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 유럽 의료기기법 이해하기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 유럽 의료기기법 이해하기

"유럽 의료기기법, 사전허가-사후관리 순환 체계 강화"
새로운 인증기관, 규제역량 제고 위한 인적・재정・기술에 투자 필요

▲ 이 정 림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첨단의료기기과장

법 제정의 의미

유럽 의료기기법은 2017년 5월에 제정됐고 2020년 5월에 그 시행을 앞두고 있다. 1990년대에 제정돼 그간 통용되던 유럽 의료기기 지침들1)을 대체해 구속력이 가장 강한 법으로 상향시켰다.

유럽이사회(European Council)에서는 이러한 큰 변화의 주요 원인을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첫째, 과거 의료기기 지침이 의료분야의 눈부신 과학기술의 발전을 반영하기에 한계가 있었다. 둘째, 유럽의 회원국이 각각 의료기기를 등록하고 관리했으나, 국가 간 서로 호환되지 않는 경우가 있었고, 특히 국경을 넘어서 의료기기를 추적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또한, 국가 간 서로 다른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어, 의료기기 제조자가 유럽 내에서 여러 국가에 제품을 출시하고자 할 경우, 불필요한 부담이 있었다.

셋째, 의료기기의 적합성 평가를 유럽의 인증기관들이 담당하고 있으나, 인증기관들에 관련된 규칙이 국가마다 달랐다. 넷째, 공업용 실리콘으로 제작된 인공 유방과 금속 인공 엉덩이뼈 관절의 경우와 같이 의료기기로 인한 인체 안전문제가 국제적으로 확대됐다. 이에, 규제 제도를 현대화하고 안전성, 성능, 시장감시, 환자 보호를 강화하고 의료기기에 관한 추적성과 투명성을 보장하고자 했다.

유럽 의료기기 규제 거버넌스

유럽의 의료기기 제도는 각국의 규제당국들의 분권(decentralization)을 네트워크로 연결하고, 국가별 자치권(autonomy)을 유지하되 국제조화를 추진하는 형태다2). 유럽 의약품청(European Medicines Agency, EMA)3)과 달리, 유럽 내에 의료기기를 담당하는 단일 기관을 설립하지 않고, 유럽집행부(EC)와 회원국들이 상호 소통과 조정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추진됐다. 회원국 간 협력과 의료기기 조정그룹(Medical Device Coordination Group, MDCG)4)의 역할을 유럽 의료기기법에 명확하게 포함함으로써, 네트워크를 법제화하고 신규법 적용을 촉진하고자 했다.

유럽의 규제 네트워크5)는 △규제당국자 간의 조정 △국제조화된 규제정책의 집행 독려 △EC에 전문성 제공의 역할을 하고, △회원국에 도입될 수 있는 모범사례와 벤치마킹 과정을 기준이나 가이드라인 등의 형태로 개발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과 목표를 바탕으로, 유럽 의료기기법의 거버넌스는 EC, 회원국, 의료기기 조정그룹을 중심으로 협력 프레임워크(collaborative framework)를 구성하고 있다. EC는 최신의 임상적, 과학적, 기술적 전문성을 바탕으로 전문가패널(expert panels), 전문실험실(expert laboratories), 표준실험실(reference laboratories, 체외진단 의료기기 경우)을 지정한다.

따라서, 유럽 의료기기 제도는 EC, 회원국, MDCG가 긴밀하게 연결돼 정책결정 시 합의하고 정책집행을 공유하는 협력적 거버넌스(collaborative governance)6)의 사례라 할 수 있다.

의료기기 인증기관 지정과 관리 기준 강화

기존의 유럽 의료기기 제도에서는 유럽 내 각 규제당국이 자국에 인증기관(Notified Body, NB)을 지정하고, 인증기관들은 유럽 의료기기 법과 규정에 따라 적합성을 평가하고 판단하는 업무를 수행했다. 인증기관은 의료기기 제조자에게서 비용을 받고 인증서를 제공하는 영리 행위를 할 수 있고, 한곳의 인증기관에서 적합성을 인정받아 CE 마크를 발급받은 제품은 유럽 시장에서 판매가 가능했다.

