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기기 세평

■ 의료기기 세평

"4차산업혁명시대, 식약처 특화된 전문가 확보해야"

▲박 선 주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법규위원회 운영위원
(한국알콘 RA&MA 전무)

최근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이 주최한 '제5차 국제의료기기소통포럼'에 참여해 발표를 듣던 중 규제과학에서 최신 동향 두 가지가 눈길을 끌었다.

이날 연자로 참여했던 글로벌 메드트로닉 마크 파머(Mark Palmer) 박사의 '모델링 및 시뮬레이션(Modelingand Simulation) 및 허가 사례'와 알콘에서 참여한 닉커슨 힐(NickersonHill) 글로벌 인허가(RA) 매니저의 '임상평가보고서(CER, ClinicalEvaluation Report)의 허가 요건과적용'이었다.

둘 다 사실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이미 유럽이나 미국의 허가에 적용하던 제도이고 지금까지 여러 과학적 검증을 거쳐 발전해 왔다.

지금 이 두 허가 요건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2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첫째는 4차산업혁명으로 인한 혁신의료기기제품들이 기존 허가 요건으로 심사를 하기에 잘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산업지원을 위해 규제기관도 선제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들며 같이 노력하고있다. 그러나 혁신 기술의 변화 속도를 규제가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

둘째는 플랫폼 형식의 제품들이 개발되면서 제품의 확장성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하다 보니 이에 대한 안전성의 범주를 어떻게 보느냐가 대두됐다. 물리적 형태가 고착된 제품이 존재하던 과거에서 다양한 확장성과 유연한 적용성을 가진 제품들이 출현하면서 안전성에 대한 확증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 회사 차원에서는 안전성과 유효성 입증을 위한 수단이 다양해질수록 혁신 제품의 시장 출시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된다. 두 가지 제도의 공통된 특징은 기존 안전성의 마지막 입증 수단인 임상시험에 대한 보조 또는 대체가 가능하다는 점이있다.

하지만 두 가지 제도가 선진국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거나 유럽과 미국의 공동연구를 통해 각 나라의 규제기관이 표준화된 기준을 설정하고 적용을 확대해 가고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언제쯤 적용하게 될지 미지수다.

외국에선 체내(In-vivo), 체외(In-vitro)가 아닌 가상실험에서의 컴퓨터 프로그래밍(In-silico)을 이용한 모델링 및 시뮬레이션의 경우, '아비센나(Avicenna)'라고 하는 연구기관이 유럽 정부의 연구 자금을 받아 정부-산업계-학계를 연결한 광범위한 연구를 실시해 안전성·유효성 확보를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넓혀가고, 미국 FDA도 '모범 시뮬레이션 실습(Good Simulation Practices)'을 확립하는 국제조화를 추구하고 있다.

In-Silico 접근법은 합리적 가격의 의료서비스 진입을 촉진하기 위한 후발 제품의 승인을 신속하게 한다. 또한, 환자에게 유익한 의료용 제품의 개발을 포함해 이에 따른 과학적, 방법론적, 윤리적, 규제적 및 재정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포럼 발표자인 파머 박사의 내용 중, 미국과 유럽에서 모델링 및 시뮬레이션을 통한 허가 요건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더욱 공고한 제도로 정착하기 위해 아시아의 규제 선진국인 한국의 제도 도입도 중요한 의제라고 했다. 미국은 FDA 내 디지털 헬스케어 전담부서를 만들고 '디지털 헬스케어 혁신 계획'을 세웠다. 계획서 서문에는 이런 계획이 환자, 소비자 및 기타 고객을 포함해 모든 국민이 고품질의 안전하고 효과적인 디지털 건강 제품을 적시에 접근할 수 있도록 FDA의 접근 방식을 재해석하려는 노력을 설명하고 있다.

결국 새로운 혁신 제품은 종전과는다른 방식으로 검토할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이는 특화된 전문가 그룹이 검토해야 할 것이다.

눈을 돌려 국내 의료기기 발전 상황을 살펴보자. 인공지능(AI), 가상/증강현실(VR/AR), 플랫폼 기반 소프트웨어, 3D 프린터, 사물인터넷(IoT) 기기 등 다양한 첨단기술이 적용된 디지털 헬스 혁신기기가 등장하고 있다.

"이를 전담하는 조직은 제품 상용화에 박차를 가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안타깝게도 이런 질문에 쉽게대답하기 어렵다. 현재 식약처의 인력 확충이나 조직 개편은 이뤄지지 못한 상황이고 이런 전문화된 심사조직의 부재는 혁신적인 의료기기의 출시를 준비하는 개발자들, 치료를 받아야 할 국민에게 돌아가야 할 혜택이 줄어드는 사태로 이어진다.

우리나라는 디지털 헬스 분야에서 상당한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조금만 노력하면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에 진출할 수 있다. 당장 필요한 것은 식약처 내의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기기 및 소프트웨어, 모바일 의료용 앱, 의사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헬스기술을 전문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전문조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대통령이 바이오헬스산업에 대한 인력 확충을 약속했다. 비용이 문제라면 수익자 부담원칙을 적용하는 것도 심각하게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의 정책도 환자의 이익을 최전선에 놓고 고려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보면, 안전에 대한 국가의 책임은 돈도 아니고 내부절차도 아닐 것이다.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 그룹에 의해 검증된 제품을 국민이 마음 편히 쓸 수 있는가일 것이다.

사람의 생명보다 중요한 가치는 없다. 그래서 몹시 절박하고 급하다. 4차산업혁명시대를 맞이해 날마다 새롭게 개발되는 디지털 헬스 제품을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식약처 내 전문성을 구축한 심사 조직을 통해 규제를 재해석하고, 새로운 접근법으로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런 전략적인 선택으로 탄생한 안전한 제품이 국내외 시장에 출시되길 기대한다.

기사제공 : 보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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