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MDIA 의료계 명사 대담인터뷰-대한마취통증의학회 이일옥 이사장

■ KMDIA 의료계 명사 대담인터뷰-대한마취통증의학회 이일옥 이사장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는 ‘KMDIA, 의료계 명사 대담인터뷰’를 기획, 대한민국 의학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의료계 명사와 대담을 통해 보건의료 현안을 공유하고, 의료와 산업과의 연계 및 협력 방안 등을 모색하고 있다. 이번 호에는 대한마취통증의학회 이일옥 이사장과 KMDIA 곽우섭 이사(스미스메디칼 대표)가 만나 학회와 의료기기산업 발전에 대해 의미 있는 대담을 나눴다. <편집자주>

“마취통증의학, 소아, 노인, 임산부, 중환자, 외래 등
전문분과로 확장”

학회 ‘마취의사실명제’ 도입 추진, 환자 스스로 보호의식 가져야

▲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곽우섭 이사(스미스메디칼 대표)와 대한마취통증의학회 이일옥 이사장

대한마취통증의학회의 태동과 간략한 소개를?
대한마취통증의학회는 1950년 한국전쟁 때 기관 내 삽관에 의한 전신마취가 시작된 이후 비약적으로 발전한다.1956년 대한마취과학회가 창립되고 그후 학문 분야가 세분화, 전문화되면서
현재 대한중환자의학회, 대한통증학회 등 세부학회만 14개가 활동하고 있다.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는 수술 전·중·후 환자 관리와 더불어 중환자 관리, 심폐소생술 전문가로서 환자의 생명을 지키고 있으며, 만성통증에 대한 다양한 시술이 환자에게 적용되면서 2002년 마취과학에서 마취통증의학으로 진료 과목 명칭이 변경되고, 통증클리닉이 개설돼 환자의 안전과 만족도 향상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현재 마취통증의학 의사는 62년 만에 대략 5,400여명으로 늘어났으며 맡은 바 임무을 다하고 있다. 

이사장에 취임하면서 회원들에게 강조한바와 임기 동안 추진하는 중점 사업은?

▲ 대한마취통증의학회 이일옥 이사장

2016년 11월에 이사장에 취임했다. 현재 대내외적으로 급변하는 의료환경 변화로 인해 마취통증학과를 비롯해 모든 의료계가 힘든 게 사실이다. 

정부의 비급여 감액, 선택진료비 폐지, DRG 확대 등 급여제도는 점점 더 까다로워지고 수가는 낮아지는 반면에, 환자의 권리와 안전에 대한 요구는 더 거세지고 있다.

안전한 진료를 위해서는 상응하는 적절한 진료 수준을 확보해야 하고 능력과 자격을 갖춘 전문의가 합당한 대우를 받아야 하는데 현실이 녹록지 않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학회와 회원들을 위해 나선만큼 세 가지 공약을 약속했다. 첫 번째 공약은 전공의들의 수련 교육을 강화하고 진료행위에 대한 합당한 보험수가가 지급되도록 활동하는 것과, 두 번째는 학회가 추구하는 마취의 사실명제 등 마취의료제도 개선 요구를 정책에 반영하도록 하고, 이를 위해 유관단체와 협력에 힘쓰고 있다.

