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9회 중국국제의료기기전시회(CMEF Spring 2018) 참관기

 제79회 중국국제의료기기전시회(CMEF Spring 2018) 참관기
- 정희석 메디칼타임즈 기자

‘UNITED IMAGING’, 중국 의료기기산업 새 역사를 쓰다
CT·MRI 등 국산화 가속화, ‘AI·빅데이터·정밀의료’ 연구개발 집중

과거 독일 MEDICA와 같은 국제의료기기전시회에서 중국 바이어들은 크게 환영받지 못하는 불청객이었다. 중국 바이어가 다녀간 후 이듬해에는 디자인을 모방한 ‘짝퉁’ 제품이 출품됐기 때문이다.

물론 디자인은 엇비슷했지만 그렇다고 기술력과 내구성까지 모방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주장해 온 중국은 어느덧‘원조를 삼켜버린 짝퉁의 힘’을 넘어 글로벌 의료기기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중국 의료기기는 200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시작은 중국에서 환자감시장치·초음파진단기를 최초 개발한 토종기업 ‘마인드레이(mindray)’가 2006년 뉴욕 증시에 상장하면서 비롯됐다.

마인드레이는 2014년 회계 기준 1조 3,000억 원 매출과 전 세계 31개 법인·13개 연구개발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환자감시장치(3위) △초음파진단기(5위) △생화학분석기(1위) 분야에서 높은 세계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마인드레이가 중국을 의료기기 변방국에서 대국으로 견인했다면 또 다른 로컬기업 ‘UNITED IMAGING’은 △CT △MRI △PET-CT △PET-MRI 등 고부가가치 진단영상장비를 국산화 해 중국 의료기기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 UNITED IMAGING은 의료기기 대국에서 강국으로 진입한 중국 의료기기산업 현주소와 미래를 가늠하는 척도로서 전 세계 진단영상장비 업체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기자는 지난 4월 열린 ‘제79회 중국국제의료기기전시회(CMEF Spring 2018)’ 기간 중에 한국 언론사 최초로 중국 상해(Shanghai) 지아딩(Jiading)구에 위치한 UNITED IMAGING 본사를 방문하고 CT·MRI 생산 공장을 둘러봤다.

2011년 설립된 UNITED IMAGING은 △CT △MRI △PET-CT △PETMRI를 자체기술로 상용화해 다국적기업이 장악한 자국 시장을 넘어 글로벌 공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7년이라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첨단 진단영상장비 상용화가 가능했던 원동력은 단기간 내 집중적인 연구개발(R&D)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매출액 중 50%를 연구개발에 투자한 UNITED IMAGING은 직원 약 2,900명 중 60%에 해당하는 1,700여 명이 연구개발 인력이다. 연구개발 인력 중 절반은 석·박사급이며, 200여 명의 박사급 인력 중 110명은 해외근무 경력자들로 채워졌다.

이 같은 연구개발 투자는 총 1,776건 (자국 1,470건·해외 306건)에 달하는 특허 획득과 진단영상장비 기술력 확보로 이어졌다. 중국 △상해 △우한 △심천을 비롯한 미국 △휴스턴 △콘코드 △클리블랜드에 R&D 센터를 두고 있는 UNITED IMAGING가 연구개발에 그토록 막대한 투자를 하는 이유는 왜일까.

자국 내 1~2위를 차지하기보다는 세계 시장에서 GPS(GE·PHILIPS·SIEMENS)와 당당히 경쟁하겠다는 명확한 목표 때문이다.

비교적 신생기업에 속하는 UNITED IMAGING은 GPS와 경쟁하기 위해 단기간 집중적인 연구개발 투자로 그들과의 기술 수준을 동등 또는 이상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UNITED IMAGING은 목표 달성을 위해 다국적기업과 견줘 결코 손색없는 혁신적인 연구개발 및 생산 공정관리로 제품 기술력을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12만㎡(3만 6,300평)에 달하는 UNITED IMAGING 본사 사무동에 들어서자마자 ‘Show Room(쇼룸)’이 기자를 맞았다. 이곳은 기자가 경험한 다수의 의료기기업체 쇼룸과 비교해 전시 장비나 규모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쇼룸에는 △DR △CT △MRI △PET-CT △PET-MR △방사선치료기기까지 총 16개 진단영상장비가 전시돼있다. 안내에 나선 UNITED IMAGING의 아태지역 글로벌사업부 데니스 장(Dennis Jiang) 부사장은 “월요일부터 토요일 오전까지 오픈하는 쇼룸에는 매일 약 20팀 정도가 찾는다”고 귀띔했다.

