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빅데이터 접목 유방암·당뇨병 진단 혁신 의료기기 등장

■ 현장르포 - 제82회 중국국제의료기기전시회(CMEF Autumn 2019)

"중국 의료기기 성장 모멘텀 'AI·빅데이터·원격진료'"
AI·빅데이터 접목 유방암·당뇨병 진단 혁신 의료기기 등장
환자·의사 간 원격진료 의료기기산업 양적 질적 발전 견인

"인공지능, 미래를 재구성하다(Intelligence Reshapes the Future)"

중국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핵심 화두 ‘인공지능(AI)’는 의료기기분야에서도 뜨거운 이슈였다.

지난달 22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폐막한 ‘제82회 중국국제의료기기전시회(CMEF Autumn 2019)’에서는 AI와 빅데이터를 접목한 의료기기부터 이를 활용한 원격진료까지 ‘Intelligent Health’ 실현을 위한 중국 의료기기산업 발전의 패러다임 변화를 엿볼 수 있었다.

중국 로컬기업 Agile Healthcare Zhejiang社가 선보인 ‘MEGERX BUST’는 유방암 진단 정확도를 한층 개선한 맘모그라피로 눈길을 끌었다. 해당 장비는 다각도로 촬영한 유방 영상을 고해상도 3D로 제공하고 회사가 수집한 유방암 환자 빅데이터 기반 AI 소프트웨어로 분석해 의사의 정확한 진단을 지원한다.

이 회사 궈우커 영업관리 매니저는 “외국에서는 정책적으로 유방암 검진을 시행하지만 중국의 경우 빈곤층을 대상으로 자궁·유방암에 대한 검사 보조금을 지원할 뿐 국가 주도 정기검진을 하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여성 역시 정확한 유방암 진단이 쉽지 않은 치밀 유방이 많고, 유방암 환자 또한 증가하고 있지만 유방암 검진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낮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올해 7월 출시해 현재 검진센터에서 도입한 MEGERX BUST는 내년부터 2급·3급 병원에도 공급을 확대할 예정”이라며 “지속적으로 축적되는 환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해 유방암 진단 정확도를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 의료서비스 개혁 정책에 빅데이터 기반 검강검진시스템 발전 거듭

중국 정부가 2016년 10월 발표한 의료서비스 개혁안 ‘건강중국 2030(健康中國 2030)’ 계획 요강을 토대로 조기 진단·예방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빅데이터 기반 건강검진시스템도 기술적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China Huisianpu Medical Systems社가 출품한 건강검진시스템 ‘HRA(Health Risk Appraisal)’는 생체전기임피던스측정법(Bioelectrical Impedance Analysis·BIA)과 전기화학적 반응을 검사하는 크로노암페로메트리 분석 기술을 이용해 △심혈관 △내분비 △신경 △면역 △비뇨생식 △호흡 △소화기 △척추 등 9가지 건강진단 결과를 제공한다.

베이징 칭화대 체육건강연구소와 협력해 개발한 이 시스템은 중국 전역 공립병원·민간병원·검진센터 등 약 600곳에서 도입한 상태. 기자가 직접 해당 장비를 체험한 결과 검사 과정은 간단했다.

이마에 두 개의 전극 선을 붙이고 헤드셋 착용과 함께 양팔과 양발을 장비 상하에 각각 올려놓은 상태에서 5분 정도 검사시간이 소요됐다. 검사 후 진단결과는 9가지 진단 영상을 3D 이미지로 보여주고 각 항목별 건강상태를 회색, 노란색 등 각각의 컬러로 표시하는 한편 정상범위에서 부족한 만큼 숫자로 점수화해 생활습관 개선이나 병원 방문 등 지침을 담은 7장 분량 검사 보고서로 제공된다.

