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MDIA 대담인터뷰-서울특별시의사회 김숙희 회장

서울특별시의사회는 어떤 단체인가?

서울특별시의사회는 1915년 한성의사회로 창립했다. 지난 100여 년간 서울시민의 건강을 수호하고 회원들의 학술, 친목 활동을 지원하고 의사의 권익을 위해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전문가 단체로서의 위상을 높이려 노력하고 있다. 우리 단체는 대한의사협회의 가장 큰 산하단체로, 25개 구의사회와 병원급인 41개의 특별분회로 구분돼 있다. 회원은 약 3만 5천명으로, 서울시 내의 개원의, 봉직의, 교수, 전공의를 모두 포함하고 있는 숫자이다. 서울시의사회는 의사단체로서의 고유 업무 외에 의사신문사와 의료봉사단을 운영하고 있고, 의사신문사에서는 1960년에 창간된 의료전문지인 의사신문과 제 취임해인 2015년 창간된 월간지 ‘서울의사’를 발간하고 있다. 특히, 2003년 설립된 사회복지법인 서울시의사회 의료봉사단은 매주 일요일 외국인 근로자에게 무료진료를 펼치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는 ‘KMDIA, 의료계 명사 대담인터뷰’를 기획, 대한민국 의학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의료계 명사와 대담을 통해 보건의료 현안을 공유하고, 의료와 산업과의 연계 및 협력 방안 등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번호에는 서울특별시의사회 김숙희 회장과 KMDIA 황휘 협회장이 만나 대담을 나누고, 최근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에 대한 대응, 국민 보건향상과 회원사의 권익 보호, 상호 단체의 성장과 발전에 협력하기로 했다. <편집자 주>

보건의료계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서울시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으나, 회원의 지지와 기대가 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취임 이후 활동에 대해 평가한다면?

회장이 된 첫해는 서울시의사회가 100주년이 되는 해여서 기념행사가 많았다. 공교롭게도 그 해는 메르스 사태까지 겹쳐서 매우 바쁜 나날을 보냈다. 회장 출마 때부터 회원과 자주 만나 소통하고, 편안한 진료실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동안 회원과 수없이 만남을 가졌고, 특별분회 원장을 매년 방문해서 고충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우리 의사들이 공부만 하고 환자만 열심히 진료 하느라 그런지, 의사를 규제하는 많은 의료법이 입법화됐다. 약화된 의사의 위상을 보호하기 위해 ‘1인 1정당 가입하기’, ‘국회의원 후원하기’ 등 나름 정치에 관심을 갖고 우리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한 캠페인을 펼쳤다. 마침 지난해 국회의원 총선이 치러져 우리 캠페인이 주목받기도 했다. 그리고 서울시민에게 전문가 단체로서 ‘의사 이미지 제고’와 질병정보와 의료 현안을 공유하기 위한 목적으로 교통방송에서 라디오 건강 캠페인을 시작했다. 협회는 구성원의 이익을 대변하는 곳이다. 동시에 사회의 가치를 키워가고 필요를 함께 논하고 국민과 정부에게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라 여긴다. 다만, 평가라는 것이 자신에게는 항상 관대해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맡은 바 책임 완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부가 최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특별시의사회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정책 추진에 있어서 우려 표명과 개선을 요청한 것을 알고 있다. 주요 요구사항은?

의료비를 줄여준다는데 싫다고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의료는 마냥 공중에서 대가 없이 주어지는 게 아니다. 정부는 대한민국의 저의료수가를 인정하면서도 의료수가는 올리지 않고 보장성만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의료수가부터 정상화하고 보장성을 강화해야 한다.

우선 보험재정이 충분히 확보돼야 한다. 의료의 질을 유지하고 선진국 수준의 건강보험 보장성을 위해서는 보험료 부담에 대한 국민적 합의와 보험료율 인상이 필요하다.

또한, 신포괄수가, 예비급여 도입뿐만 아니라 관리강화 등 재정절감 대책은 의료의 하향평준화를 야기하고 의료의 질을 저하하므로 국민건강을 위태롭게 한다. 의사의 전문성 훼손과 의료에 대한 도덕적 해이, 그리고 의료자원의 적정한 분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

여기에 급여화가 진행되면 상급의료 기관의 환자 쏠림 현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지금도 어려운 일차의료기관이나 중소병원은 더욱 열악해질 것이다. 대책이 있어야 한다.

