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후쿠나가 하지메, 출판사 한울아카데미

일본 병원사 

우리나라의 의료기기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미군부대에서 나오는 단순 기기가 국내 유통되다가 각종 해외원조를 통한 병원의 설립 자금이 지금 의료기기 회사들의 기초가 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아직 초기 의료기기를 하시던 분들이 생존해 계시고 그분들의 기억을 역사로 만들고자 몇 가지 기록으로 남기기는 했지만 시간이 더 지나기 전에 소중한 과거를 간직해야 하는 소명이 누군가에겐 있었으면 한다.

이런 과거와 함께 병원에 다니며 드는 의문이나 보건의료 정책에 대한 관심이 있다 보면 몇 가지 드는 질문들이 있다. 

우선 우리나라의 공공병원 비율은 왜 이렇게 낮게 유지됐을까? 현재 약 10% 정도의 공공병원과 90%의 사립병원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 갖는 속성에 대한 아쉬움이다.

최근 의료전달체계에 대한 논의도 있지만 병원과 의원의 차이가 모호만 면도 독특한 체계를 가지고 있다. 일부 의원에서 수술도 하고 입원도 하며 각종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환자의 편리한 점도 있지만 전문성과 질적 측면에서 혼돈스러울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의학 체계는 초기 독일식을 따랐다고 하는데 이에 대한 이유가 무엇일까 등이다. 

만약 누군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있다면 후지나까 하지메 선생님의 저서가 그 답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우리의 의료체계의 대부분은 일본에서 들어왔다. 과거 식민지 시대 영향이 크고 이를 통한 각종 인허가, 규정, 기준 등이 초기 일본의 자료를 그대로 번역해 적용했다는 점이다. 

지금은 세계화에 따른 각종 규제를 모두 모아 조화를 통한 기준과 규정이 있지만 사실 몇 해 전만 해도 거의 대부분이 일본의 규정을 번역한 정도의 법안도 있었다. 

심지어 의료보험법이 생길 때만 하더라도 국민의료보험제도를 만들라는 정권의 압박에 대해 관료들은 일본의 법을 그대로 번역해 적용한 사례가 있다. 이 와중에 표기법 또한 그대로 사용해 이해의 난해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렇게 우리의 역사를 알고자 한다면 일본의 병원은 어떤 과정을 거치는가를 알아보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일본의 최초 서양식 병원은 1861년이라고 한다. 병원의 개념은 환자를 입원시키고 치료를 행하는 곳이었으며 네델란드의 해군 군의관인 폼페에 의해 설립됐다고 한다. 소위 난의학의(네델란드 의학) 시작인 것이다. 

물론 고대 일본의 병원 역사는 594년 경 교덴인이라고 하는 승려들의 숙소이자 사찰에서 시작됐으며 이때가 공적 구제 시설이 최초로 생겼다고 한다. 

불교의 도입 이후 부처님의 자비를 실행하고자 승려들에 의한 노력이 일정 장소에서 병고를 겪고 있는 어려운 중생의 보살핌이 불교병원의 기원을 이룬 것이다. 

최초의 불교병원에서 서양식 병원이 만들어지기까지 오랜 세월이 흘렀다. 이후 일본의 개항기 시절 외국 주둔 군인들에 의한 의료기술의 소개와 진료는 많은 영향을 주었고 더욱 급격한 발전은 일본 패전 이후 미국 군정청에 의한 개입이 지대하게 작용했다 

메이지유신 이후 2차 세계 대전이 끝날 때까지 정부가 운영하는 병원은 특정 질병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 병원 뿐 이었다고 한다, 

주로 전염병인 한센병, 성병, 결핵, 정신병 등만을 다루었으며 일반 병원은 거의 없었고 지방자치단체인 현, 리 등에 소속된 시립병원조차 몇 안 됐다고 하니 공적 체계는 거의 없었다고 보는 것이 맞는 듯하다. 

그나마 존재하는 몇몇 병원도 지역 독지가의 지원을 받아 만들어져서 사립병원의 형태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렇다 보니 개인 들이 의지할 수 있는 병원은 지역에 있는 의사들이 운영하는 개인병원이 대부분이고 병원의 운영비 역시 환자 개인의 치료비로만 충당될 수밖에 없으며 물론 진료비는 의사에 따라 자율이었고 서민들은 값비싼 의료비를 감당할 수도 없었다. 

