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임수섭 메디팁 본부장

■ 보건복지부 의료기기산업 종합발전계획 - 2018년 시행계획 심층 분석(4편)

"의료기기산업 발전의 골든타임은 바로 지금!"
활력 징후 지켜내는 의료기기산업 육성 기반 조성을 위한 제언

▲ 임 수 섭
메디컬 본부장

몇 차례 주지한 바와 같이 보건복지부는 2017년 12월 20일 수립된 '제2차 제약 산업 육성·지원 5개년 종합계획'과 '의료기기·화장품산업 종합계획'의 2018년 시행계획을 3월 30일에 발표, 보건산업을 미래형 신산업으로 육성할 계획을 선보였다.

이중 의료기기산업에 대한 종합계획 은 "수출과 일자리를 늘리는 의료기기 산업으로 도약"이라는 비전에 따라 △연구개발(R&D) △시장진출 △제도개선 △산업인프라의 4개 부문별 추진 전략과 이에 따른 9개 세부 추진 과제를 제안했다.

이 4개 추진 과제 중 마지막 과제가 바로 '의료기기 글로벌 강국 도약을 위한 육성 기반 조성'이다. 이것은 '복지부-과기정통부-산업부 공동의 범부처 의료기기 R&D(2020년)'를 기획하고, 새로 개발되는 기술에 대한 규제방안을 마련해 기술개발 후, 바로 시장진출로 이어질 수 있는 규제 연계형 R&D를 추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전국적인 기술수요에 근거한 R&D를 추진하고 효율적인 기술투자로 R&D 성과를 제고 하면서, R&D 이후 제품화 과정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첨복단지 및 병원의 우수한 인프라를 활용해 공동기술 개발을 통한 기술 확보 및 창업 활성화를 유도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의료기기 개발 전주기(시제품, 전임상, 임상, 사용적합성 등)에 걸친 수요자(병원) 중심의 분야별 전문 인프라를 운영, 산학연병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의료기기 사용적합성 규격 도입에 따른 관련 평가 및 인프라 구축을 확대해 선진국 국제 규격 개정 대응기반 및 기업 역량 강화를 지원함과 동시에 의료기기 개발부터 인허가, 보험, 시장진출까지 기업이 필요한 실무중심 전주기 서비스 제공을 위해 관계기관 합동 '의료기기산업 종합지원센터'를 운영해 산업 전주기 상담 및 기업 맞춤형 컨설팅 지원을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는 앞서 언급했던 3개의 부문별 추진 전략 중 제도 개선 전략과 더불어 상대적으로 의료기기산업 전체와 모든 업체에 적용되는 바가 크다. 그만큼 이들 전략이 중, 장기적으로 의료기기 업계에 영향력이 지대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 제도의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구축과 효과적인 운용에 따라 우리나라 의료기기산업의 퀀텀 점프(Quantum Jump)가 가능하기 때문에 아주 중요하다 볼 수 있겠다.

식약처의 역할 확대
이와 관련해 아쉬운 점에 대해서 몇가지 제언하고자 한다. 가장 먼저 말하고 싶은 부분이 이 추진 전략에서 가장 먼저 언급된 핵심 전략인 향후 10년간 3조 원의 예산 규모로 진행되는 '복지부-과기정통부-산업부 공동의 범부처 의료기기 R&D(2020년) 기획'에 식약처가 주요 주체로 포함되지 않은 점이다.

이 계획은 과거에 과기정통부는 기초·원천연구를, 산업부는 제품화를, 복지부는 임상과 사업화를 나누어 지원하면서 생기는 연구소-기업-병원 간 단절, 연구결과의 병원에 미적용, 최종 단계인 인허가와 보험 등재 미고려에 따른 제품 개발의 실패를 개선하기 위해서 R&D 초기부터 식약처, 복지부 등의 규제기관이 참여하고, 기존 의료기기 R&D 사업을 통합해 범부처로 운영함으로써 중복투자는 줄이되 성공률은 높여 예산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다. 이는 분명 과거보다 획기적으로 개선된 사항이다.

