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중문화 속의 의료기기 이야기 - 4회

■ 대중문화 속의 의료기기 이야기 - 4회

"Ultrasound : Possible (if 톰 크루즈)"

▲ 임 수 섭
LSM 인증교육원 대표

톰 크루즈! 올드팬에게는 탑건과 레인 맨으로(안타깝게도 바로 나에게 해당된다), 30대에게는 마이너리티 리포트와 제리 맥과이어로, 그보다 어린 세대에게는 잭 리처와 엣지 오브 투모로우로 널리 알려진 그는 명실상부 당대 최고의 배우이다. 특히 타고난 외모와 동안 그리고 철저한 자기관리로 80년대부터 지금까지 40년 가까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그와 견줄만한 배우는 쉽게 찾기 힘들다. 아무리 아이언맨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분노의 질주의 드웨인 존슨의 인기가 최근 치솟고 있다 하더라도 그들의 전성기 기간과 인기의 정점 정도는 톰 크루즈와 비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앞서 톰 크루즈의 몇몇 대표작들을 언급했지만, 지금 말할 이 작품에 비하면 그의 이미지와 인기를 가장 잘 상징하는 영화를 찾기 힘들 것이다. 물론 그의 출세작이자, 또 다른 상징인 '탑건'이 있기는 하지만, 25년 가까운 기간 동안 6편의 시리즈를 배출하고 하나 같이 대히트를 기록한 이 작품만큼의 역사와 위엄은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 영화는 바로 '미션 임파서블(Mission : Impossible)'!

의료기기의 무한대 영역
이 영화 속에서 말 그대로 불가능한 임무를 수행했던 그가 현실에서 불가능 혹은 무모해 보이는 일을 시도한 적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초음파 영상진단장치 구매 사건'이다. 2005년도 당시 그는 자기의 딸 수리 크루즈를 임신한 약혼녀 케이티 홈즈에게 "다이아몬드 반지보다 삶을 더 멋지게 만들어줄, 깜짝 놀랄만한 결혼선물을 해주고 싶다"면서 임산부의 건강검진에 사용되는 '초음파영상진단장치'를 구매했고 그것도 모자라 직접 배워서 사용했었다. 레이싱 카 운전부터 비행기와 헬기 조종까지 영화 속에서 해야 하면 뭐든 배워서 직접 하고, 액션 연기에서 대역을 쓰지 않고 몸소 했던 그가 2005년 당시에는 산부인과 의사 역을 맡은 셈이었다.

초음파영상진단장치는 1만 달러 전후인 초저가 제품부터 30만 달러에 달하는 최고 프리미엄 제품까지 있는데 그의 성격과 재력상, 최고가 제품을 샀음이 예상된다. 당시 그가 직접 밝힌 한 인터뷰에서 '곧 태어날 아기의 성별을 이미 알고 있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아들인지 딸인지 알고 있지만 말하지는 않겠다"라고 답변함으로써 그가 정말로 산부인과 의사처럼 케이티 홈즈(이후 결혼해서 케이티 크루즈로 바꿨고, 이혼 이후에 다시 케이티 홈즈가 됨)가 임신한 아기(수리 크루즈)를 초음파영상진단장치로 검진했음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초음파영상진단장치의 원리는 다음과 같다. 인체에 프로브(Probe) 또는 트렌스듀서(Transducer)라는 마우스와 유사한 형태를 지닌 초음파 발생 장치를 인체에 대고 초음파를 발생시키면, 인체에 맞고 반사된 초음파를 수신해 영상을 구성한다. 좀 더 자세히 부언하면, 초음파를 발생시키면 음파가 인체의 매질 속을 지나가고, 음향 임피던스가 다른 두 매질 사이를 지날 때 반사파가 발생하는데, 그 반사파를 측정해 반사음이 되돌아올 때까지의 시간을 통해 거리를 역산함으로써 영상을 구성하는 것이다. 이렇게 획득된 실시간 단층 영상을 이용해 근육, 힘줄, 그리고 내부 장기들과 이들의 크기, 구조와 병리학적 손상을 확인할 수 있는데, 안전성과 편리성 그리고 MRI와 CT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인해 건강 검진과 태아 진단 등 여러 의료 영역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대체 불가한 의료기기, 초음파영상진단장치
이처럼 50년 가까이 인류 의학에 기여해온 초음파영상진단장치는 전기와 소프트웨어로 작동하는 대표적인 의료기기로 의료기기 승인을 받기 위해 전기·기계적 안전성 시험과 전자파 적합성 시험이 적용된다. 그와 더불어 초음파와 직접 관련된 안전 확인과 영상화에 대한 성능시험을 받아야 한다. 무엇보다 해당 제품에 설치되어 사용되는 소프트웨어가 의도된 목적대로 일관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걸 직접적인 시험과 논리적인 문서로 증명하는 소프트웨어 밸리데이션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이런 제품의 시험 및 인허가와 관련해 재미있는 사실은 이 초음파영상진단장치의 부속품으로 사용되는 초음파 프로브(트렌스듀서) 역시 별도의 의료기기로 분류되며, 심지어 그것이 사용되기 위해 꼭 필요로 되는 주 본체인 초음파영상진단 장치보다도 의료기기 등급이 높다는 점이다. 즉, 일반 장기나 근육에 대한 진료를 위해 사용되는 초음파영상진단장치는 2등급으로 분류되나, 심혈관과 같은 민감한 부위에 대한 진단을 목적으로 쓰일 경우, 3등급에 이르게 된다. 반면, 초음파 프로브의 경우, 중심 순환계 심혈관에 삽입 등 접촉 정도 또는 위험도에 따라 3등급부터 시작해 무려 4등급까지 상향될 수 있다. 또한 초음파영상진단장치 본체가 사무용 복합기 크기 정도에 번듯하고 복잡다단하다는 말 그대로 최첨단 제품다운 외관을 가진 반면, 초음파 프로브는 어린이 손 정도 크기에 마우스나 레이저 포인트와 같이 단순한 외관에 불과한 점을 감안할 때, 가히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가 아니라 할 수 없다.

이제 톰 크루즈의 그 '불가능한 미션'으로 돌아가 보자. 그가 행한 초음파 영상 진단 행위는 불법 진료 행위였을까? 당연한 말이지만 비의료인이 초음파영상진단장치를 이용해서 임산부와 태아 상태를 진단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금지된다. 하지만 이것도 어디까지 영리 행위이거나 법적 책임을 지는 의료 행위로서 금지되는 것일 뿐 아예 사용조차 해서는 안 되는 건 아니다. 그러므로 톰 크루즈가 자신의 가족에게 상호합의 하에, 비영리 목적으로 초음파영상진단장치를 이용하여 사적이고 비의료적으로 인체 내부를 보는 행위를 했을 경우, 특별한 사고나 이와 관련된 직접적인 고발이 없다면 큰 문제는 없는 것이다. 게다가 초음파영상진단장치는 방사선 기반의 영상진단장치와 달리 위해도 낮고, MRI와 같이 특별한 시설적 승인(대전력 공급 및 고자장 차폐)도 필요하지 않으니 더욱 문제로 비화 되지 않았다.

이런 사실 때문에 톰 크루즈는 보통 사람에게 불가능하게 보이는 '초음파영상진단장치로 임산부와 아기를 진단하는 행위'를 호기 넘치게 해낼 수 있었다. 과연 '임무 불가능 (Mission : Impossible)'을 '임무 가능(Mission : Possible)'로 만드는 그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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