리쑹웨이 지역총괄 담당자는 "기존 건강검진시스템이 서양인 생체정보 기반이라면 HRA는 칭화대에서 수집한 중국 내 조선족 등 56개 소수민족을 포함한 약 10만명 빅데이터를 분석·개발한 만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인들의 건강상태를 파악하고 질병을 조기 진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진단결과가 경증이면 생활습관을 개선하면 되지만 만약 질병·질환 위험성이 높다는 결과가 나오면 병원 재검사를 받도록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HRA는 의료서비스가 낙후된 지방 소도시에서 효용성이 크다. 의사가 없는 보건시설에서도 간호사 출신이거나 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한 사람 등 의학지식이 있다면 진단결과를 설명해 줄 수 있다"며 "기본적으로 장비를 도입하면 담당자에 대한 전문 교육을 실시한다"고 덧붙였다.

HRA 검사는 비급여로 소득 수준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은 대도시의 경우 검사비가 800위엔(약 13만원)인 반면 지방에서는 100~200위엔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리쑹웨이 담당자는 "중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질병 치료에서 예방 중심으로 의료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AI·빅데이터를 활용한 예방의학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HRA 검사로 더 많은 질병 데이터를 축적하는 한편 장기 및 기관 절단 등 특수한 환자 빅데이터까지 수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둔 Global Health Ark Medical Technology(GHA)社는 '무채혈 혈당측정기'를 상용화하고 당뇨진단 원격진료시장에서의 새로운 비즈니스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 제품은 오른손 검지를 센서가 탑재된 당뇨측정기기에 넣으면 혈당수치는 물론 혈액 유속·맥박·인체 온·습도 등 8가지 정보를 소형 모니터를 통해 제공한다.

츄우짠 총경리(CEO)는 "혈당 센서 분석·데이터 계산 기능으로 국내외 특허를 받은 GHA 무채혈 혈당측정기는 베이징 칭화대와 함께 10년간 연구개발과 수만 명의 임상시험을 거쳐 지난 8월 NMPA(국가의약품감독관리총국·구 CFDA) 3등급 의료기기 허가를 받아 CMEF Autumn 2019에서 처음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이런 종류의 무채혈 혈당측정기 허가 사례가 없는 만큼 NMPA에서도 신중하게 검토하다보니 인허가 획득까지 약 5년의 시간이 소요됐다"고 말했다.

덧붙여 "중국은 총 인구의 10%에 해당하는 약 1억3000만 명의 당뇨병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정부에서도 건강중국 2030 등 만성질환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무채혈 혈당측정기가 많은 가정에 보급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스마트 의료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우리 역시 환자 임상시험을 진행해 빅데이터를 계속 수집하고 있다"며 "특히 지금은 무채혈 혈당측정기로 측정한 환자 데이터가 회사에 축적되지만 향후 환자 스마트폰이나 회사 플랫폼에서 바로 원격지 의사에게 실시간 전송해 당뇨병 진단·관리를 위한 원격진료가 가능한 시스템을 현재 개발 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무채혈 혈당측정기를 한국시장에도 수출할 계획이 있다"며 "오는 12월 2일부터 6일까지 한국 부산에서 열리는 국제당뇨병연맹(International Diabetes Federation·IDF) 학술대회에 참가해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했다.

CMEF Autumn 2019 한국관 참가업체 '원드롭(1drop)' 부스가 유독 많은 중국 바이어들로 인산인해를 이룬 이유 또한 원격진료가 가능한 '모바일 IVD(체외진단기기)'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원드롭 모바일 IVD는 △혈당 △콜레스테롤 △헤모글로빈 △요산 등 4가지 체외진단뿐만 아니라 데이터 저장·전송으로 만성질환 관리가 가능한 환자·의사 간 원격진료를 지원한다는 점에서 중국시장 맞춤형 의료기기로 부족함이 없었다.

