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별적·제한적 사용 가능하도록 ‘과도기적 위험 관리’ 필요

■ 프탈레이트류 가소제 관련 의료기기 정책 방향에 대한 제언
 

“업계, 프탈레이트 대체 가소제 ‘의료기기별 고유 특성’ 살려야 제품 실현 가능”

현재 프탈레이트 가소제 대체되는 과도기,
선별적·제한적 사용 가능하도록 ‘과도기적 위험 관리’ 요구돼 

▲ 서영호 위원
프탈레이트류 함유
의료기기안전관리협의체

최근 혈액 접촉 관련 의료기기 중에서, ‘내분비계 교란 물질로 알려져 있는 프탈산 계열의 가소제(이하 프탈레이트 가소제)’가 적용된 의료기기 사용 제한을 두고 업계와 학계, 의료계, 정부기관 간에 이슈로 회자 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서로간의 의견차를 좁히고,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방안 수립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프탈레이트 가소제 대체 물질 관련 13년 동안의 일천한 경험과 터득한 내용을 근거로 몇 자 적어 본다.

프탈레이트 가소제의 비의도적 체내 작용 방식
프탈레이트 가소제의 위해 여부 및 제한을 논하기 전에, 우선 프탈레이트 가소제가 체내 어떤 방식으로 비의도적 작용하는지 먼저 알아본 다음, 이를 근거로 생체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이 어떤 것인지를 파악하고 이를 고려해 대처 방향을 수립하는 것이 효과적이리라 여겨진다.

그러면, 먼저 프탈레이트 가소제가 체내에 비의도적 작용하는 방식에  대해 알아보자.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프탈레이트 가소제는 프탈산(Pthalalic acid, ortho 위치)과 고급알콜이 반응해 얻어지는 화학 물질로서, PVC 재질의 의료기기에 연성을 부여하기 위해 첨가하는 무색 투명한 액상 원료이다. 

‘성 호르몬 교란’·‘대사분해물의 작용’과 화학 구조적 특성
이런 프탈레이트 가소제의 비의도적 작용을 잘 분석해 보면 ‘여성 호르몬과 유사한 화학 구조로 인한 모방 작용(Mimic)으로 인한 성호르몬 교란’과 ‘체내 흡수후 생체 내 효소 작용에 의해 가수분해 물질로 생성되는 대사분해물(Metabolite: 예 mono alkyl phthalate, Phathalate mono ester 등)의 작용’으로 분류 할 수 있다.

이런 2가지 유형의 비의도적인 작용 발생은 프탈레이트 가소제의 근간이 되는 프탈산의 분자 구조적 특성(즉, 벤젠 링에 두 개의 Carboxy 그룹이 인접한 구조적 특성-ortho 위치) 에 기인한다고 여겨진다.

 

테레프탈산(Terephthalic acid, para 위치) 또는 이소프탈산(Ispophthalic acid, meta 위치) 형태에 고급 알코올이 반응해 얻어진 물질의 경우 carboxy 분자단이 인접해 있지 않고 떨어져 있으므로, 여성호르몬 유사 구조를 형성·유지하기 어렵고, 가수분해 반응으로 인한 Phthalate mono ester 류의 대사 분해물 생성 또한 어려운 구조로 예측된다.

 

이런 프탈레이트류 가소제의 분자 구조적 특성(Ortho 위치)으로 인해 유독 프탈레이트 계열의 가소제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이유라 여겨진다 따라서 가소제의  위해 여부 및 정도 파악에 있어서 프탈산(Pthalalic acid, ortho 위치)에 알코올을 반응시켜 얻어진 물질구조 및 분해 대사물을 중심으로 두고, 서로 비교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프탈레이트 가소제는 일반인들에게 여성 호르몬 모방 작용(Mimic)으로 인한 성호르몬 교란 작용으로 잘 알려져 있으나, 체내 흡수 후 분해산물의 영향에 대해서는 일반인들은 거의 인지하지 않고 있다. 

프탈산의 비의도적 속성 2가지 중 주목해야 할 것은?
이 2가지 속성 중에 어느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까? 만약, 프탈레이트 가소제가 화학적으로 안정해 체내에서 대사 산물로 분해되지 않고 배출된다고 가정하면, 프탈레이트 가소제 물질 자체는 ISO 10993에 근거한 생체적합성 평가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독성을 나타내지 않으므로 여성 호르몬으로 유사 작용하는 단순미믹(Mimic) 기전에 불과하다고 본다.

 

이런 예는 콩류 등에 함유된 천연 유사 호르몬 물질(이소 플라본)의 작용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고 이 경우 체내투여를 중단하면 여성화 경향은 다시 복구 되므로 리스크가 크지 않다.

