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AI, 빅데이터 등 혁신의료기기 분야에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책 필요

이경국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장이 지난 1일 경제 전문지 이데일리와 한국의료기기산업의 현황과 비전에 관해 인터뷰를 가졌다.

▲ 이 경 국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장

현재 국내에는 200여 개 업체가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가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검사하는 체외진단기기를 공급하는 업체로 지정한 곳만 씨젠, SD바이오센서 등 5곳에 달한다. 여기에 40여 개 업체가 정부에 진단기기 및 시약을 공급할 수 있는 자격을 추가로 얻기 위해 심사결과를 기다리고 있을 정도로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업체들이 즐비하다. 미국을 포함해 유럽 등 세계 20여 개가 넘는 국가에서 국내업체들의 코로나19 진단기기 및 시약을 찾으면서 국내 의료기기 업계의 글로벌 위상이 한 단계 도약했다는 평가다.

현 상황 국가정책의 중요성 확인

이 회장은 “국가의 산업육성 정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국내 진단기기 업계다. 우리 정부는 다른 국가들에 앞서 전염병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진단기기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이 분야 벤처들에 10여 년 전부터 연구자금을 집중 지원해왔다”고 밝혔다.

식약처가 다른 국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체외진단과’를 지난 2014년 신설하고 업계를 제도적으로 지원해 온 것도 높게 평가했다. 이에 비해 유럽이나 미국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고 나서야 체외진단기기 업체들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현실적인 규정을 만드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게 이 회장의 설명이다.

인터뷰에서 이 회장은 ‘코로나19’ 사태 후 한국산 진단기기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배경으로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는 격언이 현 상황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말”이라며 “세계적 수준의 임상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국내 병원에서 경험을 쌓으며 실력을 갖춘 전문 의료진들이 사업에 뛰어들어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어냈고 여기에 정부가 10여 년 전부터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의료기기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며 체외진단기기 제품 허가를 받기 위한 필요조건을 일찌감치 체계적으로 마련함으로써 업계가 글로벌한 경쟁력을 갖추는데 큰 기여를 했다는 것이다.

우리 기업, 퀀텀점프 가능성 높아

이 회장은 이어, 진단기기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국내 의료기기 산업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에 대해 “국내 의료기기 산업은 과거 1990년대 IT 태동기 때와 비슷하다”고 진단하고 “업계 전체 매출이 7조원 안팎에 불과하지만 ‘퀀텀 점프’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무르익고 있다”며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평균 수십 년이 걸리는 제약·바이오산업에 비해 의료기기 분야는 수년 내에 가능한 잠재력이 큰 산업”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또, 체외진단기기 분야 외에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분야로 미용의료 기기, 인공지능(AI)·빅데이터를 중심으로 하는 의료 4차산업혁명의혁신의료기기 분야를 꼽았다. 이 회장은 “이 분야들은 세계적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특히 의료 AI와 빅데이터 분야에서는 바이오벤처들이 급증하며 경쟁도 치열하다. 조만간 글로벌기업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부에서 이들 업종에 정책지원을 집중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의료기기산업과 제약·바이오 산업을 ‘동전의 양면’에 비유하기도 했다. 제약·바이오산업이 ‘소프트웨어’라면 의료기기산업은 ‘하드웨어’로 환자를 제대로 진료하려면 품질 좋은 의료기기가 선행되고 다음이 환자 치료를 위한 의약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특히 “미국, 유럽 등 헬스케어 선진국은 예외없이 제약과 의료기기를 동등하게 중시해 함께 육성하는 전략을 편다”며 “정부에서 ‘제약 강국’을 국정과제로 삼고 있는 만큼 이를 달성하기 위해선 제약산업뿐만 아니라 의료기기 산업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때 진정한 ‘헬스케어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만큼 의료 AI와 빅데이터 분야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했다.

국내 업체 M&A로 도약 기회 찾아야

이 회장은 한편, MRI(자기공명 영상장치) 분야 전문업체인 일본의 중소업체 ‘요쿠가와 전기’를 인수하며 세계 MRI 시장을 석권, 세계적인 의료기기 업체로 급부상한 GE헬스케어와 메이저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였지만 정부의 강력한 규제정책으로 산업이 성장하지 못한 일본의 필립스, 지멘스 등의 업체를 예로 들며 “국내 의료기기 업계가 성장하기 위해선 먼저, 의료기기 업체들이 해외 수출에 매진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적극 지원해야 하며 여기에 국내 의료기기 업체들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기업들을 초기 인수해 성장하는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이 회장은 “국내 진단기기 시장규모는 대략 1조원으로 지난 3~4년 사이 시장이 2배로 커질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감염여부를 검사하는 진단기기 및 시약을 포함하는 체외진단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고 국내진단기기 시장 현황에 대해 설명한 후 “국내 진단기기 업체들은 타액, 땀 등을 통해 질환 여부를 측정하는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반면 글로벌 업체들은 혈액을 채취해 질병을 진단하는 분야에서 기술력을 갖췄다. 세계 각국이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국내 업체들의 진단기기를 선호하는 것은 타액을 통한 검사방식이 혈액에 비해 편리성과 비용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다는 측면도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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