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이경국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장

▲ 이 경 국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장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한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의료기기산업이 떠오르고 있다. 세계에서 3차원(3D) 프린터, 로봇, 인공지능(AI), 유전자 분석 등 다양한 첨단기술을 융합한 의료기기가 개발되면서 단순히 질병을 치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류의 꿈인 무병장수를 현실화하고 있다.

한국 경제를 견인하던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전통 제조업의 성장세가 꺾인 상황에서 의료기기산업은 중요한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정보기술(IT), 바이오기술(BT), 나노기술(NT) 등 뛰어난 기술력과 풍부한 임상데이터, 헬스케어에 대한 높은 국민적 관심 등을 고려할 때 의료기기산업 육성과 혁신의료기기 개발에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의료기기산업이 성장하는 데 제약이 많은 게 현실이다. 제품은 다양하면서도 수명이 5년 정도로 짧을 뿐 아니라 하루가 다르게 의료기기 기술이 향상되면서 경쟁도 치열하다. 또 사람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제품이기 때문에 대부분 나라가 높은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고 국제 규격을 강화하고 있어 수출이 쉽지 않다. 더구나 의료기기의 성능과 안전성을 엄격히 따지는 의료진이 의료기기를 선택할 때 인지도가 높고 임상을 통해 검증된 다국적사의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 국내 중견업체라도 신제품을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시키기 어렵다.

따라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시장을 선도하려면 의료기기산업을 집중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이미 훌륭한 선례가 있다. 제약산업의 경우 정부는 2011년부터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제 등을 통해 신약 연구개발에 적극 투자했다. 그 결과 2015년 9개의 국산 신약이 개발됐고 2013년 이후 지금까지 11개 품목이 미국, 유럽 등에서 허가를 획득했다. 지난해에만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48억달러 규모의 기술수출에 성공해 주목받았다.

국회도 의료기기업계의 염원을 수용해 2016년부터 여야 구분 없이 수차례 ‘의료기기산업 육성법’을 발의했다. 지난해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지만 해를 넘겨 계류된 ‘의료기기산업 육성 및 혁신의료기기 지원법’은 국내 의료기기산업 경쟁력 강화, 혁신의료기기의 제품화 촉진, 품질 및 안전성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법안에서 정의하는 혁신의료기기는 기술집약도가 높고 혁신 속도가 빠른 분야의 의료기기, 기존 제품 및 치료법과 비교해 성능과 안전성이 현저히 개선된 의료기기를 의미한다. 보건복지부는 혁신의료기기군을 지정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혁신의료기기군에 포함되는 제품 및 기술을 신속히 심사토록 해 이를 상업화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대폭 줄인다는 게 이 법안의 골자다. 의료계는 혁신의료기기를 활용해 환자에게 최적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혁신의료기기를 신속히 출시해 국민은 양질의 진료를 받고 적정한 보상을 획득한 업계는 지속적으로 신제품 개발에 나서는 선순환 구조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한다.

국내 의료기기업계는 '세계 7대 의료기기 강국 진입'이란 목표를 2020년까지 달성하고자 한다. 국회가 '의료기기산업 육성 및 혁신의료기기 지원법'을 늦어도 오는 3월까지 제정한다면 큰 보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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