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FTA, 한·중미 FTA 정식 서명, 그 이후

[산업통상자원부_함께하는 FTA]

 

북미와 남미, 대서양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중앙아메리카

지정학적 관점에서 중앙아메리카(이하 중미)는 한반도의 약 2.5배 규모인 56만2,000평방킬로미터의 면적에 산맥이 중앙을 관통하고 있으며 약 250개의 화산으로 구성되어 있고 양쪽으로 태양평과 대서양에 접해있어 넓고 긴 해양 영토를 보유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의 다른 지역과 비슷하게 해발 1,000미터 이하의 저지대는 섭씨 30도 안팎의 무더운 날씨를 보이며 해발 2,000미터 지대에는 섭씨 20도 안팎의 기후대가 조성되어 있다. 특히 대서양과 태평양 그리고 남미와 북미를 중앙에서 연결하면서 라틴아메리카와 미국, 유럽을 연결하는 세계 무역과 해상 물류의 ‘십자로’로 언급되기도 한다. 중미지역 개별 국가들은 주요 경제활동으로 농업에 기반한 옥수수, 덩이줄기 작물, 콩, 과일, 야채 그리고 목화를 재배하며 주요 수출품은 커피, 바나나, 곡류 등 1차 농작물이 대부분이다.

중미지역 개별국가들 중 ‘중미의 스위스’라 불리는 코스타리카는 이러한 농작물을 가장 먼저 가공 산업으로 전환(브랜드화)한 국가라는 특징이 있으며, 파나마는 우리나라 해상 물류의 중요한 거점인 ‘파나마운하’ 산업을 개별국가 차원의 특화된 산업으로 발전시켜 오고 있다. 온두라스에서 유카탄 반도까지 장엄한 마야문명 유적들은 이 지역이 마야어와 마야인들의 출발지였음을 증명하고 있으며, 오래된 그리고 다양한 삶이 투영된 중미지역 문화는 오늘날 이 지역이 간직해온 오랜 전통과 새로 창조한 현대를 연결하는 역사적 문화 산물로 재탄생해 그 풍부함을 자랑하며 수많은 해외 관광객을 불러오고 있다. 언어 문화적으로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아 영어를 사용하는 벨리즈를 제외하면 모든 중미국가들은 스페인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지만, 원주민 밀집지역에서는 여전히 다양한 마야어가 사용되고 있는 ‘다문화·다인종 사회’의 성격이 강하다. 예를 들어, 중미의 맏형 국가인 과테말라는 안데스 국가들인 페루, 볼리비아 등과 함께 전체 인구 중 원주민 구성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인구의 60% 정도가 원주민으로 구성된 마야문명 국가)인데 반해, 코스타리카는 인구의 95% 이상이 백인이며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니카라과 등은 백인과 원주민 사이 혼혈인종인 메스티소가 다수를 차지하는 다양한 인종사회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중앙아메리카 경제와 미·중미 간 다자 자유무역협정의 실제

중미 국가들은 소규모 경제권에 1차 농업과 광물개발 위주의 산업과 무역구조, 그리고 최근에는 섬유 산업 중심의 제조업 발전 집중이라는 공통된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이 지역의 특징인 농업의 단일경작재배시스템(Monoculture) 형태의 경제구조를 보유하고 있다. 커피, 바나나, 사탕수수 등에 특화해 농작물을 생산하고 이를 수출하는 농업 기반 경제구조를 보이고 있어 상당히 기후조건(토지의 질, 가뭄과 홍수 등 수자원 관리 중요)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농작물 가격의 국제시장 가격변동에 상당히 취약한 불안정한 무역구조를 지니고 있어 대외경제에 대한 취약성은 높으며 전반적으로 2차 제조업 기반이 취약하고 기술 수준도 낙후되어 있다. 최근에는 비교우위를 갖고 있는 저임노동력에 기반한 산업에 집중해 봉제와 섬유 산업이 발전하기도 했다(중미 한인공동체 다수 참여). 특히 2004년 8월 미국과 체결한 미·중미 다자 자유무역협정(CAFTA-DR FTA)으로 이 지역에서 봉제 가공된 상품들이 무관세로 미국시장에 접근하면서 외국인 직접투자가 증가했고 이와 관련한 보세가공산업인 마낄라도라 산업도 발전해 전통적인 농업이나 광업 의존 경제에서 탈출해 새로운 수출산업 대체와 무역 효과를 기대하기도 했다(왼쪽 박스 참고).

