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 의료기기 위험규제의 개념·관리·소통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 의료기기 위험규제의 개념·관리·소통

"더 나은 위험규제 거버넌스를 위하여"

국제조화에 맞춰 의료기기 위험산정시 사회적 맥락 고려해야

▲ 이 정 림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첨단의료기기과장

사회적 맥락을 고려한 위험의 개념

의료기기 규제에서 위험(risk)은 '위해(harm)의 발생 가능성(Probability of Occurrence)과 그 위해의 심각성(Severity)의 조합'이라는 국제기준 ISO/IEC1)의 용어 정의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러한 위험의 개념은 각 국가에서 의료기기를 그 위험도에 따라 3~4개의 등급으로 분류하는 근간이 됐다.

의료기기를 규제로 관리하는 수준은 의료기기와 관련된 위험의 정도에 따라 증가한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유럽 의료기기법에서도 의료기기의 고유한 위험(Inherent Risk)과 사용목적(Intended Purpose)을 판단해 4개 등급으로 구분하고, 의료기기의 적합성을 평가하는 절차와 요구수준을 달리하고 있다. 4등급 고위험 기기는 시판 전후의 법적 요구사항이 가장 엄격하다.

규제 거버넌스에서 위험에 관한 개념은 국제 위험거버넌스센터(International Risk Governance Center, IRGC)2)에서 제시하는 사회적 맥락(사회적 가치, 관심사, 위험에 관한 인식)까지 확장해 고려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위험 거버넌스는 위험 정보가 어떻게 수집, 분석, 소통되는지, 이를 관리할 결정이 어떻게 내려지는지, 이와 관련 있는 행위자, 규칙, 협약, 과정 등 이 모든 것을 포함한 메커니즘의 총합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위험관리 프레임워크의 확대

기존의 위험산정 방식에서는 위험의 근원(위해요인), 위험을 받는 시스템의 취약성, 위험으로 인한 잠재적인 손상, 위험의 정량화 여부, 위험 평가의 신뢰도 등을 고려한다. 그러나, IRGC에서는 위험산정시 사회적 가치를 포함할 것을 강조했다.

즉, △위험에 관해 다른 이해당사자들이 갖는 의견, 가치, 관심사는 무엇인가 △위험 인식과 관심에 영향을 미치는 인지적인 또는 경험적인 바이어스가 있는가 △위험에 대한 사회적 반응은 무엇인가 △공중의 관심을 규명하고 정의하는데 기존의 도구나 거버넌스 구조, 미디어가 어떤 역할을 하는가 등의 질문을 제기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IRGC의 권고를 좀 더 살펴보면, 첫째, 위험에 관한 수용성과 위험감소 조치를 판단할 때, 윤리적 이슈, 위험을 수용하는 사회적 가치와 규범, 시간·예산·맥락의 제약, 사회·경제·환경적 이득과 위험에 관한 정치적·전략적 공감이 무엇인지 유의할 것을 강조했다. 위험 관련 결정을 내릴 때 주의할 점으로는 조직 내부의 역량, 다른 여러 행위자들과의 네트워크, 규제의 유형, 위험에 관한 문화와 제도에 관한 신뢰 정도를 제시했다.

둘째, 위험을 산정하는데 수집된 방대한 지식이 복잡성(원인 규명과 정량화 곤란, 사회적·기술적 시스템 난해),불확실성(과학기술 데이터 부족, 데이터의 명확성·품질 부족, 신뢰도 문제),애매모호성(엇갈리는 관점과 논란, 잠재적 부작용 개연성·심각성)을 갖고 있음을 지적했다.

