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이순열, 출판사 현암사

듣고싶은 음악 듣고싶은 연주

음악을 즐기지는 않지만 이해하려고 하는 부류가 많지는 않을 것이다. 실상 미학이 아름다움을 정의한다기 보다는 철학사적 체계를 구성한다는 면에서 이성과 감각의 분리가 정당화 될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주변을 봐도 TV에 자주 나오시는 미학 전공자가 패션 감각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들으며 안심을 하는 분들도 계시다.

눈물이 나고 소름이 돋도록 아름다운 음악을 듣고 내가 갖는 감동의 원천을 생각하며 오랜 고민에 빠져 보기도 한다. 특정 음악을 들으며 작곡가와 교감하는 것은 평범한 사람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시도였다.

조금 더 생각해보면 음악에 대한 작곡가의 시대상이나 삶의 환경 그리고 당시 작곡가의 감정적 상태를 알고 있다면 조금이나마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지 않을까 하여 시도한 노력이 이순열 교수의 저서이다. 예술에 대한 역사론적 해석을 도입한 것이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클래식의 상위 순위에 꼽히는 사계의 예를 들어보자. 그나마 선율이 계절을 상상하게 하여 원작자와의 교감에 감격한다. 하지만 사계의 작곡가인 비발디(Antonio Vivaldi, 1678~1741)가 음악에 정통한 소수의 집단을 제외하고 세계 2차 대전 이전까지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작곡가였다고 한다.

사계가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이 지나고 간 잿더미 속에서 비르투오지 디 로마가 녹음한 음반이 나왔을 때라곤 하지만 그때까지도 지명도가 높지 않았다.

하지만 뮌힝거가 지휘한 슈트트 가르트 체임버 오케스트라 음반이 나왔을 때부터 사계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이 무지치 시대가 돼서 바람은 광풍이 되었다고 한다.

아버지의 뜻에 따라 신부가 된 비발디가 음악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신부이자 음악가로서 “화성과 창의에의 시도”라는 제목이 붙은 열 두곡의 협주곡 중에 최초 4곡에 붙은 이름이 봄, 여름, 가을, 겨울이었다.

계절이 갖는 감성과 소리를 음악으로 절묘히 표현했으니 듣고 있다 보면 마치 비발디와 평상에 함께 앉아 계절을 맞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하는 수작이다.

한때 모 방송국의 시그날 음악에서 들을 수 있었던 사띠를 살펴보자. 사띠는 자신의 표현을 빌린다면 “긴 여정을 꿈처럼 흘러온 센강과 거친 대서양의 파도가 만나는 옹플뢰르”에서 태어나 그토록 그가 싫어하던 계모의 권유로 음악원에 들어가게 된다.

게으름뱅이라는 표현을 져버리지 않은 사띠는 성당안의 고독한 소리와 도서관 그리고 몽마르뜨 언덕을 서성이다 군에 입대하게 된다. 물론 그의 군대 생활도 적응에 실패하고 제대하게 된다.

제대 후 검은 고양이라는 작은 카페에서 피아노 연주로 생활고를 해결해야 했던 사띠는 무거워지는 가난에 대한 압력으로 점차 내성적이 되고 급기야 이상한 사람이라는 소문이 나기도 한다.

사띠의 천재성은 여기서 발휘되기 시작한다. 피아노란 흑백의 건반이 지닌 지극히 단순한 악기라는 생각을 가진 천재 음악가는 당시의 화풍을 음악에 담고자 하였다. 물론 일생의 유일한 연인이 발라동이라는 화가였기 때문에 그녀와의 교감이 그를 그렇게 이끈 점도 있지만 그의 곡에는 정신적 유사성이 묻어나 있다.

마치 음반 3장의 표지가 모두 뚤르즈 로트렉의 작품으로 채워져 있는 것도 그의 연주의 일부분이 아니었을까?

음악은 이렇게 우리에게 감동과 영감을 주게 된다. 그리고 만약 그 감동을 좀 더 느끼고 싶다면 “듣고싶은 음악 듣고싶은 연주”는 도움이 될 것이다. 책은 명곡의 순례와 음악의 비원이란 두 개의 틀에서 명곡에 대한 일반인이 갖는 의문들을 간결히 설명하였다.

방대한 책에 대한 고민으로 6개월을 계획한 책이 10년이 지나서야 나왔다고 하는 지은이의 서문처럼 간결하고 쉬운 해설이 고전음악에 대한 일반인의 이해를 한껏 돕는다.

지은이 이순열은 KBS 라디오 명곡의 전당, 대작곡가의 생애와 음악등 음악 프로그램에서 해설을 담당하였으며 동아일보사의 음악동아 편집장을 지냈고 한국예술종합대학 겸임교수를 역임하셨다. 지금은 한적한 시골에서 텃밭과 자연을 품으며 생을 즐기고 계신다. 책은 현암사에서 2007년 초판을 발행하였다.

[기고자 소개]
이태윤
자유와 방임을 동경하고 꾸준한 독서가 아니면 지능이 떨어진다고 믿는 소시민이며 소설과 시에 난독증을 보이는 결벽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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