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0회 중국국제의료기기전시회(CMEF Autumn 2018) 참관기

■제80회 중국국제의료기기전시회(CMEF Autumn 2018) 참관기
- 정희석 메디칼타임즈 기자

지역 강점 내세운 지자체, 중국 의료기기시장 '러시'
'광주시·
충청북도' 지역 의료기기업체로 별도부스 꾸려 CMEF 참가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국내 의료기기 업체들의 글로벌 시장 개척은 독일 메디카(MEDICA)·두바이 아랍헬스(Arab Health)와 같은 국제의료기기 전시회 참가를 통해 이뤄졌다. 정부 지원금을 받아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이 꾸리는 '한국관'에 참여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런 형태에 변화 조짐이 두드러지고 있다. 의료기기 클러스터를 구축한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의료기기 업체를 선정해 참가비를 지원하고 별도 부스를 마련해 전시회에 직접 참가하고 있는 것.

이는 의료기기가 바이오와 함께 국가 성장 동력을 이끄는 대표적인 융·복합 산업이자 고용 창출과 세수 확보 등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그만큼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지역에 조성된 산업단지 내 의료기기업체 유치를 위한 유인책이기도 하다. 광주광역시 또한 이 같은 대열에 합류했다.

광주테크노파크는 지난해 11월 1일 중국 심천(Shenzhen)에서 폐막한 '제80회 중국국제의료기기전시회'(CMEF Autumn 2018)에 지역 의료기기·헬스케어업체를 이끌고 처음 참가했다. 오송·대구경북·원주와 같이 의료기기 클러스터를 구축한 지역도 아닌 광주시가 왜 CMEF에 참가했는지 조금은 의아했다. CMEF Autumn 2018  현장에서 만난 대신전자 박정일 대표·에스에이치시스템 정현 대표는 그 의문점을 명쾌하게 풀어줬다.

광(光)의료기기, 중국진출 길을 비추다
광주테크노파크가 전시장 Hall 2에 꾸린 부스에는 '광의료산업 협동조합'(Medical Photonics Cooperative·MPC) 회원사 6곳이 참여해 중국시장 문을 두드렸다. MPC 총괄이사 정현 대표는 "광주는 광융합 기반 광의료기술 개발과 광 의료산업 발전을 위한 산·학·연 및 병원 간 융·복합 협력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덧붙여 "2011년 만들어진 광의료기기 산·학·연 협의회는 지자체·업체·병 원·연구기관이 참여해 광의료기기산업 발전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광주 테크노파크를 관리하는 광주광역시청은 '광산업계' 부서를 통해 광의료기기 개발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있다"며 "이용섭 광주시장 역시 광주를 광의료산업 '메카'로 적극 육성하겠다는 의지가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5월 28일 설립된 광의료산업 협동조합(MPC)은 광의료산업에 대한 광주광역시의 높은 관심과 정책적 지원 의지의 산물이었다. 광주광역시 소재 의료기기업체는 약 110곳이다. 이 가운데 광의료기기 관련 광학 렌즈·필터나 부품·완성품 제조업체는 대략 30곳에 달한다.

MPC에는 회원사 7곳이 가입돼있다. MPC 조합장 박정일 대표는 "산·학·연·병 모두가 참여하는 광의료기기 산·학·연 협의회와 달리 MPC는 의료기기업체 중심의 사업적인 영리 활동을 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철저한 검증을 통해 회원사 가입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MPC 규정상 전원 만장일치제를 통과해야 회원사로 가입할 수 있다"며 "2019년에는 회원사를 1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CMEF Autumn 2018은 광의료산 업협동조합이 광주테크노파크 지원을 받아 참가한 첫 국제의료기기전시회로 MPC 회원사 6곳은 전체 참가예산 중 약 70%에 해당하는 500만 원을 지원받아 비용부담을 크게 덜 수 있었다. 날로 까다로워지는 인허가 규제와 높아지는 심사비는 물론 자국 의료기 기 사용 정책으로 시장진입 장벽이 높아진 중국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이유는 왜일까.

