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수의 health policy insight

[Health Policy Insight 187회]

헬스케어에서의 인공지능(AI)의 가치, 과대선전과 일치하는가?

▲이 상 수
메드트로닉코리아
대외협력부 상무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과 이와 관련한 많은 응용프로그램 - 즉, 빅데이터, 심층 분석(deep analytics),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 은 의학의 "특효약(magic bullet)" 단계에 접어들었다. 끊임없는 비용, 품질, 형평성, 그리고 접근성에 대한 해결책에 대한 필사적인 상황, 책, 기사 및 기업 발표의 꾸준한 흐름이 헬스케어가 "인공지능 혁명"의 첨단에 놓여 있어 마침내 높은 가치의 케어(high-value care)가 될 것으로 보인다. AI는 시각적 패턴인식 분야에서 특히 놀라운 발전을 이끌어 왔지만, AI에서 파생된 예측이나 권고사항을 효과적인 행동으로 전환하는데 큰 어려움이 있다. 

미국 헬스케어시스템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데이터 또는 분석(analytics)의 부족이 아니라 수백만 명의 환자와 의사의 행동 변화에 있다. 검사(tests), 수술, 의약품 및 기타 치료법 주문을 포함하여 의사 행동은 헬스케어 비용의 80%를 차지한다. 이와 유사하게, 잘 먹고, 운동하고, 금연하고, 적당한 음주 및 약물복용 준수(medication adherence)를 포함한 환자 행동은 만성질환 발생 및 결과의 절반 이상에 영향을 끼친다. 데이터와 분석에 대한 협소한 집중은 헬스케어시스템이 헬스케어 변화를 달성하는데 필요한 "의미있는 행동 변화(meaningful behavior change)"에 방해가 된다.

AI가 헬스케어의 과대선전의 최신 초점이 된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결국, AI는 비즈니스모델의 중요한 변화와 더불어, 다양한 산업에서 파괴(disruption)의 근간을 이룬다. 헬스케어는 디지털 인프라가 없기 때문에 이러한 혁명에서 뒤떨어져 왔으나 상황이 바뀌었다.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은 아직 파악하기 어려우며 핵심 디지털 도구 - 특히, 전자건강기록(electronic health records) - 는 많은 비난을 받아 왔지만, 헬스케어가 현재 데이터를 디지털 형태로 수집, 저장 및 이동시키고 있는 점은 사실이다. 소위, 유전학 혁명과 개별 유전정보를 저장하고 분석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는 수 많은 정밀의학 추진계획(precision medicine initiatives)은 현재 분석에 이용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더해 왔다. 또한, 다양한 장애의 진단과 치료를 돕기 위해 소셜미디어 사이트에서 엄청난 양의 데이터에 접근하는데 관심이 있다.

비즈니스 세계와 투자자 커뮤니티가 헬스케어에 주목해 왔다. 10년 전,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는 헬스케어에 자신감을 가지고 모험을 감행했는데, 구글 헬스(Google Health)는 종료되고 마이크로소프트 헬스볼트(Microsoft HealthVault)는 야심찬 디지털 환자기록 추진계획의 규모를 크게 줄였다. 이러한 고통스런 교훈을 얻은 후에, 대부분의 디지털 대기업은 헬스케어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바뀌었다. 지난 몇 년간, 모든 주요 디지털기업은 대규모 투자와 인재를 고용하여 AI 기반 헬스케어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동시에 헬스케어가 파괴에 무르익었고, AI가 이것을 할 수 있는 도구이며, 성공한 기업은 막대한 수익을 창출할 것이라는 전제 하에 2018년 81억 달러에 달하는 벤처캐피탈의 막대한 자금이 헬스케어 디지털 스타트업에 쏟아졌다. 

더 정확하고 미묘한 AI 기반 예측이 변혁(transformation)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전제는 그 전제가 잘못되었을지라도 그럴듯해 보인다. 예를 들어, 근거중심의학(evidence-based medicine, EBM) 운동이 한 세대 전부터 시작된 이후에 근거를 진료(practice)에 반영하는 문제는 의료계의 화를 불러 일으켰다. 데이터, 분석, AI 및 기계학습은 식별에 관한 것이지만 의사와 환자 행동을 변화시키는데 필요한 구조, 문화 및 인센티브를 수립하는데 거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

30년간 의사와 다른 사람들은 모범사례에 대한 근거를 행동 변화로 전환시키는 다양한 전략을 시도해 왔다. 의사 대상으로 교육, 진료 가이드라인, 케어 경로, 투명성, 인센티브에 중점을 두었으나 거의 효과가 없었다. 전자건강기록 시대가 시작된 후, 이러한 전략은 디지털화되어 경고(alerts), 경보(alarms) 및 주문세트(order sets) 형태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경고 피로도와 의사의 좌절감과 같은 새로운 문제는 포스트잇(Post-it) 노트가 아닌 고가의 기술로 전달된 경우에도 지나치게 단순화된 솔루션이 어떻게 성공에 이르지 못하는지 분명히 보여주었다. 

