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 의료기기 국제 규제협력과 국익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 의료기기 국제 규제협력과 국익

"민관 협동으로 국제적인 규제 참조국 되기"
IMDRF 선도적 위치 안착하려면, 신뢰 구축·정보 공유 유의

▲ 이 정 림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첨단의료기기과장

지난 9월 중순, 제16차 국제 의료기기규제당국자포럼(International Medical Device Regulators Forum, IMDRF)이 러시아에서 개최돼 한국을 비롯한 미국, 유럽 등 의료기기 규제당국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 국제회의에서는 의료기기의 허가부터 임상평가, 부작용 보고에 이르는 전주기 규제방안을 논의하고 만장일치 하에 공통 규제가이드라인을 제정하며 이를 회원국들이 적용하도록 촉구한다. 회원국은 10개이나 유럽연합, 북미, 브라질, 중국, 러시아 등이 전 세계 의료기기 시장의 거의 90%를 차지할 뿐 아니라, 국제기준과 같은 비관세장벽을 내세울 수 있는 커다란 영향력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 식약처는 2017년 12월에 10번째 회원국으로 합류했으며, 앞으로 어떠한 역할로 국제적 주도권을 갖고 궁극적으로 어떤 국익을 가져올 것인지에 대한 도전적인 과제를 안고 있다. 탄탄하고 지속적인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는 국제 규제협력의 특성과 성공요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제 규제협력의 특성과 장단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국제 규제협력의 메커니즘을 공식성(formality)과 포괄성(comprehensiveness)에 따라 분류했다1). 즉, 정보교환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거나, 연성법(soft laws)과 같은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는 것으로부터 정부 간 네트워크에서 조성된 규제협력 내용을 바탕으로 상호인정협정(Mutual Recognition Agreement, MRA)이나 국가 간 규제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더 나아가 유럽연합과 같은 규제 통합으로 발전하는 형태이다. 이를 법적 구속력의 순서로 나타내면 그림 12)과 같다.

▲ 그림 1. 국제 규제협력의 법적 구속력

국제 규제협력에서 주목할 메커니즘은 규제기관의 '정부 간 네트워크(trans-governmental networks)'이다. OECD 보고서3)에 따르면, 전문분야의 규제당국자들이 외교적·공식적 협상보다는 유연하고 자발적인 정보공유와 규제조화를 위한 네트워크를 이뤄 상호작용하며, 비교적 법적 구속력이 적은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국가별 적용을 촉진하고자 노력하는 형태다.

장점으로는 △규제당국자간 신속하고 효과적인 소통으로 국제적 문제와 해결방안을 공유할 수 있고 △기술적 측면에 집중해 결정사항을 도출하는 데 외교적 절차보다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합의된 원칙과 기준을 국내에 적용할 때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단점으로는 △자국의 산업보호와 국제기준 선점 경쟁으로 규제조화에 실패하거나 △공통 기준의 준수와 시행여부를 모니터링하기 곤란하고, 위반 시 제재 수단이 부족하거나 △강대국의 우세한 또는 불평등한 영향력이 있거나 △배타성과 무책임성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 규제협력의 성공 요인

화학물질을 국제적으로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OECD Environment Health Safety 프로그램'에 정부와 산업계가 참여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을 분석한 결과, 데이터 상호인정(Mutual Acceptance of Data(MAD) System)과 공동 업무 수행을 통한 비용절감액이 1억5천3백만 유로4)로 추정됐다.

이러한 성공 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3가지 요인5)이 있었다. ①규제기관 간 신뢰 구축: 공통의 용어, 양식, 시험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OECD Good Laboratory Practice(GLP) 원칙, MAD system 등 구속력이 있는 OECD 위원회 규정을 마련해 기관 간 상호 신뢰를 쌓았다. ②집중적인 이니셔티브: 보건과 환경문제를 유발하는 화학물질에 초점을 맞추고, 새로운 화학물질을 출시하기 전에 위험요인을 시험하고 평가하는 국제 조화된 도구를 개발했으며, 업무공유를 활성화하기 위해 농약을 등록하는 국제 조화된 산업계 문서(industry dossier)를 도출했다. ③산업계의 강력한 동의와 지원: 산업계는 국제적으로 규모가 큰 화학물질산업 부문에 부과되는 다양한 규제의 요건을 국제 조화하는 방법을 강력하게 추진했다.