물론 미국과 중미 국가 간 자유무역협정인 CAFTADR은 미국, 캐나다, 멕시코가 참여하는 NAFTA에 비해 무역량과 투자 규모, 비중은 작다. 중요성은 다소 반감될 수 있으나 다수 국가가 참여하는 다자 협정의 특징은 양 지역 모두 대외적인 자유무역 확대에는 상당한 영향력을 주고 있다. 예를 들어 현재는 트럼프 정부에 의해 소강상태에 있지만 환태평양파트너십(TPP)협정 참여에 중미 국가들은 상당히 적극적이다.

중앙아메리카 역내 경제통합사와 중미통합체계(SICA) 및 관세동맹의 한계

중미가 포함된 라틴아메리카 지역은 오늘날 많은 역내 경제공동체들이 생성·발전·변화의 역사를 경험해오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출범한 ‘미주인민을 위한 볼리바르동맹(ALBA, 2004년)’이나 ‘남미국가연합(UNASUR, 2008년2)’에 이어 근래에는 태평양 유역 국가들을 중심으로 새로 구성한 ‘태평양동맹(PA,멕시코, 페루, 칠레, 콜롬비아가 회원국으로 참여, 2012년)’이 등장하면서 기존 1950년~1960년에 생성된 오래된 라틴아메리카지역 경제공동체(ALADI, SICA, CARICOM, CAN 등)를 대체해오고 있다.

이들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경제공동체이자 중미지역 국가들을 중심으로 1960년대 초반에 형성된 경제통합체는 ‘중미공동시장(CACM)’이다. 가장 오래되었지만 공동체의 회원으로 참여해온 개별 회원국들 간 무역과 투자 등에서 참여 부족으로 인해 그동안 명분만 유지되어 오다가, 1980년대 초반 라틴아메리카 지역을 강타한 ‘경제위기(외채위기 및 경제위기의 도미노 현상으로 흔히 ‘잃어버린 10년’으로 불림)’의 영향과 이지역의 고질적인 정치 불안정 해소 및 역내 경제 협력 확대 필요성을 근거로 다시 ‘안정과 평화’ 공동체 구축 차원에서 1991년에 새로운 ‘중미통합체계(SICA)’로 개혁이 시도되었다.

물론 개별 회원국들 및 지역 전체 차원에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공동시장 확대와 이를 위한 경제 블록 필요성에 대한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WB)의 권고 혹은 압력도 무시할 수 없었다. 특히 개별 회원국들 및 지역 경제 차원에서 가장 절실했던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입을 위한 새로운 돌파구로서 새로운 유형의 역내 통합과 자유무역협정의 확대가 최우선적으로 제안되었다. 물론 2004년 위에서 언급한 미국과 중미지역 개별 국가들 모두가 참여하는 CAFTA-DR이 실제로 실험되었다(p.17 박스 참고).

이러한 다양한 목적을 위해 1990년대 초반(‘경제통합을 위한 일반조약과 과테말라 의정서’, 1993년 채택)새롭게 SICA가 개혁을 시도했지만 2017년 오늘날 여전히 SICA는 다음과 같은 이유들에서 다소 ‘불완전’ 수준의 ‘관세동맹(Customs Union)’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 ①8개 동맹국 모든 회원국이 참여해 협약을 맺어야 하는 포괄적 공동정책, 예를 들어 세이프가드 조치, 원산지규정, 부정적 상관행, 화물통관, 위생과 검역, 비관세장벽, 무역분쟁, 관세행정, 역내 운송시스템 등에 대해 현재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니카라과, 코스타리카, 파나마만 공식적으로 참여 중이며 도미니카공화국과 벨리즈는 느린 속도를 보이고 있다. ②회원국 간 역내 자유무역도 한계가 존재하는데 이는 몇몇 회원국들(대표적으로 코스타리카)의 경우 일방적으로 역내 회원국에게 긴급수입 제한조치(세이프가드)나 혹은 비관세장벽 조치를 취하는 경우가 빈번하며, 파나마는 여전히 역내 다른 국가들에 관세장벽을 유지하고 있다. ③이에 더하여 동맹국 전체가 공동으로 합의한 역외관세 공동부과도 몇몇 예외 품목(전체 중 4.3%)을 두어 각 개별 국가의 경제 상황이나 개별 국가 차원에서 민감 품목들이 상이해 역외 무역 관계에서 상당할 정도의 불협화음을 낳고 있다(농산품이나 금속, 목재 그리고 의약품 같은 공산품).

