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드 책읽기] 저자 윤찬영, 출판사 바틀비

줄리엣과 도시 광부는 어떻게 마을과 사회를 바꿀까?

샤를로트 드 빌모(Charlotte de Vilmorin)는 프랑스에서 장애를 가진 채 태어나서 휠체어를 타고 다녔다. 그녀는 성인이 된 2015년, 여행을 위해 휠체어 탑승 차량을 알아보던 중 엄청난 비용이 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스스로 방법을 찾아 나섰다. 그로부터 몇 달 후 그녀는 장애인을 위한 개조 차량 공유 플랫폼 '휠리즈(Wheeliz)'를 열었는데, 이것이 가능했던 데에는 프랑스에 이미 장애인 혹은 가족이 소유한 10만 대 정도의 개조 차량이 있었기 때문이다. 휠리즈를 통해 일반 대여업체의 3분의 1의 비용에 차량을 이용할 수 있고, 차량 소유주 또한 수입이 생김으로써 큰 호응을 얻게 되었다. '휠리즈'는 보험료를 포함해 대여료의 30%를 갖는 구조이며, 처음 60대로 시작해서 2018년에는 900대의 등록차량과 사용자 커뮤니티에는 8000명이 모여 있다. '휠리즈'는 2017년 유럽에서 가장 혁신적인 프로젝트로 선정되었다. 휠리즈를 만든 빌모는 말한다.
"뭔가 옳은 일이 이뤄지길 바란다면, 당신이 직접 하는 게 최선이다."

위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우리 사회에 산재해 있는 수많은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점은 다양한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전통적인 방법은 정부와 같은 공공기관에서 예산과 사업을 통해 해결하는 방법, 혹은 자본 중심의 시장경제 시스템으로 접근하는 방법이 있다. 실제로 그러한 방법으로 우리 사회가 발전하고 변화해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점점 복잡해지는 사회구조 속에서 문제들 또한 단순하거나 개별적인 문제가 아니라 매우 복합적이고 해결과정이 만만치 않은 일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도시 집중에 따른 문제에서부터 기후와 환경 변화에 따른 문제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측면에서 접근해서는 해결하기 힘든 문제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영국의 대표적인 혁신 기관 네스타(NESTA)의 대표 제프 멀건(Geoff Mulgan)은 "우리 시대의 가장 시급한 현안 중 일부는 현재의 체계나 정책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하면서, 모든 이론들이 아주 단순한 오류에서 출발했다고 비판했다. 그 오류는 바로 "복잡하기 그지없는 사회 현상을 하나의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믿은 것"이라는 점이다. 실젤로 사회는 훨씬 복잡해졌다. 

그런 점에서 '사회 혁신'은 이렇게 새롭게 등장하는 문제들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새로운 문제해결방식을 통해 새로운 시도와 실험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사회혁신은 문제의 발견과 해결 과정에 새로운 관점과 접근, 방법론을 접목시키는 과정이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단순히 정부의 정책과 사업으로 이뤄지는 것만이 아니라 좀 더 다양한 방식으로 개인이나 공동체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혹은 정부의 정책과 사업이라 할지라도 혁신의 방식을 도입하면 전혀 다른 접근과 해결 방법이 도출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소개하는 책 <줄리엣과 도시 광부는 어떻게 마을과 사회를 바꿀까?>는 동시대 국내외에서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사회 혁신 실험 30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책의 부제는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30가지 사회 혁신 실험'이다. 사회 혁신 자체가 최근 본격적으로 회자된다는 점에서 개념적으로나 이론적으로 완벽하게 정리되지 않았다. 결국 결국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사회혁신의 개념과 이론을 보완하고 확장하는 수밖에 없다. 이 책의 다양한 사례는 이론이나 개념으로 온전히 설명할 수 없는 '사회 혁신'을 다양한 이미지와 영상 등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자료를 통해 보여주는 셈이다. 