세 번째는 1968년 11월에 창간한 대한마취통증의학회 학회지가 SCI 등재지로 승인받는 데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2016년 등재 신청은 했는데 등재 결정이 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마취의학에서 통증의학까지 영역이 확대됐으며 세부 전공학회가 14개나 있는 거대 학회로 발전할 수 있었던 원인은?
새로운 수술법이 나오고 기존 수술법도 더 발전하면서 일반적인 마취과학회에서 세부적인 전문 마취를 가르치는 게 힘들어졌다. 병원 사정상 학회 연수에 장시간 할애하기 쉽지 않고 발전하는 의학 수준을 모두 알려주기가 어려워졌다. 그러면서 분과학회가 생기기 시작했다. 1980년 대한중환자의학회,1985년 대한통증학회, 1995년 대한뇌신경마취연구회와 대한신경근연구회,1996년 대한소아마취학회와 대한마취약리학회, 1997년 대한산과마취학회와 대한심폐마취학회, 1999년 대한호흡관리학회, 2002년 대한 IMS 학회 등이 결성돼 각자 활발한 학술,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올해 외래마취학회가 11월 승인되면 15개 학회가 된다. 의료 발전과 환경에 맞춰 마취통증의사들도 전문화를 추구하고, 모임이 생기고,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학회가 된다.

세부 분과학회가 창설되고 자리 잡으면 결국 환자에게 더 나은 의료서비스 혜택이 많아진다. 환자들이 우리를 믿고 병원에 오는데, 우리가 전문화 하지 않는 것은 굉장히 무책임한 일이 된다.

이사장님이 마취의학을 전공하려고 할 때는 여성 의사가 희소했을 뿐만 아니라 지원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지원 동기는?
마취과로 전공 선택은 지금 생각하면 쉬웠던 것 같다. 1980년대 중반에 마취과는 인기 전공은 아니었다. 당시엔 내과, 산부인과 쪽이 사람이 몰렸다. 지금과는 완전히 반대였다. 고려대 구로병원 초대 마취과장인 서병태 교수님이 “마취과가 인기 있는 시대”가 온다고 말씀한 적이 있다. 그런데 어머니 입장에선 산부인과, 소아과가 아닌 마취과, 영상의학과와 같은 과는 여의사가 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셔서 반대하셨다.

그럼에도 인턴을 마치고 마취과에 지원자가 별로 없었기에 큰 고민 없이 지원했다. 솔직하게 말하면 여성 의사가 하기에 나쁜 학과는 아니다. 당직은 좀 많지만 굉장히 적성에 맞았다. 잘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부위 마취, 수면 내시경, 고위험 수술까지 마취영역이 큰 만큼 환자 생명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환자 안전에 대한 장치가 있는지?
예전엔 고위험마취는 수술에서만 시행됐다. 수술 전에 흡입마취제, 근이완제 환자에게 투입하고 수술이 다 끝나면 마취제를 빼고 환자 호흡을 살려서 깨우는 이런 반복적인 과정이 많았다.그런데 지금은 신체 신호를 체크하는 모니터로 환자를 감시한다. 그만큼 환자의 안전을 높이고 그런 만큼 난이도가높고 비싼 수술이 진행할 수 있게 됐다.내시경만 봐도 고도의 로봇수술이 보편화 된 것은 마취학과의 기여가 있다.

그래도 제일 중요한 건 심폐기능이다. 뇌에 산소가 잘 공급되는 게 가장 중요한데 대부분 심폐기능이 유지만 되면 큰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혈압과 호흡을 수술이 끝날 때까지 원활하게 해주는 것, 두 가지가 강조된다. 이 두 가지에 대한 의료기기가 발전해 왔고 지금보다 더 발전한 기기들이 나와야 한다. 덜 침습적이면서 더 정밀하게 환자의 활력 징후를 모니터링이 가능한 쪽으로 개발해야 할 것이다.

마취와 관련해서 환자가 유의해야 할 게 무엇이 있나?
많은 마취과 의사가 배출되고 있지만, 병원·의원에서 마취가 필요한 의료 행위에 마취과 의사가 관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일어난다. 이럴 때 사고 위험률이 매우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일부 진료 영역에서 수술 시 마취과 자원이 비용적, 구조적 측면으로 고려되지 못해 인적 손실이 뉴스를 통해 접하게 되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마취과 의사는 마취만 하는 게 아니라 환자에 대한 적절한 대처로 수술, 치료 등을 안전하게 받을 수 있는 상태로 유지해 주고, 심한 경우 호흡이 멈췄을 때 심폐소생술을 통해 환자를 지키는 일을 한다.

