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아 두면 쓸모 있는 Compliance

■알아 두면 쓸모 있는 Compliance : ⑤ 헬스케어산업에서 '컴플라이언스' 정의

“기업, 성숙한 컴플라이언스 문화 구축에 힘써야”

 ▲ 박 희 정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윤리위원회 위원

헬스케어 컴플라이언스 업계에서 일한 지 15여 년이 넘으면서 업무를 진행하다 보면 의외로 많은 사람들에게서 종종 받는 질문이 있다. 바로 '컴플라이언스(Compliance)를 한국말로 하면 무엇인지', '왜 컴플라이언스가 헬스케어 쪽을 대표하는 지칭 용어가 되었는지', '감사(audit, inspection)와 무엇이 다른 건지', '법을 지키면 컴플라이언스를 다 지키게 되는 건지'와 같은 것이다. 

Q1. 왜 헬스케어산업에서 컴플라이언스 준수가 관건이 됐나?
2010년 11월 '리베이트 쌍벌제'가 시행된 후 2019년 올해까지 10여 년의 유의미한 시간이 지나면서 헬스케어업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일련의 사건들과 변화하는 상황, 규제들을 직접 지켜보며, 본인의 업무에서 법을 포함한 업계 코드를 적용하고 또 각각의 위치에서 이를 더욱 준수하려 노력하였고 현재도 그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헬스케어업계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컴플라이언스가 중요하고, '반드시 지켜야 할 어떤 법·규범'이라는 인정과 합의가 존재한다 생각한다. 그럼에도 왜 컴플라이언스가 중요하고 어떤 식으로 지켜져야 하는지, 어떤 연유에서 컴플라이언트(compliant)한 환경 속에서 사업을 운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한번쯤 깊이 있게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다. 이런 이유로 '컴플라이언스가 무엇인가', '어떤 점이 감사 및 통제와 구분되고, 법(law, regulation)과는 어떤 의미로 차별점이 있는가', '왜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상당히 깊은 고민을 하게 되고 다음과 같이 정리해 일러주게 된다. 

컴플라이언스를 한국말로 하면, 법령준수, 자율통제(자율준수), 윤리/정도경영 등으로 표현된다. 이러한 해석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바로 '자율준수'다. 컴플라이언스는 법을 지키지 않으면 불법, 위법행위가 되니 법령을 준수한다는 의미를 넘어, 규정상 '하면 안 된다'의 범주 상위에 있기 때문에 이를 어기면 벌을 받고, 미준수에 대한 물리적 감시와 제3자에 의한 외부통제가 아니다. 스스로 모니터링하고 한번 더 확인한 후 행동하는 '자율적' 준수이자 '자발적' 통제가 바로 컴플라이언스다. 즉, 법, 규정, 매뉴얼을 포함해 사회적 책임, 문화를 자연스럽게 순응하고 자발적으로 따르는 것(Comply)이 바로 컴플라이언스의 핵심이다.

따라서 법을 지키면 모두 컴플라이언스를 지키게 되냐는 것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법에서 설명하지 않는 사례별 판단을 컴플라이언스에서 해석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또한 컴플라이언스에서는 규범적이고 묵시적인 행동강령이라는 것이 기저에 깔려있을 수 있다. 불법적인 행위는 아니지만 도덕적·윤리적으로 비난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컴플라이언스의 의미를 더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개개인 역량으로 포지셔닝돼야, 책임은 전체 조직에 영향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어원을 보면 흥미로운 점이 있다. Comply는 '법·명령 등의 요구에 따르고 준수하는 행동'을 의미한다. 형용사형은 compliant, 명사형은 compliance가 되며 주로 'in compliance with'의 형태로 사용이 되는데, 이는 follow(따르다)나 obey(순종)와 비슷하지만, 명령을 따르고 순종하거나 굴복하는 의미와는 다른, 도덕적 신념과 가치에 기반한 자율적 '준수'의 의미가 더 강하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컴플라이언스'를 힘과 변형력의 비(比)로 표시하는 '물질 상수'로 해석하고, 국어연감에서 '유연성'으로도 표현하고 있다.

