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앨런 라이언, 역자 남경태, 이광일, 출판사 문학동네

정치사상사 

얼마전 대통령의 규제혁신안이 발표되고 나서 산업계와 시민단체의 입장이 극명하게 나뉘어 졌다. 산업 발전에 장애가 되는 각종 규제로 부터 어려움을 겪던 업계 입장에서 극도의 환영과 함께 일부 추가적인 요구까지 내세우게 된다. 

반면 시민단체는 규제 혁신이 결국 국민에 대한 안전에 위협을 줄 것이며 이는 하나 뿐인 생명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날을 세웠다. 

둘 사이의 의견의 차이를 보는 시민들 입장에서는 혼란이 올 수 밖에 없다. 무엇이 진실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있다면 국민은 어떤 이득을 얻을 수 있을까?  과학은 정답이 존재 할 수 있지만 정치적 판단은 시대에 따라 가치가 변하여 왔다. 즉 지금의 정답이라는 것이 내일은 틀린 답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규제도 이전에 사회적 절차를 통하여 만들었는데 시대가 지남에 따라 오히려 애초의 목적이 퇴색되고 이해당사자들의 권익을 침해하고 있다고 판단되면 역사가 갖는 질적 변환의 과정을 거치는 것처럼 변하던가 아니면 과감히 폐기의 절차를 거칠  수 있을 것이다. 

정치란 무엇인가에 대한 교과서적인 답이 시사하는 것처럼 투입에 대한 유기적 관계의 결과인 정치산물은 상황과 시대의 환경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그때가 맞고 지금이 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지 슘페터가 자본의의의 발전의 원천은 파괴적 창조라고 한 주장은 별도로 하더라도 불가역적인 인간의 생명을 지키기 위하여 현재 할 수 있는 최대의 안전이 우선되야 한다고 한다면 이를 부정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보건의료도 과학의 발전에 기반한 여러 자원의 산물이고 그렇다면 연구 발전을 위한 자원이 필요하다. 자본주의에서 자본의 투자가 없이는 정상적인 생산활동에 지장을 받을 수 있으므로 보건의료도 결국 산업적 속성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다른 예를 들어 보자면 미국의 양당제하에서 오마바케어는 민주당의 주요정책이었지만 반대편인 공화당에서는 마땅치 않는 제도다. 두 당이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 보니 같은 정책이라도 찬반이 갈 릴 수 밖에 없다. 

고대 로마시대를 봐도 매우 비슷한 양상이 보임을 알 수있다. 로마공화정 마지막 100년 동안 원로원의 정치 역학은 민중의 이익을 옹호하고자 하는 민중파와 상류층의 이익을 옹호하는 벌족과의 다툼은 매우 치열했다. 

중세 왕정이 무너지며 사상적 혼란을 채워 넣었던 것은 맑스의 자본론에 기초한 공산주의 였으며 이 또한 시대적 대세였다. 계급론이 주는 자본가들의 불편함을 넘어서는 대중의 광범위한 지지는 세계정치사에 엄청난 변화를 추인했다.  

일반 국민이 보는 정치란 선도 악도 아닌 절충과 협상의 결과물일지 모르지만 사실은 치열한 철학과 이념 그리고 사상적 가치에 기반을 둔 의정 활동이다. 정한 규칙과 원칙에 의하여 정책이 결정되는 순간 국민 다수는 의회의 결정을 따라야만 한다. 

몇해 전 미국에서 '99%를 위하여'란 기치를 들고 분연히 일어섰던 대중들은 자신들의 요구가 담긴 정책을 시위라는 표현을 통하여 정치권에 전달했고 이는 일정 부분 정책 반영이 됨과 동시에 러스트벨트의 지지를 얻기는 했지만 최고 부동산 재벌 1%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미국의 대통령을 탄생시켰다. 

정치사상사적 입장에서 보면 고대 신분제에서 근대 사유재산에 따른 정치적 편향에 대한 이론적 근거들이 존재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공리주의적 철학관이나 공동체주의 혹은 정의론 등이 모두 정치적 판단에 대한 기준으로 작용 하게 된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정치행위는 신분제를 통하여 세습되거나 혹은 엘리트에 의하여 실행되었다. 어느 엘리트가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 그들의 정치적 판단은 달라진다. 일반 국민은 표면적으로 위임한 권리에 의하여 엘리트에 의하여 지배 당할 수 밖에 없다. 