정현 대표는 "MPC 회원사 한 곳도 사드(THAAD) 문제로 몇 년 간 중국 CFDA 인허가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또 인허가 과정에 여전히 '시'(關係)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과거에 비해 시장진출이 쉽지 않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라며 "중국 현지에 특화된 우리만의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 한 전략이란 무엇일까. 중국시장을 얕잡아 보고 현지 특성을 무시한 채 인허가부터 제조·유통까지 모든 것을 독자적으로 수행해 마진을 극대화하려다 실패를 경험한 의료기기업체들의 전처를 밝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우리 같은 중소기업은 제품 가격경쟁력이 있고 또 중국 현지 합작법인·대리점·딜러들이 원하는 영업마케팅 조건을 맞춰줄 수 있는 '유연성'도 갖고 있다"고 장점을 강조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우리가 직접 중국 인허가를 받거나 영업을 하는 건 쉽지 않다"며 "따라서 중국 파트너가 오랜 시간과 인프라 구축이 요구되는 인허 가·영업을 담당하되 꼭 완제품이 아니더라도 핵심 부품이나 반제품을 공급하는 조건으로 시장진출을 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황에 따라서는 오히려 우리가 반제품을 수입해 국내 의료기관에 공급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며 "때문에 단순 영업만 하는 업체보다는 의료기기를 직접 제조하는 중국 파트너를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정일 대표도 정현 대표의 말을 거들었다. 그는 "중국 파트너가 의료기기 제조역량과 기술력을 보유하고 충분히 신뢰할 수 있는 상대라면 기술이전도 해 줄 의향이 있다"며 "우리는 한국광 기술원·전남대병원 등과 공동으로 특허 출원을 내기 때문에 특허 침해에 대한 대비도 잘 돼 있다"고 자신했다. 이어 "중국시장에서 직접 팔아 10% 수익을 남기기보다는 신뢰할 수 있는 현지 파트너를 통해 3~4%의 수익을 꾸준히 낼 수 있는 안정적인 방법을 찾겠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광주테크노파크와 광의료산업협동조합은 이런 전략을 실천하고자 CMEF Autumn 2018 기간 의료기기 제조·수입·유통이 가능한 중국 대형 로컬기업 'LANDWIND'사와 실무적인 논의를 진행했다. 한편, 광의료산업협동조합은 CMEF Autumn 2018 참가를 계기로 지역 광의료기기 및 미용·뷰티헬스케어업체들의 해외시장 진출에 더욱 속도를 낼 계획이다.

박정일 대표는 "조합 차원에서 연 3회 정도 국제의료기기전시회 공동참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2019년에는 전시회 규모가 점점 커지고 의료와 라이프케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아랍헬스(Arab Health)에 참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CMEF Autumn 2018 기간 동안 중국 전역 딜러들이 MPC 부스를 방문해 제품 상담과 일부 샘플 구매는 물론 구체적인 계약체결까지 협의하는 등 성과가 좋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의료기기전시회는 5년 정도 꾸준히 참석해야 현지 대리점·딜러들과의 신뢰를 쌓고 이를 기반으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며 "CMEF에는 가 능하면 계속 참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충북도 공무원, CMEF서 답을 찾다
"충격적이다. 중국 의료기기의 힘이 느껴진다." 충북도청 공무원들이 CMEF 전시장을 둘러본 뒤 밝힌 소감 한마디다. 충청북도는 CMEF Autumn 2018에 도내 의료기기업체가 참여한 '충북 의료기기전시회 참가단'을 꾸려 중국시장 공략에 나섰다. 기자는 CMEF Autumn 2018 현장에서 배정원 충청 북도 바이오산업국 바이오산업과장과 신재원 바이오산업과 의료기기헬스팀 주무관을 만나 전시회 참가 배경과 지역 의료기기산업 육성을 위한 다각적인 지원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충북도 내 의료기기업체는 약 124곳. 이 가운데 8곳이 참가단을 통해 CMEF에 부스를 꾸렸다. 배정원 과장은 "성장 가능성과 참가 효율성을 고려했고 엄정한 심사를 통해 참가업체 8곳을 선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총 1억원 예산을 집행해 참가 업체 부스비·통역비·운송비를 지 원했다"며 "업체는 8곳이지만 비즈니스 상담 공간 2개 부스를 더 확보해 총 10개 부스로 참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배 과장과 신재원 주무관은 전시 면적만 11㎡에 달하는 CMEF 현장에서 중국 의료기기의 발전된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신 주무관은 "CMEF 규모 자체가 너무 커서 놀랐다. 중국 의료기기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며 "중국 정부가 자국 의료기기업체에 대한 막대한 지원을 통해 의료기기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귀띔했다.

배정원 과장 역시 "CMEF에서 중국에 대한 선입견이 깨졌다. 중국 의료기기는 이미 한국을 앞서 있었다"며 "한국과 달리 중국은 의료기기 규제가 많지 않아 산업 발전 속도가 빠른 것 같다"고 분석했다. CMEF에서 눈으로 확인한 중국의 발전상은 충북 의료기기산업을 어떻게 육성·발전시켜 나갈지 고민하게 만드는 자극제가 됐다.

충북도는 오송·오창·옥천·제천 등 바이오를 중심으로 의료기기 의약품·화장품 뷰티산업에 특화된 산업단지는 물론 정부 출연 및 연구기관·지원시설과 함께 우수한 인적·물적 인프라가 집적된 지역.

