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기기광고사전심의 중요성과 제언 - 왕성상 엠디저널 편집국장

■ 의료기기광고사전심의 중요성과 제언

국민건강 직결된 의료기기광고 사전심의는 '필수'
심의규정 완화하고, 관련자 교육·사후관리 강화해야

▲ 왕성상
엠디저널·엠디데일리
편집국장

광고는 '자본주의 꽃'으로 불린다. 상업 커뮤니케이션으로 시장이 있으면 광고는 있게 마련이다. '광고 없이 사업하는 건 어둠 속에서 처녀에게 윙크하는 것과 같다', '상품광고는 예수가 나기 전부터 있었다'는 말처럼 광고는 우리들 삶의 일부가 된 지 오래다.

광고는 소비대중을 상대로 상품판매나 서비스이용, 기업·단체 이미지를 좋게 하는 등을 목표로 필요한 정보를 주고 내용을 알리는 것이다. 여기엔 글, 그림, 사진, 도안, 영상, 소리 등 표현 메시지가 쓰인다. 대중매체, 인터넷 등 전달 매체에 실려 구매를 이끈다.

매체는 광고를 싣는 그릇이요 매개체다. 의료기기광고사전심의위원들은 △방송 광고(TV, 라디오 등) △인쇄 광고(신문, 잡지 등) △뉴미디어 광고(홈페이지, 블로그, 쇼핑몰, 모바일, 인터넷 신문, 웹진 등)를 포함해 다루는 분야가 넓다.

'자본주의 꽃' 광고의 두 얼굴
의료기기광고는 두 얼굴을 갖고 있다. 소비자에게 정보를 줘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구매를 돕는다. 판매촉진, 의료기기 시장을 꽃피우기도 한다. 반면 문제도 있다. 제품을 더 많이 팔기 위해 좋은 점을 부풀리거나 거짓으로 꾸미기도 한다. 잘못됐거나 틀린 정보로 소비자들 판단을 그르치기도 한다. 심하면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무너뜨릴 수 있다.

2007년 4월부터 이뤄진 의료기기 광고사전심의는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게 미리 걸러내는 일이다. 법, 규정을 지키고 광고 범위를 벗어났는지 가려내는 과정이다. 위원들은 소비자 입장에 서서 관문을 지키는 게이트키퍼(gatekeeper, 문지기)다. 의료기기광고는 의료기기법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사전심의를 받게 돼 있다. 이를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가 위탁받아서 하고 있다. 의료기기광고는 타율규제에 해당된다. 심의대상 매체는 식약처 고시에 따른 '의료기기광고사전심의규정'에서 정하고 있다. '심의'란 '심사하고 토의함'을 말한다.

의료기기광고사전심의는 5단계를 밟는다. ①심의신청·접수 ②의료기기광고사전심의위원회 사무국 예비검토 ③심의위원회 심의(온라인심의 또는 대면심의) ④심의결과 구분 ⑤심의결과 통보 순이다. 심의위 사무국은 식약처의 품목허가(신고) 사항, 거짓, 과대, 오해, 비방, 절대적 표현 등 광고사전심의기준을 바탕으로 예비검토한 뒤 의료기기광고사전심의위원회에 안건을 올린다. 심의위는 10일(공휴일 제외) 안에 승인, 조건부승인, 미승인을 결정해 신청인에게 알려준다. 승인은 광고가능(심의필 또는 심의번호 표시), 조건부승인은 조건부승인이행보고서 작성 후 사무국에 보내 이행여부 확인 후 광고할 수 있다. 미승인은 광고를 아예 할 수 없다.

협회는 심의가 끝난 광고 중 업계가 많이 되풀이하는 시정내용에 대해 심의위 결정사항과 사유를 품목별로 공개하고 있다. 의료기기광고사전심의 민원편의성을 높이고 심의 투명성 강화를 위해 '품목별 광고사전심의 사례 공개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협회는 지난해 11월 △저주파자극기 △비강확장기 △재사용 가능 요실금용 클램프 품목 광고심의사례를 공개했다.

의료기기의 식약처 허가사항은 의료기기전자민원창구(http://emed.mfds.go.kr) '정보마당'에 들어가면 알 수 있다. 쓰다가 부작용이 생기면 의료기기 전자민원창구를 통해 신고하면 된다.

