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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외진단기기개발사, 시장조사·해외진출 필수”■ 인터뷰 - 고영균 서울성모병원 체외진단의료기기개발센터 실장
이영주 기자 | 승인 2019.09.03 15:53

■ 인터뷰 - 고영균 서울성모병원 체외진단의료기기개발센터 실장

"체외진단기기개발사, 시장조사·해외진출 필수"
국내 기업, 작은 시장·협소한 시각·임상근거 부족 문제 해결해야

 최근 체외진단의료기기가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다. 치료에서 예방 중심으로 의료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4차산업혁명기술이 발달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체외진단기기 시장은 다른 의료기기군에 비해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가고 있다. 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산업계 안팎의 관심이 모아지면서, 지난 4월에는 단독법인 '체외진단의료기기법'이 제정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성모병원 체외진단의료기기개발센터(IVD R&D센터)에서 5년간 실무를 맡아온 고영균 실장은 "국내 체외진단기기 시장이 밝지만은 않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지난달 22일 그를 만나 국내 체외진단기기 개발 실태와 문제점, 전략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편집자 주>

5년 동안 IVD R&D 센터를 이끌어왔다. 센터의 역할과 소회는?
센터는 체외진단용 의료기기를 개발하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를 희망하는 기업과 수요자인 의사의 아이디어를 현실화 하는데 필요한 협력체계를 마련하고, 그 기준과 절차에 맞춰 효용성 높은 결과물이 도출될 수 있는 지원을 목적으로, 컨설팅 및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중간에서 브릿지 역할을 하는게 센터의 주 역할이었다. 업무조율, 계약, 수익배분 등의 문제와 관련해 의사소통이 필요하고, 시발점이 서로 다른 이해 관계자 간 의견 차이를 센터에서 조율하는 것이다. 5년 정도 운영하니 이제 준비를 마치고 뭔가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국내 체외진단의료기기 시장 전망은?
모든 지표를 보면 전망이 밝다고 나타난다. 최근 4~5년 동안 가파른 성장과 관심이 생겼다. 이는 체외진단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특성 때문일 수도 있다. 의료기기는 병원과 뗄 수 없는 관계인데, 체외진단의료기기는 유독 병원과 상관없는 기기들이 있다. 의료기기지만 병원협업 없이 수익을 낼 수 있는 제품들이 포진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시도하고 투자하는 것 같다. 그러나 한국의 의료 환경이 도와주지 않기 때문에, 전망이 밝지는 않다고 본다. 이 분야에 몸담아 일한 만큼 발전을 기대하지만, 현실은 암울하다.

체외진단의료기기 개발기업들의 현 상황은?
체외진단 분야에서 시작 단계에 있는 국내 기업들은 하루 빨리 수익 발판을 마련하지 않으면 적자단계에서 허덕이게 될 것이다. 5년 동안 센터를 운영하며 본 기업 중 어림잡아 70%는 수익을 못 내고 계속 적자 상태다. 대출받아서 사업을 하거나, 인수합병을 통해 급여를 받으며 일하기도 하지만 회사가 수익을 못 내는 단계에 있다. 기회가 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뛰어들지만 실제로 시장에서 수용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닌 것 같다.

국내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의료계가 아닌 일반 엔지니어 등 비전공자들이 의료기기를 개발하겠다고 달려들면, 병원 관계자와 커넥션이 있냐고 묻는다. 실제 병원에서 필요한 건지 고려하지 않고, 개발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아서다. 의료계 관계자가 개발을 원하면 기업 매칭 서비스를 진행했으나, 상품화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의료 현장에서 요구가 있어 시작했지만, 소수를 대상으로 하는 등 시장 규모가 작아 기업이 수익을 낼 수가 없었다. 또 다른 어려움은 기업과 의료계 간의 불협화음이다. 기업에서는 여러 검토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그 과정을 기다리지 못하고 갈라지는 경우가 있었다. 또 기업에서 임상현장을 보고 개발했지만, 개발 후 현장에서의 의견이 바뀌기도 했다. 체외진단은 컨셉이나 현장 상황이 금방 바뀌는 경향이 있다. 현장진단키트의 경우에는 성능 검증이 어려운 경우도 많다.

