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건의료연구원, 근거와 가치 2017 Vol.3 No.1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일차의료 현황과 나아갈 방향

정수민, 조비룡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서 론
우리나라는 1963년 의료보험법 제정 이후 30년이 채 안되는 기간 동안 전 국민 의료보험을 달성하였고, 단일 보험인 의료보험을 통해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의료의 형평성, 접근성 측면에서 급속한 성장을 이루었다[1]. 하지만 이 급속한 발전 뒤에 지속적으로 일차의료 체계의 취약성이 지적되어 왔으므로 이제는 급성기 의료 서비스에서 벗어나 포괄적이고 전인적인 관리에 초점을 맞추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일차의료는 전문적인 급성기 진료와 반대로 인구집단의 전반적인 건강상태를 포괄적으로 관리하는 것으로 2007년 일차의료연구회에서 일차의료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다.

“건강을 위하여 가장 먼저 대하는 보건 의료를 말한다. 환자의 가족과 지역사회를 잘 알고 있는 주치의가 환자-의사 관계를 지속하면서, 보건의료자원을 모으고 알맞게 조정하여 주민에게 흔한 건강문제들을 해결하는 분야이다. 일차의료 기능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여러 분야 보건의료인들의 협력과 주민의 참여가 필요하다”[2].

즉, 일차의료의 강화는 효율적인 보건의료 서비스 제공과 관련이 있으며, 급속한 고령화, 만성질환으로 인한 부담 증가의 가장 적절한 대책으로서 일차의료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본 론
1. 우리나라 일차의료 현황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의료 서비스 지출 대비 기대 수명이 높은 국가로, 전반적인 의료의 수준은 비용 대비 높게 평가된다[3]. 특히, 65세 이상에서 인플루엔자 예방접종률, 자궁경부암, 유방암 선별검사 수검률 또한 OECD 국가 중 상위권으로 보고되고 있다. 반면에 자살률은 1위이며, 당뇨병, 천식, 만성 폐쇄성 폐질환으로 인해서도 높은 입원율을 보이고 있다. 이는 일차의료 수준에서 잘 관리할 경우 입원이 불필요한 질환으로, 피할 수 있는 입원율이 전반적으로 높다는 점은 우리나라 일차의료의 취약성을 시사하기도 한다(Fig 1).

이러한 일차의료의 취약성을 초래하는 의료시스템 측면에서의 주요한 원인 중 하나로 의료비 저수가가 지적되고 있는데 우리나라 일차의료기관의 원가보전율은 약 60%에 불과하여 표준진료를 할 경우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기인한다는 것이다[4]. 결국 이는 투자가 적은 진료 및 과도한 비보험 의료 공급을 유발하게 된다. 또한 환자 상담 시간 및 교육에 대한 가치를 인정해주는 제도가 아니라 검사와 치료에 대한 수가를 높게 책정하여 의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최신식 기계와 기술을 사용하는 상급종합병원에 더 유리한 구조이며 이미 전체 건강보험 외래 급여비의 많은 부분을 상급종합병원이 차지하고 있다[5]. 또한, 우리나라에서 환자 1인당 진료 횟수, 의사 1인당 진료 횟수는 OECD 국가 중 가장 높게 보고되고 있으며, 이는 환자 한사람에게 질 높은 진료를 제공하기보다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만 수익구조가 유지되는 양적 진료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는 것이다(Fig 2).

2. 해외 일차의료 변화
해외에서도 각국의 정치적 상황과 보건의료 맥락에 맞게 일차의료 개혁이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일본, 대만 등의 여러 일차의료 개혁 동향을 살펴봄으로써 우리나라에서 일차의료 강화를 위한 시사점을 각국의 경험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은 보건의료재정청(Center for Medicare and Medicaid Services, CMS)에서 다양한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일차의료 혁신 사업은 포괄적 일차의료 시범사업(Comprehensive Primary Care Initiative, CPC)으로 2016년까지 진행되었으며, 2017년부터는 포괄적 일차의료 시범사업 플러스(Comprehensive Primary Care plus, CPC +) 사업이 시작되었다. 이 사업은 환자중심메디컬홈(Patient Centered Medical Home, PCMH) 모델을 바탕으로 이루어 지고 있으며, PCMH 모델은 포괄성, 환자중심, 의료조정, 접근성, 의료의 질 및 안전성을 중요한 가치로 삼고 있다. 이에 맞추어 수가제도 또한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변화가 이루어 지고 있으며 2015년 일차의료 수가 개혁법안(Medicare Access and CHIP Reauthorization Act, MACRA)이 승인되어 일차의료에서는 의료제공의 양보다는 일차의료의 가치에 기반하여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였을 경우에 보상을 하고 있다.

