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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킹콩도 되살리는 인공심장"■ 대중문화 속의 의료기기 이야기 - 7회
의료기기뉴스라인 | 승인 2019.08.13 16:41

■ 대중문화 속의 의료기기 이야기 - 7회

"죽은 킹콩도 되살리는 인공심장"

▲ 임 수 섭
LSM 인증교육원 대표

괴수 영화를 아는가? 용가리, 고질라, 퍼시픽 림의 카이주 같은 거대 괴물이 주역으로 나오는 영화로 미니어처, 스톱 모션, 사람이 괴물 의상을 입고 찍는 것부터 최첨단 3D 영상으로 만든 것까지 그 긴 역사만큼 괴수 영화는 영화사 발전과 함께 해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킹콩이다. 미국의 대표 괴수이자, 영화 속 괴수의 가장 대중적인 상징으로서 1933년 첫 작품이 나온 이래, 반지의 제왕의 감독 피터 잭슨의 2005년 작과 ‘몬스터 버스(유명한 괴물 다수가 연작으로 출연하는 시리즈)’라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첫 작품이자, 가장 최근의 킹콩 영화인 2017년 ‘콩: 스컬 아일랜드’까지 공식적으로 인정되는 작품만 지금까지 7편이 나왔다.

이중 기념비적인 작품이 1933년 최초 킹콩과 피터 잭슨의 2005년 리메이크 킹콩이 있지만, 그 못지않게 유명한 작품이 1976년의 또 다른 리메이크 킹콩이다. 70년대의 나름 준수한(?) 슈트 액션과 거대 모형 그리고 기초 수준의 로봇 사용과 더불어 제프 브리지스와 제시카 랭이라는 명배우들의 아리따운 시절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7080 세대에게 아련한 향수로 남아 있는 이 영화의 후속작으로 ‘킹콩2’가 있다. 이 영화는 전작에서 세계무역센터(9.11 테러로 무너져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역사 속의 그 빌딩) 꼭대기에서 헬기의 기관총 사격에 의해 떨어져 죽은 킹콩이 되살려지기 위해서 거대 병동으로 옮겨지고, 인공심장 이식수술을 받아 부활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인공심장의 기능은 혈액을 펌프질해 신체에 보냄으로써, 혈액 속에 포함된 산소를 전신에 공급하는 원래 심장의 기능을 대신한다. 이러한 인공심장은 개체의 활동 정도뿐만 아니라, 심리 상태 등 그 개체가 처한 미세한 차이에 의해서 심장 박동 속도와 주기, 혈액 박출량 등이 바뀌어야 하고, 수십 년간 수십억이라는 천문학적인 횟수의 심장 박동을 보장해야 한다. 그러므로 신께서 만드신 완벽한 걸작품인 심장의 대체물을 인간의 능력으로 만드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에도 인간은 1950년대부터 수차례 동물에 인공심장을 이식해서 경험을 쌓은 결과, 최초의 인간용 인공심장을 1982년에 발명했다. 하지만 이것은 중량이 180kg이나 되고, 수술실에 부속된 고정 설비나 다름없어서 환자의 이동이 불가능했다. 무엇보다 기능의 한계로 첫 시술 환자는 112일 만에 죽었으며, 오래 산 경우도 620일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 인공심장과 그것의 부속장치 크기와 중량은 계속 줄어든 반면, 기대 수명은 길어지고 있다. 그 결과, 인공심장을 제어하는 부속 장치의 크기도 바퀴 달린 작은 여행용 가방에서 등에 메는 배낭 크기까지 작아졌고, 2010년도 이후에는 완전 휴대용 인공심장이 나와서 임상시험을 받았다.

