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FTA, 이슈포커스 이달의 이슈

[산업통상자원부_함께하는 FTA]

2017년 7월 미국 워싱턴에서 대한민국 세종으로 날아온 편지 한 장에는 한·미 FTA 개정 협상을 공식적으로 요청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끔찍하고(Horrible) 재앙(Disaster)과 같으며 미국을 파괴했다(Destroyed)'고 말한 바로 그 협정이다.② 미국의 대(對)한 무역적자가 한·미 FTA 때문이라는 미국의 입장과 서비스무역에서 미국의 흑자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특이한 계산법은 우리를 충분히 난감하게 했지만, 최근 밥 우드워드(Bob Woodward)의 저서를 통해 공개된 한·미 FTA 파기 서한을 보면 한·미 FTA는 생사의 기로에 놓여 있던 게 분명하다.

양국 간 협상에 대한 라포르(rapport)③가 형성된 가장 큰 계기 중 하나는 바로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국가안보 예외)를 근거로 한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조치다. 2017년 10월 개정 협상에 합의한 후 2018년 1월부터 3월까지 세 차례 워싱턴과 서울을 오간 끝에④ 올해 9월 개정 결과가 공개됐고, 9월 24일 이에 양국 통상장관이 서명했다.

다함께 차차차(車車車)
자동차와 부품은 이번 한·미 FTA 개정 협상의 핵심의제였다. 협상이 자동차로 시작해서 자동차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애당초 개정 협상 배경엔 미국의 대(對)한 상품무역수지에 대한 불만이 있었고, 그 구성에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율을 고려하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처음부터 개정 협상 자체가 자동차에 많은 초점을 맞추고 시작된 느낌이 없지 않았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는 결과적으로 미국의 입장이 많이 관철됐다는 평가다.

우선, 화물자동차 대미 수출관세에 대한 25%의 현행 관세를 기존 2021년 철폐하기로 한 것에서 20년 추가해 2041년 철폐하기로 했다. 우리 기업들이 대미 수출을 위해 화물자동차 개발과 준비에 착수했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아쉽지만, 당장 수출 중인 물량이 없어 즉각적 영향은 받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산 차에 대한 시장개방 확대 명목하에 미국에서 안전기준을 통과한 차량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요구 없이 한국에 수입될 수 있도록 하는 물량을 제작사당 기존 2만5000대에서 5만 대로 2배 확대한 것도 새로운 변화다.

이 역시 현재까지 미국산 자동차가 연간 제작사 당 1만 대 수출 전례도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선방으로 볼 수 있다. 자국의 기준을 곧 국제 기준으로 인식하는 미국의 성향에 따라 교체 부품에 대한 안전기준과 연비 등 환경요건에서도 향후 미국 또는 국제 동향을 최대한 반영해 나가는 데 합의했다.

한·미 FTA 개정 협상 마무리 후 타결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는 역내 부가가치 기준 상향(75%), 역내 산 철강·알루미늄 활용(70%) 조건, 노동부가 가치 요건(LVC, 시간당 임금 16달러), 캐나다·멕시코 연간 대미 수출량 260만 대 쿼터(부품은 최대 900억 달러) 등 자동차와 관련한 까다로운 내용이 추가돼 우리는 비교적 안도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미국의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한 232조 조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은 우리를 불편하게 한다. 개정 협상에서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32조 면제 조치를 얻어낸 사실과⑤ 향후 미국이 이 조항을 다른 산업에까지 확장할 움직임이 있다는 점을 함께 고려해서 향후 미국의 동향을 면밀히 살펴야 할 것이다.

① Lester, Simon & Manak, Inu, "A Preliminary Assessment of the Amended KORUS FTA," Cato Institute.
②Rucker, Philip, “Trump: 'We may terminate' U.S.-South Korea trade agreement," The Washington Post.
③ 서로 신뢰, 공감하며 친밀하게 느끼는 관계를 말한다.
④ 이러한 협상 과정은 2010년 한·미 FTA 추가 협상 때와 매우 비슷하다.
⑤ 물론 한국의 철강제품은 2015~2017년 연평균 수출량의 70%에 대한 쿼터를 적용받는다. 다만, 품목 예외 가능성도 가지고 있어 쿼터의 유연한 적용을 기대해 볼 수 있다
▲ 미국의 통상 압박이 가해지는 중 포항의 한 철강회사 제품창고에 쌓인 열연코일

투자자 국가 분쟁 해결(ISDS)엔 답이 없다

우리 관점에서 이번 개정 협상에 자동차 못지않게 주목한 것이 바로 한·미 FTA 상 투자자-국가 분쟁해결(ISDS) 조항이다. 일부는 이를 독소 조항으로 규정하고 이번 개정 협상을 ISDS 조항 폐지의 적기라 주장했으며 USMCA에서 ISDS 조항을 대폭 축소하거나 삭제하려 했던 미국의 입장을 그 가능성의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에 '중복(이중)소송 금지'에 합의하며 미국의 양보를 끌어낸 것은 '폐지'가 아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며 애초에 폐지는 가능성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대부분의 협상 내용이 그렇지만, 특히 ISDS는 정답이 없는 셈이다.

