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 자유무역의 역사: ① FTA의 탄생

[산업통상자원부 함께하는 FTA_2014.01월 Vol.20]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은 무역자유화의 수단으로 FTA와 WTO를 동시에 활용한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역시 FTA와 WTO를 무역자유화 수단의 두 중심축으로 삼고 있다. WTO 규정에 이미 FTA 관련 규정이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FTA의 역사는 WTO 탄생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통적으로 인접국가들 간 시장통합의 추진은 유럽 내에서 생성돼 발전해 왔다. 중소규모 경제국들로 구성된 유럽 국가들은 일찍이 시장이 협소한데서 비롯되는 불이익을 극복하기 위해 국가 간 시장 통합을 시도해 왔다. 1944년 탄생한 베네룩스 관세동맹(Benelux Customs Union)은 시장 확대 목적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적인 의미에서의 최초의 시장 통합이라고 볼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미국이 국제무역 분야에 있어서 본격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1947년 미국 주도하에 23개 국가들이 모여서 최초의 다자간 무역체제인 GATT(General Agreement on Tariffs and Trade: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를 만들고 무역장벽을 낮춰 가기로 합의했다.

식민지 특혜관세 위해 GATT 예외조항 삽입

 

GATT는 모든 회원국들에 대해 동일한 혜택을 부여한다는 ‘최혜국 원칙(MFN, Most Favored Nation Treatment)'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영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과거 식민지와의 특혜관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GATT에 FTA 관련 예외조항을 삽입할 것을 주장했다. 이에 따라 규정된 것이 GATT 제24조이다. GATT 제24조는 역내국산 상품에 대해 실질적으로 모든 교역(substantially all trade)에서 관세 및 기타 제한적 무역조치들을 제거해야 한다는 점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역외국들에 대해 지역무역협정 체결 이전보다 더 높은 관세나 비관세 장벽을 설치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이 예외 조항은 이후에 유럽통합 과정에서 비회원국에 대한 차별을 합법화하는데 활용됐고, GATT 회원국들이 FTA를 적극 활용하게 되는 근거 조항이 됐다. 따라서 1950년대 이후에는 GATT를 중심으로 한 다자주의와 GATT의 예외조항에 근거한 지역주의가 동시에 전개됐다. 특히 유럽에서 본격적인 FTA 움직임이 나타났다. 9152년 최초의 유럽통합기구인 ECSC(European Coal and Steel Community: 유럽철강공동체)가 50년 시한으로 출발했다. ECSC는 1958년에 EEC(European Economic Community: 유럽경제공동체)로 발전했고, 이후 EU(유럽연합)의 모체가 되는 EC(European Community: 유럽 공동체)로 심화됐다. EC는 1973년 영국, 아일랜드 및 덴마크의 가입을 계기로 더욱 확대돼 1986년 마침내 단일유럽법(single European Act)을 제정하게 된다.

한편 GATT는 1986년 제8차 무역협상인 우루과이라운드를 출범시켰다. 그런데 이 협상이 빠른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장기화되자 주요 선진국들은 FTA 추진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1992년 EC는 상품뿐만 아니라 생산요소의 자유로운 이동까지 보장하는 단일시장을 창출하고 이후 민주화와 자본주의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동유럽 국가와 FTA를 맺기 시작했다. 한편 미국은 이스라엘, 캐나다와 FTA를 체결하고 EC에 대응할 수 있는 NAFTA(North American Free Trade Agreement: 북미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하는데 성공했다. 남미 지역에서는 중미공동시장과 안데스 공동체 논의가 성과를 거뒀고,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중심이 된 MERCOSUR(Mercado Comun del Sur: 남미공동시장)도 결실을 거둬 대표적인 남남 경제협력체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이 다양한 FTA가 체결되면서 다양한 무역규범에 대한 타협 방향이 설정됐고 이는 또한 우루과이라운드에 반영돼 1995년 탄생한 WTO(World Trade Organization: 세계무역기구)의 기반이 됐다.

381건 FTA 중 75%거 2000년 이후 체결
그런데 WTO가 출범하고 나서도 FTA 체결 건수는 오히려 계속해서 증가했다.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체결된 지역무역협정 체결 건수는 381건에 달한다. 이 중 75%에 해당하는 285건이 2001년 이후에 체결됐다는 사실은 2000년대 들어 지역주의가 얼마나 급속도로 확산됐는지를 방증한다.

WTO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이 FTA를 경쟁적으로 체결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2001년 개시된 WTO DDA(Doha Development Agenda:도하개발아젠다) 협상이 큰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다자무역 체제에 기대기 어려운 상황에서 각국은 조금이라도 유리한 무역환경을 만들기 위해 FTA 체결의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WTO 회원국은 159개국에 달한다. 회원국들의 경제 발전 단계도 매우 다양해서 나라마다 이해관계가 다르다. 농업 개도국은 선진국들이 농산물 시장을 좀 더 개방하고 농업 보조금도 축소하길 바란다. 반대로 선진국들은 개도국들이 공산품과 서비스 시장을 좀 더 개방하길 희망한다. 이렇듯 엇갈린 이해관계 때문에 WTO에서는 무역자유화 협정을 타결 하기가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하물며 자국의 특수한 요구를 관철하기는 더욱 어렵다.

▲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WTO 본부 전경. 출처 연합뉴스

반면 FTA는 마음에 맞는 몇몇 국가 간에 맞춤형으로 자유화 협정을 체결하므로, 상대적으로 쉽게 타결될 수 있다. 무역자유화의 수준과 범위도 WTO보다 높고 포괄적으로 정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미국, 유럽, 일본 및 중국 등 주요국들은 WTO 보다는 FTA 체결에 더 주력하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FTA가 다자무역 자유화를 추구하는데 있어서 디딤돌이 되는지, 아니면 걸림돌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대체로 FTA는 다자무역체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는 입장이 많다. 지역무역협정이 보다 높은 수준의 자유무역질서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지역무역협정은 새로운 이슈들에 대한 시험장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으며, 지역무역협정의 이행경험은 다자무역체제의 규범개발을 위한 토대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이 지역무역협정이 궁극적으로 다자간 무역자유화를 위한 디딤돌로 작용할 수 있기 위해서는 지역무역협정과 다자무역체제의 규범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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