하지만 이 사항이 재정 투자와 관련된 분야이고, 식약처가 산업 육성 기관이기보다는 규제 기관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의료기기 인허가와 관련 제도 관리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면서 업체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식약처가 주요 주체가 아닌, 지원 혹은 보조 기관으로 참여하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그러므로 본 R&D 계획은 식약처가 주요 주체로서 적극적 참여와 의사 반영이 가능하도록 진행돼야 할 것이다.

기존 인프라의 최적화 및 고집적화
두 번째로 아쉬운 부분은 기존 인프라의 활용 및 최적화 논의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 추진 전략에서 산업 전주기 상담 및 기업 맞춤형 컨설팅 지원을 위해 관계기관 합동 '의료기기산업종합지원센터' 운영이 언급됐다. 즉, 또 다른 기관의 신설 혹은 기존 유관 기관의 조직 확대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물론 의료기기산업 발전에 정말 도움이 된다면 어떤 조직 신설도 환영이다. 하지만 이것이 기존 조직들의 역할과 중첩되거나 잠식함으로 인해 기존 조직들을 위축시키고 혼란을 주거나 전체적 비용 증가와 효율성 저하를 가져온다면 신중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2009년 의료산업을 미래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첨단의료복합단지 지정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추진됐던 첨단의료복합단지 선정에 있어서 이와 유사한 우려가 적용된 바가 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우리나라 의료기기산업의 규모 및 국토 면적 그리고 자원의 최적화된 사용을 위해서는 국가산업단지의 건설 비용으로 수천억 원대가 필요한 첨단의료복합단지는 한 곳을 선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평가됐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충북 오송과 대구 두 곳에 첨단의료복합단지가 조성됐고, 이들 둘 사이뿐만 아니라 기존의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와도 역할과 영역이 겹치면서 충분치 않은 산업 규모와 좁은 국토에 어울리지 않게 3곳의 의료기기 특화산업단지가 생기게 됐다.

그 결과, 관련된 예산과 행정 기관, 시험 기관은 상대적으로 과도하게 늘어난 반면, 실제로 일을 하고 돈을 벌어올 업체 수의 증가는 단지별로 미미했다. 이와 관련해 작년 국정 감사에 따르면 대구와 오송의 장비 가동률은 각각 45.1%, 41.9%에 불과했고, 장비수수료의 경우, 대구는 2014년 6,700만 원, 2015년 3억 9,300만 원, 2016년 17억 7,400만 원이었고, 오송은 같은 기간에 각각 1,500만 원, 2억 1,800만 원, 5억7,900만 원으로 단지의 규모 대비 크지 않은 금액이었다.

그 결과, 매년 적지 않은 적자가 발생했고, 그 결과 오송의 경우, 운영비 중 정부가 매년 약 200억 원을 지원하는 것과 더불어 청주시가 약 20억~40억 원의 지방재정을 부담하고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아직도 대구와 오송에는 기업이 입주할 건물 다수가 비어 있는 상태이며, 이를 지원하는 행정 기관과 시험, 연구기관의 활동도 규모 대비 적은 편이다. 그나마 입주한 국내 기업의 규모도 사업장 1곳당 고용 인원은 평균 30명 이내, 연 매출액은 60억 원 미만으로 수천억 원에서 수조의 세금을 들여 만든 국가산업단지의 결과물치고는 초라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부정적인 결과는 산업 규모에 걸맞지 않게 두 곳에 유사한 단지를 조성한 것이 적지 않게 영향을 끼치지 않았는가 분석된다. 만약 두 단지가 하나였다면 장비가동률은 90%에 달했을 것이고, 장비수수료 역시 20억 원이 넘어서 규모의 경제를 구축하고 적정 장비수수료 책정이 가능했을 것이다.

