 2명의 감염자가 발생하자 질병예방통제센터(CDC : Center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의 실험실에서 제조한 메르스 진단시약에 대해, 2015년에는 독일 Altona사의 진단시약에 대해 긴급사용승인을 한 바가 있다.

위의 예에서 보듯 예상치 못했던 감염병이 발생한 경우는 기존의 의료기기의 허가와는 다른 트랙인 긴급사용승인(Emergency Use Authorization)이라는 프로세스를 통해 특정 실험실에서의 한시적 사용으로 접근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국가 비상사태시 필요한 법령 미비

이에 식약처도 향후 금번 메르스 감염병의 유행과 같은 국가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환자의 진단 및 치료에 필요한 의료기기를 신속하게 확보하고 사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기 위한 관련 법령 개정 등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서 말한 내용에 대한 ‘의료기기법’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10831, ’14. 6.10)이 국회에 제출했으나 현재 계류 중에 있다.

즉,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강조하는 부분은 허가 난 의료기기가 없는 상황에서 감염병의 대유행 등 긴급사태가 발생하면 진단에 사용하는 의료기기를 ‘허가’라는 프로세스로 풀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의 예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긴급사용승인’을 통해 위기 극복을 위해 한시적으로 사용승인해주는 것이 합리적 판단에 따른 올바른 절차이다.

현재 의료기기법에는 이런 법적 근거가 다소 미흡하기 때문에 향후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할 예정이고, 현재 민현주 국회의원 대표발의된 ‘국가비상사태 진단·치료 의료기기에 관한 특례’규정이 신설될 수 있도록 국회에서 조속히 통과돼야 할 것이다.

특히, 토론회에서 발표를 맡은 고려대 생명과학대학 이남태 교수의 발전방안 중 일부에 대해 적극 공감하는 바이다. 이 교수는 체외진단기기과의 조직 및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올해 1월 체외진단기기과가 신설됐지만 정원은 7명으로 다른 허가심사하는 부서(과)에 비하면 인력이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 교수의 주장은 미 FDA 체외진단방사선부(OIR) 산하에 체외진단제품 전담부서만 3개과에 운영인원은 12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비록 한국에 비해 미국의 국토와 인구에서 월등히 크고 많지만 발생질병은 거의 동일하다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이다. 즉 초기의료대응의 핵심은 신속진단이며 이를 수행하기 위해선 조직 확대 및 증원이 요구되며, 인허가 제도의 신속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유럽, 미국 등이 검사시약과 장비를 포괄해 체외진단제품으로 관리하는 별도의 제도 및 독립법안을 마련, 운용하고 있듯이 국내에도 별도의 제도적·법적인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동안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체외진단시약이 의료기기으로 전환 관리됐고, 이제는 체외진단의료기기법 등을 제정해 체외진단분석기와 체외진단시약이 통합적으로 관리해야, 신속한 인허가가 수행되고, 감염병의 유행에 있어서 효율적인 대응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제도·법 개선 및 필요에 따라 법제정을 강조하는 바는 국민의 생명과 안녕은 물론 산업의 경쟁력을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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