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회 CMEF 참관기 - 정희석 메디컬타임즈 기자

■제 79회 중국국제의료기기전시회(CMEF Spring 2018) 참관기- 정희석 메디칼타임즈 기자

"CMEF 2018, 중국 의료기기산업 현주소 보여 주다"

중국, 2020년 일본 제치고 세계 의료기기시장 2위 진입 전망
CMEF, 의료기기 ·의약산업 가치사슬 전시회 구현

전세계 4,100개 업체 참가, 중국 의료기기산업 성장 견인 

2015년 기준 중국 의료기기시장 규모는 178억 달러(약 21조 5,000억 원)로 2010년 이후 연평균 13.4% 성장했다. 또 2015년 이후 매년 8.7% 성장해 2020년에는 시장 규모가 270억 달러(32조 5,000억 원)에 달해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의료기기 강국 진입이 예상된다. 

이 같은 성장세는 중국을 의료기기 변방국에서 강국으로 견인한 '국국제의료기기전시회' (China International Medical Equipment Fair·CMEF)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매년 봄·가을 두 번 열리는 CMEF는 자국 의료기기시장을 키우고 로컬 업체들의 세계시장 진출 통로를 제공하는 중국 의료기기산업 발전의 밑거름이자 성장 동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중국 의료기기산업 역사로 불리는 CMEF는 총 3단계 과정을 거쳐 발전을 거듭했다. 

1단계 성장기반은 중국 개혁 개방이 시작된 1978년 이듬해인 79년부터 89년까지 약 10년간 다져졌다. 당시 CMEF는 '전국의료기기판매공급대회'로 불리며 내수시장 확대에 초점을 맞춰 성장기반을 마련했다. 이어 1990년부터 2002년까지 2단계 성장기를 보냈다.

이 기간은 ‘전국의료기기전시회’로 개최돼 중국 의료기기 내수시장을 키우고 발전시키는 토대를 구축한다. 당시만 하더라도 CMEF는 자국 시장을 겨냥한 로컬전시회로 외국기업들의 참여가 많지 않았다. 

이후 2003년부터 지금의 ‘중국국제 의료기기전시회’로 이름을 바꾼 CMEF 는 중국을 넘어 다국적기업들이 대거 참가하는 전 세계 2번째·아시아 최대 규모 의료기기전시회로 발돋움했다. 

중국의 짧은 의료기기 역사에도 불구하고 CMEF가 급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풀이된다. 우선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국민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정부가 의료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통해 중국 의료기기 내수시장 자체가 급성장했다는 분석이다. 

두 번째로는 다국적기업으로부터 기술이전을 통해 CE·FDA 인증을 받은 중국 로컬업체들이 많이 늘어난 점도 중국 의료기기시장 확대에 따른 CMEF 성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CMEF는 지난 2015년부터 중국 헬스케어산업 통합 플랫폼 ‘더 헬스 인더스트리 서밋’(The Health Industry Summit·tHIS)을 통해 △원료의약품전시회(API CHINA) △종합의약품전시회(PHARM CHINA) 등과 동시 개최되고 있다.

tHIS는 의료기기·의약품 등 각각의 업계가 자체 및 상호교류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헬스케어산업 통합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기존 개별 전시회와 차별화된다.

더불어 의료기기·의약산업의 가치 사슬(Value Chain)을 포괄하는 전시회와 함께 산업별 정책·제도, 연구개발, 제조·유통, 의료인 학술교육 등 광범위한 주제의 콘퍼런스·세미나가 동시 개최된다. 

지난달 14일 폐막한 ‘The Health Industry Summit 2018’에서는 한국에서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인공지능(AI)·빅데이터’ 기반 의료기기· 의약품 개발 트렌드를 엿볼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빅데이터 △가상현실 △증강현실 △웨어러블과 같은 융·복합 기술을 접목한 의료기기 등장은 중국 시진핑 주석이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 포럼’(Boao Forum for Asia)에서 촉구한 의료산업 혁신이 이미 실현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tHIS 주관사 리드 시노팜(Reed Sinopharm) 관계자는 “4회째를 맞은 tHIS 2018은 35만㎡ 전시공간에 약 150개국 20만 명 이상 참관객들과 국내외 의료기기·제약사·건강기능식 품 등 7000곳이 넘는 전시업체가 참가했다”고 밝혔다. 

