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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과 건강저자 하워드 웨이츠킨, 출판사 나름북스
의료기기뉴스라인 | 승인 2020.01.07 13:26

제국과 건강
보건의학의 정치경제와 사회의학의 미래

지난 7월 이란과 미국의 관계가 악화되며 시선을 끄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 파르사 아미니라는 안구암으로 앓고 있는 어린아이가 이란 테헤란의 마하크 병원에서 치료약의 부족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는 기사였다. 이란 정부는 의약품 수출을 제재하는 미국을 비난했지만, 미국은 인도주의적 물품은 제재 대상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미국이 자국의 힘을 이용해 무역 제재를 통한 경제 불안을 일으키는 일은 처음이 아니다. 가까이는 북한, 역사적으로 칠레나 쿠바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제국주의 통제권의 수단으로 의약품이나 의료기기를 이용하는 것이다. 

제재를 받는 처지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해당국 정부는 당연히 국민으로부터 비난을 받을 것이고 정국은 혼란으로 빠지고 높아지는 국민적 불안을 이용해 제국 입장에서 유리한 정권을 지원하는 전략이다. 이런 경우 병에 걸려도 제대로 된 약을 구하지 못해 고통받는 사람들의 원인은 강대국의 횡포다. 

역사적으로 질병에 대한 원인은 다양하게 변해왔다. 중세시대까지 질병의 원인은 죄로 인한 신이 내린 벌이었다. 치료방법조차 변변치 않던 시기에 그저 운명에 맡기는 방법 말고는 선택이 없었으며 자신을 탓하고 고통을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과학의 발달과 함께 의학의 발전은 질병의 원인이 세균에 있다는 것을 밝혀내고, 이를 치료하는 치료제와 의술이 급격히 발달하게 된다. 하지만 산업혁명을 거치며 더는 병의 원인이 세균뿐이 아니며 건강한 삶을 위한 환경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열악한 작업 환경으로 성장기에 필요한 최소 영양조차 공급받지 못해 영양실조가 걸린 어린아이들의 과다한 노동 그리고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장시간 노동이 근골격계 질환과 과로사에 대한 원인으로 밝혀졌다. 이를 기반으로 프리드리히 엥겔스, 루돌프 프르호, 살바도르 아옌데 등이 사회의학이라는 개념의 새로운 질병의 원인을 밝혀내고 노동환경 개선에 대한 정치적 해법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사회의학이 역사에 끼친 영향은 매우 크다. 제한 없는 노동시간에 대한 최대 노동시간의 제한과 법적 휴식을 도입하며 아동 노동에 대한 금지를 통해 인간이 가져야 하는 최소한의 인권을 보장하기 시작하고 이로 인해 과거와 같은 약탈적 착취를 통한 산업재해 등의 비율은 줄어들게 된다. 

그렇다면 현재는 사회의학이 가지는 질문이 모두 해결됐을까? 저자는 이 질문에 대해 부정적인 답을 한다. 대략 1980년부터 최근까지 새로운 형태의 경제체계가 또 다른 시련을 통해 사회의학에 과제를 줬으며 그 대상은 ‘신자유주의’다. 

기본적으로 신자유주의는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에 충실하다. 시장에서의 자유스러운 거래는 부를 증진하며 이 부를 통해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재원이 만들어지고 사회가 건강해질 때 비로소 국가의 역할이 완성된다는 것이다. 국가의 부를 증진하는 자유시장 경제의 거래행위야말로 부의 원천이라고 주장한다. 

자유시장의 보장을 위해 재산권은 강력한 보호를 받아야 하고 자유시장과 자유무역이라는 조건 아래서 효율성과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개별 기업의 활동은 인간의 행복을 증진함과 동시에 가치를 만들게 된다는 점이다. 이 이론에 의하면 국가의 부가 증진할 때 빈곤의 문제 역시 해결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신자유주의가 가지는 철학은 고전 경제학이 주는 의미와 다른 점이 있다. 시장의 자유로운 활동을 위한 국가의 개입을 반대하며 중앙집권적 성격의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반감을 드러낸다. 의료, 공중 보건 및 공공서비스가 시장의 논리와 효율성에 따라 결정되기를 기대하고 민영화를 통한 해법을 주장한다. 