결국 이러한 불완전 관세동맹의 정체성은 공동의 대외무역 정책 실현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현재 오랫 동안 중미지역을 대표해온 과테말라가 우리나라와 FTA 협정 참여를 뒤로 미룬 것(개별 국가 차원의 국가 이익 논리에서 자국 제조업 경쟁력 악화 우려)은 이러한 메커니즘이 반영된 결과다. 원래 중미지역 6개국은 지역 차원에서 미국, 카리브 지역 도미니카공화국, 유럽연합, 멕시코 그리고 칠레와 차례로 FTA를 추진해왔으며 어느 정도 양자가 참여하는 형식의 자유무역협정을 공동체 차원에서 리드해왔다. 그럼에도 코스타리카와 온두라스는 캐나다, 중국, 싱가포르, 카리브경제공동체(CARICOM)와 양자간 FTA를 체결했으며(2016년 현재 중미 다른 국가들은 협상 중), 모든 중미 국가들이 페루와 FTA를 체결했지만 니카라과는 참여를 유보했다. 우리나라와도 FTA를 맺은 콜롬비아(2016년 7월 발표)와는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그리고 과테말라 3개국만 협정을 맺고 있다. 니카라과, 과테말라 그리고 엘살바도르는 대만과 양자간 FTA 협상 중이다(2016년 3월 현재). 불완전 관세동맹의 대외공동무역 정책 이행의 한계이자 반영이다.

2018년 한·중미 5개국 FTA 협상 타결 의미와 기대효과 및 시사

중미지역 SICA 6개국(벨리즈, 도미니카공화국 제외)은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 인구규모 4위(4,462만 명)로 우리나라 무역에 있어 중요한 소비 시장으로 등장했다(2017년 현재 브라질 2억, 멕시코 1억, 콜롬비아 5,000만 상회). 빈곤 및 개발도상국가들이지만 2000년대 들어 자유무역 확대를 통해 역내 및 역외 시장 참여를 넓히며 적극적으로 외국인직접투자를 유치해 경제사회적 차원에서 이 지역의 고질적 문제인 빈곤 탈출은 물론,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대외무역을 강화해오고 있다.

우리나라와 FTA가 타결되면서 중미 5개국(과테말라, 벨리즈, 도미니카공화국 제외)과 전체 상품 품목 수의 95% 이상에 대해 즉시 또는 단계적 관세철폐가 진행된다. 중미 5개국은 우리나라의 자동차, 철강, 합성수지, 화장품, 의약품, 알로에음료, 섬유, 자동차부품 등 다양한 상품의 수입으로 경제 효과를 계산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중미지역의 커피, 사탕수수 원당, 바나나, 파인애플, 양식새우 등 농수산물 수입을 통해 경제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지만 우리나라 입장에서 SICA 국가들을 거점으로 미국, EU 등 주요시장 진출을 용이하게 할 수 있으며, 미-CAFTA-DR 사례처럼 비록 중미 SICA가 불완전 관세동맹이지만 과테말라, 벨리즈 그리고 도미니카공화국과 역내 경제동맹 관계에 있음을 활용하여 차후 이들 국가들과도 다양한 영역에서 시장 확대 및 교류 협력 관계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

다만 교훈도 있다. 미-CAFTA-DR 부정적 비판 사례에서 보듯이(p.17 박스 참고), 한·중미 5개국 FTA가 상호 윈-윈하는 FTA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가 ‘대국적’ 차원에서 포용하는 것은 물론 ‘이익을 많이 얻는 FTA보다는 혜택을 많이 주는 FTA’ 구상을 통해 이 지역의 오랜 숙원인 지역통합을 견인해줌은 물론, 중미지역의 경제사회적 문제를 해결해주는 일종의 ‘선린 FTA’로 가는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

중미의 맏형 국가인 과테말라(2017년 현재 1,700만으로 인구가 가장 많은)의 후속 참여는 이러한 자세에서 출발해야 한다. 인구 30만이 약간 넘는 중미의 벨리즈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SICA 회원국인 카리브의 도미니카공화국의 후속 참여 유인도 한·중미 5개국 FTA 협상 타결이 남긴 숙제다. 지정학적으로 대서양과 태평양 그리고 남미와 북미의 십자로에 있는 중미를 거점으로 카리브 지역은 물론, 이웃 라틴아메리카의 멕시코, 에콰도르 그리고 남미 MERCOSUR 등과 FTA 추진에 내실을 기할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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