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내 안전문화 형성위해 과감한 행정적·제도적 투자 절실

■ KMDIA 보건의료 정책 제언

 

“메르스, 재난적 병원감염·구멍난 공중보건 드러내”
병원내 안전문화 형성위해 과감한 행정적·제도적 투자 절실

 

▲ 전숙영
KMDIA 보험위원회 간사
BD코리아 이사

환자 안전과 의료인 안전은 동일한 문제
최근 메르스 유행 사태를 계기로 국내 병원내 의료체계 감염관리의 취약성이 드러난 가운데 환자와 더불어 병원 내 의료인의 안전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희망의 편지로 감동을 안겨준 어느 간호사의 결의와 보호복을 입고 환자의 치료를 위해 위험을 무릎 쓰는 의료종사자들의 모습은 구멍난 보건안전망의 최전선에서 환자의 생명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의료종사자들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일선의 다소 생경한 시선과 무관심함에 일침을 가하는 계기가 됐다. 

직장 안전 측면에서 의료기관의 안전 수준에 대해서는 미국의 한 보고서에서 살펴볼 수 있다.미국 노동통계국에 의하면, 병원을 포함한 의료기관에서의 사고 및 질병 발생률이 제조업, 건설업보다 더 높았고 전체 업계 평균보다도 월등히 높게 나타나 직장 안전 측면에서 의료종사자들은 높은 위험에 속해 있다.<표1. 참조>

<표1. Injury and Illness rates, 2011>

 

환자의 안위를 책임지는 의료기관에서 의료인들이 의료행위 중 환자로부터 직접 감염되거나, 다른 환자한테 질병을 옮기는 매개체 구실을 하는 사례들을 통해 의료종사자들의 안전이 곧 환자의 안전과 직결됨을 알 수 있다.

환자와 의료인들의 안전이 별개의 문제가 아님은 여러가지 연구에서 찾아볼 수 있다. National Patient Safety Foundation의 white paper(2013)에 의하면, 의료기관이 직원의 건강 및 안전 개선을 위해 실시한 프로그램(직원 복지 프로그램, 인플루엔자 접종, 안전 기구 사용, 날카로운 기구 취급, 환자 운반 기구 등)을 시행 결과, 직원들이 만족감과 안전을 느끼는 동시에 환자의 치료효과도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인의 안전이 보장되고 우선시 되는 조직에서 의료인은 더 큰 만족감을 느끼고, 피곤함을 덜 느끼며, 환자를 위해 더 안전하고 효과적인 보살핌을 줄 수 있음이 증명된 것이다.(http://www.npsf.org/wp-content/uploads/2013/03/Through-Eyes-of-the-workforce_online.pdf)

의료관련감염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 필요
최근 보건당국은 메르스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의료관련 감염관리를 위한 대대적인 의료체계 개편안을 내놓고 있다. 건강보험 수가를 개편하고, 의료기관에 패널티와 인센티브를 부여할 방침이다. 보호구 등 의료용품 수가를 신설해 의료기관에서 감염방지를 위한 다양한 의료용품을 사용을 현실화한다는 계획이다.

이제까지의 건강보험이 환자의 진단 및 치료와 같이 눈에 보이는 부분을 주로 지원해 왔다면 앞으로는 예방, 안전관리, 의료인의 감염예방과 같이단시간 효과를 보기는 어려우나, 미래의 더 큰 문제를 방지해 줄 수 있는 부분에 역할을 더 넓혀 나가야 할 때이다.

가까운 홍콩,중국 등에서도 SARS, 신종플루 등 대규모 감염사태를 경험하면서 감염관리 매뉴얼을 구비하고 관련 시스템 구축 및 각종 의료인 보호장비 지원 등 의료관련 감염예방을 위한 추가 비용을 투자하는 계기가 됐음은 많은 매체를 통해 보도된 바 있다.

