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경제 패러다임, 건강분야 경제발전에 원동력 되는 시대

■ 헬스케어 분야의 건강경제 패러다임 전환

▲ 이 상 원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국민건강경제정책실장

건강기반경제 시대의 도래
세계경제는 건강이라는 요소가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이른바 건강기반경제(Health-based Economy)로 변화하고 있다. 전자, 정보, 관광, 주택 등 그동안 건강과 관련이 없었던 산업에서도 건강이라는 요소를 중요한 미래전략으로 인식하고 있다. 또한 보건산업도 기존의 의료 영역에서 영양, 운동, 뷰티 및 항노화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다. 

2014년 한해 동안 구글, 애플, 삼성 세계적 디지털 기업들은 연이어 건강분야 진출에 대한 계획을 발표했다. 세 회사 중 가장 먼저 삼성은 5월28일 ‘Samsung Digital Health Initiative’를 발표하면서, 개인건강정보 데이터 수집과 분석과정을 거쳐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플랫폼인 SAMI와 손목형 웨어러블기기 형태, 생체신호 계측 센서개발 위한 하드웨어 플랫폼인 SimBand를 선보였다. 6월3일에는 애플이 자사의 개발자 행사인 WWDC 2014에서 모바일 운영체제 차기 버전인 iOS8 발표와 함께 Apple HealthKit을 발표했다. 구글은 6월25일 Google I/O 2014 회의에서 헬스케어 플랫폼인 Google Fit을 공개했다. 지난해는 디지털 기업의 건강분야 진출이 화두가 되는 한 해였다.

디지털 기업 등 타산업의 건강분야 진출이라는 현상과 함께 전통적 의료산업의 영역도 확대되고 있다. 그동안 의료영역에 머물러 있던 병원, 제약기업, 의료기기기업 들로 항노화산업, 웰니스산업, 건강관리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소득수준의 향상과 고령화 등으로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의료산업의 경계가 건강의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건강기반경제 시대의 도래>

기존 건강산업의 영역확장, 타 산업의 건강분야 진출 확대라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건강 관련 활동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져가고 있다. 이런 변화의 결과  건강이라는 요소가 경제발전의 중요한 요소가 되는 건강기반경제 시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헬스케어의 지속가능성 위기
그러나 현재의 모습을 보면, 국민건강과 의료산업의 지속가능성은 큰 도전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급속한 고령화로 건강에 대한 수요는 급증하고 있으나, 현재의 산업 패러다임으로는 적절히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우리의 산업 패러다임은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의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의료수가, 약가 등 각종 수가 문제, 의사·약사·한의사 등 직역갈등 문제는 결국 제한된 국민의료비 내에서 서로 뺏고 뺏기는 제로섬 게임의 예라고 할 수 있다. 전통적 패러다임 하에서는 제로섬 게임만 반복되기 쉽다. 산업의 파이를 키우는 포지티브섬(Positive-sum Game) 상황을 만들어야만 산업의 상생적 발전이 가능하다.

<The Innovation Gap>

지속적 R&D투자와 생명과학의 급속한 발전에도 불구하고 실제 환자 편익(Actual Patient Benefit)은 크게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혁신의 갭(Innovation Gap)이 헬스케어의 미래 지속가능성을 어둡게 하고 있다. 혁신의 성과 창출이 더딜 뿐 아니라 혁신의 비용도 급증하고 있다. 연간 투약비용이 14억원에 이르는 의약품도 있으며, 첨단 의료기기의 비용도 갈수록 고가화가 되고 있어 우리의 시스템이 이런 부분을 감당하고 지속가능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큰 과제가 되고 있다.

새로운 기술, 그리고 새로운 융합산업이 생겨나고 있는데, 현재의 제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헬스케어의 미래를 위협하는 큰 과제이다. 최근 들어 일반 소비재와 의료제품간의 경계선에 있는 제품들이 나오고 있으며, 제품과 서비스가 결합된 융합상품들도 개발되고 있다. 이런 제품들은 전통적인 의료법, 약사법, 의료기기법의 체계로 포괄하기에는 여러 가지로 한계가 있어,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법적 틀(Legal Frame)을 구축하는 것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헬스케어의 지속가능성과 관련하여 가장 어려운 딜레마는 건강정책과 산업정책간의 대립이다. 건강의 관점에서 산업발전은 비용상승 및 비효율 증가 요인으로 바라보고, 경제의 관점에서는 건강관련 제도가 산업발전 저해요인으로 바라보고 있듯이 상호 대립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건강과 경제는 밀접히 연결된 영역이다. 건강의 경제효과가 미국의 경우 매년 2.6조 달러에 이른다는 추계가 있고, 반대로 산업발전에 따른 항암제, 백신과 같은 기술혁신이 건강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와 관련해서 다보스포럼에서도 2013년 지속가능한 건강시스템(Sustainable Health System)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건강시스템과 산업발전 간의 간극이 미래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지적했고, 건강시스템과 산업시스템이 상생할 수 있는 체계 마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패러다임 형성을 위한 변화의 흐름
또한 한편으로는 미래의 보건의료의 생태계를 바꿀 새로운 변화의 흐름들이 있다. 먼저, 소득수준의 향상과 고령화 등으로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의료산업의 경계가 건강의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질병 치료 중심의 의료서비스에서 벗어나, 만성질환의 치료, 관리 및 예방 등이 점점 더 중요한 서비스로 부각되고 있다. 또한 건강관리, 항노화, 힐링 및 명상, 뷰티 산업 등의 성장으로 의료산업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전통적 개념의 의료산업은 외연이 확장되고 있다.

