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스트 김초록

 

새해 첫날아침. 모든게 새롭다. 속절없이 흘러간 지난날들은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가? 인생무상이란 말도 있지만 흘러간 시간이 어찌 무상하기만 하겠는가. 나름대로 계획을 세워 열심히 살아왔고, 미래에 대한 준비도 착실히 다져오지 않았던가.

저 이글이글 타오르는 아침 해를 보고 있자니 만감이 교차한다. 어찌할 수 없는 시간 앞에 망연해 하면서도 올 한해 계획한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리기를 소망해보는 시간! 너 나 할 것 없이 고초를 겪은 지난 한 해였기에 새해를 맞는 사람들의 의지는 당찰 수밖에 없으리라.

우리는 해가 바뀔 때마다 각오를 새롭게 다진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저런 계획을 세웠다가도 뜻하지 않은 난관에 밀려 중도에 포기하고 만다. 물론 그 계획들을 하나하나 지혜롭게 풀어나가는 이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계획과 실천이 왜 중요한지 간파할 수 있다. 비록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할지라도 좌절은 금물임을 숱한 사연들이 보여주고 있다. 우리 앞에 놓인 삶은 이런 과정을 통해 한 단계씩 성숙해 간다. 이것이 사람살이다.

언행일치(言行一致)란 말이 있다. 거개의 사람들은 계획은 크되 그것을 실천으로 옮기는 일에는 적극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다. 계획과 실천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다. 구태(舊態)를 벗고 샘물을 퍼마시는 기분으로 일을 시작하면 도저히 풀릴 것 같지 않던 일도 술술 풀리게 된다.

한해를 보람있게 보내려면 새해 첫 날 아침의 다짐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다 보면 처음의 다짐을 실천하는 것이 수비지 않음을 알아차리게 된다. 그래도 초심이 어느 정도 남아 있다면 좌절하지 말고 다시 시도해 보자. 환희와 기쁨은 노력한 자에게만 찾아온다. 올해는 담배도 끊고, 살도 빼고, 더 넓은 집으로 이사 가고, 외국어를 정복하고…. 누구나 이런 소소한 계획을 세울 수는 있지만 과연 실천 가능한 것들인지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 도중에 포기하지 않는 습관은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자신의 재능만 믿고 섣불리 세운 계획은 모레 위에 집을 짓는 격이다.

계획의 최대 적은 안일과 나태다. 반면 끈기와 인내는 계획을 밀고 나가기 위해 꼭 필요한 덕목이다. 아무리 끈기가 있는 사람일지라도 자신의 한계를 벗어나면 곧 좌절하게 된다. 따라서 무슨 계획이든 자신의 능력 범위 안에서 시작해야 하며 중간 중간에 점검하는 시간도 가져야 한다. 어떤 일이든지 ‘시작’하기는 쉽지만 그 일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기란 결코 녹록치 않다.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비록 중간에 쓴잔을 마셨을지라도, 초심을 끝까지 밀고 나갔다는데 있다.

1월은 일 년 중 가장 의미 깊은 달이다. 해가 바뀌었다고 크게 달라질 건 없지만 2015년 1월이란 말 앞에 정말 무덤덤할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될까? 어떤 희망이 싹트고 계획한 일들이 잘 되고 있는지 저울질하는 때도 바로 1월이 아닌가. 1월을 잘 넘기면 한해가 순조롭게 풀린다는 말도 있다. 새해 첫날 아침, 해돋이를 보며 한해의 소망을 빈 사람들이라면 1월이 주는 느낌은 남다를 수밖에 없으리라.

한 해의 첫머리에서 이런저런 생각들이 오가지만 정말 중요한 건 자기 마음속에 있다. 나는 과연 내가 세운 계획을 차근차근 잘 풀어나가고 있는지,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면 왜 그렇게 됐는지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원인도 모른 채 포기하고 좌절하는 건 자신의 약점을 스스로 드러내는 일이다.

새로운 시간의 한 귀퉁이에서 계획을 세우고 희망을 품는 것은 사람살이의 기본이다. 평소의 결심들을 잘 실천할 수 있게 해달라고 두 손 모으는 정성! 새해 벽두에 우리 모두가 되새겨야 할 삶의 지침이 아닐까.

