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아서 뉴스홈, 출판사 건강미디어협동조합

붉은 의료 - 소련의 사회화한 건강

영국의 공중보건 학자인 Arthur Newsholme과 미국의 공중 보건 활동가 John Adams Kingsbury는 보건의료에 대한 국가의 개입을 주장한 20세기 초의 활동가이자 학자였다.

당시만 해도 보건의료에 있어서 국가의 개입은 최소화 됐으며 개인이 책임질 부분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확고한 때에 전염병으로 쓰러져 가는 아이들을 보며 이 두 학자는 개인이 할 수 있는 한계에 대해 절실히 느꼈고 이를 바탕으로 국가의 역할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마침 이때 공산주의 혁명에 성공한 소련에서 공중보건과 국가의 보건의료 개입에 대한 거대한 청사진이 현실화되고 이를 통한 복지 체계가 구성되는 것에 관심을 보인 두 학자는 소련을 방문하게 된다.

물론 소련 입장에선 영국과 미국의 두 학자에게 진실보다는 공산주의 선전 도구로서 방문을 허락했을 수는 있지만 방문 중 관찰한 상황에서 소련이 구축하고자 하는 시스템은 두 사람을 감동시키기에 충분 했다.

당시 소련이라는 사회의 의료 제도에 대해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지식의 정도와 다르지 않게 생경했다고 한다. 두 학자가 소련을 방문한 이유는 밀뱅크 메모리얼 기금의 지원을 받아 유럽 18개국에 대한 보건의료제도를 살피고 분석하는 자료를 막 끝내고 당시 기금의 사무국장이었던 킹스베리의 필요성과 자원자로서 역할로 여정은 시작됐다. 물론 여러 단체나 정부의 지원도 있었으며 당시 복지의 확대라는 사회상을 반영한 결과기도 했다

근대 이후 민간에 의지하던 두 나라의 보건의료제도에 대해 한계를 경험하고 제도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하는 사회적 요구가 무르익던 시점에서 국민 건강 개선을 위해 국가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숙제가 주어진 것이다.

이들이 방문한 시기는 1932년으로 기간도 불과 몇 달에 불과했지만 이들이 느낀 소련의 보건의료제도는 과히 혁신적이며 그들이 원했던 국가 개입과 성과에 대한 욕구를 충분히 충족했다.

우선 의료 접근성이 높았다. 거주지에서든 일터에서든 어렵지 않게 의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으며 일터마다 탁아소에는 간호사와 교사가 배치돼 위생교육을 했다고 한다. 당시 소련은 의사가 부족하기도 했으나 공산당은 국가 주도적으로 육성 배치해 단기일 내에 일정 수요를 충족 시키게 한다.

국민이 성병이나 결핵 같은 특수한 질병에 걸릴 경우 경증의 경우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 진료소에 묵으며 치료를 할 수 있었으며 필요한 경우 전문 요양소가 거점 별로 마련돼 집중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만약 중증의 환자가 휴양과 함께 치료가 필요하다면 경치가 좋은 크림반도 등에 전문 요양소가 설립돼 몇 일 동안 묵으면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도 보장됐다고 한다.

여성의 경우도 혁명 이전보다 대우가 좋아져 독립된 인격체로서 노동의 기회가 보장되고 불행한 결혼을 중단할 수 있는 방법인 이혼은 보다 수월해졌으며 특히 출산을 할 때 체계적인 관리가 이루어져 임신 기간에는 일차 의사가 진료를 하고 분만은 종합병원으로 이송돼 아기를 낳고 다시 모든 진료기록과 함께 분만 후 일차 의사에게 전달되는 체계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이 밖에 그들이 묵도한 현실은 영아 사망률의 개선, 성병 감염 비율에 대한 저하, 이로 인한 삶의 질에 대한 향상이었다.

하지만 이를 바탕으로 귀국한 두 학자는 그들이 작성한 보고서를 통해 매우 다른 삶을 가지게 된다. 미국으로 돌아온 킹스베리는 소련이 구축한 보건의료 시스템에 대한 도입을 주장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루즈벨트 대통령을 움직여 공공의료보험 현실화에 대한 안건을 관련 위원회에 상정하는 성과를 가진다.

하지만 킹스베리의 성과는 여기까지였다. 그의 시도를 정치와 연관시킨 일부 정치가들은 그를 공산주의자라고 비판하기 시작하고 결정적으로 미국의사협회가 국가의 보건의료 공공성에 반기를 들기 시작하며 맹렬히 비난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킹스베리는 매카시즘의 열풍에 견디지 못하고 스러지고 만다.

이에 반해 영국에선 같은 보고서로 다른 양상이 나타난다, 영국의 보건의료제도는 국민 건강 서비스(National Health Service)로 개편되고 국가는 보건의료 전반에 대한 개입 시스템을 구축하고 사회보장제도를 건설하는데 박차를 가하게 된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던 영국의 국민건강보험제도가 이때 시작된 것이다.

붉은 의료가 지금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있다. 이미 사라진 공산주의 국가지만 과거의 역사가 미래의 결정에 근거를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첫째 보건의료에서의 공공성이 주는 교훈이다. 국가가 개입한 의료전달체계는 지금도 고민 중인 문케어와 함께 우리에게 큰 숙제를 주고 있다, 과거 사라진 국가는 지금 우리에게 그들이 달성한 성과와 더불어 이념을 떠나 국민들이 가지는 편익에 대해 답을 주고 있다.

둘째 그때와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보건의료에 대한 중요성과 성과다. 결국 국가가 적극 개입한사실이다. 경제성보다는 인권과 권리 등의 상위 가치에 의한 실현 방안으로서 고민해야 한다.

셋째는 동일한 보고서를 접한 두 나라의 적용 방식에 따른 차이다. 영국은 받아들였고 미국은 정치색을 씌워서 배척했다. 이들 입장에선 개인의 자율권을 침해한다고 했고 공산주의자라고 비난했다. 그때 그런 선택을 한 미국은 세계 최대의 의료비 부담을 가지면서 가장 낮은 효율의 보건의료체계를 가지고 있다.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결국 국민 부담이다.

저자 아서 뉴스홈은 일글랜드 웨일즈 지방정부위원회 국장으로 당시 런던에서 유행하던 결핵, 디프테리아 등의 감염병을 접하며 공중보건의 중요성을 깨닫고 영국 국민건강보험 체계를 만드는데 일조했다.

존 아담스 켕스베리는 뉴욕공공자선회의 위원이자 밀뱅크 메모리얼 기금의 사무총장으로 공공 의료보험 등의 구축을 위해 노력했으나 공산주의자라는 정치색에 몰려 모든 직책으로부터 물러나게 됐다.

역자인 이미라는 30이 넘는 나이에 의사가 되고 가난으로 본인의 치료를 거부하는 환자로 인해 보건의료에 대한 공공성의 필요성을 가지고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신영전 교수는 의학과 보건학을 공부하고 한양대 의대에서 예방의학을 가르치고 있다. 건강미디어협동조합에서 2017년 11월 첫판을 인쇄했다. 이 책은 1부와 2부로 나눠져 있으며 지구상에서 사라져 전설이 된 공산국가의 이상을 엿보게 한다. 

[기고자 소개]
이태윤
자유와 방임을 동경하고 꾸준한 독서가 아니면 지능이 떨어진다고 믿는 소시민이며 소설과 시에 난독증을 보이는 결벽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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