언제든지 의료안전의 사각지대는 있을 수 있지만 줄여가야 한다. 앞으로 마취의사실명제가 강화되고 제대로 관리하게 된다면 훨씬 예방적인 의료가 될 것이다.

또 의료기술훈련평가원 같은 기관이 조속히 운영된다면 의료사고 예방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것이다. 의료사고는 정부, 정책, 의사 모두의 책임이다. 그래서 늘 환자들에게 말한다. “내 진정은 마취과 의사가 해주시나요?”라고 물어달라고. 마취는 반드시 마취과 의사가 설명하고 실행해야 한다.

병원과 의사를 신뢰하는 마음 이상으로 환자 스스로도 자신을 보호하는 의식이 있어야 한다. 학회에서도 국민 안전을 위해 마취의사 실명제를 지켜질 수있도록 홍보할 예정이다.

환자의 생명과 보호 차원에서 새로운 의료기기, 더 나은 의료기기에 대한 욕심이 많을 것 같다. 어떠한가?
우리의 요구를 의료기기 회사에서 먼저 알고 제공해 준다. 물론 의료 현장에 대한 리서치가 있었기에 가능하고 의사의 도움도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의료기기는 환자에게 가장 좋아야 하고 최종사용자인 의사들이 쓰기에 좋아야 한다. 좋은 의료기기를 더 잘 사용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 익숙해질수록 환자를 보호하고 안전을 지킬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의료기기에 대한 요구는 의사라면 가지는 욕심이지만, 그간 노하우를 가지고 의료기기를 개발한 회사에도 합리적인 보상이 돌아가야 하는데, 이게 환자 부담이 된다.

이를 보전하는 게 보험수가지만 정부가 보기엔 “이거(더 좋은 의료기기) 없을 때도 다 했잖아”라는 입장이어서 결국은 병원이 부담하게 된다. 이래저래 고민되는 부분이다. 또 여러 법률적인 규제로 의료기기 회사와의 의학 협업도 쉽지 않고 상당히 줄어든 것으로 안다. 특히 국내 의료기기가 발전하려면 병원과 의사, 회사가 제약 없이 협력하는 사례가 많아져야 할 것이다.

▲ KMDIA 곽우섭 이사(스미스메디칼 대표)

마취의학에 쓰이는 의료기기 개발에 있어서 의사들의 참여는 어떠하고 어떤 개발 방향성을 제시하나?

예를 들어, 지금 대한마취약리학회가 4~5년 전부터 약리만 하지 않고 의료기기도 포함해 임상데이터도 수집하고 보완점도 얘기해주고 있다. 또 고려대구로병원에서도 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를 통해 마취과 영역에 필요한 컨설팅도 하고 있다.

문제는 자본이 부족하다. 의학, 의료기기 분야에 더 많은 자본 투자가 이뤄지고 모아야 한다. 그러면 인재들이 모인다. K-POP이 성공한 원인은 재능 있는 인재들이 관심을 두고 도전했기 때문이다. 영화 분야도 초기엔 선구자적인 감독들이 명작을 만들어 상업적으로 성공하면서 물꼬를 텄고 이후엔 자본이 모였기에 더 많은 성공 기회를 가지게 됐다고 본다.

환자 부담은 줄이면서 의사, 병원, 산업계에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면 거기에 분명히 사람이 모이고 더 나은 의료서비스, 더 안전한 환자 환경, 더 좋은 의료기기가 생길 것이다.

마취통증의학과와 관련된 의료기기산업이 더욱 효과적으로 발전할 방안이 있다면?
끊임없이 의료기기에 대한 설문조사 등이 있어야 하겠다. 국내 의료발전에 외산의료기기가 기여한 부분이 크지만, 한편으로, 임상현장에서 나오는 개선 아이디어나 개발하고픈 아이디어를 국내 제조사가 획득하고 새로운 의료기기가 출시되기를 바란다.

