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한 검토와 보완이 선행 · 동반되어야

협회 법규위원회 위원
코비디엔코리아 부장

[의료기기협회보_제83호_11월] 지난 9월초 업계와 식약청은 ‘5년 주기의 의료기기 허가증 갱신제도 추진 현황 설명 및 향후 추진 계획 등에 대한 의견 수렴’을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

'의료기기 허가증 갱신제도'의 추진 배경 및 목적은 △허수품목(허가·신고 후 생산·수입되지 않는 품목으로 전체 허가·신고의 53%에 해당)의 퇴출 △허가·신고증의 현행화 및 △효율적인 안전성 관리에 있다. 식약청이 설명하는 말이다. 재평가를 수반한 갱신이 아닌, 단순 행정절차에 의한 품목명, 등급 및 기준규격 변경이 있을 것이라 전했다. 업체가 받는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결단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 제도는 업계와 국민들에게도 엄청난 불편 및 불이익을 가져올 소지가 크다. 일부 특정 제품이 아닌 전 제품을 대상으로 한 포괄적인 제도 변화이기 때문에 철저한 사전 검토를 통해 제도의 보완이 선행돼야 한다.

먼저 이 제도는 다른 제도와 달리 기 허가된 제품 전체가 관리대상이다. 이 때문에 식약청이 목표 삼은‘허수품목 퇴출’은 어렵지 않게 달성할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미 시판된지 상당기간 경과한 제품들을 대상으로 허가·신고증을 현행화할 경우, 행정적인 절차에 의한 허가·신고증 갱신은 쉬울지라도 GMP 심사와 같은 사후 관리 차원에서는 최신 기준규격에 상응하는 시험검사자료 등을 새로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식약청이 기존 제품을 어떤 관점에서 볼 것인지가 중요해 진다. 다시 말해서, 어느 기간 이상 시장에서 유통되고 중대한 부작용이 발견되지 않은 경우에는 불필요한 별도의 시험검사를 통하지 않더라도 그 제품의 안전성, 유효성이 확보됐다고 판단해야 한다. 여기에는 식약청이 제품의 안전성, 유효성 확보에 대한 적절한 판단기준 및 자료 면제조항 등을 마련해, GMP 심사 등에서 해당 제품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

만일 허가증 갱신제도 시행에 따른 비용 부담으로 인해 제품의 생산·수입이 중단될 경우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특히 의료장비는 의약품과 달리 사용 기간이 반영구적이고, 사용하는 동안‘유지-보수’기 필수적이다. 해당 업체에서 생산 또는 수입이 중단된 제품일지라도 기존 제품의 유지-보수를 위해서는 부품 등이 지속적으로 생산·수입돼야 한다. 그때마다 해당 장비의 허가·신고증이 요구되기도 한다.

이런 의료기기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장기간 생산 또는 수입 실적이 없다고 해서 장비의 허가를 허수로 판단, 허가를 취소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그로 인해 기존 장비의 유지-보수를 위한 부품 등의 수급에 심각한 차질이 생기고 의료기관 및 국민들의 겪는 불편이 심각해질 것임은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다.

또한 의료기기 허가증 갱신제도는 보험과의 연계성도 고려해야 한다. 보험가격은 업체가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현재 동일한 제품일지라도 허가·신고 번호가 변경되면 보험가격 삭감의 원인으로 간주될 소지가 있다. 이제 도로 허가·신고증을 현행화하게 되면 등급조정, 허가분리 등에 의해 새로운 허가·신고 번호로 바뀔 가능성이 적지 않다. 제도 시행 전에 심평원에 제도의 취지 및 절차를 충분히 설명해 불필요한 오해로 인한 시간 및 비용 낭비가 없도록 해야 한다. 새로운 제도 시행으로 인해 가격이 삭감된다고 하면 그 제도는 과도한 규제 혹은 사익 침해로 받아들여 질 것이다.

허가증 갱신제도는 어떤 이유로든 새로운‘규제’임은 확실하다. 업계는 식약청이 기존의 재평가제도 등으로도 허가증 갱신제도의 취지 및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 신중하게 검토하기를 바란다. 지금까지의 재평가 결과를 토대로 재평가 제도를 보완 또는 강화하고, 새로운 GMP 규정에 따라 안전성 관리를 강화 한다면 허가증 갱신제도의 취지 및 목적을 달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의료기기가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충분한 검토와 보완이 선행 또는 동반되지 않을 경우, 그 불편 및 불이익은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 될 수 있다. 새로운 제도를 제정하고 시행 자체에 의미를 두기 보다는, 제도가 갖고 있는 효과 및 부작용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반영하길 중언하는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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