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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순위 목표는 사업화, 의료진과 기업이 꼭 참여하고 특허·수가·인허가는 R&D전 검토하겠다”보건의료산업전문지 공동 인터뷰 - 김법민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개발사업단장
김지선 기자 | 승인 2020.06.11 14:25

● 보건의료산업전문지 공동 인터뷰 - 김법민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개발사업단장

"1순위 목표는 사업화, 의료진과 기업이 꼭 참여하고 
 특허·수가·인허가는 R&D전 검토하겠다"

국내 의료기기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설립된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개발사업단이 지난달 13일 서울 중구 상공회의소에서 개소식을 열고 공식 출범했다. 사업단은 앞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식품의약안전처까지 4개 부처와 연계해 의료기기 연구개발(R&D)사업부터 허가에 이르는 의료기기개발의 전 과정을 국가적으로 지원하게 된다. 사업기간은 2025년까지로 사업단은 6년간 약 1조2000억원의 예산을 지원받는다. 개소식에 앞서 지난달 11일, 김법민 사업단장이 기자간담회를 열고 향후 계획과 각오에 대해 밝혔다. <편집자 주>

사업계획이 궁금하다.
사업단 사업은 모두 4가지 내역으로 이뤄져 있다. 1내역은 '글로벌 경쟁력 확보 제품 개발'이다. 산업구조가 탄탄하고 시장에서 어느 정도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품목들을 명품화하고 수요는 많지만 매출이나 성과가 두드러지지 않은 품목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일각에서는 ‘그간 진행됐던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과 무엇이 다르냐’는 말도 있지만우리 사업의 주목적 중 하나가 ‘잘하는것을 더 잘하게 해주자’이다. 2내역은 ‘4차산업혁명 및 미래의료환경 선도’다. 의료환경은 점점 개인맞춤형으로 변화하고, 새로운 형태의 의료기기군 및 시장이 형성되는 추세다. 여기에 발맞춰, 우리나라의 강점인 디지털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선도하고자 한다. 인공지능(AI), 스마트헬스케어, 사물인터넷(IoT), 로봇 관련 사업, 미래형 소자·소재사업 등이 여기에속한다. 3내역 '공공복지구현 및 사회문제해결사업'은 크게 3가지로 구성돼있다. 하나는 장애인을 위한 기기다. 여기에는 장애인복지법으로 정해진 기기도 포함된다. 나머지는 고령자를 위한 기기와 현장형 기기다. 현장형 기기는 의료 소외지역 국민 등 비대면 진료가 필요한 분들에게 적정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기기와 관련된 사업이다. 4내역 ‘의료기기 사업화 역량 강화사업’은 임상 및 맞춤형 인허가 지원사업이다. 이 사업은 1, 2, 3내역에 포함된 임상 및 인허가지원과는 다르다. 우리나라 의료기기산업은 2만군이 넘는 대표적인 다품종사업이다. 최근 다양한 틈새시장을 노린 의료기기가 많이 개발되고 있는데 4내역은 이런 사업의 임상을 돕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기기 개발 시, 인허가, 신뢰성평가기술표준 등을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려 한다. 이 4가지 내역에 공통으로 전략제품형, 품목지정형, 조기성과창출형, 핵심기술형, 선도기술개발형 등 5가지 형태의 제안요청서(RFP)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놓았다.

정부지원 규모가 1조2000억에 달해 업계의 관심이 높다. 한 기업 혹은 연구팀당 어느 정도 수준의 금액을 지원받을 수 있나?
먼저, 올해는 931억원을 배정받았다. 내년에는 약 1900억원 정도의 예산 배정을 건의할 계획이다. REP가이드라인 중 전략제품형의 경우 보통 연 15~20억원, 6년이면 100억원이 넘는 사업자금을 지원받게 된다. 품목지정형은 4~5년간 연 5~12억원, 조기성과창출형은 연 3~8억원씩 3년간 지원할 계획이다. 앞서 언급한 것은 제품화 지원 사업이고 나머지 핵심기술형과 선도기술개발형은 기술개발 지원사업이다. 의료기기산업은 원천 및 핵심기술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핵심기술형은 개인에게 연 2~3억, 선도기술개발형은 단체에 연 6~8억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각 부처는 어떤 형태로 사업단에 참여하게 되나. 사업단을 4개 부처와 함께 꾸려나가며 겪은 애로사항은 업었는지?
각 부처가 2년씩 돌아가며 사업단 간사를 맡기로 했고, 첫 번째로 산자부가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각 부처의 문화와 언어가 조금씩 차이가 있어 각 부처와 용어와 개념을 조율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했지만 잘 마무리됐다. 의료기기사업을 범부처로 진행해야 한다는 요구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2011년에는 관련 사업 총괄위원장을 맡았으나 무산된 적이 있다. 이후에도 여러 번 좌절을 겪은 끝에 드디어 첫발을 내딛게 됐다. 감개무량하다

각 부처의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첨예한 대립을 보이진 않았는지?
과제를 구상하며 사업단에서 하고 싶은 사업보단, 과제 선정과정에서 기업이 원하고 현실화 가능한 아이디어를 걸러낼 수 있는 체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과제에 세부적인 틀을 제시하진 않았다. 조건을 만족시키려 목표 설정이 과제를 실패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이 어긋나는 경우를 종종 봐왔기 때문이다. 대신 많은 사업을 포용할 수 있는 큰 틀을 만들어 다양한 제안을 수용할 수 있게 구성했기에 갈등이 적었다.