ISDS 조항 재협상 결과를 쉽게 풀면 동일한 정부의 조치에 대해 다른 투자협정(BIT)을 통해 ISDS 청구를 개시, 진행한 경우엔 한·미 FTA를 근거로 다시 제소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투자자의 남소 가능성을 줄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최근에만 미국의 엘리엇, 메이슨에 연이어 중재신청을 받은 사실을 고려하면 의미 있는 결과다. 동시에 얼마 전 스위스 엘리베이터 업체 쉰들러의 중재신청까지 생각하면 ISDS 조항 자체에 대한 불만을 갖기 이전에 우리 국내 정책과 규제 방식 스스로에 대한 자성도 분명 필요하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의 통상 압박으로 우리 기업들 역시 대미 투자를 늘려가는 추세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우리도 사용 가능성이 있는 ISDS 조항의 유지가 무조건 나쁘다고 보긴 어렵다. 국제연합무역개발회의(UNCTAD)의 통계(2017년 12월 31일 기준)에 따르면 미국은 ISDS
중재신청을 가장 많이 받은 국가 15위(한국은 60위)⑥다.

위대한 미국 재건도 레드라인 못넘어
한·미 FTA 개정 협상 전부터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농업 등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우리의 레드라인을 설정하고 이를 관철시키겠다는 약속을 했다. 실제 소고기나 체리 등 미국이 강력히 요구할 것으로 예상됐던 농축산업 시장 개방은 레드라인을 넘지 못했다. 미국이 한·미 FTA 초기부터 기대했던 농축산물 수출이 우리의 양허 제외에 호주, 뉴질랜드 등과의 추가 FTA로 인한 무역전환(Trade Diversion) 효과가 더해져 기대치에 충족되지 못했을테지만 이번에도 우리 시장을 추가로 열지는 못했다.

이번 개정 협상에서는 현재 원사부터 역내 산을 사용해야 하는 섬유 원산지 기준에 대한 개정이 추진돼 일부 공급이 부족한 원료 품목은 역외 산을 사용해도 최종재를 역내 산으로 인정해주는 등의 내용이 진전을 보였다. 대신 협정 전체 차원에서 원산지 검증을 강화하고 작업반도 신규 설치하는 내용에도 합의했다. 미국이 최근까지 공격적으로 활용하는 덤핑·상계관세 등 무역구제 조치에 대해서도 투명성을 강화하고 절차를 개선하기로 합의했는데 특히 덤핑·상계관세율의 계산법을 공개하도록 규정을 도입해 제로잉(Zeroing), 특별시장상황(PMS), 불리한 가용정보(AFA) 등 미국이 사용하는 특유의 계산 방식에 대한 나름의 대응책을 마련했다. 국내 보건 의료 향상에 기여한⑦ 신약 값을 높게 책정하는 ‘글로벌 혁신 신약 약가 우대제도’를 한·미 FTA에 합치되는 방향으로 개정해 국내외 제약회사 간 차별이 없도록 한 부분도 향후 주목할 만하다.

⑥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대한 청구 금액은 세계 최대 규모로 알려져 있다.

⑦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허가받은 신약이거나 전 공정을 국내에서 생산 또는, 국내 기업과 공동 개발한 경우 등

⑧ ICTSD, "Trade Deals, Multilateralism in the Spotlight as UN General Assembly Gets Underway".
해당 내용의 원문은 다음과 같다: The US does not require congressional approval for the deal to move ahead, given that the changes were made via the KORUS Joint Committee process and do not require domestic legislative changes.

지금이 아니라 앞으로가 중요하다
지난 10월 12일 정부는 한·미 FTA 개정의정서에 대한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미국의 경우 이번 개정 협상이 한·미 FTA 공동위원회 내에서 처리돼 별도의 국내법 개정이 필요 없으므로 의회승인도 특별히 필요하지 않아⑧ 개정 협정 발효 시점에서 국내 절차가 갖는 의미는 더 커졌다.

개정 협상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지만 전제해야 하는 대목이 있다. 우선, 북미정상회담 등 한반도 안보와 더불어 이번 협상을 둘러싼 환경에 도전이 많았다는 사실과 본 협상은 상호 간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닌 미국의 일방적인 요청으로 시작됐다는 점이다.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1985년 미국 핵우산 아래 협상한 뒤 일본의 엔화 가치 급등을 불러온 플라자합의에 비유할 정도로 이번 협상 역시 만만치 않은 외교 여건에서 진행됐다. 또한, 미국이 무역적자와 자동차 분야에 대한 불만으로 먼저 개정을 요청해 우리로서는 대등한 요구가 쉽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배경을 이해하면 결국 평가도 조심스러워진다. 종종 이번 협상 결과에서 얻은 것과 잃은 것을 말하지만, 지금이 아니라 협상 발효 후 앞으로 실제 대미 수출에 손해를 봐야 잃은 것이 되고 이익을 봐야 얻은 것이 된다. 현재는 그저 명문화된 법규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지금이 아니라 앞으로가 중요한 이유다. 이번 협상으로 한·미 무역 구조에 변화가 생기면 비슷한 이해관계를 가진 다른 FTA 개정도 불가능한 것이 아니기에 대비가 필요하다. 미국의 232조 조사도 진행형이며 서비스 무역 논의는 이번에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이래저래 지금이 아니라 앞으로가 중요하다.

▲지난 10월 테네시 선거집회 연설에서 한·미 FTA 개정을 자랑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난 9월 미국 뉴욕에서 한·미 정상회담 후 가진 FTA 개정협정 서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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