영국은 주치의제도의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는 국가 보건 서비스(National Health Service, NHS) 국가로서 일반의(General Practitioner, GP)가 일차의료 제공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2004년부터 일차의료의 질 향상을 위하여 성과기반 지불제도(Quality of Outcomes Framework, QOF)를 도입하였고 도입 초기에는 일반의의 증가한 수익 대비 서비스 질 향상에 대해서 비용-효과성 측면의 논의가 있었다. 최근 연구에서는 성과기반 지불제도의 도입으로 인한 사망률의 영향은 미미하였다는 보고도 있었지만[6] 재정적인 유인을 통해 의료제공자의 행태를 변화시키는 효과가 있었다는 평가이다. 최근에는 일반의 연합(GP federation)을 통해 일반의들이 임상적 리더쉽을 형성하여 일반의의 진료 역량을 더 확장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호주는 2015년 지역사회 내 일차의료 네트워크(Primary Health Network, PHN)를 구축하여 일반의들의 주도 하에 일차의료 제공자, 이차의료 제공자, 병원이 협력하여 환자의 건강 수준을 개선하기 위해 지역사회 기반의 의료 서비스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지역사회 보건의료 계획을 수립할 때 일반의들이 주도적인 거버넌스(governance)를 형성하여 그 지역의 건강을 관리하는 것은 한국의 보건의료 질 평가 결과(OECD, 2012), 우리나라의 지역사회 기반 일차의료 체계가 미흡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역 주민의 건강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평가받은 것과 대조적이다[7].

한편, 우리나라와 유사한 의료시스템으로 이루어진 일본, 대만과 같은 아시아 국가의 일차의료 강화 전략은 우리나라에서도 단기적으로 시도할 만한 부분이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행위별수가제도 하에서도 만성질환자의 교육 및 상담에 대한 보상을 포함하여 포괄적 수가를 적용하고 있는데 생활습관병관리료가 대표적 사례이다. 대만은 2003년 사스 대유행 이후 가정의 통합 케어 사업(Family Physician Integrated Care Project, FPICP)을 시작하였고 가정의학과 의원 5~10곳과 최소 1곳의 병원이 지역사회 의료팀을 이루어 지역사회 기반 의료 네트워크를 구축하였다.

해외의 각 국가에서는 앞으로의 고령화, 만성질환의 증가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서 일차의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각국의 문화적 흐름에 맞게 강화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일차의료의 양보다는 가치에 더욱더 초점을 두고 있으며 이러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의료시스템 및 수가 제도를 정비해 가고 있다. 일차의료의 제공자 또한 좀 더 효율적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직종으로 이루어진 일차의료 팀과 연계하고 있으며 일차의료의사끼리 연합하는 등 일차의료의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3. 우리나라 일차의료 시범사업
기존의 의원 중심의 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은 대표적으로 고혈압 당뇨병 등록 사업, 의원급 만성질환관리제, 지역사회 일차의료 시범사업, 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 등이 있다(Fig 3)[8].

고혈압 당뇨병 등록 사업과 의원급 만성질환관리제는 환자의 본인부담금을 줄여주는 유인책을 사용하고 있으나 의사의 역할이 수동적이라는 제한점이 있었다. 지역사회 일차의료 시범사업은 의원에서 일차의료지원센터 및 지역사회 자원과 연계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만성질환자에게 필요한 상담과 교육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였고, 이에 대해 상담급여, 연계 급여 형태로 의원에 수가를 산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일차의료지원센터에 대해 97%의 환자들이 만족하는 것으로 보고되었으며, 질병에 대한 이해와 의사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는 긍정적인 효과를 이끌어냈다는 평이다[9]. 하지만 일차의료지원센터에서 교육받은 인원보다 의원이 직접 교육을 시행한 인원이 더 많아 일차의료지원센터의 역할이 미미하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2016년 9월부터 시작한 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은 등록된 만성질환자에게 혈압, 혈당을 자가 모니터링 하게 하고 그 결과를 전송하게 한다. 그 결과에 대해서 전화상담 및 문자서비스와 같은 비대면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는데, 이러한 서비스를 어떤 대상군에게 제공하는 것이 효과적인지에 대한 근거 마련과 비대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인프라의 구축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는 기존의 여러 만성질환 시범 사업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통합한 새로운 한국형 일차의료 서비스 제공 모델 개발을 위한 논의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4. 우리나라 일차의료 나아갈 방향: WHO Health Framework
『만성질환의 효율적, 질적 관리를 위한 한국형 일차의료 서비스 제공 모형 개발』 연구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일차의료를 강화하기 위해 향후 나아가야 할 단·중·장기 로드맵을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의 건강 프레임워크(health framework)의 거버넌스, 의료 재정, 의료 인력, 의료 기술, 의료 정보 및 연구, 의료서비스 전달의 6가지 요소에 맞추어서 살펴보았으며 우선순위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Fig 4)[10].

