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의료기기산업大賞 : 박건우 교수(고려대학교병원 의료기기상생사업단장)

■인터뷰 - 의료기기산업大賞 : 박건우 교수(고려대학교병원 의료기기상생사업단장)

"국내 의료기기산업 발전 위한 병원-기업 상생 추구"
박건우 교수, 의료기기 개발 전주기에서 의료진 협력 강조

의료기기산업대상 수상 소감은?
뜻깊은 상을 수상해 영광이다. 병원이 국산 의료기기에 대한 생각과 태도를 바꾸고, 기업이 병원과 함께하는 파트너가 되고, 그리고 병원-기업이 상생하는 플랫폼을 갖추고 싶었다. 그래서 병원의 문턱을 낮추고 의료진과 기업이 만나는 장을 제공했다.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처음부터 합리적인 가이드를 제안하고 공동연구개발의 수익을 나중에 함께 나누는 계약을 체결하도록 중계자 역할을 수행했다. 함께 만든 공동연구개발 의료기기는 고대병원이 먼저 선도적으로 구매해 우리 기업들이 상급종합병원에 매출을 기대할 수 있도록 하는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서도 노력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많은 기업이 찾아 왔고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이번 의료기기산업대상 수상을 계기로 국산 의료기기 해외진출과 인증 그리고 선도구매 과정을 돕는 병원의 혁신적 변화와, 필요한 곳에 필요한 기기를 만들 수 있는 기업의 기술력 증대 및 가치창출에 힘을 보태고 싶다.

의사로서 의료기기 개발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병원-기업 협력을 위한 플랫폼을 구축하면서 다양한 의료기기기업과 만났고 서로 이해가 높아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양한 의료기기개발에 참여하게 됐다. 또한 병원의 우수한 후배들이 진료 수익 이외, 자신의 아이디어 실현화를 통해 재미와 부를 창출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고 싶었다.

4차산업혁명기술 관련 기업 중 스타트업 기업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상급종합병원의 매출 발생을 위해 필요한 것은? 또 지원방안이 있다면?
상급종합병원은 최대한 객관적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검증하고, 실제 의료현장에 사용할 수 있는 의료기기를 개발하는데 기여해야 한다. 또한 함께 개발한 병원은 그 제품을 구매(선도구매)해 기업이 제품을 홍보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4차산업혁명시대에 의료산업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데이터다. 우리나라 병원의 고품질 의료데이터를 환자의 동의를 얻어 익명화하고 그 데이터를 통해 기술개발에 이용, 인공지능(AI)과 헬스케어산업을 선도하는 것도 필요하다.

국산 의료장비가 여전히 상급종합병원에서 선호되지 않는 실정이다. 해결방법은?
기술력이 높은 국산 제품도 많다. 시작은 미미하지만 꾸준한 개발로 인지도를 높이고, 지속적인 제품 개량을 통해 세계 최고의 품질 수준을 갖춰야 한다. 특히 간단한 주사기, 붕대, 반창고 등 외국산 제품을 국내 우수한 제품으로 교체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며, 점진적으로 확대해 추후 병원의 모든 의료기기를 국산으로 교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병원도 병원의 국산화를 이루는 노력을 해야 한다. 고대병원도 국산 의료장비를 10% 수준(국내 평균 5%) 밖에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의료진과 병원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개발과 품질 개선으로 고품질의 사용자 친화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정책적으로는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해 국내 의약품에 수가반영을 정책화했던 것처럼 한시적으로 의료기기에도 이러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의료기기 제조사들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사업단을 운영하면서 기술력이 높은 기업들을 많이 만났다. 하지만 기술력을 너무 믿다보니, 정작 사용자인 의사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또한 병원과 의사의 도움을 받고 기업의 가치가 높아지거나 매출이 높아지게 되면, 기업에서 자연스럽게 병원과 의사를 멀리해 서로 관계가 소원해지는 경우도 있었다. 기업이 잘되는 만큼 그 개발에 참여하고 기여한 의사들도 보상이 적절하게 이뤄져야 한다. 병원과 기업, 의사와 개발자가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 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의료인과 의료기기산업계가 공동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제반 여건은?
의료기기산업 생태계에서 최종 수요자의 역할만 해온 의사에게 생태계 내에서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고 생태계를 가꾸는 핵심자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과 자주 소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성장해 가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현장에서의 신뢰확보가 최우선으로, 의료진과 함께 개발하는 문화와 절차가 필요하다. 해외 성공 클러스터에서는 의사가 개발을 주도하는 경우가 많고 기획부터 판매까지의 로드맵이 세워져 있는 상태에서 의료기기가 개발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친분이 있는 몇몇 의사들의 자문을 받은 후 개발을 완성한 상태에서 다시 임상시험을 위해 의사를 만나는 등 개발 전반에 있어 의료진의 참여도가 현저히 낮은 실정이다. 의료기기 개발 전주기(기획/기술/시장성/임상현상/판매유통)의 모든 과정에 최종사용자인 의료진과 병원의 적극적이고 제도적인 참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의료기기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가 지원하거나 마련해야 할 정책은?
병원의 국산화를 이뤄야 한다. 아주 간단한 물건도 의료기기가 되면 기술시험인증, 인허가를 거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험코드를 부여받아야 하는데, 이는 아주 어려운 일이다. 신기술 제품을 의료현장에서 우선적으로 사용할 때 병원에 인센티브를 주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독과점을 이루고 있는 유통구조 헤게모니(주도권)를 깰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을 마련해 상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지난 4월 제정된 '의료기기산업 육성 및 혁신의료기기 지원법'에 반영됐으면 하는 의료기기 분야 애로사항이 있다면?
혁신을 위해 혜택도 혁신적인 것들을 제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혁신형 의료기기기업에 대한 각종 혜택과 지원 범위 및 내용에서 기존 것들과의 차별성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임상시험지원에서 시험계획서의 작성은 유수의 전문 기업들이 본 영역을 담당하고 있으며 역량을 발휘 중이다. 또한, 급변하는 국제규격에 맞는 대응은 전문기업들이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으므로 단순한 시험계획서의 지원은 대안이 될 수 없다. 국가는 임상시험계획의 초기부터 의사(병원)의 자발적 협력을 이끌어내 개발 및 컨설팅 기업과 보조를 맞추고, 의사에게는 적절한 인센티브를 주며, 기업에게는 양질의 의료기기를 개발하고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

고려대병원 의료기기상생사업단의 향후 계획은?
의료기기상생사업단은 산업부 과제 종료 이후에도 고대안암병원 내에 센터로 정규 조직화돼 확대 운영될 계획이다. 의료기기뿐만 아니라 의료산업의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의료플랫폼상생센터'라는 이름으로, 병원과 기업이 함께하는 상생 생태계를 이뤄 나갈 것이다.

협회가 제정한 '의료기기산업대상'에 대한 의견과 당부가 있다면?
먼저 창립 20주년을 맞은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이경국 회장 그리고 관계자 여러분에게 축하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의료기기산업대상은 혁신적이고 우수한 의료기기 개발에 기여한 업계 종사자와 의료진에게 큰 격려와 동기부여가 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협회의 많은 지원과 성원을 부탁한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의료기기뉴스라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