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영로 교수, 의료기기산업을 말하다 ③

■ 윤영로 교수, 의료기기산업을 말하다 ③

"의료기기 품목 변화에 따른 밀접한 산학 연계 필요"

▲ 윤 영 로
연세대학교 보건과학대학
의공학부교수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매년 발표하는 국내 의료기기 품목 자료를 2014년부터 2018년도까지 추려 생산액 상위 10개 품목(표 1), 수출액 상위 10개 품목(표 2), 수입액 상위 10개 품목(표 3)을 분석해 보고자한다. 생산액 및 수출액 상위 10개 품목 추위를 보면, 새롭게 추가되거나, 일부 품목의 경우는 순위가 내려갔다. 또한 동 기간 수입액 상위 10개 품목의 통계를 보면, 세계 의료기기산업에 비해 뒤처지고 있는 우리나라 의료기기산업 분야를 볼 수 있다.

치과·융복합 의료기기산업 발전

치과용임플란트의 경우 2014년 대비 생산 및 수출액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17년부터 치과용임플란트 고정체, 치과용임플란트 상부구조물, 치과용임플란트 시술기구 등 세 품목으로 세분된 이후에도 세 품목 모두 10위권을 지키고 있다. 초음파영상진단장치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생산액에서 2위, 수출액에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생산액과수출액에서 상위권에 있던 디지털엑스선촬영장치 대신 치과용전산화단층촬영엑스선장치가 2017년 수출액에서, 2018년 생산액에서 상위 10개 품목에 진입했다.

조직수복용생체재료는 2 0 1 4년 대비, 2015년을 기점으로 생산액 및 수출액에서 상위 10위권에 진입해 2016년부터는 생산액 및 수출액에서 상위 5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조직수복용생체재료 중 대부분은 필러다. 체외진단기기의 경우, 2014년 수출액 상위 10개 품목에 있던 혈당측정검사지와 고위험성감염체면역검사시약이 2015년에는 개인용면역화학검사지와 고위험성감염체면역검사시지, 2017년에는 개인용체외진단검사시약II, 2018년에는 HIV·HBV·HCV·HTLV 면역검사시약이 수출액 상위 10개 품목에 추가됐다.

이러한 추세를 보면 10여 년 전 전자나 기계에 의존하던 의료기기산업이 치과와 관련된 산업으로 전환되고, 조직수복용생체재료와 체외진단기기와 같은 융복합의료기기산업이 활발히 발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고령화와 생활방식이 일 중심에서 일과 삶의 균형을 강조하는 신조어 '워라벨(Work and Life Balance)'의 패턴 변화와 보험제도의 변화에 따르지 않나 생각한다. 삶의 가치에서 잘 먹을 수 있는 치아에 대한 중요성 역시 대두된다고 본다.

또한, 품목과 관련된 기업의 노력과 이에 따른 국내외 신뢰도가 높아짐을 볼 수 있다. 정부는 정부대로 의료기기산업 육성을 위해 지난 4월 30일 국회를 통과한 ‘의료기기산업 육성 및 혁신의료기기 지원법’과 ‘체외진단의료기기법’을 공포한 바 있다. 필자 역시 2017년 8월 28일 육성법 필요성에 대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공청회 참여와 2018년 2월 19일 국회에서 열린 체외진단의료기기 규제 혁신방안을 위한 토론회에 참여해 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의료기기 개발 활성화하려면

최근 5년간 수입액 통계를 보면 스텐트, 혈관내 튜브, 카테터, 전단화단층엑스선촬영장치, 자가공명전산화단층촬영장치, 인공신장기용여과기, 인공무릎관절, 면역화학검사시약 등은 수입액 상위 10개 품목에서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다.

필자가 그간 각 부처의 과제를 평가하면서 느낀 점은 정부는 정부대로 연구비를 투자했다는 것이다. 단지 이에 따른 개발품이 현실화되지 못한 것이 아쉽다. 또한 개발했다하지만 실제 필요한 임상을 고려하지 않은 연구 성과 결과를 볼 때 아쉬운 점이 많이 있다. 실제 인공관절과 관련 산업부 국제공동 연구 심사를 통해 인공관절에 관심을 갖고 문헌을 찾아보니, 2012년 8월 식약처에서 인공관절의 물리·기계적 시험방법 가이드라인과 2018년 특수재질인 인공무릎관절의 국제표준화기술문서(STED) 작성 가이드라인(민원인 안내서)을 제시한 바 있었다.

또한, 매년 서울시 산하 관련 병원에 의료장비 구매를 위한 위원회에 참여하며 느낀 점은 국산 의료기기 활성화를 위해서는 사용자인 의사나 환자가 안심하게 사용할 수 있게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신뢰를 줄 수 있는 노력을 가하는 동시에 홍보도 중요하다는 점이었다.

의료기기산업 추세가 전기·전자와 기계식에서 융복합형으로 바뀌는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산학연관의 밀접한 협력 체계다. 국내 의료기기 행사나 포럼 등에 참석하면 축사자들은 산학과 국산화를 강조하지만, 이를 담당할 50여 개의 대학 중 초대된 학(學)은 극소수이고, 참여해도 대부분 기업 위주이지 학에 대한 관심은 저조한 실정이다.

학 역시 갈수록 다품종 소량 생산의 중소·중견기업 위주의 의료기기산업에 대한 산업화와 상품화보다 대학 구조가 갖는 진급과 관련된 특수성으로 인해 산업화와 상품화보다는 순수 연구에 몰두하게 되는 것이 아쉽다. 국내 의료기기산업 활성화가 우선이던 필자의 선배들이나 필자의 초창기 시대와 달리 세대가 많이 바뀌고 있기에 기업과 학이 공동 연구를 할 때,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위의 5년 치 통계 분석 결과는 "세계 의료기기산업은 자국민 보호라는 명목으로 더욱더 규제가 강화되고 융복합화 될 것"이라는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다. 이에 따라 1세대 위주의 의료기기산업은 가족 회사 중심에서 1.5세대, 2세대로 가면서 새로운 창업을 통한 변화가 절실히 요구된다.

정부 역시 산(産) 따로 학(學) 따로 과제가 아닌 산학이 같이할 수 있는 정부 주도의 과제를 늘려야 한다. 인력이 없다는 불평보다 산학공동 연구를 통해 필요 인재를 수급하고 이를 대우해주는 변화도 필요하다. 지금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중소벤처기업부로 이관이 됐지만, 필자가 2012년 산업부를 설득해 진행한 중소·중견 기업을 위한 '기업연계형 연구개발 인력양성 사업'에 2014년부터 2019년 2월까지 전국 6개 대학이 3+2 프로젝트로 실시하고 2015년도부터 4개 대학이 참여한 바 있다. 의료기기 분야는 연세대학교가 유일하게 참여했다. 참여 대학원생의 70% 이상이 학위 취득 후에 국내 의료기기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본 사업을 통해 고등교육법을 바꿔 석사 학위의 경우 논문 대신 기업과 같이한 내용으로 졸업하는 프로젝트 학위제를 도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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