덧붙여 “국내외 의료기기업체들은 이번 행사를 글로벌 및 아시아태평양 지역 신제품 출시 플랫폼으로 삼아 약 600개에 달하는 제품을 선보였다”며 “tHIS는 세계 최대 규모 헬스케어산업 통합 플랫폼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했다”고 강조했다. 

tHIS 가운데 가장 긴 역사와 핵심 전시회로 평가받는 ‘제79회 중국국제의료기기전시회’(CMEF Spring 2018)가 지난달 11일부터 14일까지 중국 상해(shanghai) 국가전시컨벤션센터(National Exhibition & Convention Center·NECC)에서 개최됐다. 

CMEF 2018이 열린 NECC는 상해 중심부 홍차오(Hongqiao)구에 위치한 전시면적 50만㎡(실내 40만㎡·실외 10만㎡)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 단일 전시장으로 전 세계 헬스케어 산 업 중심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위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디지털 의료시대(The Digital Era of Healthcare)'를 주제로 열린 CMEF 2018은 총 8개 Hall에서 열렸다. 

Hall 1·2에 위치한 ‘CMEF Imaging’ 관에서는 초음파진단기· DR·C-arm·CT·MRI 등 다국적 및 중국 로컬기업들의 진단영상기기 신제품 각축전이 펼쳐졌다. 

또 Hall 3에는 CMEF IVD(체외진단 기기) 관을 비롯해 각종 치료재료·정형외과 제품을 선보였다. 특히 CMEF IVD 관은 질병 치료중심에서 사전 예방·조기진단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세계적 추세에 발맞춰 다국적 기업은 물론 중국 IVD 업체 부스들로 빼곡히 채워졌다. 

더불어 Hall 4.1 관에는 감염예방관리 제품과 함께 재활기기·가정요양· 병원설비 제품들이 관람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또 한국을 비롯한 △영국 △미국 △ 독일 △일본 △대만 △인도 △이탈리아 △이스라엘 △폴란드 △터키 △싱가포르 △에티오피아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말레이시아 △프랑스 △ 기에 △파키스탄 등 21개국은 국가관(Pavilions)을 꾸려 중국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밖에 Hall 7.1과 Hall 8.1은 중국 각 지방성 의료기기업체들이 참여하는 ‘Provincial Pavilions’ 관으로 꾸려졌다.

전시회 주최사 리드 시노팜(Reed SinoPharm)에 따르면, CMEF 2018 에는 전 세계 약 4,100개 업체가 참가해 약 600개 신제품을 선보였으며, 4일간 약 15만 명의 관람객이 전시장을 찾았다.

특히 CMEF 2018에서는 중국의 자국 의료기기산업 육성 전략과 의료서비스 개혁안의 현재 진행 상황과 그 실현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었다.

중국은 앞서 2015년부터 2025년까지 제조업 육성전략 일환으로 ‘중국 제조 2025’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의료기기를 포함한 10대 핵심 산업을 선정했다. 또 2015년 1월에는 의료서비스 개혁안 ‘Healthcare Service Plan 2015-2020’을 발표해 공공의료 개혁과 민영의료 확대를 천명한 바 있다.

CMEF Spring 2018은 의료기기 ‘대국에서 강국으로’ ‘Made in China에 서 Made by China’로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시장 공략에 나선 중국 의료기기산업 현재와 미래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됐다.

전 세계 바이어들로 인산인해를 이룬 CMEF Spring 2018은 개인적으로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전시회 주최사로부터 매년 해외기자로 초청받은 지 10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처음 CMEF를 방문한 2009년 당시만 하더라도 중국 진단영상장비업체들에게 던진 질문은 '있고 없고'(有无)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CT·MRI를 생산하고 있는지와 해당 제품이CE·FDA 승인은 받았는지 말이다. 하지만 CMEF에서 더 이상 이 같은 질문을 하지 않는다.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6~7년 전부터 CMEF에서 중국 로컬업체들의 CT·MRI·PET-CT·PET-MRI를 찾기란 더 이상 어려운 일이 아니다. CE·FDA 인증 여부를 물어보는 것 자체가 촌스러운 일이 됐다.

대부분의 중국 진단영상장비업체들은 기본적으로 CE 인증을 갖고 있다. 또 미국 일본 등 선진국시장을 겨냥한 상당수 제품은 FDA 승인을 획득했다.