IMDRF에서 개발해 시행한 의료기기 품질시스템 단일심사프로그램(Medical Device Single Audit Program, MDSAP)6)의 경우를 보면, 기존의 국제기준(ISO 13485, 의료기기 품질시스템)을 바탕으로, 국제 공통의 규제 모델과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캐나다가 국가 의료기기 규제 시스템에 MDSAP를 적용하고 다른 회원국들이 이를 상호 인정하고 활용하게 한 성공적인 규제협력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의료기기기업은 국가별로 다른 의료기기 품질심사를 개별적으로 받는 것보다 한 번의 프로세스로 심사를 받아 이를 다른 국가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어, 경제적 이득을 가져오는 이러한 프로그램에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하고 참여했다.

국가 간 규제의 차이가 규제와 기준 그 자체의 다양성뿐만 아니라, 규제의 적용에서도 발생하고 국가의 준수도와 검증 노력이 서로 다르다는 지적7)이 있었다. 따라서 규제의 수립뿐만 아니라 규제 시행의 어려움까지 고려해, 연성법(예: IMDRF 가이드라인)과 같은 유연한 방식이 규제협력을 촉진하는데 더 중요하고 유용하다고 했다.

IMDRF에서 규제 참조국 지위 획득

IMDRF는 국가별 의료기기 규제당국자들이 수평적인 회원제 구조로 동료그룹 간 동맹(peer-to-peer ties)8)을 구성해 직접 소통하며, 잦은 온라인·오프라인 회의로 규제협력을 도모하는 정부 간 네트워크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국제적으로 규제를 조화하면서 공통의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모범 규제모델을 국가 규제에 적용해 보건향상과 안전성을 제고하려는 동일한 목표를 추구한다.

우리나라가 IMDRF에서 선도적인 위치에 안착하려면 그 바탕이 되는 신뢰 구축과 정보 공유와 같은 조건9)을 유의해야 한다. 즉, 규제당국 간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데 신뢰는 핵심적인 요인이다. 상대국의 열악한 법적 체계, 절차상 투명성 부족, 의무적인 프로세스에 관한 부적절한 보호조치(safeguard) 등이 신뢰 부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기술적·정책적 정보를 교환하는 포럼을 통해 국가 간 서로 유사한 정책과 규제를 마련, 국가 시스템에 대해 보다 더 확신을 갖게 할 수 있다.

또한, 정보 공유는 규제협력에서 필수적인 단계이며 그 결과물 중에 하나가 될 수 있다. 정보 공유와 기밀성에 관한 법적 제한은 국제 규제협력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병목현상이 됐다. 정보교환의 제약 요인을 확인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공동의 플랫폼이나 메커니즘을 제공하면 국가 간 유용한 정보의 공유를 촉진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IMDRF는 국가 간 공동의 이슈를 논의해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업무공유로 규제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규제자와 규제대상자의 역량을 개선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앞서 제안한 성공 요인들을 적절하게 활용하고 민·관이 협력하면, 우리나라 의료기기 규제의 신뢰성을 더욱 향상시켜 국제적 규제 선도국, 더 나아가 규제 참조국의 지위를 획득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참고문헌

1)International Regulatory Cooperation : Addressing Global Challenges. OECD (2013)
2)Fig. 1.8. The Continuum of IRC arrangements from least to most legally binding. International Regulatory Cooperation : Addressing Global Challenges. OECD (2013)를 재구성
3)The Contribution of Trans-governmental Networks of Regulators to International Regulatory Co-operation. JR Lee, et all, OECD (2018)
4)Cutting Costs in Chemical Management : How OECD helps Governments and Industry. OECD (2010)
5)OECD Case Study on Chemical Safety, OECD (2012), Box 2.5. Lessons learnt on the conditions of success in the area of chemical safety, International Regulatory Cooperation : Addressing Global Challenges, OECD (2013)에서 재인용
6)Medical Device Single Audit Program (MDSAP) 한 번의 품질심사로 회원국 간 품질심사를 상호 인정하는 프로그램. 미국, 캐나다, 호주, 브라질, 일본 5개국이 참여하고 있음. www.imdrf.org
7)각주 1) 참조
8)The Architecture of International Cooperation: Transgovernmental Networks and the Future of International Law, K. Raustiala, Virginia Journal of International Law Association, Vol. 43, Issue 1-92, (2002)
9)각주 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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