대학병원에서도 연구교류처, 산업협력단을 통해 의료기기업체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고 홍보하고 있어서 다양한 성공 건수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

국민에게 마취는 익숙한 단어이면서도 잘알지 못한다. 학회 차원에서 펼치는 홍보나 인식제고 사업이 있다면?
이사장이 되고 나서 지난해 10월까지 1여년 동안 강원도를 제외하고 전국의 마취통증학회 6개 지회에서 “마취,바로 당신의 생명입니다”라는 환자 안전에 대한 학회-지회 공동 패널 토의를진행했다.

18대 마취통증의학회 이사회는 연세대예방의학교실과 함께 비마취전문의의 마취 실태와 현황에 대한 조사를 2011년부터 3년에 걸쳐 진행했다. 그 자료를 토대로 NGO대표, 지역 기자, 마취수혜자인 일반 공무원 등을 초대하고 학회 상임이사진와 마취 안전에 해결방안을 찾는 자리를 마련했었다.

2011년 당시 마취과 의사 초빙료가 책정되는 시기였는데, 전신 마취료는 청구되는데 마취과 의사 초빙료는 청구되지 않은 건수들은 비마취과의사의 마취라고 알게 되어 마취 안전에 대한 심각성이 부각됐다. 

올해는 일간지나 다른 언론매체를 통해 지속해서 문제 제기와 인식제고를 진행할 예정이다.

비마취 전문의의 마취 실태연구는 다시금 진행할 계획이 있나?
이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2013년부터 2016년까지의 전신마취료, 마취과 의사 초빙료 등 청구자료를 요청하고, 자료를 추출할 수 있는 방식도 전달했다.

그런데 최근 심평원에서 너무 많은 빅데이터 요청이 몰려 서비스가 멈춘 상태지만 조만간 연세대예방의학교실과 다시 연계해서 조사분석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DRG에 포함된 질환에서의 마취실태 내용에 따라 보험수가의 정책 내용이 변경될 가능성이 크다. 환자 안전도 지키면서 의료수가도 적정하게 보상받아야 하기 때
문이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는 930여개의 회원사가 있다. 한 말씀 부탁드린다.
앞서 언급했듯이 사실 새로운 의료기기와 새로운 모니터링 시스템은 수술이라는 큰 틀에서 변화를 겪을 때 제일 극명하게 변화가 일어난다고 본다.

국내 제조사가 어려운 시장 환경에서 계속 성장하려면 연구개발에 투자를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때 병원·의사와의 접점을 잘 찾고 자사만의 특화된 기기를 개발해 주기를 바란다.

환자안전에 대한 주제로 산소포화도, 감염방지 관계, 체온유지 등 연구 협력 MOU를 체결해서 활성화하고 제품도 홍보하면서 병원과 의사가 제품개발에 기여할 기회를 주기 바란다. 환자에게 안전하고 의사가 사용하기 편한 제품이라면 관심을 끌게 될 수밖에 없다.

대한마취통증의학회 - 이일옥 이사장

1984년 고려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의학과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 후, 1989년 고려대 구로병원 임상강사, 고려대 의과대학 전임강사, 교수 임용, 2015년엔 주임교수로서 지금까지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2012년부터는 고려대 구로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과장으로서 병원 내 마취통증분야를 총괄하고 있다.

또한 1999년 대한마취학회 고시위원을 시작으로 대한소아마취학회 보험이사, 대한마취약리학회 간행이사, 대한뇌신경마취학회 학술이사를 거쳐 2012년 대한소아마취학회 회장, 2014년 대한노인마취통증학회 회장직을 역임했다. 2016년 11월 대한마취통증의학회 이사장에 취임해 학회·의학 발전에 앞장서고 있으며 우리나라 의학 석학으로서 최근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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