이제는 시대가 바뀌고있다. 국민의 참여는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를 포괄하여 시민 사회의 영향력을 넓혀나가고 정치가들은 이런 국민의 동향에 민감하게 반응 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변화하는 데는 고대 헤로도토스에서 마키아벨리를 잇는 신분제의 역사를 거치고 이어 토마스 홉스에서 맑스까지 이어지는 시민사회의 치열한 투쟁과 사상적 변화가 있었다. 

이상향인 직접민주주의가 발전하던 고대 아테네에서부터 현재까지 변화의 속성에는 가진자와 못가지만 그리고 신분과 엘리트에 의한 대리정치에 범위를 넘지 못한 것이다.

이제 세상은 숙의민주주의의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시민의 권리가 모든 가치에 우선되고 정부와 권력의 대리자는 봉사자로서 그 역할이 변화하고 있다.  

저자는 마키아벨리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상가들은 유능한 엘리트와 무능한 다수를 구분했다고 한다. 전체주의 엘리트는 정보기관을 이용했고 민주주의 엘리트는 여론조사와 홍보기관을 이용한다고 한다.

근대민주주의는 엘리트간의 경쟁을 통한 지배로 상대적 우위에 있는 제도긴 하지만 고대 아테네의 직접 민주주의와 같을 수는 없다. 마치 최선이 아닌 차악의 선택과 같은 것이다. 

정치사상가들과 같은 소수가 지향하는 이념적이고 철학적 사유의 산물이 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고  반영 될 때 성공한 정치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북유럽이 선택했던 숙의 민주주의나 미국의 예비선거제도는 이렇게 다수에 대한 가치를 실현하는 매우 우수한 체계로 작용했다. 집단지성이 갖는 선택이 엘리트의 지배를 대치하지는 못한다고 하더라고 사회가 갖는 공동의 가치를 지향 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사상사는 기획에서 집필까지 30년이 넘게 걸린 역작이다. 이 책은 3천년이라는 역사를 정치사상사적 입장에서 정리하여 아테네의 직접민주주의와 현대의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변화를 탁월하게 정리했다. 

위대한 철학적 성과들이 어떻게 정치에 반영되고 실행되는지도 분석하여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풀리지 않는 질문에 대한 답을 대신할 수도 있다. 

규제의 혁신이 인간의 생명에 대한 위협이 되어서는 안된다. 이는 절대 가치다. 하지만 인간의 생명에 대한 존중을 기반으로 한 규제 혁신은 우리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 

기술의 진보에 따른 성과는 모든 인류의 삶을 변화시키며 우리에게 더 나은 미래를 제공한다. 정보의 비대칭으로 인한 일방적 관계는 의료의 민주화라는 가치가 실현 됨에 따라 동등한 정보소유자로서의 이득을 볼 수 있게 만들어 준다. 

흑백이 아닌 색의 조화에서 진정한 아름다움이 창조되는 것처럼 정치적 성향 또한 시대의 가치를 반영한 조화를 이룰 때 진정한 발전이 있다. 

저자 앨런 라이언은 1940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다. 서양의 정치사상 및 이론분야에서 독보적 성과물을 창조했으며 현재 자유주의 발전과정과  존 스튜어트 밀의 연구는 모든 이들에게 교훈이 된다, 영국 한림원의 회원이자 옥스퍼드 대학교, 프린스턴, 스탠퍼드 대학에서 교수를 지냈으며 버트런트 러셀의 정치적 삶이나 존스튜어트 밀의 철학 등 주옥같은 연구물이 있다. 

번역은 서울대학교에서 사학을 공부한 남경태님과 연세대 독문학 강사를 지내고한국일보 논설위원을 지낸 이광일님이 해주셨다. 

2017년 11월 (주)문학동네에서 첫판을 인쇄했다.

[기고자 소개]
이태윤
자유와 방임을 동경하고 꾸준한 독서가 아니면 지능이 떨어진다고 믿는 소시민이며 소설과 시에 난독증을 보이는 결벽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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