끝으로, 우리나라 의료가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를 되짚어 봐야 한다. 왜 외국인이 우리 의료를 부러워하는지 깊이 알아야 한다. 특히, 신의료기술 도입과 비급여라도 환자의 의료선택권을 좁히면 안 된다. 환자가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욕구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고령화 사회에 들어서며 좋은 의사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요구가 높다. 환자중심의 의료를 수행함에 있어 서울특별시의사회의 노력이 있는지?

과거에는 전염병 혹은 급성질환이 의료계의 주요 해결 과제였다면, 이제는 면역문제나 만성질환, 그리고 이로 인한 삶의 질 하락 방지와 수명연장이 주요 해결할 과제가 됐다. 좋은 의사란 ‘질병의 치료’뿐만 아니라 다양한 질병 상태를 개선시키고 현상유지를 하면서 그 속에서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도록 돕는 의사일 것이다. “건강하게 오래살기”를 돕는 것은 어려운 숙제이다. 의사 개개인의 전문성 확보와 도덕적 진료뿐만 아니라 의료정책에 관심을 갖고 제도 개선을 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만성질환 관리에 적극 참여하고 재활의료나, 호스피스 병동, 연명의료 문제, 노인진료비 부담완화 등이 우리 단체가 협조할 부분으로 꼽힌다. 서울시의사회는 라디오 캠페인은 물론 서울시와 감염병 대책위원회를 운영하면서 시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의료기기산업이 새 도약을 바라보고 있는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의료인의 지식과 아이디어, 경험은 의료기기개발, 임상 등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의료인이 참여하는 의료기기산업 발전을 위한 고견을 준다면?

지금까지는 소수의 의사만이 의료현장에서 사용하기 편리하고 필요한 의료기기, 기구 개발에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제작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4차 산업의 특징은 인간중심, 환자중심에 입각한 비즈니스 창출에 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의료 빅데이터의 활용은 물론 정책과 각종 제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1차부터 3차 산업혁명은 우리나라가 서구보다 늦게 참여했지만 출발선이 같은 4차 산업혁명 중 의료기기 분야에서 앞서려면 의학 기술이 세계 최고인 국내 의료진의 도움이 절실할 것이다. 보다 많은 의사와 만나야 하고 의사의 마인드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와 서울시의사회가 의료기기산업 발전을 함께 논의하는 간담회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정부가 규정하는 ‘적정수가’에 대한 시각차가 크고 첨예하다. 의료계를 비롯해 보건의료산업의 선순환적인 발전과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에 있어서 장벽이 되고 있다. 대안이 있다면?

1977년 의료보험이 도입될 때 원가라던가 상대가치라던가 그런 개념이 없이 서울대 병원 등 3개 대형병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관행수가의 50% 수준에서 보험가격을 정해서 고시했다. 그 당시 병원들은 이에 대한 인식이 없었기에 크게 반발도 없었다. 게다가 전 국민보험이 아니라 일부 국민만 한정해서 시행됐기에, 특히 서슬이 시퍼런 유신정권 치하에선 자기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다. 그렇게 시작된 의료보험수가가 이후 정권에서도 원가 개념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적이 없고 2000년 상대가치 점수제도 도입 때도 기존의 50% 수가가 이어졌다는 점이다. 기구나 기계를 제작하려면 아이디어, 도면, 재료, 여러 종류의 제작기계와 이를 다룰 전문가가 필요하다. 사용된 비용에 이윤이 추가되는 것이 가격이다. 의료기기와 의사를 비유하자면 의사는 두뇌 속에 아이디어, 도면 등이 있기에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 없다.

말하자면 지적 비용에 대한 적정수가를 인정하지 않기에 불만이 있다. 더욱이 공공의료라는 미명 하에 유럽과 자주 비교한다. 유럽은 공공병원이 많고 의사에 대한 정부 보조가 교육 시기부터 있지만 우리나라는 개인의 비용으로 세운 민간 병의원이고 교육에 대한 보조가 없다는 것을 도외시하고 있다. 지금은 적정수가에 대한 개념 자체가 더 어려워졌다. 4차 산업혁명을 한국이 선도하려면 지적 재산과 노력에 대한 가치가 충분히 인정돼야 하고 재투자가 이뤄져야만 한다.