신자유주의는 알프레드 바셜, 윌리엄 제번스, 레옹 발라 같은 인물들에 의해 19세기 후반 신고전파 경제학의 자유시장을 지지하며 아담 스미스와 데이비드 리카르토 같은 상대적이지만 어느 정도 규제가 작동하는 시장을 지지했던 고전적인 경제적 자유주의자들의 원리를 대체했는데 그 결과 신자유주의(Neoliberalism)라는 용어가 탄생하게 된다.

신자유주의와 자유주의에 대한 결정적 차이는 위험의 사회화(Socialization of risk)에 있다. 중요한 것은 최근 세계 경제를 혼란에 몰았던 투자자들의 투기사업도 허용하고 보건의료와 보험을 판매하는 민간기업에 대한 위험도 역시 허용됐다. 

2008년 미국의 경제 위기에서 드러났듯이 신자유주의 국가는 민간은행이 투자에 실패할 경우 이를 구제하기 위한 국가의 금융이 개입했다. 달리 이야기하면 공공 부분에 대한 해체가 이루어 지면서 실패한 시장에 대한 공공자금의 투입을 통해 국가가 강제로 경기를 부양한 결과로 나타낸다. 

이러한 과정에서 초국가 자본과 계급과 다국적 회사의 임원들은 소위 회전문 인사를 통해 정부 관계자와 기업을 번갈아 가며 이직을 거듭하게 되고 천문학적 급여를 통한 특혜를 보게 된다. 

저자는 기업 권력의 부상과 초국적 지배계급 그리고 신자유주의의 등장이 서로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 주면 이들이 어떻게 세계 시장을 지배하는지에 대해 세계무역기구 등을 예를 들어 설명했다. 

세계적 기준이나 표준화를 통한 자유무역의 선제 조건은 수출형 국가나 중진국에서는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를 바탕으로 국경 없는 교역의 환경을 만들고 각 나라의 대외 의존성을 높여 갈수록 지배력이 높아지는 것이다. 

칠레와 쿠바의 경우를 비교해 봐도 자립 기반이 없을 때 그 결론이 어떤지에 대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세계화로 포장된 신자유주의가 모든 나라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보건의료의 민영화에 맞선 엘살바도르의 저항과 물 민영화에 맞선 볼리바아의 저항을 예로 이전과 다른 대중운동의 흐름을 희망적으로 볼 수 있다. 

멕시코 역시 사회의학의 중요성이 부각 되고 질병과 사망의 불평등을 줄이고 보건의료 서비스의 이용을 막는 경제·사회·문화적 장벽을 제거함으로써 보건의료의 민주화를 도모하고 있다. 

저자는 제국의 영향력이 감소해 가는 라틴아메리카 사회의학의 대안적 미래의 지표를 제시한다. 제국의 착취와 정당화 이데올로기가 끝을 드러내며 새로운 공중 보건과 비전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미래의 사회정책과 건강, 질병, 사회문화적 요인, 노동과 환경 그리고 건강 사이의 관계 폭력과 트라우마, 사회의학의 미래를 제시하며 건강권을 획득하기 위한 국가의 역할에 대해 방향을 제시한다. 

사람의 목숨은 다시 살릴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하늘이 내려준 단 하나의 존재 가치다. 빈곤, 생활 환경, 사회적 소외, 노동환경, 공해, 지역 및 정치적 차별 등을 통해 한번 잃으면 다시 돌이킬 수 없다. 의술의 한계를 벗어난 사회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며 사회의학은 그래서 가치가 있는 학문이다.     

얼마 전 한국에 방문하기도 했던 하워드 웨이츠킨은 하버드 대학에서 사회학 박사와 의학 박사 학위를 동시에 취득한 이후 UC. Irvine을 거처 뉴멕시코대학에 재직했다. 현재 동 대학 사회학과 명예 교수와 일리노이대학교 시카고 캠퍼스 의과대학의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정치경제학에 관한 폭넓은 주제를 연구했으며 저서로 ‘The second Sickness(1983;2000)’, ‘The Polotics of Medical Encounters(1991)’ 등이 있다. 

옮긴이는 미국 존슨홉킨스 대학교 정치학 박사과정의 정웅기와 캐나다 맥마스터대학교 보건정책학 박사과정의 김청아가 맡았다. 2019년 10월 나름북스에서 책을 펴냈다. 

[기고자 소개]
이진휴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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