방문객 대부분은 영상의학과 의사들이었다. 이밖에 대리점(딜러), 부품 공급사, 아·태지역·중동·아프리카 바이어들도 이곳을 찾고 있다.

데니스 장 부사장은 “쇼룸은 주요 고객인 영상의학과 의사들에게 매우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방문객들은 쇼룸에서 UNITED IMAGING의 기업철학을 알게 되고 또 혁신적인 생산 공정을 통해 만들어진 첨단 진단영상장비를 살펴볼 수 있다”며 “이를 통해 회사 브랜드 인지도 및 제품 신뢰도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한국 의사들도 이곳을 방문해 UNITED IMAGING의 혁신적인 진단영상장비를 직접 경험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쇼룸에서는 방문객들에게 회사 설립 이념과 철학을 소개하는 10분 분량 동영상을 보여줬다. 기자는 동영상이 끝난 후 영상의학과 의사들을 따라 전시장비들을 꼼꼼히 살펴봤다.

시제품으로 전시된 PET - CT‘uEXPLORER’가 먼저 눈에 띄었다. 해당 장비는 겐트리가 2m 크기로 한 번에 홀 바디(Whole Body) 촬영이 가능한 세계 유일 PET-CT로 현재 미국 보건성(NIH)과 공동연구가 진행 중이다.

또 UNITED IMAGING의 수술 장비시장 진입을 알리는 이동형 C-arm, 2년 전 출시된 일체형 방사선 암치료기기 ‘uRT-linac’, 삼성전자·케어스트림헬스와 경쟁을 예고한 하이엔드급 거치형·이동형 DR 역시 방문객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장비들은 세계적 어워드인 iF 및 reddot를 수상할 만큼 디자인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었다. 이는 약 40명으로 구성된 본사 디자인센터 CDIC(Corporate Design Innovation Center)팀의 사용자 편의성을 최적화한 UI와 제품 가치를 극대화한 디자인 역량이 만들어낸 결과다.

△ DR △ CT △ MRI △ PET - CT △PET-MR △LINAC까지 토털 진단영상장비 포토폴리오를 구축한 UNITED IMAGING은 기능 및 사양별 세그먼트 다양화에 집중하고 있다. CT의 경우 이미 개발한 16·20·40·80·128·160에 이어 240·360·640 채널을 개발 중이다.

이 같은 전략은 PET-CT·PET-MR도 마찬가지이다. 로우엔드부터 미들레인지·하이엔드급까지 촘촘한 제품 사양을 통해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대응하고 등급별 고객병원들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함으로써 경쟁력 확보에 나선 것이다.

데니스 장 부사장은 “중국 정부가 국민건강 향상을 위해 민영 병원 영상검진센터 설립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때문에 암 검사가 활발해지고 핵의학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PET-CT·PET-MR 수요가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PET-CT만 놓고 보면‘uMI 780’은 중국 시장 1위를 차지할 정도로 GPS 장비보다 해상도 등 기술력에서 더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한편, 쇼룸에 이어 기자가 발길을 옮긴 곳은 MRI 생산 공장. 철저한 보안으로 사진 촬영이 금지된 이곳에서는 ISO 기준에 부합한 △Magnet Coil Winding △Cryostat Assemble △Super Conducting Wire △Cryostat Vessel △Magnet Welding △OVS Welding △Magnet Vacuumizing 등 MRI 생산 공정이 이뤄지고 있었다.

UNITED IMAGING은 R&D부터 생산 공정에 이르는 프로세스 전 과정에 IBM V-Model과 카이젠(KAIZEN)을 적용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생산 공정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토대로 짧은 시간 최적화된 생산설비를 갖추고 CT·MRI 핵심 부품과 완제품을 자체 개발할 수 있었다.

데니스 장 부사장은 “UNITED IMAGING은 ‘인공지능(AI)·빅데이터·정밀의료’ 세 가지 방향에 초점을 맞춰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최근 미국 인공지능연구소 한 곳을 인수해 UNITED IMAGING Intelligence사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클라우드 베이스로 운영되는 UNITED IMAGING 인공지능 플랫폼은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헬스케어 혁신을 선도해 모든 사람이 동등한 의료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한다’는 기업 철학이자 미션을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때 국내 제조사들에 중국 의료기기시장은 기회의 땅처럼 여겨졌다. 중국 로컬업체보다 기술은 우위에 있으면서 제품 가격은 다국적기업보다 합리적인, 즉 탁월한 ‘가성비’를 내세워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하지만 중국 로컬업체들의 기술력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Made In Korea’ 의료기기 경쟁력은 점점 그 힘을 잃고 있다. 더욱이 사드(THAAD)로 촉발된 반한(反韓) 감정은 물론 중국 정부의 자국 의료기기 사용 확대와 수입 의료기기 인허가 진입장벽은 한국 업체들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풍부한 의료기기 수요와 민간병원 확대 등 국내 제조사들에게 여전히 포기할 수 없는 매력적인 의료기기 수출국 중 한 곳 이다.