이 회사 이주원 대표는 "혈당이나 헤모글로빈(빈혈 수치)을 검사하려면 측정기와 같은 전통적인 디바이스가 필요한 반면 모바일 IVD는 갤럭시·아이폰·화웨이 등 상용 스마트폰에 있는 카메라·플래시를 이용해 측정하는 것이 핵심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스마트폰 카메라 부분에 15개 특허를 받은 광학 알고리즘·기술을 적용한 1회용 측정 센서를 장착하고 소량의 혈액을 갔다대면 측정이 이뤄지는 한편 측정결과는 스마트폰에서 실시간 확인·저장·전송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그는 특히 "총 인구의 약 10% 가량이 당뇨를 갖고 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넓은 국토와 절대적으로 의료기관이 부족한 중국 현실에서 모바일로 간편한 체외진단이 이뤄지고 그 결과를 원격지 의사에게 전송해 만성질환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중국 바이어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당뇨 통증 빈혈 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은 환자에 대한 주기적인 사후관리가 중요하다"며 "모바일 IVD는 모바일을 통해 환자·의사 간 진단·상담·투약·관리가 이뤄져 의료비 절감과 함께 의료서비스 취약계층의 의료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의 경우 이해당사자 간 첨예한 갈등으로 좀처럼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원격진료가 중국에서는 도입에 대한 찬반 논쟁 자체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은 2014년 국무원이 발표한 '의료기관의 원격의료 추진에 관한 의견'을 기초로 '온라인 병원'이 설립되며 본격적인 원격진료시대를 맞았다. 실제로 중국 최초의 온라인 병원으로 광동성 제2인민병원이 2014년 10월 설립한 '광동성 온라인 병원'은 환자·의사 간 실시간 진단이 이뤄지는 원격진료는 물론 전자처방전 발급, 처방약 배송, 만성질환 관리,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한다.

물론 중국이 원격진료를 발 빠르게 도입한 나름의 이유가 있다. 도시·농촌 간 2배에 달하는 의사 수 격차와 공립병원 대형병원으로의 심각한 환자 쏠림 현상과 함께 넓은 국토의 지방 현급(縣級) 소도시까지 미치지 못하는 의료서비스 공급 부족을 해소해 의료접근성을 높이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환자와 의료기관 간 원격진료는 AI와 빅데이터를 접목한 혁신 의료기기 개발을 촉진하고 중국 의료기기산업 발전을 견인하는 또 다른 성장 모멘텀이 되고 있다.

HEDELONG社가 CMEF Autumn 2019에서 출품한 '디지털 청진기(Digital Stethoscope)'는 빠른 속도로 저변 확대가 이뤄지고 있는 중국 원격진료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난해 NMPA 2등급 의료기기 품목허가를 획득하고 올해 판매를 시작한 'DS88 SERIES'는 ANR(Ambient Noise Reduction·외부잡음제거장치) 제어기술을 통해 심장 박동·리듬 및 폐 청진음을 크게 개선했다.

기존 디지털 청진기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환자 스스로가 심장 및 폐 청진음을 청취·녹음·저장은 물론 해당 데이터를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통해 원격지 의사에게 전송할 수 있다는 것.

천쑈우썽 해외영업부 담당자는 "DS88 SERIES는 의과대학에서 교육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청진기 요청을 받았다"고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중국은 아직까지 아날로그 청진기를 많이 사용하지만 점차 디지털 청진기 도입이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미 광동성 광주시 3급 병원에서 우리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디지털 청진기는 기본적으로 의사가 사용하는 의료기기지만 의료서비스가 낙후된 지역의 환자도 DS88 SERIES를 활용해 본인 심장 박동 및 폐 청진음을 원격지 의사에게 전송함으로써 질병 조기 진단과 함께 위급한 상황도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희석 메디칼타임즈 기자

▲ 지난달 22일 중국 칭다오에서 폐막한 '제82회 중국국제의료기기전시회'에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접목한 다양한 혁신 의료기기를 선보임
▲ 중국 로컬기업 China Huisianpu Medical Systems社가 출품한 건강검진시스템 'HRA(Health Risk Appraisal)'
▲ Global Health Ark Medical Technology(GHA)社는 '무채혈 혈당측정기'를 상용화하고 당뇨진단 원격진료시장 비즈니스를 준비하고 있음
▲ 국내 스타트업 원드롭(1drop)은 모바일 IVD(체외진단기기)를 선보이며 중국 바이어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음
▲ HEDELONG社가 출품한 '디지털 청진기'는 빠른 속도로 저변 확대가 이뤄지고 있는 중국 원격진료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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