프탈레이트 가소제가 상기 단순한 미믹 작용 외에, 체내 대사시 새로운 중간단계 물질(Mono alkyl phthalate, Phathalate mono ester)로 전환·생성되어 ‘고농도로 축적’ 될 경우에 체세포 조직 및 유전자에 작용해 변이를 일으키거나, 생식 세포 및 유전자에 변이 작용해 세대전이를 유발한다면? 그리고 그런 분해 대사 산물이 세포조직이나 유전자에게 작용하기 전에 빠른 속도로 분해 배설 되는 환자 계층과 그렇지 않고 농축되는 취약 환자 계층이 있다면? 이 경우  프탈레이트 가소제의 위해 가능성을 어떻게 파악해야 할까?(참고로, 체내에서 소수 첫째단위 ppm 수준으로 형성 되는 프탈레이트가소제 대사분해물은 정상 대사량 성인의 경우  5시간 이내 절반이 배출 되는 속도로 신속하게 진행된다.)

프탈레이트 가소제의 위해성을 바라보는 시각 
여기에서 우리는 다시 2가지를 정확히 짚고 넘어 가야 한다.
첫째, 단순히 프탈레이트 가소제 물질 구조 자체의 단순한 Mimic 효과에 의한 여성 호르몬 작용을 프탈레이트 가소제의 주요 위해성으로 오인한다면, 프탈레이트 가소제가 모든 계층에 위험한 것처럼 보여질 수 있으며, 대사 분해산물에 취약하지 않은 환자계층까지도 필요한 의료기기 사용제한이 적용돼 환자의 입장에서는 득보다는 실이 클 수도 있다.

둘째, 분해 대사물의 작용 관점에서 볼때 취약한 환자 계층에 대한 정의이다. 
이미 미국 FDA고시 및 유럽(프랑스)에서는 프탈레이트 가소제에 반복 노출되면서 임산부, 영유아, 혈액 투석환자, 암환자, TPN 환자와 같은 면역력 및 신진 대사, 분해, 배출능력이 저하되는 환자 계층을 프탈레이트 가소제 관련 취약 계층으로 보고 있다. 한마디로, 프탈레이트 가소제 대사분해물이 고농도로 농축 되는 계층이라고 할 수 있고, 이런 취약계층을 정의 한다는 것은 역으로 프탈레이트 가소제를 허용할 수 있는 계층이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비의도적 속성 2가지 중 여성 호르몬 유사 작용은 모든 계층에 해당 될 수 있지만 분해 대사물의 작용은 특정 대사 계층 상태에만 국한되므로, 프탈레이트 가소제 위해성을 저울질할 때, Mimic effect 관점에서 보느냐 아니면, 분해 대사믈의 체내 축적시 계층별 위해성 여부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프탈레이트 가소제의 대처 방향이 판이게 달라 질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지금까지 설명했다.

정리하면, 프탈레이트 가소제의 여성 호르몬 모방작용(Mimic)으로 인한 성호르몬의 관점보다는 대사 분해 산물의 체내 축적에 따른 인체 전반의 영향에 초점을 두고, 프탈레이트 가소제 함유 의료기기 사용 여부를 환자 계층별 상황에 따라 상대적인 관점에서 가소제 위해성 여부를 파악 한다면, 프탈레이트 가소제 대체가 어려운 제품(물론, 대체를 위해 노력 진행 중이지만)들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는 좀 더 실효성 있는 조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프탈레이트 가소제가 대체되는 과도기적인 단계
그렇다고 해서, 프탈레이트 가소제를 계속 사용하자는 논리를 펼치기 위함이 아니라, ‘프탈레이트 가소제가 대체되는 과도기적인 단계’에서 프탈레이트 가소제를 함유한 의료기기를 사용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실정에 맞게 정말로 위해한 계층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제한적으로 사용하면서 과도기를 넘기자는 취지이다. 

세계적으로는 프탈레이트 사용을 업계, 학계, 의료기기인증기관에서 배제하려는 정책적 움직임이 있지만, 여기에는 의료 및 환자에 미치는 위험 이득 분석 차원에서 정도의 상황을 고려한 정책 방향임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즉, 의료기기에 있어서 프탈레이트 가소제 대체를 일률적으로 단시간에 시행시, △대체가 어려운 의료기기 고유의 의도된 의료적 성능이 감소·소실되거나, △프탈레이트 대체에 대응 할 수 없는 수입의존 품목의 경우 공급 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므로, 프탈세이트 가소제 제한의 세계적 추세는 이런 상황 반영한 ‘환자 계층별 위험-이득 분석’과 ‘프탈레이트 비의도적 작용 방식(앞서 설명한)’을 고려한  선택적·단계적 움직임인 것으로 보여진다.