셋째, 위험의 특성에 따라 위험관리 전략을 달리할 것을 제안했다. 즉, △단순한 위험은 통상적인(Routine-based) 전략·법에 따라 관리할 것 △복잡한 위험은 내외부 전문가가 포함된 최대한의 전문성으로 위험을 통지하는(Risk-based) 전략과 위험감소 조치에 관한 신뢰를 바탕으로 강경한(Robustness-based) 전략으로 관리할 것 △불확실한 위험은 위해요인에 노출을 방지하기 위한 사전예방(Precaution-based) 전략과 위험을 받는 시스템의 취약성을 감소시키기 위한 회복력(Resilience-focused) 위주의 전략으로 관리할 것 △애매모호한 위험은 그 이득이나 위험과 관련해 특별한 관심사가 있거나 가치에 매진하는 모든 그룹들을 포함시켜, 인내심을 가지고 상충되는 시각과 가치에 관한 상호 이해를 구하는 담론(Discourse-based) 전략으로 관리할 것을 제시했다.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위험 소통

개인적 위험의 감수는 제도적 신뢰, 조절, 위기 분배, 그리고 자발적으로 얼마나 위험 대응활동을 하는가, 이러한 활동을 사회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수용할 수 있는가 등에 달려있다는 주장3)은 일리가 있다. 또한, '충분한 안전이란 얼마나 안전한지가 아니라, 얼마나 공정한지(How safe is safe enough but how fair is safe enough)'4)라는 지적도 설득력을 갖는다.

이와 마찬가지로, IRGC 위험규제 거버넌스 과정에서도, 개방적·포용적 소통, 위험산정과 관리에 이해당사자들의 참여를 강조한 바 있다, 특히, 위험과 관련된 데이터·정보·지식을 다양한 그룹과 교환·공유하고 내외부적 소통을 모두 고려할 것을 권장했다. 이해당사자들을 체계적으로 참여시키면 위험에 관한 지식과 그 관리를 향상시킬 수 있고, 내려진 결정의 유효성·공정성·수용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 상황에 최적화한 위험 소통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사회문화적 맥락 변수, 특히, 집단주의 문화, 미디어 영향력, 정부 및 조직에 대한 신뢰도, 실직·경제위기 등 생활 공포, 갈등 해소 시스템 여부 등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독특한 양상을 유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5). 사회 전반적 불신을 고려한 위험 소통 프로그램은 공중의 참여를 바탕으로 의사결정 과정을 공유하고, 힘의 분배와 쌍방향 소통을 이루어 나가야 한다6)는 것이다.

그리고 인공지능과 같은 신기술 출현과 적용에 관한 위험 소통7)에서는 사전위해예방 정책방안으로 이해당사자들의 참여(공청회·사회적 담론장 마련, 위험평가 참여)와 알권리(유관기관 및 민간과 공유하는 기준 확립)가 강조됐다.

결론적으로, 의료기기의 위험 규제 거버넌스는 법적 용어와 국제기준에 의존한 기존의 시각으로부터 위험의 다양성, 규제문화와 유형, 사회적 가치와 관심과 인식을 고려한 사회적 맥락까지, 그 패러다임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위험을 대하는 태도와 이를 수용하는 행동 양식은 위험에 관해 내려진 결정에 관한 신뢰와 규제 준수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이러한 사회문화적 맥락의 변수까지 고려한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위험 소통이 필요하다.

 

참고문헌

1) ISO/IEC Guide 51:2014
2) Introduction to the IRGC Risk Governance Framework, International Risk Governance Center(IRGC) (2017)
3) 후기현대사회의 위험관리를 위한 형법 및 형사정책 연구(Ⅰ)-선진 과학기술사회의 위험관리 형사정책. 김대근, 전현옥, 한국형사정책연구원 (2012)
4)  S. Rayner & R. Cantor, How Fair is Safe Enough?: The Cultural Approach to Societal Technology Choice, 7 Risk Analysis 39 (1987), 후기현대사회의 위험관리를 위한 형법 및 형사정책 연구(Ⅰ) 김대근, 전현옥, 한국형사정책연구원 (2012)에서 재인용
5) 현대사회 위험에 대한 해석과 대응-위험 커뮤니케이션. 김영욱 (2014)
6) R.E. Kasperson, D. Golding & S. Tuler. Social Distrust as a Factor in Siting Hazardous Facilities and Communicating Risks. Journal of Social Issues, 48, 161-187 (1992), 위험 커뮤니케이션. 김영욱 (2014)에서 재인용
7) 인공지능 기술 확산에 따른 위험 거버넌스 연구. 류현숙. 한국행정연구원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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