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업계 규약준수 참여 높이는 교육 및 홍보 많아져야...공정경쟁규약, 의료기기·의료기관 공통의 안전지대 역할 수행

■ KMDIA 공정경쟁규약 시행 3년의 성과와 개선

▲ 채 주 엽
한국존슨앤드존슨
변호사

2010년 도입된 의약품 및 의료기기 거래에 관한 쌍벌제에 발맞춰 제정된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의 ‘의료기기 거래에 관한 공정경쟁규약(이하 규약)’이 시행된지 어언 3년에 이르게 됐다. 그 동안 매년 2,000건 이상의 사안에 대해 심의 및 승인이 이뤄졌고, 신고 건수는 누적 1만 건을 넘어서고 있다. 규약이 의료기기 거래에 관해서 깊숙이 스며들고 있고, 많은 업체들이 그 필요성 및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결과로 생각된다.

공정경쟁규약, 사업자 및 사업자단체의 자율 규범
공정경쟁규약은 공정거래법 상 부당한 고객유인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가 자율적으로 제정하는 규범이다. 이런 공정경쟁규약이 공정거래법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심사해줄 것을 요청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승인을 받으면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에 대한 안전지대(Safe Harbor)로서의 기능을 하게 되는 것이다. 공정경쟁규약을 제정해 운용하는 업계는 의료기기업계나 제약업계 이외에도 다수 존재하나, 공정경쟁규약의 중요성이 유독 강조되는 업계가 의료기기와 제약임은 자명한 사실로 보인다. 

그 가장 큰 이유는 의료기기업계와 제약업계에서 공정경쟁규약은 2010년 도입된 쌍벌제를 보완하는 역할도 함께 하기 때문이다. 쌍벌제의 규정 방식은 독특한데, 판매 촉진을 위해 제공되는 경제적 이익을 포괄적으로 금지하면서, 견본품제공, 학술대회지원, 제품설명회 등 일정한 행태의 행위만을 허용한다. 경제적 이익은 금전, 물품 이외에도 노무, 편익, 향응 등 경제적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는 모든 것을 포괄한다. 따라서 쌍벌제의 수범자인 업체로서는 어떤 행위가 금지되고 허용되는 것인지 판단하기가 용이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이에 대한 지침이 되는 것이 공정경쟁규약인 것이다.

알다시피, 2013년 공정거래위원회는 9개 의료기기업체에 대해 대대적인 조사를 벌였는데, 2곳만이 과징금 처벌 없이 시정명령을 받았을 뿐이고 다른 업체들은 모두 사실상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는 제약업계에 대한 조사 결과와는 판이한 차이를 보이는데, 그 배경에 있는 것이 규약으로 판단된다.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도 규약에 따른 절차를 제대로 지킨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행위의 적법성에 대해 문제 삼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규약이 형식적인 규정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업계의 질서를 유지하고 거래 관행을 형성하는 실질적인 의미의 지침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 생각된다.

이와 같이 3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규약은 실질적인 작용을 하는 규범으로서 자리 잡게 됐지만 개선하거나 발전시켜 나가야 할 부분도 없지 않다. 

규약 위반시 제재조치 필요
첫째, 규약의 규범으로서의 실효성을 제고하는 것이다. 2013년 공정위 조사에서도 지적됐듯이 규약 위반에 대한 제재조치는 사실상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물론, 사전 심의 단계에서 위반 행위를 걸러내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사후적으로 규약 위반을 밝혀내고 이에 대한 제재 조치를 취한 예는 찾아보기 힘들다. 규약이 회원사에 대한 진정한 안전지대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위반 사항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제재조치가 필요함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규약 상 제재조치가 명기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운용에 있어서 이를 실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가장 시급히 개선해야 할 사항이다. 

의료계의 공정경쟁규약 준수
둘째, 규약에 대한 의료계의 이해를 높이고 그 준수를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견본품 제공이나 학술대회 지원 등과 관련해 의료계에서는 여전히 규약을 넘어서는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규약은 업계에 대한 안전지대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 그 기본적인 역할이지만, 필연적으로 의료기관과 의료인에 대한 안전지대로서의 역할도 함께 하게 되는 것이다. 쌍벌제는 동일한 행위에 연루된 업체 관계자와 의료인 모두를 처벌하는 규정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계의 규약에 대한 이해 수준은 매우 낮은 것으로 보인다. 협회가 적극적으로 의료계에 대한 교육과 홍보에 나서야 할 일이다. 병원협회 및 의사협회와 적극적으로 협력해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교육 및 홍보 기회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회원사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독려할 일이다. 

제약의 틀 벗어난 의료기기만의 규약 재정비
셋째, 제약업계와의 차별성을 규약에 좀 더 분명하게 명시하는 일이다. 규약 제정 당시 이미 존재하던 제약협회 규약을 상당 부분 그대로 차용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견본품 제공, 제품 관련 교육·훈련, 의료인에 대한 강연·자문 의뢰 필요성 등의 측면에서 의료기기는 의약품과 확연히 구별됨에도 불구하고 그 차별성이 규약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점은 차제에 반드시 개선해야 할 사항이다. 해외 규약의 예를 보더라도 미국 ADVAMED의 code of ethics는 “Medical Technologies are often highly dependent upon “hands on” Health Care Professional interaction from beginning to end?-unlike drugs and biologics, which act on the human body by pharmacological, immunological or metabolic means.”라고 해 의료기기와 의약품의 차별성을 명시적으로 선언하고, 이를 바탕으로 관련 규정들을 정하고 있다. 향후 우리 규약 개정 시에 반드시 참고해야 할 부분이다.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 실시
마지막으로, 업계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 최근까지도 여전히 불법적인 리베이트로 처벌받는 업체들이 존재하고 있고, 많은 업체들이 아직도 규약에 대해서 익숙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방에 있거나 규모가 작은 업체일수록 그런 경향은 더 심해지는데 협회가 이런 점을 감안해 구체적인 교육 및 홍보 방안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이는 규약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 전제가 돼야 하는 조건이고, 더욱 더 많은 회원사 보호를 위해서도 불가결한 일이다.

최근 검찰의 어느 제약회사에 대한 리베이트 수사 발표 자료를 보면 시장조사 등의 적법성 판단과 관련헤 제약업계의 공정경쟁규약을 언급하고 있다. 이는 규약이 업계의 자율 준수 규범을 넘어서 영업 활동의 적법성 판단에 중요한 기준이 됨을 보여주는 사례라 생각된다. 의료 관련 업계에서 compliance의 중요성이 커지는 것은 국내에서만의 상황은 아니다. 중국에서의 최근 GSK 사건을 봐도 알 수 있듯이 미국이나 유럽 등 서방 선진국뿐만 아니라 글로벌한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 더 많은 정보의 디지털화 및 SNS 등의 발달로 인해서 앞으로 더 이상 불투명하고 불법적인 영업 방식이 발붙이기는 힘들어 질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 발맞춰 우리 규약이 업계에 명확한 기준과 예측 가능성을 제시함으로써 불건전한 영업행태 퇴출 및 건전한 영업활동 보호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업계 전체의 발전과 나아가 국민 보건 향상에 이바지해 나가길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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