즉, 컴플라이언스는 법으로 통제하고 감사로서 감시하는 사건 발생 후의 후속적 조치에 집중하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앞뒤 정황을 살펴보고 모니터링하여 위험할 수 있는 신호를 감지하고 사건 전 단계에서부터 사전적 모니터링과 사후적 조치를 이행하는 유연적인 규범이라 할 수 있다. 
헬스케어에 많은 규제와 법령들이 존재하고 법리적 해석에도 다양한 유권해석과 판단들이 존재하지만, 결국 이를 보는 시각은 앞뒤 정황과 목적, 취지, 이유, 상황을 종합해 합리적 판단을 해야 하고 유연하면서도 법치에 어긋나지 않게 판단하는 것이 올바른 컴플라이언스의 해석이자 가치라고 생각한다. 결국, 법이나 감사, 컴플라이언스가 지향하는 목적은 같으나, 비자발적 통제보다 자율적 준수와 순응이 얼마나 큰 파급력을 가지고 조직 전체에 성숙한 영향을 미치는지는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의료기기회사로서 협회의 각 회원사는 의료법, 약사법, 의료기기법 및 청탁금지법 등을 준수하고 있으며, 의료기기공정경쟁규약 및 세부운용지침 역시 이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추가적으로 각자 사내 세부지침을 만들어 운용 중이기도 하다. 회사마다 다양한 상황과 절차가 각각 존재하기에 판단 역시 다소 달라질 수 있겠지만 사내내부지침이 따로 존재하는 이유는 법과 규약, 규정이라는 큰 틀의 워킹가이드라인(working guidelines)은 모두 '공정경쟁규약'으로 준수하고 있지만, 각 회사마다 '공정거래자율준수프로그램'을 운용해 더욱 컴플라이언트한 성숙한 문화를 만들고자 함이고 그럼으로써 '무결성 원칙(zero tolerance)'을 완성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약사법 제47조 제2항 단서에 따라 '견본품 제공, 학술대회 지원, 임상시험 지원, 제품설명회, 대금결제조건에 따른 비용할인, 시판 후 조사 등의 행위로서 식품의약품안전처장과 협의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범위 안의 경제적 이익 등의 경우'에는 세이프 하버(safe harbor)로 '허용되는 경제적 이익의 대상'으로서 보건의료전문가에게 제공될 수 있다. 허용되는 경제적 이익의 종류는 명확한데 실상 이에 따른 해석은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고,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의약학적 정보를 전달하는 제품설명회를 개최할 때, 개최 장소는 기본적으로 설명회 장소로서 적합한 곳에서 이루어지지만 어떤 회사는 설명회 장소와 의료기관과의 '거리제한'을 두는 곳도 있고, 어떤 회사는 '행정구역상의 구'의 제한을 두는 곳도 있다. 

또한, 제품에 대한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정보 전달을 위한 '강연자·자문자'의 선정 시에도 어떤 회사는 '요구사항 체크 리스트'를 만들어 전문가로서의 역량검증을 학술팀을 통해 시스템에서 승인을 받고, 어떤 회사는 이메일 커뮤니케이션 및 콜을 통한 확인승인을 받는 곳도 있다. 연구자주도임상(IIT)와 같은 연구비 지원의 적절성을 면밀히 따져보아야 하는 경우에도 회사마다 혹여나 '판매촉진 목적의 경제적이익제공'으로 오인되지 않을지 고심하며 검토한다. 이와 같이, 회사마다 상황과 절차는 다를 수 있으나 사업현장에서의 논의와 구체적인 내부 절차는 결국 '적절성'과 '합리성'을 아우르며 준법과 준수를 지키기 위한 노력의 일부분인 것이다. 

헬스케어산업에서 리베이트 제공행위를 법적으로 규제하고 강력한 처벌까지 따르게 된 이유를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비용을 부담하는 지불자(환자)가 제품을 선택하지 않고 전문가인 처방권자(의사)가 제품을 선택함에 따른 일부 도덕적 해이에서 기인한 비대칭성이 결국 건강보험재정 건전화 요구에까지 미치게 됐고, 이에 따라 현재의 많은 규제와 규범들이 헬스케어산업 전반에 걸쳐 '다른 산업에서는 요구되지 않는' 범위에까지 투명성을 요구하고 있다. 일명 '한국판 선샤인 액트(K-Sunshine Act)'라고 불리는 '경제적 이익 제공에 따른 지출보고서(2018년 시행)' 역시 그러한 투명성 요구에 대한 또 하나의 조치라고 생각된다. 

법·제도·규정 넘어 범용적 포용 의미, 자발적 문화로 자리잡아야
그렇다면 의약품 및 의료기기 산업구조의 개선과 유통질서의 선진화를 위해 회원사로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자발적 준수는 결국 성숙한 리더십의 문화다. 조직 구성원 모두에게서의 합의를 이루는 자연스럽지만 일률적이지 않고, 자율적이지만 억압적이지 않고, 자발적이지만 지나치게 통제적이지 않은 유연한 문화는 법과 제도, 규정을 넘어 범용적 의미로 자리잡아야 할 것이다. 제도와 규칙을 피해가며 얻은 결과는 반드시 또 다른 대가나 희생이 따른다는 것을 많은 사례를 통해 보아온 일인으로서 단순히 '원칙을 지키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원칙을 어떻게 지켜내고 어떠한 가치로 왜 그렇게 수행해 내는가'가 중요한 시점이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한 측면에서 각 회원사가 가지고 있는 합리적인 절차와 세부지침은 컴플라이언스 가치와 이유에 대해 응답하고 있는 윤리적이며 도덕적으로도 훌륭한 신호일 것이다. 최근 협회에서 주관하고 있는 회원사 상대 정기적·비정기적 모임에서도 '어떻게 규약을 운용해 나가고', '무엇이 더 법리적 취지에 부합한 것인가'에 대한 논의들을 지속하고 있다. 

결국, 우리나라의 법적 취지뿐 아니라 세계제약코드(IFPMA codes) 역시 컴플라이언스 영역에서 적극 수용하고 운용하려는 의지 자체가 당연시되고 있다는 점에서 오랜 기간 업계에서 고군분투한 일인으로서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합리적 '유연성'은 결국 성숙함에서 기인한다. 이미 국내 헬스케어산업은 수년간 시행되고 이행된 법과 제도, 자정노력을 통해 상당히 성숙한 컴플라이언스 문화를 형성했다. 그럼에도 변화하는 상황, 규제, 법, 환경 등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하고, 또한 원칙을 지키며 그 취지를 생각해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할 것이다. 그런 움직임이 회사와 보건의료전문가를 보호하며 환자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사업을 영위하는 의료기기회사로서 나아가야 할 길이고 건강한 발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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