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기고 - 메드트로닉코리아 정재한

■ 국제약물경제성·성과연구학회(ISPOR 2017) 참관기

 

패러다임의 전환, 가치기반 보건의료(Value-Based Health Care)의 시대
학계·정부기관·산업계’ 협력 통한 환자 중심의 의료, 결과(outcomes) 개선 이뤄져야

 

▲ 정재한
메드트로닉코리아

현재 전세계 보건의료 분야는 환자에게 제공하는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과 결과 개선을 최우선가치로 삼고 있다. 즉,'가치기반 보건의료(Value-Based Health Care, VBHC)' 시스템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8월 9일 발표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기점으로 의료서비스 질 개선 및 의료시스템 가치 향상 도모가 진행되는 등 가치기반 보건의료로의 본격적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하지만 다소 추상적일 수 있는 '가치(value)'라는 개념에 대해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는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국가들이 당면하고 있는 과제이다.

올해 '국제 약물경제성 및 성과연구학회(International Society for Pharmacoeconomics and Outcomes Research, ISPOR)'의 유럽학회는 2017년 11월 4일~9일까지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개최 되었다. 유럽 학회는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ISPOR는 약학 분야를 포함하여 보건의료 전반에 대한 경제성 평가(Health Economics)와 성과연구(Outcomes Research)를 활성화하고, 이 연구를 통해 도출된 결과를 바탕으로 다양한 보건의료 영역에서의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데 기여하고 있다.

이번 유럽 학회는 'The Evolution of Value in Health Care'를 주제로 보건의료계에 큰 변화를 이끌어 낸 가치기반 보건의료를 통해 단순한 의료 접근성 증대, 비용 절감, 편의성 향상 등이 아닌 의료 비용의 절감과 환자 중심의 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방법론과 정책의 완성도를 강화하는데 논의의 초점이 맞추어졌다.

ISPOR 총회 연설 “What is the value in value-based health care”

저, 총회(plenary session)에서는 '가치기반 보건의료에서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가(What is the value in value-based healthcare)'를 주제를 논의하면서 본격적인 학회 시작을 알렸다.

특히, 학계, 정부 및 유관기관, 그리고 산업계가 생각하는 가치기반 보건의료에서의 가치 정의와 진정한 환자 중심의 가치기반 보건의료를 위해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 등이 구체적으로 논의되었다. 가치기반 보건의료에 대한 이해도와 관심은 각각의 분야마다 서로 다르지만 환자에게 가치 있는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궁극적 목표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각 분야 간 협력의 필요성에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었다.

우선, 가치의 개념은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아래의 정의에 학계와 정부 그리고 산업계가 모두 동의하고 있다. 그래서 논의는 분자인 환자의 치료 결과를 개선하고 분모인 비용을 감소시키는 방안에 집중되었다.

학계 대표로 나선 Peter Naredi 교수(University of Gothenburg, 벨기에)는 가치기반 보건의료에서 환자의 가치를 증대하기 위해 의료전달체계의 개선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국제기구(OECD)에서 의료 보장성 강화 정책기조를 유지하되 가치기반 보건의료를 명목으로 고가 제품의 공급만을 추구하는 업계의 판매 전략에 대한 지양을 부탁하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업계 대표인 Jason Arora 이사(Medtronic, 영국)는 환자의 급성기 결과(acute outcomes) 개선만을 위해 고가의 제품을 공급하기 보다는 환자의 최종 치료 결과(end outcomes)에 초점을 맞추어 학계와 정부 기관과의 협력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여 환자 중심의 가치기반 보건의료를 위한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강조하였다.

해당 세션은 의료 비용의 증대를 통한 환자의 치료 결과 개선보다는 제도의 개선과 각 분야의 협력을 통한 가치기반 보건의료를 추구함으로써 환자의 최종 치료 결과에 초점을 맞추기를 기대하며 마무리되었다.

추가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다양한 의료 보장성 강화 및 가치기반 보건의료에 대한 회의에서도 보건복지부 관계자의 발언이 매우 중요하듯, ISPOR에서 또한 대다수의 질문과 관심이 정부 및 유관기관을 대표하여 참석한 OECD 담당자에게 집중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가치기반 보건의료의 달성과 발전을 위해서는 민간의 노력뿐만 아니라 제도 수립과 시행의 권한을 가진 정부 기관의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다른 세션에서는 유럽 보건의료기술평가의 미래에 대한 논의(Appraising the appraisers : What is the future of health technology assessment in Europe?)가 진행되었다. 유럽 각국의 보건의료기술평가(Health Technology Assessment, HTA)는 서로 다른 기준과 시스템을 갖고 있어서 최적의 의사결정을 통한 가치기반 보건의료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기관이 협력하고 정보를 공유할 필요가 있다. 최종적으로는 통합된 유럽보건의료기술평가 네트워크(European network for HTA, EUnetHTA) 시행의 필요성에 모두가 공감하고 있었다.

다만, 비용효과성 분석(Cost-Effectiveness Analysis, CEA)과 같은 평가 도구가 유럽 전반의 가치기반 보건의료 실현에 적합한 과정으로 진행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존재하였다.

패널들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가치 기반 평가, 특히 비용효과성 분석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이를 각국의 사정에 맞추어 실제로 수행할 수 있는 인재 양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유럽 연합 국가와 영국 등 미가입 국가 간의 제도적 협력이 필요함을 강조하였다.

이 같은 과정을 바탕으로 EUnetHTA가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보건의료기술평가 시스템으로 자리잡는 것은 물론 가치기반 보건의료에 걸맞은 '완벽한 제도(The perfect HTA process)'로 거듭나기를 기대하며 논의는 마무리 되었다.

한편, ISPOR가 열린 Scottish Event Campus(SEC)의 중앙 홀에서는 사흘 내내 각 국에서 참석한 다양한 연구자들의 포스터가 게시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국보건의료연구원,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의 국가 기관을 포함하여 학계 및 산업계에서 포스터를 제출하고 연구 주제를 설명하며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 연구자들에게 한국의 보건의료기술평가 시스템을 알리고 국내 가치기반 보건의료의 성과를 홍보하는 좋은 기회를 가졌다. 이번 기회를 통해 유럽을 비롯한 각국의 연구자들도 한국의 가치기반 보건의료에 대한 대응 방안과 그 수준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이번 ISPOR 유럽학회에 참석한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관계자들은 각국의 학계 및 연구자 그리고 산업계가 가치기반 보건의료의 실천을 위해 제도적 협력과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음을 다시금 명확히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보건의료 패러다임의 전환 시대에 놓인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지속적으로 강조될 주요 트렌드는 ‘가치기반 보건의료’가 될 것임이 분명하며 이를 위해 이해당사자간 협력은 필수적이다.

▲ ISPOR session “Appraising the appraisers: What is the future of health technology assessment in Eur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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