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제프리 펠드만, 출판사 인간사랑

토론프레이밍

한때 복지 강화가 화두가 되었을 때 복지의 중요성, 확대의 필요성, 재원마련 등이 치열한 논쟁을 벌이게 되었고 당시 대체적 평가는 주제별 토론에서는 복지 확대 주장이 우위를 점했지만 결국 국민의 마음을 돌리는 데는 실패했다는 평이다. 이를 두고 국민이 갖는 이성적 판단에 대한 혼란이 주요한 분석요인으로 떠올랐고 원인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엇갈렸다.

해석에 대한 혼란의 근거는 자신이 갖는 사회적 계층에 반하는 결정을 했다는 것이다. 복지제도에 대한 혜택을 받지만 국가의 재정을 걱정하고 복지 축소를 주장하는 의견에 동의를 나타낸다. 복지의 축소로 인한 결과는 그분들의 생활을 어렵게 하지만 선택은 확고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결국 설득에 실패했다는 반성이 있다. 이런 경우를 들어 전투는 이겼지만 전쟁에서는 실패했다고 평가한다.

어떤 토론에서 보편적 복지냐 선별적 혹은 시혜적 복지냐의 치열한 토론이 있었고 양자 간의 공방이 이루어지며 일반인들이 알지 못하는 어려운 용어와 숫자가 난무했다. 결국 피곤함을 느낀 시청자들은 채널을 돌리기 시작한다.

토론 시 흔히 사용되는 논쟁법으로 전문가들만의 논리를 구사하여 일반인들 입장에서 가치 판단보다는 전문적인 용어에 몰입되어 가치 판단에 혼란과 피로를 느끼게 되며 이는 매우 중요한 설득 실패의 요인이 되었다.

좀 더 현실적인 예를 들어 보자. 최근 몇 년간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의료기기 신의료기술평가제도에 대한 개선 절차에 관한 갈등이 있었다. 이때 NECA의 프레임은 환자안전성에 대한 대치할 수 없는 대원칙을 주장하였다.

이에 업계에서는 국산 제조사에 대한 역차별을 대응 프레임으로 설정하였다. 안전성에 대한 중요성은 인정하고 외국기업과 국내제조사에 대한 제도적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논리였고 이에 여론은 산업계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만약 안전성에 대한 맞대응으로 갔다면 프레임의 선점에 실패하여 피해를 입는 산업계지만 논쟁이 널리 확산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당시 업계는 오랫동안 불편을 감수하고 제도 개선을 주장했지만 번번이 안전성에 대한 여론의 공감의 벽을 넘지 못했다. 식약처가 허가하고 심평원이 급여를 주지만 안전성을 위한 추가적 단계가 오히려 득이 된다는 것이다. 최소한 안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논리이고 식약처의 안전성 검토에 대한 의문이 일조했다. 결국 원인은 생명에 대한 것인 만큼 다중적 검토가 우리의 안전을 더 지켜줄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에 실패를 분석하고 기존의 대립점을 재검토하여 안전성에 대한 논리는 오히려 강화시키고 대신 국내 제조에 대한 역차별적 성격에 대하여 논쟁점을 변경하였다. 프레이밍의 변경을 통한 사례 중 하나이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점, 기술평가의 틀이 되는 근거 중심의 고찰법, 식약처의 안정성 평가에 대한 적정성, 심의 기관에 대한 중복성. 이 모든 대응 논리에서 결국 중요한 것은 차별에 대한 근거가 가장 어려움이 크다. 즉 안전이 아닌 국내제조업에 대한 불이익을 부각시키고 여론을 설득하였으며 이는 매우 주요하게 작용했다.

제조업과의 차별이라는 프레임은 전반적 제도 개선에 대한 부싯돌이 됐고 이로 인하여 검토 시간도 줄고 업계의 의견도 반영하는 단계가 생기고 더불어 임상 지원제도가 활성화되어 역차별에 대한 지원이 강화됨과 동시에 검토기간의 단축으로 결국 모든 업계가 이득을 보는 효과를 가지게 되었다.

주로 정치 환경에서 적용되는 프레이밍은 앞의 실패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는 이론적 근거가 된다. 프레이밍(Framing)이란 그림의 틀을 뜻한다. framer는 틀을 바꾸는 사람을 의미하지만 F가 대문자로 되면 미국 헌법을 만든 사람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단어가 갖는 의미가 비약적 확대를 하는 이유는 프레이밍의 중요성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이를 토론에 적용하면 거대한 틀을 의미한다. 한 가지 주제에 대한 접근 방법에 대하여 논리적 체계를 의미하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상대가 보장성 강화라는 복지를 주제로 토론을 한다고 하면 나는 복지를 세금으로 변형하여 맞받아치는 것이다. 복지의 확대가 중요하지만 이는 돈이 많이 들고 결국 개인의 세금은 늘어나게 되어 나의 가처분 소득에 선택 범위가 축소된다는 것이다. 서로 연관이 없어 보이는 복지와 세금이지만 연결시키는 순간 청중들의 동의를 받기는 어렵다.