일본에서도 의료관련감염으로 인한 사망이 2004년~2006년에는 16건, 2010년에는 VRE 감염사례 발생이 62건(사망 3건) 등 심각한 의료관련 감염 사례가 발생함에 따라, 2010년부터 의료관련 감염에 대한 별도의 수가를 책정해 의료기관의 감염예방 활동을 지원하고 있으며, 2012년에는 지원 비용을 확대 편성해 병원별로 환자당 1,000엔에서 4,000엔까지 지원하고 병원 간 교육 비용도 지원하고 있다.

의료종사자의 혈액매개감염의 위험성
혈액매개감염은 의료관련감염의 대표적인 혈류감염 중 하나인데, 약 30개의 혈액매개질환<표2. 참조>에 감염된 환자의 혈액에 직접 접촉돼 감염된다. 주사 또는 채혈과 같이 환자의 혈액이 노출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료종사자의 자상사고는 드문 일이 아니다. 국내외에서 많은 의료종사자들이 혈액매개감염으로 AIDS, 간염 등에 감염된 사례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1993년 경찰병원 ‘인턴’으로 일하던 전모씨가 자상사고를 입어 간염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메르스 또한 환자의 혈액과 직접 접촉하지 않도록 WHO(세계보건기구) 에서 경고하고 있다.

 

의료관련 감염예방을 위한 보호장비 구비의 중요성
메르스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의료종사자가 보호장비 없이 진료하거나,제때에 보호장비를 지급받지 못해서 메르스에 감염되는 사례가 다수 발생됐다. 국내에서 의료인의 보호장비 지급은 매우 취약한데 간단한 사례로 정맥주입요법 임상간호실무지침에 의하면,환자 정맥주사시에는 반드시 장갑을 착용하도록 돼 있으나, 병원이나 의원을 방문해서 수액을 맞았던 경험이 있다면 장갑 착용이 현실적으로 일반적이지 않음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의료인 보호장비 중 주사침 찔림사고(자상사고)에 의한 혈액매개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사용하는 안전의료기기는 대표적인 의료인 보호장비중 하나이다. 

의료종사자들의 자상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WHO에서는 ILO(국제노동기구)와 공동으로 주사바늘 안전지침을 제정해 각국에 적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미국은 2000년 클린턴 정부 때 관련 법안을 최초로 통과시켰으며, 유럽연합은 2013년 5월에 각 나라의 관련 법안을 정비해 법제화 했다.<표3. 참조>

 

가까운 대만에서도 2011년 말, 안전의료기기의 사용을 법제화해 매년 20%의 사용을 늘려나가기로 하고 건강보험의 지원을 늘려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일본, 캐나다, 호주, 러시아, 브라질 등 많은 나라에서 안전의료기기 사용 의무화 관련 제도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국내에서는 두 번에 걸쳐 안전의료기기 관련 법안이 발의됐으나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에 있다.

안전의료기기의 효과
안전의료기기 법제화 시행 후, 자상사고 감소에 대한 안전의료기기의 효과는 다수의 연구에 의해 밝혀졌으며, 미국 질병관리본부는 안전기구를 사용함으로써 의료종사자의 자상사고를 38%까지 줄일 수 있다고 보고했다.<표4. 참조>

<표4. Percutaneous Injuries per 100 FTE Hospital Employees>

※출처 : New England of Journal of medicine, 366;7 Feb. 16, 2012

안전의료기기에 대한 정부의 재정 지원 절실한 상황
이제 우리나라도 환자의 진단 및 치료와 같은 수익 중심의 분야에 대한 지원으로부터 예방, 안전관리, 의료인의 감염예방과 같이 환자와 의료인의 안전 또는 건강에 필요한 공공성을 지키는 분야에 대한 제도적인 지원과 건강보험의 역할이 보다 확대돼야 할 때라 생각된다. 이번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국제적인 가이드라인이나 각국의 다양한 법으로 사용이 권장되거나,의무화된 안전의료기기에 대해서는 환자 또는 의료인의 감염 예방을 위해 정부의 재정적인 지원이 이뤄지길 희망한다. 

검사, 수술 등 눈에 보이는 분야 뿐 아니라, 잘 보이지 않는 의료관련감염의 관리 수준이 올라간다면, 진정한 의료강국으로서의 한국의 위상을 드높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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