의료기기광고사전심의는 '선택' 아닌 '필수'
의료기기광고사전심의는 왜 하는 것 일까. 사람 목숨, 국민건강과 직결된 제품광고이기 때문이다. 의료기기는 일반공산품과 다르다. 사람 몸에 직접 작용해 질병 치료 효능·효과를 준다. 질병을 없애고 낫게 하는 기구다. 제품정보, 사용법이 쉽고 정확해야 한다. 효과·효능에 믿음도 가야 한다. 기기를 쓸 때 꼼꼼하게 주의하지 않으면 사고가 나거나 문제가 생긴다. 부작용은 물론 부상, 신체 기능 손상 등 생명과 직결된다. 그래서 의료기기광고사전심의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물론 심의를 받지 않는 것도 있지만 사전심의 필요성은 갈수록 요구되고 있다. '100세 시대'의 복지사회 핵심은 국민 행복과 건강이다. 의료분야에 중요한 의료기기 시장은 커질 전망이고 관련광고 사전심의도 그런 맥락에서 중요시되고 있다.

의료기기 거짓·과대광고 적발 건수가 해마다 느는 것도 사전심의를 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2015년 670건이었던 의료기기 거짓·과대광고 적발 건수가 2016년엔 1,486건, 2017년엔 1,924건으로 불어났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는 2,000건을 넘어설 것으로 점쳐진다.

의료기기 유통과정을 볼 때도 사전심의가 이뤄져야 함을 알 수 있다. 뭣보다도 판매와 유통에 제한이 없다는 점이다. 의료기기는 의료전문인들만 쓰는 게 아니다. 사용자 범위가 넓고 이용계층 또한 다양하다. 따라서 파급효과가 크고 문제가 생기면 후유증이 심하다. 개인용과 의료기관 전문용 기기로 나뉘긴 하나 누구든지 사거나 구해 쓸 수 있다. 병을 앓는 사람이나 입원환자가 퇴원 후 쓸 수도 있다. 일반소비자 입장에선 광고를 통해 전달되는 정보를 보고 기기를 살 수밖에 없다. 식약처 허가사항이 아닌 내용의 효능, 기능 등이 광고에 담긴다면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의료기기 유통 특성과 파급효과를 볼 때도 광고사전심의는 꼭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는 선진 외국도 같은 흐름이고 비슷한 제도가 있다. 심의방법과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고령화 사회 진입, 국민소득이 높아지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고 가정용 의료기기 보급률 증가, 치료에서 예방중심의 사회흐름 변화도 의료기기광고사전심의 당위론에 방점이 찍힌다.

광고사전심의규정 너무 까다로워
의료기기광고사전심의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느낀 점은 두 가지다. 먼저 심의규정이 너무 까다롭다는 점이다. 심의하면서 많이 적용해온 의료기기법 시행규칙[별표 7] '금지되는 광고의범위'(제45조 제1항 관련)를 보면 잣대가 엄격함을 알 수 있다. 문구 표현, 사진·도안 사용이 자유롭지 않다. 창의성 있는 광고, 차별화된 광고를 하기엔 다소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다. 광고심의위원으로 위촉받고 "심의 완화" 의견을 몇 번 냈으나 규정상 그럴 수 없음을 알게 됐다. 사람 생명을 다루는 의료기기 광고특성과 업계 현실을 감안, 그다음부터는 대세에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다음은 광고내용이 상당히 전문적이고 표현들이 어렵다는 점이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의료기기 개요, 사용법, 주요 사항 안내 글에 전문용어가 많고 한자투성이 광고가 적잖다. 어떤 광고는 '중국광고', '대만광고'인가 싶을 만큼 어려운 한자말 나열이다. '천공', '개심술', '초박형', '심부 발열' 등 전문가가 아니고선 무슨 말인지 잘 모르는 단어와 문장을 쓰는 광고가 있다. 좋은 우리말을 두고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오타 등도 눈에 거슬렸다.

의료기기광고사전심의 개선할 점 3가지
의료기기광고사전심의와 관련, 발전적으로 개선했으면 하는 점이 있다. 3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심의규정 완화다. 의료기기법에 따른 '금지되는 광고의 범위'를 일정 범위에서 풀어야 한다고 본다. 정부 정책도 지나친 규제를 풀어 기업경영과 창업이 활성화되도록 이끄는 분위기다. "묶인 규제를 풀어달라"는 기업인들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중소기업계는 의료기기광고사전심의제도 완화를 바라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올 1월 12일 서울 여의도동 본회에서 '제14차 헬스케어산업위원회'를 열고 식약처에 심의 완화방안을 제안했다. 새 제품을 개발하면 걸맞은 마케팅이 필요한데 심의 기준이 까다로워 표현의 자유가 심하게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의 기준 완화정책이 절실한 실정이다.