삼성전자 또한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월드 베스트 DNA’를 이식한 디지털 X-ray(DR)를 내세워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한 새로운 ‘모멘텀’ 확보에 불을 지폈다. 삼성은 지난 4월 열린 CMEFSpring 2018에서 이동형(모바일) 프리미엄 DR 신제품 ‘GM85’를 공식 출시했다.

GM85의 중국 CFDA 인허가 소요기간은 불과 1년 정도. 높아진 심사장벽 때문에 길게는 2~3년이 걸리는 여타 수입 의료기기와 비교해 인허가 기간을 절반 수준으로 단축했다.

RA(인허가) 전담인력이 중국에 상주하다시피 할 정도로 많은 공을 들였다는 게 삼성 측 설명이다. 삼성전자 부스에서 만난 의료기기사업부 전략마케팅·상품기획팀 관계자들은 “GM85는 중국 시장에서 다국적기업 GPS(GE·PHILIPS·SIEMENS)와 경쟁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선보인 이 동형 프리미엄 DR 신제품”이라고 강조했다.

GM85 출시는 삼성이 저가정책을 내세운 로컬업체를 배제하고 삼성의 브랜드 인지도와 ‘프리미엄 DR’ 이미지를 내세워 GPS와 3급 병원(한국의 상급 종합병원)시장에서 정면승부를 예고한 전략적 의미를 담고 있다.

4년 전 중국 의료기기시장에 본격 진출한 삼성은 그간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다국적기업과 로컬업체 중간에 낀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삼성은 다국적기업과 비교해 기술력은 떨어지지만 가격경쟁력이 있었던 반면 로컬업체와 는 기술력에서 비교우위에 있었지만 가격 경쟁력은 약점이었다.

하이엔드·프리미엄급 시장에서 다국적기업과 경쟁하자니 기술력이 부족했고 미들레인지·로우엔드급 시장에서 로컬업체와 경쟁하기에는 가격경 쟁력이 없었던 셈이다. 삼성은 더 이상로컬업체 중저가제품과의 경쟁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먼저 하이엔드급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제품 기술력을 인정받은 후 중저가제품으로 시장공략 세그먼트를 확대해 나가겠다는 전략을 수립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전략 중심에는 삼성의 첫 프리미엄 이동형 DR‘GM85’가 있다.

삼성전자 ‘브랜드 가치’를 접목시키고 프리미엄 기능과 사용자 편의성 등 장점을 부각시킨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나아가 DR은 저가장 비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프리미엄시장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 상품전략팀 조광현 프로는 “중국 시장에서 로컬 업체와 가격으로 경쟁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GM85는 제품 기술력에 부합하는 고가정책으로 대형병원을 타깃으로 한 프리미엄 DR시장에서 GPS와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삼성에 따르면, GM85는 동급 최소형의 콤팩트한 디자인과 최경량 무게로 이동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중국병원 환경에 최적화된 장비다.

의료기기사업부 전략마케팅팀 김선경 프로는 “중국 병원은 기본적으로 병상 수가 많다. 병상 수가 많아 이동성이 열악하다 보니 기존 진단영상장비들의 경우 크기가 작고 기본적인 기능에만 충실했다”고 말했다.

이어 “GM85는 동급 최소형의 콤팩트한 사이즈로 이동성이 탁월할 뿐만 아니라부가적으로 다양한 프리미엄 기능을 탑재해 중국 시장에서의 반응이 좋다”고 덧붙였다.

삼성은 특히 경쟁상대인 GPS와의 차별화된 A/S 서비스를 통해 GM85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GPS는 고가의 A/S 비용책정과 느린 서비스 응대로 중국 병원들의 불만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핸드폰·가전제품 등을 통해 일찍이 중국에 진출한 삼성은 글로벌 스탠더드보다 관계에 의한 추가적인 서비스를 원하는 중국 특징을 잘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기존 서비스망을 의료기기 부문에 접목시키고 가전제품을 통해 얻은 노하우를 토대로 고객병원의 니즈를 파악해 GPS가 응대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세심하게 챙긴다면 충분히 차별화된 A/S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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