'혁신'에 대한 논의는 1960년대부터 진행되었다고 한다. 그 중 혁신의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경영 혁신'이라 할 수 있다. 피터 드러커의 말을 들어보자. 

"경영은 역사상 처음으로 한 개인이 서로 다른 기술과 지식을 가진 사람들을 '조직'에 모으고, 그들을 함께 작업시키는 과업을 가능하게 해준 '실용적 지식'이다. 경영은 현대 사회를 정치 이론이나 사회 이론에도 없던 완전히 새로운 사회로 바꾸어 놓았다."

경영은 현대 기업의 발달과 더불어 '혁신'이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혁신을 통해 기업의 확장과 관리 등 기업 경영의 합리화와 효율성 등을 이뤄낸 것이다. 이처럼 혁신은 기존의 시스템이나 규정, 제도, 관성 등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충돌을 얼마나 건강한 갈등으로 만들어낼 것인가 하는 점은 혁신의 방향과 목표 등을 통해 조정하고 만들어내야 하는 핵심 과제이다.

2003년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의 사회혁신센터가 <스탠퍼드 소셜 이노베이션 리뷰>를 창간하면서 '사회혁신'을 "사회적 필요와 문제에 대한 참신한 해법을 발명하고 지원을 확보하고 실행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하면서, "공공과 민간, 그리고 비영리 섹터 사이의 경계를 없애고 대화를 중재한다."고 덧붙였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어떤 정책을 수립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한발, 아니 두 세 발이 늦을 수밖에 없다. 지금은 등장하는 문제들에 즉각적으로 대처하거나 반응하는 것이 필요한 시대이다. 

그런 점에서 핀란드 정부의 '실험'은 주목할 만하다. 2017년 핀란드 정부는 실업자 2000명을 선발해서 아무 조건 없이 2년간 매월 560유로(74만원)을 지급하고 그 효과를 분석하는 대규모 실험을 진행했다. 그것은 일종의 정책 수립 과정의 실험이었다. 핀란드에서 '정부를 위한 디자인' 연구에 참여했던 데모스 헬싱키의 미코 안나라(Mikko Annala) 연구원은 "우리 사회의 모든 영역이 테스트와 시제품 제작을 거쳐 확산이 이뤄지는데 유독 정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것은 괴상한 일이다. 그러한 경향이 정치를 근거에 반하도록, 아주 이론적이고 느리고 추측에 기대게 만든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계획을 세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며, 실험을 하는 편이 더 낫다."고 강조한다. 얼마나 많은 정부 정책이 현실과 동떨어진 채로 진행되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핀란드 정부의 실험은 기회비용 측면에서 보더라도 훨씬 적은 비용으로 많은 것을 얻는 것일지도 모른다. 정책은 언제든지 수정 가능하고, 실제로 환경과 조건에 따라 변형될 수 있어야 한다. 핀란드 정부는 이를 위해 '실험의 핀란드'라는 사이트를 만들어서 시민들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모으고 공유하고 있다. 

<모두를 위한 디자인>을 쓴 에치오 만치니 교수의 말은 우리가 해야 하는 구체적인 활동의 기준을 보여준다. 

▲ 권경우
문화평론가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모든 영역과 모든 차원에서 사회적 실험을 촉진하고 방향을 정하는 일이다. 두 번째로 할 일은 훌륭한 사회 혁신 사례들을 재생산하고 연결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재생산된 아이디어들을 연결함으로써 여러 작은 움직임이 합쳐져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모든 것을 할 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수혜자, 즉 시민의 힘을 기억하는 것이다. 그들이야말로 혁신의 주체이자 힘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정부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그것을 자꾸만 잊어버린다는 데 있다. 

"시민들은 그들 삶의 전문가이다."

[기고자 소개]

이태윤
자유와 방임을 동경하고 꾸준한 독서가 아니면 지능이 떨어진다고 믿는 소시민이며 소설과 시에 난독증을 보이는 결벽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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