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에른스트 곰브리치, 출판사 예경

서양미술사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는 역사가 시작된 이래 변하지 않는 인간의 탐구 영역 중 한 방법이었으며 초기 원시시대 동굴 벽화의 소재가 된 그림이 사냥에 대한 공포나 다산에 대한 예술의 기원조차도 결국은 미술이 가지는 실질적 가치에 대한 인류의 구현이었다. 

중세 이후 미술에 대한 해석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작품에 대한 이해가 일반인의 상식을 벗어나 고도의 지식이 필요한 분야로 나간 것은 사실 그리 오래 되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미술에 대한 이해가 가지는 소중한 안목에 대하여 높이 사며 관심을 가지게 된다.

만약 미술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필요하다면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는 비전공인으로서 가질 수 있는 상식을 넓히는 최고의 방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무려 19개 언어로 번역되어 800만부 이상 독자에게 선택된 대중성도 그렇지만 어려운 용어가 아닌 일반인의 시각에서 미술사를 이해 할 수 있도록 저술되었기 때문이다. 

책의 내용 중에 흥미로운 점은 미술에 대한 특히 새로운 사조에 대한 당시의 시대적 갈등이 도드라지게 적용되어 냉소적 비평과 함께 부정적 의미의 이름이 강요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은 흥미롭다.

예를 들면 바로크라고 하는 예술의 거대한 사조가 당시는 일그러진 진주나 혹은 불협화음을 지칭 하는 의미로 사용되던 것을 당시 기득권을 가진 예술가 집단이 사용하였고 이를 통하여 처음 바로크를 접한 다수의 예술가 입장에서 바로크를 어떻게 보였는지에 대한 분위기를 알 수 있다. 

인상주의도 결국은 기존의 주류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새로운 풍조의 미술가들이 일반 사롱이나 전시회 등을 벗어나 나름의 장소를 만들어 작품을 나누었고 이를 이해하지 못한 기자의 악평 중 하나가 인상적이라는 단어에서 어원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마치 캔버스에 팔레트를 흩트려 뿌린 듯 하다는 모호함의 평가가 인상주의에 기원이 된 것이다. 

지금은 경쾌하다고 하는 의미의 로코코 음악도 당시는 경박하다고 평가되어 로코코라는 이름으로 불렸고 로망이라고 하는 낭만주의도 개별 민족어로 쓴 방언의 문학으로서 자유 분망함에 대한 기존 윤리관의 도전적 의미로 받아 드려지게 된 것이다.

곰브리치는 미술의 구현에 대하여 이해 할 수 있는 범위라고 이해했으며 역사적으로 미술의 소재가 되었던 대상들을 살펴보면 이집트인들은 대체로 그들이 존재한다고 '알았던' 것을 그렸고, 그리스인들은 그들이 '본' 것을 그린 반면에 중세의 미술가들은 그들이 '느낀' 것을 그림 속에 표현하는 방법을 알았다고 했다. 

미술이 대상에 대한 실사에서 이해하는 추상으로 바뀐 이유가 사진기의 등장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결국은 인간이 개별적으로 가지는 주관성이 인정되고 개인의 선택이 전체보다 우선하는 사회적 가치의 변화를 꼽을 수 있다. 

선발대라는 의미의 아방가르드나 다다이즘의 경우 결국 전위예술이라고 하는 것이 작가의 주장에 의하여 미적 가치가 재구성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평가를 이해하는 부류의 동의와 공감을 통한 사회적 인정이 있다면 성립할 수 있는 아름다움의 가치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작가는 그의 저서에서 엄청난 양의 사진과 그림을 집어넣었다. 작가도 밝혔듯이 실물 사진을 구할 수 있는 것만 글에서 다뤘다고 할 정도였다. 우리가 글로 접한 작품들을 사진을 통하여 이해를 돕고자 했으며 이는 엄청난 양의 작업이였을 것이다. 

작가가 의도한 바는 책을 읽는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했다. 미술의 이해가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어서는 안된다 라는 가치가 구현되었다.

중세 이후 비구상 미술에 대한 발전과 더불어 미술이 가지는 가치가 일반인과 괴리되는 것에 대한 미술사학자의 안타까움과 함께 예술적 가치가 가지는 사회적 영향력에 대한 본인의 열정을 담은 역사적 저술이었다. 

사회적 가치가 다원화되고 다른 가치에 대한 존중이 획일화된 사회를 변화시켜 가듯이 우리 문화의 일부인 미술에서도 여러 시도들이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결국 내가 동의하지 않지만 인정하고 이해하는 포용이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또 하나의 자세이기 때문이다. 

문명은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나가야 하며 서로에 대한 인정을 통하여 긍정의 파급 효과를 내야 한다. 이런 이해에 방법 중 하나가 상대의 예술적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 하는 자세일 것이다.

진보와 보수가 더불어 살지 못한다면 혁신을 통한 우리의 미래 또한 밝지 않을 것이다. 작가 곰브리치는 약 5천년에 걸친 미술사를 하나로 엮었다. 방대한 작업인 만큼 그가 인류사에 끼친 기여 또한 높게 평가되어야 한다. 

곰브리치는 "나는 방법을 원하지 않으며 나는 상식을 원합니다. 그리고 나 자신의 유일한 방법이다." 라고 했다.  그가 가진 가치가 그의 저술에서 그대로 묻어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예술이 우리의 가치를 대변하고 시대를 상징한다고 하는데 지금 우리를 상징 할 수 있는 작품에 대하여 고민해 보게 된다. 혁신이 갖는 어색함이 인정 될 때 우리의 발전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에른스트 곰브리치 1909년 3월 3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출생하였으며 우리시대 가장 영향력있는 미술사학자 중 한 명이다. 1959년부터 1976년 런던 대학교 교수로 지내면서 수 많은 책들을 평론, 논문 출판하였다. 1966년 3등급 대영제국 훈장(CBE)을 받은 데 이어, 1972년에 기사작위(Knight Bachelor)에 서임되었다. 그 뒤 1988년에는 1등급 훈장에 준하는 상위훈장 메리트 훈장(Order of Merit, OM)을 받았다. 

서양 미술사를 소개한 많은 책 가운데에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있는 스테디 셀러는트 곰브리치의 '서양 미술사(The Story of Art)'이다. 

백승길 이종승님이 번역을 하였고 2003년 7월 예경에서 초판이 발간되었다.

[기고자 소개]
이태윤
자유와 방임을 동경하고 꾸준한 독서가 아니면 지능이 떨어진다고 믿는 소시민이며 소설과 시에 난독증을 보이는 결벽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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