그때까지 일본은 몇 가지 약을 들고 동네를 방문하는 약장수에 거의 의존했다고 한다.

이후 일본은 시간이 가며 중공업 등의 산업 발달로 인해 대규모 회사에서 설립한 부설병원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직원이나 혹은 인근 주민을 위한 의료를 제공했으며 의료비의 부담 역시 상대적으로 적었고 이런 병원의 경우 개인 병원보다는 일정 규모 이상을 가지고 있었다. 

결국 일본의 병원이 공적 영역보다는 사적 영역에 의존하는 지금의 상태는 과거 정부의 재정 상태와 관심의 결과였으며 이후 병원이 점차 발달하고 병원을 중심으로 한 의학원이라는 의과대학이 점차 생겨났다고 한다.  

역시 병의원의 개념 또한 초기 미약해 분업화 되지않고 의사 중심의 진료소를 운영하다 보니 왕진이나 가정에서의 간호가 주류를 이뤄 지금의 의료전달체계가 외국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945년 일본이 무조건 항복을 하고 미군정을 실시했을 때 새로운 분기점이 된다, GHQ(General Headquarter's)라고 하는 점령군 총사령부가 모든 국가의 역할을 대신하고 공중보건이나 위생에 개념에 대한 보건의료 체계를 구축하기 시작한다.

일본의 의료체계 발전은 근대로 와서 크게 두 분이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눌 수 있는데 위생과 의료의 기초를 세운 동경의학교 교장을 지낸 센사이라고 하는 분과 2차 세계 대전 이후 오늘날 이론의 의료 복지 공중위생 제도의 기초를 이룬 사람이 샘스라고 하는 미군정국 공중위생복지국장이라고 할 수 있다.

나가요 센사이는 1871년 이와쿠라 도모미 구미 시찰단에서 돌아온 뒤 도쿄 의학부의 교장이 돼 기숙형 독일어 강습을 하는 과정과 별도로 일본어 통학제 과정을 개설한 일본의 의학 체계를 구상한 분이었다. 

일본의 병원사를 보면 우리의 현실과 유사한 면이 많고 또한 우리의 앞날을 예견할 수 있다.

2차 대전 미군정에 의한 보건의료 체계가 만들어지고 일본이 자랑하는 복지 차원에서 전 국민의료 보험 제도를 실시하는 것이 우리와 같다.  

이 과정에서 일본의 사회가 가지는 노령화에 대한 시대적 흐름에 따라 노인 병원이 증가하기 시작하고 공적 영역이 아닌 민간에 의존했던 병원체계는 급기야 1985년 병상을 규제해야 하는 시대로 접어들게 된다. 

공적 영역을 사적 자치에 의존하다 보면 당연히 겪어야 하는 총체적 관리의 필요성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역시 우리도 지금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면 유사성에 대한 교훈으로 연구할 만한 가치가 있지 않나 한다. 

이제 일본이 갖는 보장성과 이를 통한 사회적 갈등, 재정 등에 대한 압박은 우리가 현재 혹은 가까운 미래에 경험하고 극복해야 하는 과제다. 또한 일본의 병원사를 보며 우리가 배워야 할 가치인 것이다. 

저자 후쿠나가 하지메는 고베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후지타 보건위생대학 의료과학부 의료경영정보학과 교수를 지내다 최근 긴조대학 사회과학부 교수로 자리를 옮긴 일본 경제학, 개발 경제학의 전문가다. 

번역은 한양대 의과대학 교수로 있는 신영전교수와 부산대 외상외과 최선우 교수, 경희대 치과병원 이준석 전공의 그리고 아이치대학 법학부를 전공하고 한국에서 한국어를 연구하는 다나카 신이치 선생님이 맡아 주셨다. 

2017년 한울에서 초판을 발행했다.

[기고자 소개]
이태윤
자유와 방임을 동경하고 꾸준한 독서가 아니면 지능이 떨어진다고 믿는 소시민이며 소설과 시에 난독증을 보이는 결벽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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