최근의 기술변화가 와해성 기술혁신(Disruptive Innovation)으로서 보건의료 산업의 생태계 게임의 룰을 바꾸게 될 것이다. 3D 프린팅 기술은 기업에서 생산되던 의료기기와 같은 제품이 의사의 진료실, 환자의 집에서 생산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게 될 것이다. 빅데이터는 현재의 치료중심의 의료를 개인 맞춤형 예측에 기반한 예방과 건강관리로 급격하게 변화하게 할 것이다.

<새로운 건강산업 패러다임 필요>

그동안 기술혁신은 대학 연구실, 기업연구소에서 시작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나, 최근에 밝혀진 트렌드는 상당수의 보건의료 기술혁신이 의사, 간호사 심지어 환자로 부터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제품과 서비스의 소비자인 사용자가 기술개발을 주도하는 현상을 사용자 혁신(User Innovation)이라고 한다. 

자금 조달에 있어서도 예전에는 벤처캐피탈이나 엔젤 펀드까지 생각해 왔다면, 최근에는 다수의 대중이 자금조성에 참여하는 크라우드 펀딩도 보건의료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트렌드이다. 이런 참여형 혁신모델(Participatory Innovation)의 등장을 주목해서 봐야 할 것이다.

<건강기반경제 시대의 도래>

그동안 보건의료분야는 첨단 기술을 활용한 첨단 제품, 즉 하이엔드 기술에 관심을 가져왔다. 그러나 이런 하이엔드 기술의 비용문제, 과도한 복잡성 등에 대한 반성으로 중간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적정기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적정기술은 지불능력이 부족한 저개발국가에서의 접근성 제고 뿐만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급증하는 의료비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건강산업 패러다임으로서 건강경제
현재의 우리 시스템이 직면하고 있는 딜레마와 가속화되고 있는 새로운 변화의 흐름을 볼 때, 앞으로 창의성, 효율성을 기반으로 미래에 지속가능한 성장모델이 필요하다. 건강분야가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시대의 변화를 건강기반경제라고 설명했듯이 건강기반경제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건강경제(Health Economy) 패러다임이라고 할 수 있다. 건강경제는 건강이 산업 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산업발전이 건강에 기여하는 미래 사회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1990년대 OECD는 모든 산업에서 지식의 생산·분배·사용이 부(wealth)의 창조 및 고용의 핵심 동인(動因)이 되는 경제라는 의미로 지식경제(Knowledge Economy)라는 개념을 중요한 정책 아젠다로 삼았다. OECD는 또한 2000년대에 들어서 바이오 기술이 미래 경제발전의 주요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전망 하에 바이오경제(Bio-Economy)라는 개념을 제안한 바 있다. 바이오기술이 경제 발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겠지만 이런 기술이 경제발전과 연결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건강과 경제의 상생발전 모델이 있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에 건강경제 개념은 바이오경제 보다 더욱 확장된 개념의 미래 발전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건강경제는 소모적 의료시스템을 IT와 미래기술, 적정기술을 활용해 지속가능한 의료시스템으로 전환해 고령화 및 급증하는 의료비에 대응하고자 하는 것이다. 미래형 의료시스템은 국민들의 자발적 건강관리 예방을 촉진시키고, 질병에 대한 조기 진단 및 개입으로 국민건강수준 향상과 의료비 효율화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건강산업 기회를 포착하고, 세계시장으로 확산해 성장동력화하고, 이를 통해 국민건강 향상과 산업의 선순환적 시스템을 모색하고자 하는 것이다.

<건강기반경제시대의 새로운 패러다임>

현재 우리는 건강시스템에 닥쳐오는 미래의 위협을 극복하기 위해 기존의 보건의료체계를 넘어서 국민 전반의 건강을 바라볼 수 있는 보다 넓은 시야가 필요한 시점에 있다. 건강시스템의 지속가능성은 결국 경제시스템의 지속가능성과 분리할 수 없는 관계임을 인지하고, 필수적으로 두 시스템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만 한다. 

그동안 건강과 경제가 결합된 국가 차원의 청사진이 제대로 수립된 적이 없음을 감안할 때 지금 건강과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건강경제와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국가 차원의 비전과 추진전략이 수립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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