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스미스앤드네퓨 심현우 이사

■특별기고

“왜 우리는 의료기기 마케팅을 교육하는가?”

▲ 심현우
스미스앤드네퓨 이사

-----------------------

“심현우 이사님, 혹시 의료기기산업협회에서
진행하는 마케팅교육 강사를 해보실 생각이 있으세요?”

------------------------

갑자기 이런 제안을 받았을 때, 딱히 긍정적인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나의 깜냥이 누구에게 마케팅을 가르칠 정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통 마케팅을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사람은 전공이 경영 혹은 마케팅이거나 아니면 별도의 대학원 등의 과정을 밟아 전문성을 쌓아야 한다고 믿고 있었다. 그에 반해 나는 비록 2003년부터 10여 년 동안 몇몇 국내․해외 의료기기 회사의 마케팅을 담당해 왔지만,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적이 없기에 마음이 끌리는 제안은 아니었다.

-----------------------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에서 진행하는 교육들은
주로 강사를 찾기가 너무 어려워서요.
사실 적당한 강사를 찾아서 오랜시간 동안
유지하는 것이 가장 힘듭니다.”

------------------------

대한민국의 척박한 의료기기산업의 현실을 고려할 때, 협회에 대한 회원사의 기대가 큰 것은 사실이다. 특히, 훌륭한 인재육성시스템을 갖추고 MBA 등의 외부교육에 넉넉한 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 소수의 회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회원사는 제한된 자원 내에서 인재를 유치하고 기르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협회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그 기대에 부응하기에는 협회 교육시스템에서 양질의 강사를 확보하고 유지하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임을 곧 알게 되었다. 그래서, 늘 많은 업계 선배님들에게 도움을 받았던 후학으로서 협회의 좋은 역할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비록 부족하더라도 개인의 노력을 쏟아보자는 심정으로, 최소한 시간이 아깝지 않은 자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여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특히, 지금 한국 스미스앤드네퓨의 대표이사를 맡은 구재욱 사장과 기타 뛰어난 마케팅 전문가들이 시간과 노력을 짜내서 가꿔온 협회 내의 교육 기회가 더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어쩌면 그 뒤를 따르는 나 같은 사람의 의무가 아닐까 여겨지기까지 했다. 그래서 2014년 6월, 의료기기 산업협회의 마케팅 CHAMP 교육의 강사로 데뷔하게 되었다.

----------------------

“이번 주까지는 교재를 만들 수 있도록
자료를 넘겨주셔야 합니다. 가능하시겠어요?”

----------------------

하지만, 막상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자료와 체계화되어 있지 않은 지식의 일면으로, 회사팀을 가르치고 이끌던 사람이 이틀간 진행되는 교육에서 완성도 있는 교재를 만들기는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귀한 시간을 내서 큰 기대를 하고 강의실을 찾은 수강생의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큰 노력이 필요했다. 또 준비 과정에서 교재의 부족한 부분이 눈에 띌 때마다 자꾸 고치고 싶은 마음에 진행이 더욱 더디기만 했다. 그래서 첫 교육의 교재를 준비하는 한 달은 거의 매일 밤 퇴근 후에 자료를 모으고 내용을 구성하기 위해 매달렸고, 아슬아슬하게 기간 내에 부끄러운 자료를 협회에 넘길 수 있었다.

특히, CHAMP 교육은 신고된 프로그램을 따라서 진행되어야 해서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부분을 보충하기 위해 투자한 시간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막상 교육 당일 교재를 받아 보게 되니 한편으로는 몹시 뿌듯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준비 과정에서 놓친 오탈자, 잘못된 내용, 부족한 정보에 괜스레 몸 둘 바를 몰랐다.

--------------------------

“저는 오늘이 의료기기 마케터가 된 사흘째 날입니다.
사장님이 많은 것을 배워서 꼭 우리 회사 제품이
잘 팔릴 수 있도록 하라고 당부하셨어요.”