그러나, 인증기관의 역할에 관해 그간 여러 가지 의문과 지적이 제기됐다. 일례로7)‘인증기관들은 서로 경쟁하며, 이윤을 창출하는 회사이며, 비용을 통제받지 않는다. 이것은 직접적인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 (중략) 제조자들이 “쉬운 경로(easy route)”를 선택하게 될 유혹이 생길 수 있다. 인증기관을 선택하는 것은 제조자의 책임이지만, 인증기관들의 품질의 차이로 인한 위험요소는 규제당국의 관리와 연관돼 있다‘라고 지적했다.

영국 하원 보고서8)에서는 ‘유럽 내 인증기관 간 차이가 규제시스템(유럽 의료기기 규정 적용 당시)의 주요 약점이다. 이는 제조자들이 의료기기 적합증을 쉽게 받을 수 있는 인증기관을 선택하게 하는 “쇼핑 관행(forum shopping)”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런 관행은 투명성과 책임성의 부족에 기인한다’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지적과 개선 요구를 바탕으로, 신규법에서는 인증기관을 지정하고 모니터링하는 절차와 요건을 상세하게 정했고, 이를 EU 차원에서 관리하도록 강화했다. 새로운 규제의 핵심은 EC와 회원국이 함께하는 공동평가팀(Joint Assessment Team, JAT)의 역할이며, 회원국의 규제당국들과 MDCG의 긴밀한 협력이라고 할 수 있다. EC의 대표 1명, 회원국 대표 2명(평가 대상인 인증기관이 속한 회원국 이외의 국가들)으로 구성해 공정성을 제고했고, 신청서의 문서 검토는 물론 현장 평가도 실시한다. 지정된 인증기관에 대한 회원국의 모니터링과 공동평가팀의 재평가도 실시하도록 했다.

고위험기기의 정밀심사 도입

신규법의 혁신적인 변경 중 하나는 고위험기기의 사전허가를 강화하고, EU 차원의 전문가 풀(pool)이 개입했으며, 이는 인증기관의 지정과 관리를 강화한 것과 같은 이유에서 출발했다. 인증기관의 적합성 평가 시 임상시험자료 검토와 관련된 문제점이 지적된 바 있다9).

‘인증기관들은 제조자들과 계약관계에 있는 사기업 형태다. 데이터는 인증기관이 검토하고, 시험은 인증기관이 신청자에게 요구하고, 시험결과는 상업적 기밀에 속하게 된다. 인증기관이 새로운 CE 마크를 발급할 때 이를 감독하는 규제당국에 보고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중략) 대부분의 인증기관은 임상시험자료를 요구하는 것을 주저하고 전문가들의 조언에 대응해 도전하거나 데이터를 시험할 역량이 부족하다.’

이에, 신규법에서는 특정 의료기기의 적합성 평가를 위한 정밀심사 방법을 도입했다. III등급 인체이식형 의료기기와 IIb등급으로 의약품을 투여하거나 제거하기 위한 능동의료기기는, 본래 이 기기들에 적용되는 인증기관의 적합성 평가절차에서 추가적으로 EU 차원의 임상평가 협의 절차(Clinical evaluation consultation procedure)를 거쳐야 하고, 적합한 인증서가 발행된 이후에도 규제당국과 EC의 추가 검토와 조치가 수반된다. 임상평가 협의 절차에 따라, 인증기관은 제조자가 제출한 임상평가보고서(Clinical Evaluation Report, CER)를 인증기관의 평가서(Clinical Evaluation Assessment Report, CEAR)와 함께 EC에 제공한다. EC는 EC가 지정한 전문가 패널에 이를 즉시 전달하고, 전문가 패널은 이를 검토 후 의견을 제시한다. 인증기관은 전문가 패널의 의견을 고려해 제조자가 제출한 서류에 관한 인증절차를 시작할 수 있다.