배 과장은 "충북은 '생명과 태양의 땅'이라는 슬로건 아래 바이오·태양광 산업을 중점적으로 육성하고 있다"며 "2002년 오송국제 바이오엑스포를 개최한 바이오산업 진원지이자 메카"라고 밝혔다. 덧붙여 "바이오 의료기기 의약품 화장품 등 융·복합 바이오헬스산업 최적지 오송은 앞서 분양된 제1산업단지(약 120만평)·제2산업단지(약 98만 평)와 함께 2019년도 건설 예정인 제3산업단지(약 250만평) 및 화장품 산업단지(약 10만평)를 포함해 약 480 만평의 대규모 산업단지가 조성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옥천은 앞서 조성된 의료기기 제1산업단지에 이어 오는 3월 제2산업단지 분양 공고를 앞두고 있다. 특히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이 운영하는 첨단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는 의료기기업체들의 연구개발·시제품 제작·시험검사 과정에서 원스톱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충북도청 또 한 첨단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와 연계한 '충북 전주기 의료기기 지원실'을 설치해 도내 의료기기업체 애로사항을 해결하고 전주기적 지원을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오송에 위치한 산업단지 인적자원개발(교육)·연구개발·고용이 융합된 산학일체형 산학협력을 수행하는 '충북산학융합본부'는 업체 직원들의 보수교육과 함께 청주대, 충북도립대, 충북대 3개 대학 학생들의 실습교육을 제공해 업체 인력수급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신재원 주무관은 "충북도는 산업통 상자원부 주관 '첨단 의료기기 미니클 러스트 구축사업'에 선정돼 기업·대학·연구소·지원기관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2019년부터 도내 의료기기업체들의 첨단 의료기기 제품화 기술력 확보와 글로벌 시장개척을 지원한다"고 소개했다. 이밖에 충북도청과 청주시는 오송에 전시컨벤션 기능을 갖는 전시관 설립도 추진 중이다.

배정원 과장은 "오송역에서 직선거리로 600~700m 떨어진 곳에 의료기기 화장품 등 상설 전시장 설립을 2022년 완공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곳은 업체 제품 홍보와 판로개척을 지원하고 바이오코리아 등 서울 코엑스에서만 열렸던 행사를 개최해 충북 의료기기산업 경쟁력을 대내외적으로 알리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배정원 과장과 신재원 주무관은 CMEF Autumn 2018 참가를 계기로 도내 의료기기업체들을 위한 지원책을 꼼꼼히 챙겨 지역 의료기기산업 활성화와 함께 해외시장 개척에도 더욱 힘쓰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신재원 주무관은 "이번 전시회를 통해 도내 의료기기업체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또 어떠한 지원이 필요한지도 파악하게 됐다"며 "업체들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해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이어 배정원 과장은 "참가단 업체들의 평가를 들어보니 지난해보다 CMEF 규모가 더 커졌고 바이어들도 부스를 많이 방문해 만족도가 컸다. 앞으로도 지원을 계속해 달라는 목소리가 높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충북도청과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도내 의료기기업체들의 기술개발·인허가·해외인증· 마케팅 지원을 강화하고 중국시장 진출도 적극 돕겠다"고 덧붙였다.

해외전시사업 '무한경쟁', 경쟁력 확보 관건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등은 전 세계 주요 국제의료기기전시회에 참가하며 국내 의료기기업체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해온 일등공신이었다. 양 단체는 앞으로도 그간 전시사업을 펼치면서 쌓아온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는 물론 해외바이어들과의 탄탄한 네트워크를 통해 국내 의료기기업체들이 좁은 내수시장에서 벗어나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수출길을 여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지자체가 지역 의료기기업체들을 선정·지원하고 독립적인 공간을 마련해 국제의료기기전시회에 참여하는 비중이 늘고 있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국제의료기기전시회 현장에서 '지역명'을 내세운 지자체 부스와 의료기기단체들이 구성한 '한국관'이 난립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하나의 콘셉트로 '한국(KOREA)'이라는 공통된 브랜드를 내세운 한국관이 모여 있어야 국산 의료기기에 대한 홍보효과와 수출상담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이유다. 해외바이어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명보다는 'KOREA 프리미엄'을 내세울 때 국내 의료기기업체들의 더 큰 수출길이 열린다는 목소리도 일견 설득력은 있다. 하지만 무한자율경쟁시대에 지자체들의 국제의료기기전시회 참가를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근거와 논리는 없어 보인다. 오직 누가 더 효율적인 운영을 통해 의료기기업체들의 실질적인 전시회 참가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지 그 역할과 성과만이 중요할 뿐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무한자율경쟁시 대 경쟁은 불가피하다. 핵심은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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