반면, 1998년 흥업면 보건지소를 리모델링해 개소한 의료기기창업보육센터로 시작해서 지난 20여 년동안 부단하고 건실하게 키워왔던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활용도가 앞선 두 단지에 비해 낮은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는 한때 의료기기 분야 전국 수출의 30%를 차지했고 메디아나, 씨유메디칼, 아이센스, 누가의료기, 대경산업, 리스템, 프로메디, 대화기기, 마루치 그리고 삼성메디슨 등 국내의 기라성 같은 의료기기 기업들을 유치할 정도로 이미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었다. 또한 의료기기 업무에 투입될 수 있는 인력 수급 문제 역시 한국폴리텍Ⅲ대학 원주캠퍼스 의용공학과, 강릉원주대학교 원주캠퍼스 기계의용공학과,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 의용공학과, 상지대학교 한방의료공학과, 상지영서대 의료시스템정보과, 원주의료고등학교(마이스터고) 등을 통해 손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실제로 전국 의료기기 업체가 3천여 곳 정도 된다면 이중 코스피나 코스닥 같은 주식시장에 상장한 업체와 중견기업이 각각 약 30여 개, 약 100개 남짓하다.

반면, 원주는 140여 개 업체 중 상장기업과 중견기업을 각각 6개, 10개 이상 보유하고 있다. 도시 하나가 전국의 5분의 1에 가까운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즉, 원주는 예전부터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에 요구되는 시설과 업체가 이미 갖춰지고 입주해 있어서 최소의 투자로 최단기간 내에 세계 의료기기산업의 핵심 도시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원주가 의료기기첨단복합단지가 되지 않음으로 인해 관련 자원이 분산됐고, 미국의 실리콘밸리나 유럽의 실리콘밸리인 독일의 드레스덴과 같이 대한민국의 의료기기 중심 메카 도시를 육성할 기회를 놓치고만 것이다.

원주와 비슷한 시기에 의료기기산업 특구로 선정된 일본 고베시가 한때 지지부진한 성과로 인해 당시 눈부신 성장을 했던 원주를 부러워 했었다는 점을 상기하면 지금의 원주의 상황이 더욱 아쉬워진다.

그러므로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원주테크노밸리-대구첨복단지-오송첨복단지 간에 시너지 효과를 내고 이들 산업단지와 기업, 대학, 지자체 그리고 정부 기관 등의 산·학·연·관 간의 업무 효과성과 효율성을 제고시킬 협업 네트워크 구축이 절실하다. 이를 통해 과거 첨복단지를 분산 선정함으로써 야기된 산업화 연계의 단절, 예산의 중복투자, 의료기업의 간접비용 발생을 최소화하고,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의 본래 목적에 맞는 고집적형 단지를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국내 의료기기 기업의 효과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가까운 미래에 드레스덴이 AMD, 인피니온, 지멘스, 모토로라 등을 유치했듯이 우리나라도 다수의 글로벌기업을 첨단산업단지에 유치할 수 있는 쾌거를 이룰 수도 있을 것이다.

임상시험과 신의료기술평가 제도의 획기적 개선
세 번째로 보완이 됐으면 하는 부분은 인허가 관련해서 다른 어떤 요건보다 많은 비용과 시간을 요구하는 임상시험과 신의료기술평가에 대한 제도 개선을 들고 싶다. 현재 정부의 추진 전략은 이들과 관련된 자금 지원, 사전검토 지원 및 인허가 인력 육성 등에 편중돼 있다. 이런 방법은 지원 자금과 기간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특정 업체에 편중되는 근시안적인 방법임과 동시에 근본적인 대책으로부터 멀어 보인다.

그러므로 현행 임상시험과 신의료기술평가 규제 자체에 대한 합리적 보완 및 완화가 우선돼야 한다. 즉, 단기적으로 Clinical Evaluation, 체계적 문헌고찰, 동물 시험 등의 기존 제도를 최대한 활용하고, 중, 장기적으로는 FDA가 제시한 최신 기법인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이용해서 '리얼 월드데이터(RWD)'를 통한 '모델링 앤시뮬레이션'을 적용하여 사람에 대한 임상 시험을 줄여나감으로써 의료기기 업체의 인허가 비용 부담 경감과 더불어 인권 보호와 피험자 안전 확보를 구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신의료기술평가 역시 기존의 획일적인 조기기술과 연구단계 의료기술 등급 부여 방식을 개선해 최소한의 안전성이 확보되면, 유효성에 대한 평가는 실제 제품 사용 및 관련 데이터 확보 후에 하는 것으로 유보해 의료시장에 신속하게 진입시키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최소 1년에서 최장 5년 정도 임상현장에서 사용한 결과를 바탕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재평가한 후에 퇴출 여부와 보상 여부를 결정하면 될 것이다. 이런 방식에 따라 국내 업체가 다양한 임상 경험을 확보함으로써 보다 나은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근거와 해외 인허가 과정에 임상시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 부차적인 성과도 취할 수 있을 것이고, 궁극적으로 국내 업체의 국내 시장 점유율과 수출을 늘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규제 완화와 개선의 관점에서 작년에 우리나라가 가입한 국제의료기기규제당국자포럼(International Medical Device Regulators Forum, IMDRF)에서 활동과 그 구체적인 결과물로 만들어 가고 있는 의료기기 단일 심사 프로그램(Medical Device Single Audit Program, MDSAP)은 업체에 향후 인허가 관련된 중복 심사를 줄이고 관련 비용, 시간, 인력을 줄일 수 있는 좋은 사례로 보인다.