“지금까지 10여 년간 세일즈맨으로만 살아왔는데,
이제 마케팅 업무까지 담당하도록 지시를 받았습니다.
반년 간 좌충우돌 어려움이 많았는데
정작 매일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어서
이렇게 교육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의료기기 마케터로 5년을 근무했지만 제가 하는 일은
회사의 중요하지 않은 업무 처리가 전부인 것 같아요.
본사에서 주는 자료는 국내 현실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고,
마케팅 부서와 영업 부서의 갈등에 날마다 너무 힘듭니다.
마케팅 관련 서적도 읽고 온라인 강의도 들었지만
왜 의료기기 마케팅을 전문적으로 배울 기회가 없을까요?”

--------------------------

지난 3년간 매년 2~3회 정도의 강의를 진행하면서 이제 10회에 걸쳐 약 250명의 수강생과 만났다. 그들의 기대는 정말 다양해서 간략하게 분류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다. 입사한 다음 날 교육에 참석한, 의료기기의 경험이 전혀 없는 새내기부터 한 회사를 몇 년간 성공적으로 이끈 경영자까지, 그리고 지금 마케팅을 하고 있는 사람부터 이제 곧 마케팅 업무를 할 사람이나 현재 업무는 마케팅과 전혀 관계없지만 앞으로 자신의 진로로 마케팅을 고민하는 수강생도 있었다. 그리고 당장 신제품을 생산․수입할 예정이기 때문에 다음 주부터 무언가를 보여줘야 하는 사람도 있었고 의료기기와 별로 관계없던 회사가 새로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한 사람도 있었다.

이런 다양한 수강생에게 필요한 정보를 주고 만족감을 채우기 위해서는 자연스레 내용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코스 시작 시간에 간단한 자기소개 시간을 갖고, 이 수업을 통해서 기대하는 바를 좀 더 명확하게 묻기 시작했다. 또한, 수업 중간중간 쉬는 시간에 수강생의 피드백을 받아 단 하나라도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지식을 가져갈 수 있도록 전달하는 것도 중요한 교육과정 중의 하나가 되었다. 결국 수강생에게 휘둘려서도 안 되지만 교육의 중심에 있는 그들의 기대와 요구에 벗어나지 않도록 노력을 하였고, 그래서 한 번 강의를 들었던 직원이 재차 강의를 듣는 경우도 있었다.

-------------------------

“강사님, 좋은 강의 감사합니다.
혹시 제가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궁금한 점이 있으면
다시 연락 드려도 될까요?
말씀해주신 내용을 한 번에 모두 소화하기에는
어려워서 이렇게 부탁을 드립니다.”

---------------------------

매회 강의를 마치면 많은 수강생과 명함을 교환하고 그 가운데서 몇몇은 나의 부족한 강의에 대해 A/S를 요구하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나도 현업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이고 참석자 중에서는 우리와 직접적인 경쟁사도 있거니와, 아직은 넓디넓은 의료기기산업의 전반에 대해 지식이 빈약한 내가 수많은 제품의 모든 상황에 맞는 적절한 조언을 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수강생 각자가 처한 상황에 직접적인 방향을 제시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현재보다 더 잘하고 싶은 의욕이 있는 데 반해, 회사에서는 초보 마케팅 담당자를 도와줄만한 다른 사람이 없다. 그래서 어느 수강생은 메일이나 전화로 강의 뒤에도 연락을 해오곤 한다. 비록 즉시 답장을 주지 못하고 오래 묵히거나, 아니면 잘 알지 못해서 매우 피상적인 답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래도 그들이 한 명의 완성된 의료기기 마케터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다.

-------------------------

“방금 강사님이 말씀하신 규약에 따르면
저희가 지난주에 한 행사는 뭔가 문제가 있어 보이는데
자세히 좀 설명해 주시겠어요?”

“우리 제품의 개발을 도와주신 교수님께서
임상연구를 진행하자고 요청하셨는데
회사 내에는 임상연구를 아는 사람이 전혀 없어서
아직 답변을 못 드리고 있습니다.”