의료계를 비롯해서 보건의료산업은 윤리교육 및 윤리경영, 공정경쟁규약 외 관련법 준수 등의 강화로 자정 노력을 하고 있으나 리베이트쌍벌제 3법, 의료인 등 경제적 이익 제공에 관한 지출보고서 작성 의무화 등 높은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신뢰받는 의료계가 되기 위한 방안이 있다면?

사회가 투명해짐에 따라 변화가 필요한 시기이다. 관행에 문제가 있다면 스스로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 또한 전문가로서의 도덕성과 윤리를 항상 실현하려 애써야 하다. 아울러 제도상의 문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규제와 법으로만 해결하기보다 단체의 자정능력에 일부분을 맡기는 것도 현명한 방편이 된다.

임기 중 여러 현안이 산적한 것으로 안다. 반드시 임기 중에 해결해야 할 사안이 있다면, 그리고 회원에게 당부와 강조하는 바는?

서울시의사회장 임기가 이제 7개월이 남았다. 서울시의사회는 35,000명 정도의 회원이 있지만 회원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3년에 한 번씩 면허신고를 하지만, 병의원 이전이나 개원 등 신변 변화가 있어도 의사단체에 신고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도 의사단체가 회원을 파악하는 문제에 협조를 하지 않고 있다. 회원들이 의사단체에 스스로 문을 두드렸으면 한다. 의사회원은 다양한 규모의 병의원, 연령, 지역 등으로 이해관계가 굉장히 엇갈린다. 전체의 공익을 위한 합의가 필요한데 각각의 목소리를 내면서 한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중앙단체의 위상을 제고하는 힘은 회원의 관심과 지지에서 속에 생긴다. 리더와 회원 간의 신뢰가 부족한 것이 아닌가 싶다. 전문가 단체로서 국민과 함께 가는 것은 물론 정부 보건의료정책의 핵심 역할을 하는데 지속적으로 노력하고자 한다.

의사와 의료기기업계는 국민보건증진을 위한 양 날개이다. 서울특별시의사회와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가 상호 교류 및 발전하기 위해 한 말씀?

의료기기산업은 의료의 발전과 함께해 왔고 그 결과 우리나라 의료가 세계 정상의 수준에 올라갈 수 있었다. 그러나 급격한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비급여를 완전급여화한다는 것은 새로운 의료기술의 발달과 첨단의료기기의 개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한다. 전문성이 훼손되고 의료의 질이 떨어질 뿐 아니라 의료기기산업 현장의 일자리창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국민의 건강을 지키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보건의료정책의 방향과 개선점에 대해 정부, 의료인, 의료기기산업체 간의 협력과 방향 설정이 그 어느 시기보다 필요할 때라 생각한다. 의료기기산업 발전을 위한 정부지원, 제도 개선 등 교류를 통해 서울시의사회가 미력하지만 도움을 드릴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끝으로,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950여 회원사에 한 말씀?

의료기기업계 회원사 여러분. 양질의 의료기기를 공급하므로 국민건강 향상을 위해 노력해 오신 것, 우수한 의료기기를 통해 의사가 정확한 진단을 하고 치료하는 데 도움을 주신 것, 모두에 감사를 드립니다.

앞으로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의료 발달을 위해서는 가격 경쟁력이 있으면서 질 좋은 의료기기를 많이 개발하고 생산해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대한민국 의료기기의 우수성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서울특별시의사회 김숙희 회장

2015년 서울특별시의사회 창립 100주년 이래 첫 여성 회장으로 선출되고 서울시 의사들을 대표하며 어려운 보건의료 환경 개선과 회원 권익을 대변하고 있다. 1978년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고려대학교의료원 산부인과 전임의, 고려대학교 및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를 지내고, 1990년부터 김숙희산부인과의원을 개원해 국민의 임신·출산, 임산부 건강에 관한 일차의료 현장을 지키고 있다. 현재, 서울시의사회 회장, 전국광역시의사회장단협의회 회장, 대한의사협회 부회장 현 의사신문 발행인, 서울시의사회 의료봉사단 대표이사, 한국여자의사회 이사, 국제사업위원회 위원장, 임상보험의학회 부회장,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의료자문위원, 의사수필가협회 부회장,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 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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