환자에 있어서 낮은 약물 순응도(drug adherence) 문제를 고려해 보라. 모든 처방전의 약 70% 만이 채워지고, 채워진 처방전의 약 70% 만이 치료의 전체 과정을 위해 적절하게 이용된다. 미국인의 절반이 의약품 미순응도를 보이고, 다제요법(polypharmacy)을 복용하는 만성질환 환자의 경우 순응도는 더 낮다. 미순응 환자를 식별하기 위해 약국데이터와 기타 데이터 소스를 분석하거나 더 나은 방법으로 AI를 사용하여 어느 환자가 미순응하는지를 예측하고 해당 정보를 케어 팀에 전달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보이지만 현저하게 미순응도를 줄이지는 못한다. 의학은 의사와 다른 임상의가 미순응 환자와 상호작용하는 방법과 환자의 약물 복용 습관을 바꾸는 방법을 필요로 한다. 전자 알약 캡(electronic pill caps)과 같은 간단한 기술적 접근방식은 환자의 미순응도를 고치지 못한다. 

데이터 전문가는 일단 무언가가 확인되고 알려지면 해결된다고 가정하는 것 같다. 전자광고를 통해 소비자가 링크를 클릭하고 제품을 살 때까지 추적하는 것을 목표로 둔 기술 세계에서는 사실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헬스케어시스템에서 목표는 종종 가공 식품 섭취, 흡연, 운동 부족, 약복용 미준수와 같은 내재적 습관을 바꾸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환자에게 "27.6% 확률로 흡연은 암 또는 심장병을 유발한다"라고 말하는 것과 비교하여 "흡연으로 암이나 심장 질환을 일으킬 가능성이 아주 높다"라고 설명하는 것과 같이 예측의 정밀도를 변경하면 행동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이러한 이슈는 재입원이나 패혈증 위험에 대해 의사가 보다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있도록 고려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구글 헬스(Google Health) 폐쇄를 발표했을 때, 구글(Google)이 지적한대로, "기술에 정통한 환자와 같이 특정군의 사용자에서 구글 헬스가 채택되었다. 그러나 제한된 사용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의 일상적인 건강 관리(daily health routines)에 널리 보급하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

인간은 정신과 육체적 습관의 창조물이다. 이러한 습관을 바꾸려면 참여와 의도성, 그리고 에너지가 몇 달 동안 지속되어야 한다. 행동 변화에 과학이 있으며, 그것은 복잡하다. 미국 헬스케어시스템이 당면한 근본적인 과제는 효과적으로 일상을 변경하고 이러한 변화가 시스템 문화에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다. AI는 여기서 역할을 할 수 있지만 더 나은 예측을 통해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행동의 경제학과 긍정적인 행동 변화를 지원하는 다른 접근법과 데이터를 결합해야 한다.

변화 과정은 반복적이고 어수선할 것이며 반발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실리콘밸리가 아닌 병원과 의사사무실에서 발생하며, 기술회사와 의료기관간 파트너십이 요구된다. 의미 있는 행동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도구의 설계와 구현은 AI가 과대선전(hype) 단계에서 건강과 헬스케어의 의미 있는 개선에 기여하는 단계로 이동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시사점

· 미국 헬스케어시스템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데이터 또는 분석의 부족이 아니라 수백만 명의 환자와 의사의 행동 변화에 있음. 검사, 수술, 의약품 및 기타 치료법 주문을 포함하여 의사 행동은 헬스케어 비용의 80%를 차지함

· 미국 헬스케어시스템이 당면한 근본적인 과제는 효과적으로 일상을 변경하고 이러한 변화가 시스템 문화에 반영되도록 하는 것임. AI는 여기서 역할을 할 수 있지만 더 나은 예측을 통해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님. 행동의 경제학과 긍정적인 행동 변화를 지원하는 다른 접근법과 데이터를 결합해야 함

출처 : Artificial Intelligence in Health Care: Will the Value Match the Hype?
Emanuel EJ, Wachter RM, JAMA Published online. doi:10.1001/jama.2019.4914. May 20, 2019
https://jamanetwork.com/journals/jama/fullarticle/2734581

* 본 컬럼은 의료기기를 비롯한 헬스케어 분야의 국내외 학회지에 발표된 논문 및 연구보고서 등을 살펴봄으로써 우리나라 의료기기 관련 보건의료정책 마련에 통찰력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매주 발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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