둘째, 의료기기광고를 고객(소비자) 위주로 만들고 알려야 한다. 광고내용과 디자인을 더 쉽게 해야 한다는 얘기다. 누가 듣고 봐도 빨리 알 수 있게 해야 광고효과가 커진다. 쉬운 말과 글을 쓰고 사진, 동영상, 도안도 추상적이거나 너무 전문적이지 않도록 해야 소비자들에게 먹힌다. 특히 광고문구는 짧고 간결하고 알기 쉽게 쓰는 게 좋다. 방송멘트, 시나리오도 마찬가지다. 의료인과 같은 전문인들을 상대로 하는 광고가 아니면 전문용어, 한자말, 외국어, 외래어는 삼가는 게 바람직하다. 특정 세대나 계층만 아는 신세대용어, 은어, 지나친 약어 사용도 금물이다. 될 수 있는 대로 우리말로 하고 전문용어나 약어, 외국어를 꼭 써야 한다면 풀어줘야 알기 쉽다. 다듬어진 문장, 정확한 단어 사용, 띄어쓰기, 소비자가 읽기 쉽도록 단락 조절, 올바른 문장기호 넣기도 광고내용 전달에 중요하다.

셋째, 사전심의 면제 또는 제외 의료기기광고 대상 범위 확대다. 기업영업 활동을 더디게 하는 걸림돌 요인 개선이 시급해서다. 의료기기광고사전심의 면제 대상이 늘면 심의비용과 업무처리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업계 부담도 덜고 새 제품 광고효과도 높아진다. 심의위원, 사무국 직원들 일손도 준다.

사전심의 면제 광고를 늘리는 방안으론 필수 전제조건인 업계 자정 능력을 높이도록 이끌면 된다. 의료기기업체들이 건전한 방향의 규제완화정책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 보완, 교육·홍보 강화도 요구된다.

소비자 의료기기감시원 늘리고
중재 기구 신설도

그 밖에 제언할 점도 몇 가지 있다. 소비자들이 거짓·과대광고로 피해 보지 않게 의료기기광고 관련자들 교육과 사후관리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본다. 의료기기회사 광고담당자, 광고기획사임·직원들에게 교육기회를 더 늘려 불법·과대·거짓 광고가 원천적으로 이뤄지지 않게 해야 한다. 이론보다는 실무 위주로 하고 서로 공감할 수 있는 만남의 자리도 자주 마련해야 한다.

의료기기광고 상시모니터링, 관련 사이트 차단·점검도 강화됐으면 한다. 사전심의를 거친 광고가 온라인, 오프라인에 제대로 광고되는지를 꾸준히 지켜봐야 한다. 소비자 의료기기감시원 수를 늘리고 위촉대상 범위도 넓혔으면 한다. 그래야만 유통 중인 의료기기의 거짓·과대광고를 촘촘한 그물망 식으로 잡아내고 효율적으로 지도·점검해 소비자들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니터링기법 개발, 관련 장비 도입, 전문가 영입, 사례 연구·분석도 필요하다.

의료기기광고 중재전담기구(또는 부서) 신설도 제언한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의료기기광고사전심의위원회가 심의한 광고를 둘러싸고 다툼이 있을 때 중재하는 곳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건부 승인, 미승인의 경우 해당 업체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소송 등을 내는 경우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기구다. 의료기기광고 중재 전담기구(부서)가 생기면 정부, 협회, 업계 중간에 서서 법정으로 가는 일을 최대한 줄이고 다툼이 생긴 광고심의 건을 합리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이해가 엇갈려 법정으로 가기 전에 중재 기구를 꼭 거치도록 할 수 있다.

언론사와 피해자 중간에서 잘못된 보도내용을 바로잡거나 조정하는 언론중재위원회를 벤치마킹하면 된다. 언론매체의 사실적 주장으로 피해 입은 사람의 반론 보도, 정정 보도, 추후 보도,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사건을 조정·중재하고 언론 보도에 따른 침해사항을 심의하고 있어 참고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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