이와 같이 프레이밍이 갖는 의미는 틀이 다름도 중요하지만 누가 선점하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다. 먼저 낸 주제로 토론을 해야 할 경우 상대는 이에 대하여 방어적일 수밖에 없고 결국 일정 부분 따라 갈 수밖에 없는 구조고 이를 통한 전체 논리의 설득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복지의 확대에 소극적인 여론이 있을 때 이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모두가 직면한 문제이고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문제라는 프레이밍을 선택해야 설득을 할 수 있지, 불쌍한 분을 돕자고 하는 시혜적 관점에서는 모두의 동의를 받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보편적으로 갖는 정의는 일한 만큼 그 대가를 받는다는 인식이 다수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누구나 중병을 얻을 수 있고 이런 경우 중상층에서 신용불량자나 가계파탄으로 생계가 어려울 만큼 몰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누구에게나 있음으로 프레이밍을 잡아야 보다 진실이 가깝다. 복지가 특정한 계층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일 수 있음을 알려야 했다.

각론에서 승리한 복지에 대한 논쟁이 최종적으로 실패한 이유는 결국 개인의 자유를 침해 할 수 있다는 면이다. 세금이 늘어나는데 누가 찬성 할 것인가에 답이 미약했다. 다수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동의할 수 있는 보편적 복지가 갖는 비용의 증가가 결국 나의 가처분 소득을 늘릴 수 있고 사회보장의 확충이 나를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임을 효과적으로 알려야 했다.

결국 여기서도 프레이밍에 대한 중요성이 토론과 선거에 대한 대중적 지지가 필요한 곳에 효과적으로 작용됨을 볼 수 있다. 최근 화두가 된 보장성 강화를 예를 들어 보자. 국민적 관심사는 내가 내는 의료비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엄청난 지지를 받는다. 하지만 이렇게 되기 위하여 특정 계층의 이해가 걸린 곳은 당연 반대를 할 것이다. 낮은 수가로 경영위기를 받는 병의원, 수가가 낮아지는 의약계는 당연 이에 대한 반대를 공식화한다.

의료기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대결 구도로 가서는 프레임의 벽에 부딪치게 된다. 나의 의견보다는 상대의 의견이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구조에서 필요한 프레이밍은 “다른 방으로의 선택”이다. 보장성에 대한 대결이 아니라 의학기술산업에 대한 진흥으로 가야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먹거리이자 우리의 삶의 질과 생명을 지키는 기술집약적 산업의 진흥이라는 틀을 바꿔야하는 것이다. 소위 상생이라는 상위의 가치에 호소하는 방법이다.

문케어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높은 이유는 늘어나는 병원비에 대한 불안감이다. 건강에 대한 중요성과 수명의 연장은 그 필요성을 더욱 확대할 것이다. 결국 본원적 가치에 대한 문제이므로 이를 반대하기는 어렵다. 이때 가장 쉬운 주장은 나도 많이 달라는 것이다.

가격을 낮추자는 전략에 나는 높여달라는 주장은 충돌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서로 이득이 될 수 있는 전략의 프레이밍이 필요하다. 보장성은 높이고 국민이 내는 진료비의 부담이 줄어든다면 우리가 필요한 것은 병원 평가와 연계된 치료의 질을 높이는 방법과 치료 효과를 증대시키는 기술에 대한 가산을 주장해야 하는 것이 국민적 동의를 받기 쉬울 것이다.

시대가 변하고 있고 보장성 강화에 대한 위기감이 업계 전반에 있지만 거시적 측면에서 전체 파이를 늘리고 개별적으로 변화의 정도를 줄이는 방법이 최선일 수 있다. 내 입장만을 고수해서는 힘의 논리로 종결이 날 수 밖에 없으며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 미래에 대한 우선적 고려를 프레이밍으로 삼자.

저자는 프레이밍에 대하여 5단계를 제시한다. 1단계는 용어 반복의 중지다. 상대가 사용하는 용어에 대하여 다른 용어로 대치하라는 것이다. 방어단계에서 동일 단어를 계속 사용한다면 결국 상대의 프레임에 고착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2단계는 다른 프레임의 이동이다. 만약 대응 논리에 어려움이 있다면 주제가 다른 정보와 아이디어를 통하여 다른 프레이밍을 구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3단계는 새로운 프레이밍을 건설하는 것이다. 추상적 개념과 실재적 개념을 반복하여 매칭 시키면 새로운 개념이 나온다. 예를 들면 사회보장제도는 은행계좌이다. 그리고 ‘사회보장제도는 개인이다’라고 연결하여 프레이밍을 생산한다.

4단계는 분해이다. 큰 프레임을 연설, 웹, 광고 등으로 적용해보면 아이디어가 나온다.

5단계는 단어반복이다. 프레이밍에 적용된 단어를 반복해서 사용해야 자신의 메시지가 된다고 한다.

저자는 역대 15회의 미국대통령 연설문을 분석했고 진보파에 대한 토론과 선거에 대한 승리 방안에 대하여 저술하였다. 진보적 시각에서 어떤 프레이밍을 선점했는가를 연구하고 이에 대한 다양한 기법을 소개한다.

저자 제프리 펠드만은 문화인류학자이며 연설 및 소통 전문가로 미국의 정치 블로그인 프레임숍의 논설주필이다. 토론과 선거를 위한 인기있고 영향력있는 강사로 활동 중이다. 역자께서는 신라대학교 교수로 있는 강경태님이 하셨고 도서출판 인간사랑에서 1983년 초판을 발행하였다.

[기고자 소개]
이태윤
자유와 방임을 동경하고 꾸준한 독서가 아니면 지능이 떨어진다고 믿는 소시민이며 소설과 시에 난독증을 보이는 결벽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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