프탈레이트 가소제 제한 사용 방안들
예를 들면, 의료기기 관련 유럽 의회 고시에는 무조건적인 제한을 하는 것이 아니라, 부득이 프탈레이트 함유할 수밖에 없는 의료기기일 경우 프탈레이트 함유 표시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전문 의료진이 임상에서 해당 의료기기를 환자 시술시 적용 여부를 파악해 환자계층별로 프탈레이트가소제 의료기기를 선별 및 제한 적용하기 위한 정보제공의 차원으로, 담배처럼 혐오성 문구를 넣어 제품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려는 목적이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프탈레이트 가소제 대체를 위한 국내 의료산업계 노력
마지막으로, 현재의 의료기기 시장에서의 프탈레이트 가소제 대체 방법 유형과 대체를 위한 국내 의료 산업계 노력 및 제안(提案) 방향에 대해 요약하면서 끝을 맺을까한다.

프탈레이트 가소제를 대체하는 유형으로는 △PVC 수지를 가소제 첨가가 필요 없는 수지(폴리우레탄, 올레핀, 실리콘등)로 전환함으로써 가소제 사용을 배제하는 방법과 △PVC를 쓰되 문제를 야기 시키지 않는 다른 가소제로 바꾸는 방법이 있다. 

전자는 수지 자체가 가지는 물성 구현의 협의성으로 인해 기술적 적용이 일부 의료기기에 국한돼 있어 다양한 의료기기 분야에 확대 적용하기는 한계가 있고, 일반적으로 후자의 방법이 많이 선호되고 있다.

PVC가소제 시장에는 후자의 경우를 위한 대체물질들이 나오고 있었으나, 의료기기에 쓸만한 대체 가소제로 나온 것들은 불과 몇 년 밖에 되지 않고 종류도 몇 안 된다. 중요한 점은 이런 대체 가소제가 의료기기별 고유 물성 특성을 살릴 수 있는 것이어야 의료기기 제품이 실현 된다는 점이다. 요구되는 물성이 까다롭지 않아서 대체가 쉬운 수액세트등 일부 의료기기의 경우 대체 가소제로 올해 6월부터 넘어갔다.

프탈레이트 가소제만이 충족할 수 있는 까다로운 고유 특성으로 인해 대체가 어려운 의료기기 제품의 경우에도 기술적으로 연구 진전을 보이고 어느 정도 완료돼 간다. 그러나 적용을 위한 최종 단계-의료적 사용 차원의 유용성 검토 및 실효성 평가단계에서 업계의 자력만으로 진행하기에는 한계에 봉착해 있고 위험 부담과 경제적 부담이 큰 상황이다.

프탈레이트 가소제 대체 기술, 의료적 유용성 검토 및 실효성·평가에 ‘정부지원’ 필요
이런 과도기 상태에서의 산업적/의료적 리스크를 피하면서 프탈레이트 가소제 제한 및 대체 가소제 전환 관련 정책이 성공하려면 ‘단계적인 정책 순응도를 높이는 방안’과 ‘산업이 대처하고 적응할 수 있는 기간 및 정부의 연구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즉, 프탈레이트 가소제 대체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과도기적 현실을 객관적으로 인정하고, 의료전문 시술자가 취약 계층을 고려한 의료기기 선별적·제한적 식별 사용할 수 있도록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함유 정보 라벨 표기’와 같은 과도기적 리스크 관리조치를 진행함으로써,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제한에 대한 순응도를 단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대체 기술의 유용성 평가의 어려움으로 대체가 지연 되고 있는 의료기기를 파악해서, 정부 국책 지원 사업 차원에서 정부와 의료계 주도하에 산업계가 연계해 의학적 유용성 및 타당성 검토 평가를 풀어가야 할 것으로 판단 된다.

어느 측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프탈레이트 가소제에 대해 객관적인 현실을 정부, 의료 소비자, 의료산업 각계가 서로 공감하면서 단합된 노력이 뒷받침될 될 때, 대체 과도기를 효과적으로 넘기고 향후에는 프탈레이트 가소제를 의료기기에서 완전히 대체하는 날이 올 것이고, 그 결과, 국민건강과 산업이 윈-윈(Win-Win)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프탈레이트 가소제 대체가 기술적으로 도저히 불가능하지만 사용 특성상 리스크가 없어서, 미 대체로 남아있는 의료기기들이 극소수이지만 존재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끝으로, 의료 산업계가 경제적 논리가 아닌 ‘내 가족이 쓸 수도 있다’는 생각과 ‘기업의 이미지 마케팅 차원’에서 안전하고 품질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한 연구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는 과도기적 상황임을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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