초음파기기 등 이미 자리 잡은 분야들이 더 명품화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AI)기반의 차세대 초음파기기나 휴대용 의료기기처럼 지금 있는 기기와는 다른 종류의 초음파 제품군을 만들 수 있다. 1내역 주요 내용을 보면 기존에 있는 사업도 있지만 신개념 고성능·인공지능 기반 지능형 초음파 영상기기개발, 초음파-광초음파융합 영상기기 개발 등 새로운 사업도 많다. 광초음파나 심장초음파는 의료기기화 또는 현장 적용까지는 미치지 못했다. 지금보다 진일보할 수 있도록 지원할 생각이다. 우리나라에서 초음파기기 완제품을 만드는 기업이 많지 않다. 개인적으로 초음파기기사업에 뛰어드는 기업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다.

언택트 시대가 다가오며 원격진료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관련 분야 의료기기육성에 대한 방안도 있는지. 더불어 원격모니터링 및 처방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도 투자 대상에 포함되는지 궁금하다.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원격진료가 점진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원격진료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부족한 상황이다. 원격진료는 약 10년 전부터 관련 연구개발이 많이 진행돼, 제도만 갖춰진다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많다.

한편, 원격모니터링은 합법이라 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 등에서는 이미 화상진료를 보고 있다. 사업단은 현 시스템에서 당장 사용 가능한 기술을 우선 개발하고 추후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을 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대비하는, 투 트랙 전략으로 대응하려 한다. 로봇암(robot arm)을 이용한 초음파 또는 보건소에서 사용하는 안과진단기, AI를 이용한 웰니스기기도 이 범주에 들어간다.

앞서 진행된 공청회에서 국내 병원의 국산제품 활용과 사업단의 자율성 확보 등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이를 극복할 방안이 있다면?
국가와 의료계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문제다. 의료기기개발에는 인허가, 수가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공공조달사업으로 신제품을 일정 부분 활용해주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 또, 식약처 등과 논의해 국산기기 사용 비율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 등 실효성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 병원에서 국산 의료기기에 대한 애정을 가져줬으면 한다. 의료기관과 의료기기산업계가 협력관계로 함께 발전해나가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외국에서 국내산 진단키트로 의료기기 위상이높아지는 등 과거보다 환경이 좋아졌다. 또 국가적으로 큰 금액의 펀딩이 이뤄지다 보니 병원에서도 관심이 높다. '의료기기를 만들어도 병원에서 쓰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많다. 때문에 기획부터 의료진(MD)과 함께하려 한다. RFP 가이드라인 대부분 유형이 'MD와 기업의 참여'를 필수로 지정하고 있다. '임상시험에서 얻는 지식재산권(IP)의 결과물을 MD와 기업이 공유할 수 있다'고 못 박아, 공동운명체로 함께 개발하고 나아갈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또 우리나라 의료기기 기업의 80%가 매출 100억원 이하로 영세하다 보니 제품 신뢰성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곳이 많았다. 기기의 신뢰성과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임상시험이 정말 중요하다. 서울대병원과 고대구로병원이 지난 2018년 의료기기 사용적합성 인프라 구축사업 수행 기관으로 지정되는 등 임상시험센터나 테스트베드 등 인프라는 충분하다. 이런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주고 의사가 임상시험에 참여해 제품화에 필요한 정확한 논평을 준다면 기기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혁신 의료기기산업 육성과 지원을 위한 '의료기기산업 및 혁신의료기기 지원법'과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 사업이 추진 중이다.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까?
혁신의료기기법과 사업단 사업은 명품화, 미래시장, 공공사업부문 등 겹치는 부분이 많아 시너지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개인적으로 혁신의료기기법을 너무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보다 되는 것보다 조건에 맞는 다양한 기업이 선정돼 많은 업체들이 혜택을 받게 되길 바란다.

코로나19와 관련된 과제도 있는지?
코로나뿐만 아니라 호흡기 관련 감염병을 대비할 수 있는 과제도 많다. 에크모 같은 경우는 전략과제로 들어있고 음압장치, 인공호흡기, 이동형CT, 차세대 형태의 분자진단기기 등 6가지 정도가 담겨있다. 감염병이 호흡기뿐만 아니라 간염 등 다른 형태의 감염경로 많아,이런 것을 진단하는 체외진단기기 개발과제도 있다.

