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IT WEBZINE - 2018년 4월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미래를 밝히는 빛의 힘”

우리나라의 조선업이 한창 발전할 무렵 최첨단 기술인 액화천연가스를 운반하는 LNG선박에 사용되는 핵심 철판은 전량 외국산이었다. 국산은 영하 160도 이하에서 깨졌다. 문제가 무엇인지를 모르는 답답한 상황에서 포항방사광가속기(PLS)가 해결책으로 등장하였다.

방사광가속기는 방사광을 통해 미세입자의 구조와 현상을 관찰하는 장치이다. PLS에서 발생하는 X-선은 금속의 내부 구조뿐 아니라 성분까지도 분석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알아낸 결론은 국산 철판에 주석 성분이 극미량 들어있어 이 부분이 극저온에 취약하다는 것을 알아내었다. PLS가 국내 산업에 도움을 준 하나의 사례다.

1세대에서 현재 4세대까지 방사광가속기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방사광가속기는 1세대에서부터 현재 4세대까지 발전해 왔다. 입자물리학용 전자가속기의 부산물로써 사용한 70년대 1세대에 이어 80년대에 방사광만을 주 사용목적으로 한 2세대, 삽입장치를 활용하여 2세대에 비해 수천만 배의 밝은 빛을 발생시키는 90년대의 3세대로 발전했다.

4세대는 3세대에 비하여 빛의 밝기가 약 1억배 이상 밝으며, 1,000배 빠른 속도로 살아있는 세포까지 볼 수 있는 장치이다. 그리고 빛이 발생하는 시간이 3세대가 연속적인데 반해 4세대는 아주 짧은 순간인 20펨토초(1펨토초=0.000 000 000 000 001초)에 불과하다.

펨토(femto, f)는 10-15을 의미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짧은 순간인 찰나는 1/75초라고 하는데, 하루 24시간은 6,480,000 찰나이자, 86,400,000,000,000,000,000펨토초에 해당되는 것이다. 1펨토초가 1초라면 실제 1초는 3,600만 년에 해당한다. 초속 30만km인 빛이 가느다란 머리카락(굵기 0.06 mm)을 관통하는데 200펨토초가 걸린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하면?

이 찰나(刹那)의 빛으로 무엇을 하려고 정부는 4,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예산을 들여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건설하였을까?

우선, 보다 더 깨끗하고 효율적인 연료와 화학제품을 만들려고 한다. 기존의 빛으로는 초고속 화학반응의 시작과 결과만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원자 크기의 파장을 가진 초고속 펄스인 4세대 빛으로는 중간 과정도 알 수 있게 된다. 원자 수준에서 일어나는 화학 반응을 영화처럼 촬영하고 기록할 수 있게 되면 효율적인 연료와 촉매 등을 생산할 수 있다.

4세대 빛은 효과가 더 좋고 부작용이 훨씬 적은 신약 개발에도 이용된다. 많은 질병이 인체의 세포 내로 바이러스 등이 침투하거나 유전자 구조가 변형되면서 발병한다. 4세대 빛의 또 다른 특징인 결 맞는 빛(레이저)의 성질을 이용하면 세포막의 바깥에서 작용하는 병원성 단백질이 어떻게 세포막과 작용하는지 알게 된다.

유전자 정보가 담긴 DNA의 구조 역시 결정 상태로 만들어야만 알 수 있었던 기존의 방법과 달리, X-선 레이저인 4세대 빛으로는 결정 없이도 DNA가 어떻게 구성되었는지를 알려준다. 이런 연구는 바로 신약 개발로 이어지고,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중요한 기술이 될 것이다.

인간이 소비하고 있는 에너지 대부분은 과거 태양에서 온 것이 지하자원의 형태로 보존된 것을 이용하고 있다. 현재 제일 효율적으로 태양의 에너지를 이용하고 있는 것은 태양전지이다.

그런데 지구상의 식물은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 그리고 물을 가지고 화학에너지의 형태로 에너지를 변환시키고 산소를 내뿜는다. 이런 식물의 기능을 흉내 내는 신재생에너지 기술을 확보하기 위하여 세계 최고의 과학자들이 4세대 빛으로 이 과제에 도전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는 에너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함과 동시에 지구 온난화를 가져온 이산화탄소를 감소시키는 효과까지 얻게 된다.

포항가속기연구소는 우리나라 연구자들이 이러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구축하였다. 앞서 건설된 미국과 일본의 시설과 비교할 때 빛이 발생하는 규칙성과 안정도 면에서 우리나라의 4세대 방사광가속기가 이들보다 훨씬 뛰어남이 확인되었다. 어느 정도일까?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길이만 1.1 km에 이르는 거대한 연구 설비이고, 셀 수 없이 많은 부품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런 거대 설비의 동작 시간 오차가 겨우 18펨토초로 오차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한 첫 실험의 결과로 물이 얼음으로 결정화되기 전의 분자 구조를 측정하는 것에 성공했다. 물이 다른 액체들과 달리 영상 4℃에서 부피가 가장 작고, 온도가 낮아질수록 부피가 증가되는 물의 열역학적 특성을 실험적으로 증명한 것이다. 이 실험 결과는 저명한 과학지인 사이언스지에 게재되었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가 만들 미래

올해는 포항가속기연구소가 설립된 지 30년이 되는 해이다. 1994년에 준공된 포항방사광가속기(PLS)는 2011년 대대적인 성능 개선(PLS-II)으로 더 좋은 방사광을 이용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6,000명 이상의 과학자들이 포항에서 1,600건의 실험을 수행하였다. 아울러 2017년에는 4세대 방사광가속기가 세계에서 3번째로 이용자 지원을 시작하였다.

휴대전화 서비스처럼 방사광가속기도 세대 수가 높을수록 성능이 더욱 좋아진다. 이제는 이런 장치로 더 좋은 성과를 얻어 학문적인 성취뿐만 아니라 기술적, 경제적인 면에서도 우리가 앞서야 하는 선의의 경쟁이 시작되었다. 이제부터 포항 4세대 방사광가속기의 멋진 활약을 우리 모두 기대해보자.

글 : 고인수 소장 / 포항가속기연구소

[참고] 우리나라는 3세대, 4세대 방사광가속기 2기를 비롯하여, 물질의 구조를 변화시키는 ‘양성자가속기’, 새로운 원소의 발견과 원소 생성의 근본원리를 파헤치는 ‘중이온가속기’, 암 치료 및 치료기술을 연구하는 ‘중입자가속기’ 등 총 5기의 국가 대형 가속기를 구축하여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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