인증기관은 임상평가협의절차 여부, CEAR을 비롯한 제품에 발행한 인증서(Certificates), 안전성 및 성능 요약(Summary of Safety & Performance), 사용 설명서(Instruction for Use, IFU), 전문가 패널의 의견(Panels' Opinion), 인증기관의 해명서(전문가 패널의 의견을 따르지 않는 경우 그에 대한 타당성 입증자료)를 모두 전자시스템에 입력한다. 규제당국은 인증기관이 전자시스템에 입력한 상기 정보를 모두 입수한다. 그 다음 단계로, 규제당국은 EC와 함께 인증기관을 대상으로 모니터, 재평가, 조사 등의 추가 과정을 진행할 수 있으며, 필요 시 행정조치를 취한다. EC는 필요 시 MDCG와 함께 전문가 패널에게 관심 대상인 의료기기에 관해 자문을 요청할 수 있다. EC는 임상평가협의 절차가 수행된 기기의 목록과 평가보고서를 포함한 연례 요약서를 유럽의회, 유럽이사회, MDCG에 제공한다.

정밀심사 시스템은 그간 인증기관이 유럽 규제에서 가장 취약한 연결고리10)였다는 우려와 제조자들의 인증기관 ‘쇼핑 관행’에 대한 비판을 보완하고 유럽 차원에서 이를 관리하기 위한 절차로 도입됐다. 즉, 인증기관이 제조자의 문서를 평가해 인증서를 발행하기 전부터 EU 차원에서 이에 개입하고, 인증서가 발행된 이후에도 규제당 국과 EC가 이를 관리하고 추가 조치를 취할 수 있게 인증의 사전·사후체계(pre-and/or post-certification)11)로 강화됐다.

맺음말

유럽 의료기기 제도개선 배경에는 PDCA(Plan-Do-Check–Act)의 개념이 바탕이 됐으며, 사전허가와 사후관리가 연결돼 순환하며 전진하는 체계라고 할 수 있다. 기관 간 협력, 즉, EC-규제당국-인증기관-제조자의 상호작용, 그리고 제조자의 모든 활동은 지속적인 품질과 위험관리가 사전허가에 피드백이 되어 제품의 수명주기 동안 계속 업데이트되는 시스템이다. 제도를 시행할 때, 규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시스템과 규제 준수도를 제고하기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 즉, 규제당국자, 인증기관의 역량은 규제 전체 사이클을 운영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인적, 재정적, 기술적 규제역량 제고를 위한 투자가 수반돼야 규제에서 목표하는 바를 올바른 트랙에서 운영할 수 있다.

 

참고문헌
1) Directive 90/385/EEC, 93/42/EEC, 98/79/EC.
2)Drugs and Devices; Comparison of European and U.S. Approval Processes. Gail A. Van Norman, JACC: Bssic to Translational Science. Vol. 1. No. 5, 2016
3)European Medicines Agency (EMEA): 유럽의약품청. 1995년에 설립, 직원 895명, 현재 영국 런던 소재, http://www.ema.europa.eu/ema/
4)MDCG는 각 회원국에서 지정한 의료기기분야의 전문위원 1인과 체외진단의료기기 분야 전문위원 1인으로 (임기 3년 임기, 재임 가능) 구성한다. EC의 대표가 의장을 맡되, 투표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상설 또는 임시 sub groups을 구성할 수 있고, 내부 절차에 관한 규칙을 마련한다.
5)The policy-making structure of European regulatory networks and the domestic adoption of standards, Martino Maggetti and Fabrizio Gilardi, Journal of European Public Policy, 18:6, 830-847, 2011
6)Collaborative Governance, Chris Ansell, The Oxford Handbook of Governance, Edited by David Levi-Faur, 2012, http://www.oxfordhandbooks.com
7)Study on Corruption in the Healthcare Sector, EU 2013. https://publications.europa.eu/en/publication-detail/-/publication/7f1b284c-8adb-4c9a-85bc-189d0100d9d5/language-en/format-PDF/source-71479288
8)Regulation of medical implants in the EU and UK - Science and Technology Committee, House of Commons, UK. 17 October 2012
9)The EU’'s system for regulating medical devices, Peter McCulloch, BMJ 2012; 345
10)Europe’'s plan to tighten regulation of devices will not reach US standards, R. Coombes, BMJ 2012; 345
11)The European Council`s Partial General Approach to the Proposal for a Medical Device Regulation: Its potential implications on demarcation, classification, and conformity assessment of substance-based medical devices, R. Zeller-Adam, Universität Bonn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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