이번 코로나19 진단키트 긴급사용승인에 대해 ‘정부와 업계가 소통을 잘했다’는 평가가 많다. 신사업에서도 정부와 업계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진다면 각종 규제 해소 및 완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최근 정부에서 의료기기 사업을 강조하고 지원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져 놀랍고 감사하다. 긴급사용승인 같은 예는 많지 않다. 긴급사용승인이나 패스트트랙은 신의료기술평가, 허가, 보험등재 등의 기간을 줄여주겠다는 취지인데 이런 예들이 정착됐으면 한다. 진단키트 같은 예가 생겼으니 앞으로는 수월하게이뤄지지 않을까.

사업단장에 지원하며 받은 질문 중 하나가 이해관계자와의 연계 방법이다. R&D, 임상실험, 인허가, 판매, 해외판매와 관련된 정부, 민간기관, 기업, 병원, 연구자 등 어마어마하게 많다. 특히, 우리나라에는 의료기기사업 인프라가 많다. 오송·대구 첨단복합단지, 구미전자의료클러스터, 원주·김해 의료기기테크노밸리뿐만 아니라 최근 바이오헬스가 이슈로 떠오르며 많은 지자체에서 의료기기를 포함한 클러스터를 만들고있다. 사업단이 허브(Hub)가 돼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로 이뤄지는 인프라 관련 사업을 하나로 묶고 기업과 인프라를 연결하는 것도 사업단 주요 과제 중 하나다.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는 점 중 하나가 수가가 낮아 쓰이지 못하는 경우다.
수가가 낮다는 이유로 의료기기개발 마지막 단계까지 갔다가 어그러진 사례를 많이 봤다. 특별재활기기를 만들었는데 일반도수치료와 수가 같다든가, 치료재료를 만들었는데 별도 수가를 받지 못한다든지 예가 아주 많다. 수가가 낮으면 연구개발비용을 회수할 방법이 없어진다. 사업단에서는 이런 이슈를 연구개발 전에 미리 고민하게 만들겠다.

사업단에서 중요하게 계획한 점 중 하나가 사업 과제에 선정되면 제일 먼저 특허 조사를 실시하는 것이다. 자체적으로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특허청과 연계해 제대로 된 특허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 이를 바탕으로 초기 단계에 회피전략이나 진행방안을 미리 고민한 후에 연구개발에 들어가게 하겠다. 두 번째는 수가나 인허가 문제를 연구개발 전에 고려할 수 있도록 하겠다. 기술은 좋은데 의료기기화되기 어렵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을 것이다. 대신 핵심기술개발지원사업 중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사업화 과제로 넘긴다거나 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여러 번 강조했지만, 우리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업화 가능 여부다.

나눠 먹기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사업단의 연구선정방향이 궁금하다.
이미 예비타당성 단계에서 같은 지적을 받았다. 후보군이 다양하고 많은 사업이 담겨있어 나눠 먹기처럼 보일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많은 회의와 고민끝에 사업화 가능성이 있는 사업만 모아놓았다. 연구자로서 사업화보다 과제에 관심을 보이는 경우를 종종 봐 왔다. 그걸 어떻게 가려내느냐가 본 사업의 성패를 가른다고 생각한다. 우려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마지막으로 사업단을 이끄는 각오와 지면을 통해 꼭 전하고 싶으신 메시지가 있다면?
의공학과 교수로서 의료기기 대기업, 중견기업 등 '우리 학생들이 취업하고 싶어 하는 탄탄한 기업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라는 꿈이 있다. 유니콘 기업까진 못 미치더라도, 탄탄한 의료기기기업이 나온다면, '내가 열심히 했구나'하고 자평할 수 있을 것 같다. 2년 임기 동안 학생들이 가고 싶어 하는 탄탄한의료기기 기업을 만들자는 목표로 최선을 다하겠다.

사업단이 진행이 힘들지만 보람차다. 사업단 구성원 모두,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다. 오랜 노력 끝에 의료기기사업에 국가적으로 큰 펀딩이 이뤄졌지만, 이는 기회와 동시에 위기다.

예타 단계에서 받은 뼈아픈 질문이 '우리나라에서 의료기기사업을 왜 해야하냐'는 것이다. 의료기기산업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6년 파티하고 끝날 것이 아니라 6년 이후 후속 기획, 과제들이 나올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선 4, 5년 안에 어느 정도 성과가 나와야 한다. 사업안을 보면 기업이나 연구자 입장에서는 기준이 엄격하다고 할 만큼 압박하는 부분이 있다. 그만큼 절박하다. 관련된 분들이 많은 도움 주시길 바란다.

김지선 기자  kjs0413@kmdi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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