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한정숙, 박노자, 원재연, 연갑수, 황동하, 출판사 신인문사

러시아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세계 유일한 분단 국가이자 미국 공화당의 집권 이후 전운이 깊게 돌던 한반도에 해빙을 넘어서 실질적 교류와 왕래가 눈앞에 왔다. 양 정상이 판문점의 군사분계선을 넘는 모습은 전세계에 생중계됐고 취재하는 기자들의 눈에 눈물을 흘리게 했다. 국민들은 환호했고 세계는 주목했으며 노벨 평화상이 거론되는 전인류의 축제로 변할 참이다. 

휴전을 넘어서 종전 선언과 평화 협정이 이루어진다면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실질 이득과 관심은 중국과 러시아가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초기 러시아를 방문했고 정상 회담을 통해 10년간 끊어졌던 경제 협력에 대하여 논의했다. 남북의 대치 상황 속에서 러시아와의 미래는 요원해 보였지만 이제 현실로 다가왔다. 비행기로 1시간 거리, 배로 가도 한나절 거리의 러시아는 거리에 비해 우리에게 그리 잘 알려져 있지도 친숙하지도 않다. 하지만 이제 러시아는 자원과 교역 그리고 유럽을 통하는 관문 역할이 기대된다.

역사적으로 볼 때 러시아와의 시작은 그리 좋지 않았다고 한다. 1654년 조선 북쪽 헤이룽강변에서 전투가 벌어졌다. 당시만 해도 러시아가 누구인지는 몰랐고 그저 중국 변방의 어느 오랑캐일 거라는 추측만 가능했다. 치열한 전투가 지나고 1680년 조선 사절단은 청에 조공을 바치려다 러시아인들과 다시 만나게 된다. 기록으로만 존재하는 전투여서 자신들이 본 러시아인들이 누구인지 몰랐지만 그들에게 묵어야 하는 숙소까지 빼앗기는 수모를 당하게 된다. 

당시 러시아를 대하는 중국이나 중국을 대하는 러시아는 우리와는 확연히 달랐다. 강대국으로서 동등한 태도를 가졌고 중국에도 고개 숙이지 않았다. 매번 묵던 숙소를 빼앗기고 다시 찾아달라는 우리 관원의 요청에도 중국은 묵묵무답으로 일관했고 이 덕분에 우리 사신들은 사찰이나 빈집을 찾아 다니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당시 조선의 관원들 입장에서는 상당히 신선한 충격이었을 것이다. 

세월이 한참이나 지난 후 러시아의 남하정책에 의거하여 수교가 맺어지고 다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문정왕후 암살 이후, 고종은 세자와 함께 지금 서울 정동에 위치한 러시아 공사관에 1년간 피신을 하기도 했다. 우리가 아는 러시아는 이 정도다. 청일전쟁에서 의외로 패한 러시아로 인하여 그 이후 한국전이 발발하기까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다. 

지금의 러시아를 보는 입장을 정리하자면 약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지정학적 위치가 주는 중요함으로 우리의 인접국이자 약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강대국 중의 하나라는 점이다. 
둘째는 경제 과학적 입장에서 의미다. 세계 최대의 원유 매장량을 자랑하고 있으며 천연자원 또한 풍부하다. 우주항공 기술에 있어서 한국 최초의 우주인도 러시아를 통해서 가능했다. 러시아가 가지는 중요한 자산가치다. 
셋째는 사회경제체제론적 입장에서 그들이 가지는 문화, 역사, 정치력 힘에 대한 우리의 이해다. 볼세비키 혁명 이후 문화와 예술에 대한 국가적 지원은 그들의 문화 수준을 향상 시켰으며 세계적인 수준을 지니고 있다. 예술을 배우고자 하는 꿈나무들이 유학을 가고 있으며 러시아를 배우고 있다. 

이제 남북한 대립이 해결되고 경제공동체의 단계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인근 주변국에 대한 가치와 협력을 알아야 한다. 러시아가 지니는 지정학적, 기술과학적, 사회경제론적 이해가 깊어 질 때 상생이 극대화 될 수 있다. 

언젠가 천안함 사태로 인하여 러시아의 역할이 주목을 받고 원인규명을 위한 모임에서 러시아 대사의 연설과정에서 청중 중 한 분이 직설적인 질문을 했다. 러시아는 누구의 편이냐고? 이때 콘스탄틴 브누코프 러시아 대사는 “러시아는 평화의 편이다. 러시아는 동북아에서 평화를 가져오는 편을 지지한다”고 대답했다. 유엔에서 북한관련 사안에 대하여 거부권만 행사하던 러시아가 더이상은 아니다.

국가간 거래에서 일방적일 수는 없다. 누구에게 러시아는 부패와 독재 그리고 불법이 판치는 퇴락한 공산주의 국가일 수 있고, 어떤 이에게는 유서 깊은 역사와 인류의 자산이 될 문화 예술작품 그리고 항공우주의 최첨단 기술 보유국일 수 있다.

무지에서 오는 편견이 이해의 폭을 좁힐 수 있고 서로에 대한 이해가 공생의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이미 이전 정권부터 쌓아온 기회에 대하여 이제 현실화 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통한 경제공동체의 역할이 가능 할 것이다. 

러시아의 여론 주도층 및 정책결정권자들은 남북한을 포함하여 한반도 국민에 대하여 유능하며 러시아에 위협적이지 않고 우호적인 이웃으로 알고 있다고 한다, 큰 자산이다. 우리가 경제적 접근을 하던 지정학적 이득을 구상하던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면 되고 앞으로 우리를 더 이해 시켜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러시아와 외교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북한이었다. 하지만 화해와 통일에 대한 실현성이 높은 이때 우리는 북한이 가지는 생산요소 뿐 아니라 러시아가 줄 수 있는 광대한 이점에 대하여도 적극 활용 할 수 있다.

유럽을 달리는 부산발 기차와 막대한 천연자원의 활용 그리고 과학 기술과 문화 교류를 통한 기회는 우리의 경제뿐 아니라 거시적 관점에서 양국 발전의 토대가 될 것이다. 

러시아는 우리에게 아는 만큼 다양한 가치와 생산력 발달의 기회이자 경제적 공동체 일 수 있다. 

이 책은 2009년 11월 17일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 국립대학교 인분학부 동방학과에서 개최한 코리아에서 “러시아의 이미지: 한-러 관계 400년의 재조명”이라는 학술대회 자료가 바탕이 되었다고 한다. 책임 편집은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의 박노자 교수가 했고 서울대학교 규장각의 연갑수 교수, 수원교회사연구소 원재연 연구실장,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 한정숙 교수, 대전대학교 인문학 연구소 황동하 교수가 힘을 보탰다.

2011년 4월 신인문사에서 첫판을 찍었다.

[기고자 소개]
이태윤
자유와 방임을 동경하고 꾸준한 독서가 아니면 지능이 떨어진다고 믿는 소시민이며 소설과 시에 난독증을 보이는 결벽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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