---------------------------

의료현장에서 의료인과 환자 사이의 심각한 정보의 비대칭성은 의료기기를 다루는 우리와 같은 사람에게 높은 윤리성을 요구한다. 그러나 엄격한 규약이 현장에 적용된 시간이 짧지 않음에도, 매출과 성과에 쫓기는 영세한 의료기기 회사는 그 규약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규약을 지키지 않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즉각적인 보상의 유혹에 종종 시달린다. 하지만, 최근 윤리적이지 못한 판촉과 영업 활동을 보는 사회의 시각은 갈수록 엄격해지고, 비록 의도하지 않았다고 해도 옳지 못한 행동이 초래하는 결과는 회사와 개인에게 큰 손해를 입힌다.

특히, 마케팅은 회사의 방향을 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에,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마케팅은 회사를 쉽게 위험에 처하게 할 수도 있다. 게다가 우리는 환자의 건강과 관련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므로 그 어떤 다른 업계보다도 더 높은 수준의 경각심이 필요한데, 과연 지금까지 누가 우리에게 옳은 행동을 하도록 진지하게 이야기를 해주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양일간의 짧은 교육이지만 반드시 ‘의료기기 마케팅 윤리’를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고 있고, 현재 시행되고 있는 규약을 한장 한장 리뷰하는 시간을 빼놓을 수 없었다. 더불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련 법률’ 소위 김영란법이 실행된 이후에는 이와 관련된 내용도 공유함으로써 수강생 본인과 그들의 회사도 더 안전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노력할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우리의 제품이 사용되는 환자들의 안전도 조금은 향상할 수 있다고 위로해 본다.

-------------------------

“그럼 더 좋은 의료기기 마케팅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개선 방향이 있을까요?”

--------------------------

지난 3년간 10회의 교육을 진행하면서 협회 교육연구팀은 항상 물심양면으로 든든하게 나를 도와주었다. 그래서 본업으로 바쁘고 지칠 때도 늘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고 조금이라도 수강생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노력을 기울일 수 있었다고 본다. 그런데, 마케팅 교육은 특별히 이수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교육도 아니고 교육 수료 후에도 수료증을 전달하는 것 이외에는 수강생들에게 직접적인 혜택이 없다. 과연 그 수료증 한 장이 그들의 커리어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생각할수록 교육 내용이 보다 내실이 있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받는다.

과거 교육연구팀에서 바라본 마케팅 교육의 향후 개선 방향을 물었을 때, 나는 몇 가지 제언을 하였다. 그중에 가장 핵심은 너무나 다양한 배경과 욕구를 가진 수강생들이 모이기 때문에 이것을 조금 더 세분화하여 교육을 진행하자는 의견 – 이것이 나의 마케팅 교육의 핵심 중 하나인 시장세분화(segmentation)와 표적 시장(targeting) – 이다.

다양한 요구(needs)를 가지고 있는 고객은 나눠서 생각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한 번의 개괄적인 교육으로는 충분한 교육적 효과를 주기 힘들기 때문에 기본 교육을 수료한 수강생은 그다음의 심화 과정으로 새로운 과제를 주어야 한다는 점, 이것이 바로 수준별 맞춤 교육이 아닐는지. 비록 예산 등의 문제로 이런 긍정적인 변화를 끌어내는 것도 하루아침에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부족하나마 이미 3년간 뿌려진 의료기기 마케팅의 씨앗들이 이제 싹을 틔워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준비가 되었다고도 생각된다.

우리가 지난 30년간 가꿔온 의료기기산업의 뿌리가 더욱 단단해져서 이제 더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과정이 바로 이런 기본적인 교육을 통해서 더욱 빨라지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시 한번 오랜 시간 교육을 도와준 협회 교육 연구팀과 부족한 강의에도 불구하고 좋은 평점으로 강단의 설 기회를 살려주신 수강생 여러분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의료기기뉴스라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