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셸리 케이건, 출판사 엘도라도

죽음이란 무엇인가(DEATH)
예일대 17년 연속 최고의 명강의

모든 유기체에는 피할 수 없는 죽음의 실체가 존재한다. 인간은 영생을 꿈꾸지만 결국 언젠가는 죽기 마련이다.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해도 길어야 100년을 넘기기 쉽지 않다. 만약 내가 죽음을 앞두고 있다면 무엇을 할 것 인가에 대한 대답은 모두 다를 것이다. 사실 질문조차 부정하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학부 4학년에 죽음이라는 자신의 강의를 수강한 어느 학생에 대한 예를 들었다. 이미 1학년에 입학해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학생은 몇 년 안에 죽음이 올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학업을 계속했고, 결국 4학년 1학기를 넘기지 못하고 학업을 포기해야 했다. 

이 학생은 자신의 죽음이 임박했음을 알고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한 후, 본인의 희망을 학교를 졸업하는 것이라 마음먹고 불치의 병마와 싸우면서 열심히 학교에 다닌 것이다.

결국, 마지막 학기를 채우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 죽음을 기다리는 학생을 위해 그가 다니던 예일대학교에 교무 회의가 열렸다. 죽음을 앞둔 학생의 졸업에 대한 열띤 토론을 거친 후 학생의 졸업에 모든 교과목 교수와 행정책임자가 동의했다. 이후 교무과장을 학생에게 보내 이 사실을 알리게 되고 그 학생은 인생의 마지막에 본인이 원하는 것을 얻고 세상을 떠난다.

이 감동적인 이야기는 저자가 죽음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오랜 시간 강의하며 가르치고자 했던 그의 의도를 집약해서 보여주는 일화로 책의 중간에 쓰여 있는 내용이다.

저자가 많은 양의 사례와 철학적 이론 그리고 종교적 해석을 모두 집대성해 죽음이라는 한 가지 주제로 재편성했다. 그리고 그는 논리적 추론을 통해 죽음에 대한 실체와 모든 사람이 궁금해하는 이승 혹은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한 결론을 내리게 된다. 

죽음이란 결국 모든 인식 주체에 대한 종료를 의미하므로, 인식의 주체가 없는 상태에서 무엇인가를 인식하라고 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결론 내린다.

그렇다면 저자가 원하는 무엇인가에 대한 답은 죽음에 대한 공포와 내세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현재 삶의 가치에 대한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누구나 삶에 대한 애착과 죽음에 대한 공포가 있지만, 과도한 집착을 경계하고 대신 현재의 나에 대한 깊은 성찰의 중요성과 삶의 자세를 설명한다.

죽음에 대한 과도한 공포를 철학적 분석을 동원해 탁월하게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가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죽음이 네 가지 특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첫째는 모든 유기물은 반드시 죽는다는 “필연성”, 둘째는 내가 아무리 노력을 한다고 해도 얼마나 오래 살 수 있는지에 대해 알 수 없는 “가변성”, 셋째는 당장 길거리를 지나다 혹은 시한부 선고를 받고라도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죽음의 “예측 불가능성”, 마지막으로 자살을 제외하고는 죽음의 장소를 알 수 없다고 하는 죽음의 “편재성”이다.

죽음이란 삶에 대한 미련이라기보다는 미리 준비할 수 없으며 더욱이 내가 가진 의지의 영역이 전혀 작동할 수 없고 필연성, 가변성, 편재성, 예측 불가능성이 복합적으로 결합해 나타나는 무지에 대한 공포가 원천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삶에 대한 애착으로 인해 죽음을 거부하고 불로초를 향한 평생의 집념을 실행했던 중국의 어느 황제나 무균상태의 방 안에서 평생을 살아가려고 했던 미국의 어느 부자 혹은 내세에 대한 집착을 통해 모든 것을 버리고 종교단체에 들어가 제한된 삶을 선택하는 광신도 등 모두 죽음이 갖는 도덕적 가치에 관한 판단에 대해 다시 고민해야 할 대상일 것이다. 

저자는 죽음에 대한 주지적 관점에서 판단해 볼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삶이 갖는 시간적 한계를 부정하고 죽는다는 사실을 거부하는 것이 우리의 삶에서 어떤 이득이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한다.

즉, 죽음이라는 하나의 고정된 시각을 부정하고 삶의 시작은 탄생에서 시작해 죽음까지의 과정인 것을 인정한다면 나의 삶에 대한 가치가 달라질 것이다. 다시 말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과장됐음을 알 수 있게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죽음의 특성을 거스르고자 하는 시도가 나타날 수 있다. 종교나 정치적 선택에 따른 자살은 편재성이나 불확실성을 거부하는 나의 선택과 결정으로 판단될 수 있다. 하지만 죽음 이후에 대한 존재의 사유대상이 없어지는 상태에서 죽음으로 얻을 수 있는 결과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자살이 본인의 입장에서 보면 합리적이고 타인의 측면에서 보면 도덕적일 수 있는가에 대한 답과 이 둘을 연관했을 때 가지는 철학적 질문은 선택하기 쉽지 않다.

합리적이라는 것은 ‘나’ 중심으로 판단해 선택하는 가치이고 도덕적이라는 것은 남이 나의 죽음을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느냐에 대한 문제다.

죽음이 합리적이라고 평가되기 위해 비교 대상이 있어야 한다. 삶이 죽음과 비교될 수 있을까? 죽음 이후 존재하지 않는 나에 대한 가정은 쉽지 않다. 

남을 위해 나 자신을 던진 성인들이나 이타적 선택을 한 분들에 대한 도덕적 판단은 무엇일까? 

여기서 우리는 자살에 관한 결과보다는 자신의 판단과 가치에 대한 선택의 우위를 생각해본다. 즉, 선택한 죽음에 관한 결과보다는 그 죽음에 대한 선택의 가치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죽음을 비통해하고 삶과의 단절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는 것은 생존을 위한 본능이다. 본능의 범위를 벗어나는 순간 두려움은 잉여의 형태를 가진 게 되어 어떤 경우에도 생산적이지 않다.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한 과정이 어떻게 죽는지보다 중요하다. 

저자 셸리 케이건(Shelly Kagan)은 예일대학교 교수다. 사회사상과 윤리학을 연구하고 있다. 미국을 대표하는 현대 철학자 중 한 사람으로 프린스턴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대표 저작인 ‘도덕의 한계’와 ‘규범윤리학’ 그리고 ‘사막의 기하학’ 등이 있다. 죽음이라는 강의 주제를 가지고 17년 동안 강의했다고 하며 이 책은 그 강의 내용이다. 

번역자는 박세연으로 고려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한 뒤 글로벌 IT 기업 이메이션에서 브랜드매니저로 일하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엘도라도에서 2012년 출간했다.

[기고자 소개]

이태윤
자유와 방임을 동경하고 꾸준한 독서가 아니면 지능이 떨어진다고 믿는 소시민이며 소설과 시에 난독증을 보이는 결벽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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