체외진단의료기기 개발 전에 필요한 준비는?
해외 진출을 반드시 고려해야한다. 국내 수요만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국내 3차 병원만 계산해도 100개가 안 된다. 개인병원을 대상으로 해도 전체 수요를 매울 수 없다. 특정 연령군, 직장군 등 개인 소비자를 상대로 하면 얘기가 또 다르지만, 그렇지 않고 병원 대상이라면 국내에서는 힘들고, 반드시 해외 진출을 고려해야 한다. 중국 진출을 많이 생각하는데, 녹록지 않다. 진출 전에 제발 시장조사를 했으면 좋겠다. 단순히 인터넷으로 '비슷한 경쟁사 제품이 어떠하다'라는 기사나 댓글을 보고 자신의 중요한 결정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현장에 나가서 많이 얘기해야 한다. 의외로 시장 경험을 안 하고 협소한 환경에서만 생각하고 만드는 경우가 많다. 사용자 입장의 정보를 고려해 만들어야 한다.

병원 납품을 목표로 하는 경우 전략은?
대형병원을 상대하는 의료기기는 라인업이 되지 않으면 시장 경쟁이 어렵다. 과정마다 자동화시키는 일인데, 작은 회사가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글로벌 메이저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어서, 중소업체는 자사 제품이 라인의 한 부속으로 할 수 있도록 가야 한다. 라인에 세울 수 있도록 기업에 납품해야 하는데, 쉬운 선택은 아니다. 그러나 대형병원은 그렇게 하지 않고는 판매가 어렵다. 또 대형병원과 일하려면 사후관리(A/S)가 특히 중요하다. 처음부터 기계 유지 관리에 대한 대응 전략을 세웠으면 좋겠다. 위험하지 않게 만들고, 복잡하지 않게 만드는 등 사용자 편의성도 고려해야한다. 소비자용 제품을 만드는 업체들은 당연히 고민하는 부분인데, 대형병원에 납품하려는 업체는 이 고민을 잘 안 한다. 개발에 있어 중요한 건 적어도 6개월 안에 프로토타입(본격적인 상품화에 앞서 성능을 검증·개선하기 위해 핵심 기능만 넣어 제작한 기본 모델)을 만들어, 수요자들에게 의견을 받는 것이다. 필터링을 한번 해야 한다. 이때 가능성이 나오면 해볼 만 하다. 그리고 실제 제품화하는 과정은 4~5년이 걸리지 않아야 한다. 일반의료기기와 다르게 체외진단기기는 의료기기임에도 속도가 중요한 IT와 다를 게 없다. 체외진단의료기기의 기반기술이 IT이다 보니 속도가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 됐다.

국내 체외진단의료기기 시장 활성화를 위해 각계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정부, 산업계, 학계·의료계가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만큼 다른 쪽의 말에 귀 기울이며 합의점을 찾기를 바란다. 각자의 주장만 목청 높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체외진단 핵심 기술은 IT다. 그러나 IT 회사들이 오면 협업이 안 된다. 병원들도 협업하자고 하지만, 실제 진전된 건 없다. 박람회 등만 같이 참여했을 뿐이다.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중요하다. 당사자들이 계속 합의를 해야 한다.

협회에 당부의 말이 있다면?

이름만 있는 협회는 아니구나 생각했다. 나름대로 활동하는 것 같다. 아쉬운 점은 뭔가 큰 그림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상충되는 의견이 있으면 조율을 해야 하는데, 조율이 아니라 주장만 내세우는 부분이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 의료기기, 체외진단이라는 이름만 생각하면 생각이 협소해진다. 건강에 관련된 케어로 국한된 게 아니라, 신체에 닿는 모든 것을 고민하는, 큰 그림을 그려서 국민에게 전달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부분을 협회가 앞장서서 해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영주 기자  webmaster@kmdi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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