세계적인 국내 인증기관, 시험 기관 육성
마지막으로 국내 인프라 구축 방안으로써 국내 시험 기관, 품질 인증 기관 등 국내 인허가 기관의 경쟁력 강화를 들고 싶다. 현재 국내 다수의 의료기기 업체는 국제기준 대응에도 취약하고 이에 대한 검사와 심사를 외국기관에 다수 의존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유럽 등의 인허가, 인증 제도의 강화 또는 변경에 따라 국내 수출업체는 외국의 국제 의료기기 인증기관 및 시험기관(NCB, NB, CBTL 등)을 통해 의료기기 심사 및 시험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들 인증기관 및 시험기관은 충분치 않은 국내 근무 인력, 중요 심사와 의사결정이 한국 내 회사가 아닌 본사에서 이뤄지는 점 그리고 본사 또는 자국의 입장을 우선 고려한 정책과 대처 방법 등으로 인해 국내 업체가 필요한 자료를 사전에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수개월에서 1년 넘게 인허가와 인증을 못 받거나 지연되는 사례가 있다고 한다.

이런 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외국 제도에 대처할 수 있는 규제 전문가가 양성돼 국내 업체에 포진돼야 함과 더불어 외국 인증기관과 동등한 수준에서 인허가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국제 인증기관과 시험기관이 국내에 생겨나야 할 것이다. 지금도 KTL, KTC, KTR, KCL 등 자격을 갖춘 국제 인증기관이 있지만 국외적으로 인지도가 떨어지고, 관련 인력 부족 등으로 인해 국내 인허가 업무, 특히 국내에서만 통용되는 시험 검사나 품질 인증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방식에서 벗어나 UL, TUV, BSI, SGS, DNV 등 세계적인 국제 인증기관 및 시험기관과 자웅을 겨룰 수 있는 국제적인 기관을 우리나라도 양성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국내 업체뿐만 아니라 해외 업체를 통해서도 관련 수입을 창출할 수 있고, 고용 증대와 함께 보다 빠르고 적극적인 국내 업체 인허가 지원이 가능할 것이다.

의료기기산업 발전의 골든타임은 바로 지금!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 19일 경기 성남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에서 열린 의료기기산업 규제 혁신 행사장을 찾아 "의료기기산업에서 규제 혁신을 이뤄내면 다른 분야 규제혁신도 활기를 띨 것"이라고 말하며 해묵은 규제 타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의료기기산업의 낡은 관행과 제도, 불필요한 규제 혁파"를 촉구했고, "혁신적인 제품이 제대로 평가받고, 제때 신속하게 출시될 수 없는 비효율적인 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고 천명했다. 이는 대내외적으로 힘든 경제 여건과 저성장 기조를 감안하면 시의적절한 언급임과 동시에 의료기기 업계와 관련 규제 당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볼 수 있다.

이제 대통령도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그렇다면 해당 규제 기관과 업계도 적극 화답하고 구체적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올해는 현 정부 집권 2년차다. 작년에는 20대 국정전략과 100대 과제의 우선순위를 제시했다면, 올해에는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제시하고 실행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현정부의 성공 때문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번영과 한국 의료기기산업의 발전을 위해서이다. 이를 위한 골든타임은 바로 지금이다. 이 시기를 헛되이 보냄으로 인해 우리나라 의료기기산업의 마지막 남은 활력 징후(Vital Sign)마저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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