하루의 계획은 아침에 세우고, 한 주의 계획은 월요일에 세우고, 한 해의 계획은 새해 첫날에 세운다는 말은 영원한 진리다. 또 ‘계획이란 그날그날 할 일을 종이에 적는 것이다’ 라는 말도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새 다이어리에 자기만의 시간표를 짜서 우선순위를 매기고 하나하나 실천에 옮기는 일,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않겠다는 평범한 결심을 더 충실하게 실천하려는 마음가짐. 이런 피나는 노력과 고생 끝에 얻어진 결과는 저마다의 가슴에 기쁨과 보람이란 선물을 안겨준다. 실패와 좌절을 겪으면서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참고 또 참았기에 오늘이 온 것이 아니랴.

어쨌거나 참된 계획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만들어야 좋은 계획일까? 지킬 수 없는 계획, 어느 날 갑자기 결심한 계획은 산산조각이 나기 쉽다. 열 가지 거창한 계획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한 가지 작은 계획이 오히려 빛을 내는 예를 주위에서 숱하게 보곤 한다. 결국 계획은 저마다의 환경에 맞춰야 하는 자신과의 약속이며 평생 자신을 따라 다니는 과제라고 생각하면 틀림없다.

일찍이 공자는 ‘삼계도’라 하여 일생의 계획, 한해의 계획, 하루의 계획은 미리 세워야 한다고 했다. 이 신선한 아침, 한번쯤 되새겨 봄직한 말이 아니겠는가. 2015년은 을미년, 양띠 해이다. 사람을 잘 따르고 순한 양처럼 계획이 자신을 따라와야만 비로소 그 알찬 열매를 맺을 수 있다. 그리고 계획보다 ‘실천’이 더 중요함을 잊지 말자. 어려움에서 얼굴을 돌리지 않고 바로 실천에 옮기는 일, 지금부터 하나하나 시작해보면 어떨까.

지난 한해 우리는 혼신의 힘을 모아 경제 위기와 싸웠다. 그러나 우리 모두를 옭아맸던 위기는 봉합되지 않았고 그 과제는 새해로 넘어왔다. 올 한해 지난시간들을 밑거름 삼아 정치, 경제, 사회, 문화가 고루 발전하길 기대해 본다. 고통을 가슴에 안고 희망을 함께 다지는 공동체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시련은 이제부터라는 각오를 다질 때 위기는 서서히 끝나갈 것이다. 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다 하는 새해이기를, 국민을 하나로 묶는 통합의 한해이기를 소망해 본다. 저 초원을 달려가는 양떼처럼 우리네 마음에 부지런함과 끈기가 스며들었으면 좋겠다. 낡은 껍질을 벗기고 새로운 가치와 질서를 세우는 일은 우리 민족이 다함께 잘 사는 길이다.

신년에 거는 기대가 어찌 한 두 가지 일까마는 우리의 숙원인 평화통일을 이루는 것이야말로 갈라진 민족을 하나로 묶는, 개인은 물론 나라 전체가 행복해지는 길임을 다시 한 번 상기해야 할 것이다.

아무려나, 겨울이 깊어가고 있다. 나라경제가 좋지 않은 이즈음 만나는 사람마다 살기 힘들다고 푸념을 늘어놓는다. 어려움에 빠진 경제를 되살리는 일은 서두르지 않고 침착하게 대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누적된 문제들을 단숨에 해결하려 하다가는 오히려 부작용만 초래하게 된다. 나라 가정 할 것 없이 합심일체가 되어 작은 일부터 하나하나 풀어가야 한다. 아무쪼록 2015년에는 경제가 살아나서 움츠러들었던 우리 모두의 어깨가 활짝 펴지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겨울은 못 가진 자들에게 시련을 안겨준다. 콩 한쪽도 나눠먹었던 우리 선조들의 삶은 욕심에 사로잡힌 현대인들에게 작은 감동을 주지만 그 감동이 베풂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연말연시가 오면 각 언론사나 자선단체에서 불우이웃돕기 모금 행사를 벌이지만 아쉽게도 작은 정성을 보태는 사람들의 숫자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소식이다. 남의 어려움을 마음으로 위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작은 정성을 모아 베푸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도리를 제대로 하는 것이다.

희망은 꿈꾸는 자의 것이다. 고난을 겪었기에 더욱 빛나는 내일이 되어야 한다.
                                                                                       
□ 에세이스트 김초록
• 1967년 강릉 출생
• 강원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
• KT&G 상상마당 수필 당선
• 작품으로 동화<먼지가 사는 나라><갈대와 억새><털보아저씨의 겨울나기> 외 다수 있음
• 현재 우리나라 산천 풍경을 글과 사진으로 담는 여행작가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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