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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포괄수가제의 치료재료 80% 보상, 병원 손실 불가피”의료·산업계, 22일 국회 토론회서 신포괄수가제 문제점 진단 및 제도 개선 요구
이영주 기자 | 승인 2019.07.26 18:01

정부, 의료계, 산업계의 충분한 토론과 협의가 요구되는 '신포괄수가제'에 대해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 의료계는 시범사업 중인 '신포괄수가제'의 성공을 위해선 원가 기반의 적정수가 산정과 안정적인 환자분류체계 개발이 중요하다는 등의 주장을 제기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오제세 의원(더불어민주당)과 행정안전위원장 전혜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2일 국회에서 '의료서비스 지불방식 정책변화와 의료산업 혁신의 지속가능성' 토론회를 공동주최했다. 이 토론회는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를 비롯해 제약·의료기기 유관단체 4곳이 공동주관했다.

오제세 의원은 개회사에서 "신포괄수가제로 대표되는 묶음형 지불방식으로의 전환은 불필요한 진료를 줄이고 건강보험재정 관리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의료서비스 지불방식 변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의료·산업계와의 충분한 논의와 교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경국 협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묶음지불제가 일반화되는 방향은 국민 의료비용 부담 경감 및 건강보험재정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이고자 하는 당위성이 있는 반면, 의료공급자의 혁신기술 활용에 제한을 가져오며 국민의 혁신 맞춤형 의료의 접근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면서 "정부가 의료소비자를 포함해 의료·산업계 등과 직접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해, 혁신적인 의료서비스에 대해 합리적인 가격산정 방안이 제도권에서 마련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신포괄수가제는 입원에서 퇴원까지 발생하는 입원료, 처치료, 약값 등을 묶어서 미리 가격을 정하는 지불제도로, 진료에 필요한 기본적인 의료서비스는 포괄수가(DRG)로, 의사의 수술과 시술 등은 행위별 수가로 별도 보상이 이뤄진다. 보건복지부는 전국의 68개 의료기관(2019년 1월 기준)에서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며, 향후 참여 기관을 확대할 방침이다.

▲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오제세 의원(더불어민주당)과 행정안전위원장 전혜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2일 국회에서 ‘의료서비스 지불방식 정책변화와 의료산업 혁신의 지속가능성’ 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불방식 결정의 중요 요소인 환자분류체계 개선부터”

이날 토론회는 3명의 발제자가 신포괄수가제에 대한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해 주제발표를 한 후, 서인석 대한병원협회 보험이사, 이중규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 김재용 서울아산병원 안과 교수,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등이 참여한 패널토의 순으로 진행됐다.

먼저, 김석일 가톨릭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가 '신포괄수가제의 환자분류체계'를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김 교수는 지불방식을 결정하는 중요 요소인 환자분류체계가 임상 현장이 반영되지 않은 통계청 자료를 기반으로 관리되고 있어 문제가 많다고 꼬집었다.

김석일 교수는 "환자분류체계는 신포괄수가제도의 지불방식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시작단계지만, 현재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실제로 중증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임상적 동질성을 신뢰할만한 수준으로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기본적인 환자분류체계 요소 중 하나인 질병분류체계와 코딩지침이 복지부에 없고 통계청에 있다"며 "의료제도는 우리나라 보건의료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복지부가 의료계와 상의해가면서 만들어야 하는데, 우리나라 신포괄수가제 지침은 통계청에서 만들고, 복지부는 사용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자본비용의 상환에 대한 고민이 없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땅값이 비싸고 고가장비가 많은 서울의 대학병원과 그렇지 않은 지방의료원에 같은 지불 방법을 쓸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 김 교수의 주장이다.

김 교수는 "안정적이고 합리적인 신포괄지불제를 위한 필수적인 구성요소로는 원가에 기반, 안정적인 환자분류체계, 적정수가 이 세 가지 요소가 충족돼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 모든 요소가 충족되지 못한 상태"라며 "제도를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 의료계에서 요구한 개선 계획이 있으나, 개별 과제의 선후가 바뀌어 제대로 된 분류체계를 개발할 수 없고, 2022년 이후 계획은 없으며, 이해당사자인 의료계와 협력을 위한 투명성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대로 된 분류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치료재료에 대해 80%만 보상, 병원 손실 발생”

이산희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수술하는 의사가 바라보는 의료서비스 지불 정책’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신포괄수가제에서 약제와 치료재료 등을 행위별 단가의 80%만 산정하기 때문에 병원의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현행 신포괄수가제는 의료행위는 행위별 단가의 100%로 산정하고 약제·치료재료는 행위별 단가의 80% 정도로 산정하고 있다"며 "고가재료를 사용할 때 환자 부담이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 교수는 "수술시간을 단축하고 주변 조직 손상을 감소하는 등의 장점이 있는 신의료기술 도입에 긍정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수술행위에 대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분석을 통한 타당한 수가를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치료재료에 대해 비급여의 급여화 등으로 전체적인 단가를 낮추려는 것보다, 외국기업에 경쟁할 수 있는 국내 의료·바이오 기업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새로운 기기 개발 및 사용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차재명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도 "비포괄 치료재료의 경우 변동계수가 크기 때문에 과용과 남용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다"며 "비포괄 약제의 경우 환자에게 남용의 우려가 적은 약제로 분류돼 있어 100% 산정에도 재정 부담이 없다. 80% 산정 규정은 제도의 복잡성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의견을 개진했다.

차재명 교수는 '신포괄수가제의 현황 및 의료계 건의사항'이란 주제로 발표를 하고 △비급여 의약품의 관리 및 포괄, 비포괄 분류 공개 △비포괄 항목 분류 기준 시 처방변동계수 20% 이상으로 대상 확대 △제품 단위 단가보다는 총 투약기간 및 총 투약비용을 고려한 분류 △고가 비급여 첨단바이오 의약품의 제외 기준과 비포괄 분류 건의 등 의료계 건의사항을 전했다.

“신포괄수가제, 의료서비스 질 떨어뜨리지 않아”

토론회 패널로 참석한 이중규 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의료계의 지적에 일부 반박과 해명을 한 뒤, 의료계와 산업계가 참여하는 논의의 장을 계속 만들어 정책을 검토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이 과장은 "신포괄수가제를 도입하면 (신의료기술 도입 등에 제약이 생겨) 의료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데, 그렇다면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참여할 대학병원이 처음부터 시범사업 참여를 고려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은 의료의 질을 낮추지 않는다는 전제로 참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약·의료기기가 80%만 보상되는 건 아니다. 포괄에 20% 녹아있고, 비포괄에서 80%를 보상하는 방식으로 가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 과장에 따르면, 복지부는 신포괄수가제가 시범사업인 만큼 불완전한 면이 있으므로 이를 보완하면서 수가 기반을 만들고 있다. 특히 원가 기반의 수가 산정이라는 방향성에 복지부도 동의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 과장은 "기본적으로 원가 기반의 수가로 가야 한다는 방향에 동의하고, 그렇게 준비하고 있다. 다만 앞으로 제대로 된 원가 산정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정책 가산은 일부 남지 않을까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영주 기자  webmaster@kmdi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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