그렇다면 의료기기 인허가 측면에서 인공심장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인공심장의 기능에 비해 부족한 제한적 기능을 하지만 장시간 안정적인 구동이 가능한 인공심장 박동기와 달리, 인공심장은 기대 수명의 한계가 명백하고 그것을 시술하는 시점으로부터 결국은 죽게 된다는 숙명론적 전제 조건을 태생적으로 포함하고 있다. 즉, 해당 제품을 적용하는 순간, 길어야 3년 안에 죽는 불완전한, 의료기기 용어로 안전성과 유효성에 심각한 의문을 가질만한 제품이 의료기기로 승인받아야하는 상황에 직면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공심장 의료기기의 태생적 한계 때문인지 인공심장은 아직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료기기 품목 및 등급 고시’에 정규 의료기기 종류 중 하나로 명시돼 있지 않고(의료기기 품목 소분류가 되어 있지 않고), 일반 의료기기에 적용되는 대부분의 의료기기 규정이 그대로 적용되기가 힘들다.

즉, 한 번만 승인받으면 계속 판매 및 사용이 가능한 일반 의료기기와 달리, 판매 및 시술이 있을 때마다 이전 승인 여부와 관계없이 매번 희소 의료기기승인, 재심사 및 일반 추적관리보다 더 엄격하고 까다로운 관리를 받아야 할 뿐만 아니라, 의료법상 의사 등의 동의도 받아야 한다.

특히 인공심장의 사용을 위한 시술은 사전에 임상시험승인을 받아야 가능한데, 본디 임상시험승인이 완전한 시판 전 승인을 목적으로 안전성, 유효성을 인정받기 위한 사전 단계로 시행되는 것과 대조적으로, 인공심장의 경우는 불완전한 제품임에도 감히(?) 환자에게 바로 사용하는 조건으로 확대 적용되는 것이다.

즉, ‘사용전 허가 조건’으로 적용되는 임상시험이 ‘사용 전 허가 조건’과 ‘실제 사용’이라는 다른 요구사항들을 동시에 충족하는 수단으로 적용된 것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인공심장의 사용은 말기 양심실부전으로 죽어가는 환자와 같이 현재 심장으로 단기간 내에 죽을 것이 확실한 환자를 위한 제한적 수명 연장의 도구로도 쓰인다.

이와 관련해 미국 FDA는 인공심장을 연간 4,000명 이하의 개인에게 치료 또는 진단용 등으로 사용되는 인도적 의료기기(HUD: Humanitarian Use Device)로 분류하고, PMA(Pre-Market Approval)에 요구되는 효능 요건들에 대한 일부 예외를 인정했다(인도주의적 의료기기면제, HDE–Humanitarian Device Exemption). 이러한 HUD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비교할 수 있는 유사기기가 없어야 하며, HUD 사용에 따른 치료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제품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압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인공심장은 심실 보조장치와 완전 인공심장 등 2가지 종류가 있다. 완전 인공심장은 상술한 바와 같고, 실제로 많이 사용되는 것은 심실 보조장치라는 이식형 혈액펌프다. 좌심실, 우심실 가운데 선택해 부착하지만 좌심실에 주로 많이 설치하기에 ‘좌심실 보조장치(LVAD)’라고 불린다. 이것은 좌심실의 피를 기계로 뽑아낸 뒤 모터로 돌려 대동맥으로 다시 보내므로 심부전에 의해 저하된 심장의 기능을 보조하는 펌프역할을 한다.

이 좌심실 보조장치는 1960년대부터 주로 미국에서 연구가 시작돼 FDA에서 허가받아 1994년부터 실제로 쓰이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박동형 펌프를 이용해 단순히 심장이식을 기다리는 환자의 생명을 유지하는 정도로 쓰였으나, 3세대좌심실 보조장치는 이식수술 후 생존 퇴원율이 90~95%로 높고, 2년 생존율도 70~80%나 된다.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10년 이상 문제없이 유지하고 있는 환자가 많고, 우리나라 환자도 이 수술 이후로 6년 이상 생존했다고 한다.

이와 같이 인공심장과 심실 보조장치는 불가능에 도전하는 인간의 노력이 가능에 가깝게 다가간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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