OECD 의료 질 평가 한국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지역사회 기반 일차의료 체계가 잘 구축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결과 의원에서는 장기적인 환자의 건강을 위한 적합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어 오히려 지역 주민들은 병원 서비스를 더 선호하며 찾게 되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만성질환 관리를 위하여 지역사회 기반의 여러 서비스를 연계한 포괄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일차의료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며 지역사회 일차의료 시범사업에서 운영하였던 지역운영위원회, 일차의료지원단, 일차의료지원센터의 보완, 확대 적용을 고려할 수 있다. 특히, 지역운영위원회와 일차의료지원센터 운영에 지역의사회가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지역사회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하고, 지역 주민들의 건강관리에 중심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지역사회에서 일차의료의사가 리더십을 가질 수 있도록 진료실 밖에서 일어나는 지역사회의 보건의료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제반 활동에 대해 가치를 인정하고 그에 맞는 보상이 필요하다.

수가 제도 또한 일차의료 활성화를 지원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가 필요하다. 미국에서는 메디케어를 관장하는 연방정부 기관인 ‘Center for Medicare & Medicaid Services (CMS)’에서 개편안(MACRA)을 발표하여 일차의료에서 질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가치기반 성과지불제도 (Value-Based Purchasing, VBP)의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또한 2015년부터 만성질환관리서비스(Chronic Care Management Services, CCM)와 같이 복합 만성질환자의 건강문제 전반에 대해 관리를 할 경우 수가를 지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궁극적으로 만성질환자를 포괄적으로 관리하여일차의료의 질을 향상시키려면 그에 맞게 포괄적 관리에 대한 수가 제도의 지원도 필요하며 그 중간 과정으로 상담·예방 서비스에 대한 수가, 진료 시간에 따른 차등 수가를 단계적으로 도입할 수 있다. 

미국의 만성질환관리서비스에서는 수가를 책정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충족해야 하는 조건이 있다(Fig 5)[11]. 

즉, 접근성, 지속성, 포괄성, 환자중심, 조정성과 같이 일차의료 핵심가치에 부합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며 이 과정에서 환자의 정보, 건강문제, 투약력, 관리계획에 대해 전자의무기록을 활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전자의무기록 시스템은 체계적인 환자 관리에 유용하며, 환자 정보의 접근성의 향상을 도모하여 진료의 질 평가, 의료기관 간 의료 정보 공유 등에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의원 급의 전자의무기록 보급률은 92%로 보고되고 있으나 의원에서 활용하는 전자차트의 기능을 의원의 진료를 효과적으로 지원하고, 일차의료의 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고 이는 향후 일차의료 질 향상을 위한 근거 마련의 토대가 될 수 있다.

또한, 일차의료에서 효과적이며 포괄적인 관리는 일차의료의사 1인의 역할만으로 이루어지기 힘들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일차의료에서 다양한 전문 인력과 연계를 통해 일차의료팀을 구축하여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일차의료팀 구성원은 일차의료의사를 중심으로 일차의료 전담 간호사, 약사, 영양사, 운동 처방사, 물리 치료사, 행정 매니저, 사회 사업가, 심리 상담사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팀 기반 접근은 일차의료에서 보다 포괄적이고, 효율적으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하며 이용자의 만족도 또한 향상시킬 수 있다[12].

한편, 일차의료 수준이 높게 평가된 국가는 낮은 국가와 비교해서 단독 진료 의원의 비중이 낮다[13]. 그룹 진료는 단독 진료에 비하여 의료인의 삶의 질이 높고 진료 외 지역사회 보건 활동, 학생 및 전공의 교육, 일차의료 연구, 환자 교육 등에 기여할 수 있게 하여 일차의료의사의 다양한 지역사회 역할을 가능케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단독 개원 비율이 80% 정도로 높게 보고 되고 있어[14] 일차의료 역량 강화를 위해 적정 비율의 그룹 진료 전환이 필요하다. 진료 환자 수가 많지 않아 수익 분배에 있어서 그룹 진료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단독 진료 의원에서는 의료기관 간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일차의료팀과 유기적인 연계를 통해 일차의료를 강화하는 전략을 취할 수 있다.

결 론
오늘날 보건 의료 체계에서 해결해야 할 환자는 복잡하고 다양한 원인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포괄적이고 전인적인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일차의료는 이에 대한 가장 적절한 대응책으로 언급되고 있으며 해외 각국에서도 일차의료 강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일차의료에 대한 지원체계가 아직 미흡하며 건강보험제도의 수가체계와 지불제도를 포함한 전반적인 의료시스템은 일차의료의 장점을 발휘하는데 어려운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일차의료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역사회 거버넌스 구축, 가치 기반 수가제도, 전자의무기록 시스템 지원, 일차의료팀 구축, 그룹 진료 및 의료기관간 네트워크 형성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 자세한 정보 : NECA → 학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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