사실 중국 업체들에 FDA 인증은 큰 의미가 없었다. 내수시장만으로도 충분한 판매가 이뤄지는데 굳이 선진국시장에 진출한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기술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굳이 필요성이 없었기 때문에 FDA 인증을 받 지 않았던 셈이다. 오히려 중국 업체들은 “FDA 인증보다 CFDA 인허가 받기가 더 어렵다”고 너스레를 떤다.

중국 진단영상장비는 '있고 없음'이 아닌 '좋고 나쁨'(好坏)을 따져야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GPS(GE·PHILIPS·SIEMENS) 장비와 비교해 스펙과 기술력 면에서 더 좋은 점과 아직은 나쁜 점의 '작은 차이'가 있을 뿐이다. 변변한 자국산 CT·MRI조차 없는 한국과 달리 고부가가치 진단영상장비 국산화를 구현한 중국이다.

과연 치료재료 역시 'Made By China'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을까?

고가의 수입 치료재료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한국과의 차이점을 알아보기 위해 CMEF 2018 현장에서 중국 로컬업체들의 부스를 꼼꼼히 살펴봤다.

중국 강소성 상주에 위치하고 있는 'TONCARE'사는 주로 내시경·복강경 수술에 필요한 일회용 치료재료를 생산하는 로컬업체이다. 일회용 내시경 커터·카트리지, 커브형·원형·자동형·치핵절제술용 봉합기, 폴리머클립 어플라이어 등 제품은 다양했다.

특히 일회용 내시경 커터와 봉합기는 한국의 경우 다국적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품목이다. 부스에서 만난 챈숭린 해외영업부 경리(매니저)에 따르면, 강소성 상주지역에만 일회용 내시경 커터·봉합기를 생산하는 로컬업체가 약 50곳에 달한다.

중국 또한 과거에는 내시경·복강경 수술 일회용 치료재료 대부분이 외산제품이었다. 하지만 로컬업체들이 국산화에 나서면서 외산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내리고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시장 상황은 중국 제품을 사용하는 비중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가 국산 의료기기 사용을 장려하고 있고 ‘가성비’를 따지는 민영병원이 증가하고 있으며 외산 제품과의 기술격차도 빠르게 해소되고 있는 만큼 시간이 갈수록 국산 치료재료 사용량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우리 부스에 한국 바이어들이 찾아왔다”며 “그들은 부품만 구매한 후 한국에서 완제품으로 조립한 후 Made in Korea로 판매를 하겠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TONCARE사 부스에 전시된 일회용 치료재료는 또 다른 로컬업체 JIANGSU TONGDA MEDICA사 에서도 쉽게 볼 수 있었다. 1990년 설립한 이 회사는 2006년 연구개발을 시작해 2009년부터 각종 일회용 내시경 커터·봉합기를 본격적으로 생산·판매하기 시작했다.

하소환 총 경리는 “제품 대부분은 TUV SUD 마크와 CE 인증을 획득했다”며 “중국은 내수시장 자체가 크기 때문에 현재 해외수출은 동남아시장에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 로컬업체들은 이미 10년 전부터 내시경·복강경 수술 일회용 치료재료를 생산하기 시작했다”며 “국산 치료재료는 정부의 자국 의료기기 사용 정책에 힘입어 시장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중국 일회용 내시경 커터·봉합기가 고가의 외산 치료재료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가운데 일회용 복강경 트로카(Laparoscopic Trocar)·질경(Vaginal Speculum)은 로컬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질경을 출품한 HUALAISI사 주차오쥔 영업 담당자는 “정부가 여성건강을 위한 의료서비스 정책을 강화하면서 자궁경부암 검사 등에 필요한 질경 수요량이 증가하고 있다”며 “중국 업체 간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에는 중국 제품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지만 지금은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중국 치료재료를 찾는 해외 바이어들이 많다”며 “한국 업체 3~4곳에서도 우리 제품을 수입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왔다”고 덧붙였다.

CT·MRI는 물론 고가의 외산 치료재료까지 자국 제품으로 빠르게 대체해 나가고 있는 중국이다. 한국시장에서 다국적기업과 가격경쟁력을 내세운 중국산 치료재료가 경쟁할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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